top of page

순환경제 | 순환 경제 사회의 최전선, 폐기물처리 노동자의 안전기준 강화부터

최종 수정일: 9월 26일

2025-09-25 김복연 기자

재활용 선별은 반자동화시스템으로 사람의 선별 작업 의존도가 높다. 재활용 선별 노동자들은 심한 악취와 부패물, 날카로운 폐기물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직업 분류가 불분명해 산업재해 인정과 임금 인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으로 근무 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시설 용량에 대한 기준만 있고 노동자 안전에 대한 지침이 없다.


여성환경연대가 주최한 <재활용 선별원: 자원순환의 최전선에 선 여성 노동자> 토크 콘서트 현장. 사진 여성환경연대
여성환경연대가 주최한 <재활용 선별원: 자원순환의 최전선에 선 여성 노동자> 토크 콘서트 현장. 사진 여성환경연대

자원 순환의 최전선, 그늘에 가려진 노동의 기록


시원한 가을비가 쏟아지던 지난 24일 저녁,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특별한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주제는 '자원 순환의 최전선, 재활용 선별장의 여성 노동자'. 대량 생산과 소비, 폐기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채 놓치고 있던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였다. 현장에 모인 40여 명의 참가자들은 자리를 꽉 채웠고, 그들의 눈빛은 호기심과 진지함으로 반짝였다.


무대에는 12년 차 베테랑 찬트라, 함순이 씨와 3년 차 최유은, 유지연 씨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들은 각각 구리와 하남의 자원 순환 시설에서 일하는 재활용 선별 노동자들이다. 낯선 곳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들은 처음에는 다소 긴장한 듯 보였지만, 곧 자신들의 일터와 노동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어쩌면 무거운 이야기'를 시작하며


왼쪽부터 구리자원회수시설의 찬트라, 최유은, 하남환경기초시설의 함순이, 유지연, 여성환경연대 안현진. 사진 여성환경연대
왼쪽부터 구리자원회수시설의 찬트라, 최유은, 하남환경기초시설의 함순이, 유지연, 여성환경연대 안현진. 사진 여성환경연대

사회자인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안현진 씨는 오늘 이야기가 "무거울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우리가 집 앞에서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고 나면 "끝났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누군가의 고된 노동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우리가 버린 페트병 하나, 종이 한 장이 온전한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선별원들의 손길과 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크 콘서트의 첫 문을 연 건 12년차 찬트라 씨였다. 그녀는 일자리센터를 통해 재활용 선별원으로 일하게 된 계기를 밝히며, 처음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섰을 때의 혼란을 회상했다. "너무 빨라서 정신없고 어지러웠다"는 그녀의 말은,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그리고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짐작하게 했다. 3년차 최유은 씨는 첫 출근 날의 '상상을 초월하는' 악취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팀장의 거듭된 근무 가능 여부 확인에 "한번 해 보자"는 각오로 이 일에 뛰어들었고, 어느덧 3년 차가 되었다. 그녀는 컨베이어 벨트 사이로 내려오던 뱀 사체에 놀라 플라스틱 더미 안에 손을 넣는 일이 아직도 힘들다고 했다.


하남에서 12년째 일하고 있는 함순이 씨는 50대 초반에 이 일을 시작했다. 하남의 재활용센터는 지하에 시설이 있어 외부에선 화려하고 깨끗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지저분하고 냄새가 심하다"고 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플라스틱 종류도 구분하지 못했지만,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12년간 경험을 쌓았다. 3년 차 유지연 씨 역시 10년간 다녔던 반도체 회사에서 이직하며 재활용 선별원을 선택했다. 깨끗할 거라 생각했던 인식과 달리 현장은 냄새가 심했고, "죽은 쥐와 음식물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고 말하며 3개월만 버티자고 했던 것이 3년이 되었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위험,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


일반 쓰레기뿐만 아니라 동물 사체까지 유입되는 재활용 선별장. 사진 전국환경노동조합
일반 쓰레기뿐만 아니라 동물 사체까지 유입되는 재활용 선별장. 사진 전국환경노동조합

재활용 선별원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은 열악한 노동 환경이다. 여름은 냄새와 벌레로 인해 사투를 벌이는 계절이다. 최유은 씨는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함을 모를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다. 작업장 안에서 1시간을 움직이면 1시간 동안 막 뛰고 운동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하남의 지하 시설에서 일하는 함순이 씨는 여름철에 땀으로 옷과 수건이 흠뻑 젖어 마스크와 안경을 벗어 놓고 일해야 한다고 했다.


악취의 원인인 음식물 쓰레기. 사진 전국환경노동조합
악취의 원인인 음식물 쓰레기. 사진 전국환경노동조합

안전 문제 또한 심각하다. 깨진 유리병이나 주삿바늘, 날카로운 캔 등 위험물들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유지연 씨는 손이 베어 피가 나도 작업을 멈출 수 없어, 피를 흘리면서도 일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약을 바르고 다시 작업에 투입된다고 했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안전 장갑이 선별률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면장갑을 고수하는 경우도 많다. 눈에 이물질이 들어갈 위험이 있어 보안경이 지급되지만, 시력이 나쁜 사람들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선별원들은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직업은 '쓰레기 수거원'으로 분류돼 단순 노무직으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임금 인상이 어렵고, 혐오 시설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한때는 파상풍 주사도 개인 돈으로 맞아야 했고, 에어컨 청소를 할 때도 쓰레기장에서 주운 수건과 남은 술로 닦아야 했다는 충격적인 경험담도 나왔다.


노동조합이 가져온 희미한 빛, 그리고 남겨진 과제


최근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찬트라 씨는 "옛날에 비해 너무 좋다"며 달라진 환경에 만족감을 표했다. 장갑이 충분히 지급되고, 휴게실과 샤워실도 넓어지고 깨끗해졌다. 혐오 수당도 받게 되었고, 건강검진에서 부족하다고 나온 비타민D 주사도 지원받고 있다. 유지연 씨는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은 노조 설립 이후 많은 것이 갖춰진 상태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함을 표했다. 힘들지만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말에서는 고단한 노동 속에서도 자부심을 잃지 않는 이들의 모습이 엿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재활용 선별 노동에 대한 국가적인 표준 지침은 존재하지 않는다. 재활용 시설의 용량에 대한 기준은 있지만,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은 전무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선별장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악취와 분진,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재활용 선별 노동은 직업 분류가 명확하지 않아 산업재해 기준이나 인정을 받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지자체로부터 위탁받는 회사가 3~5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고용의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는 문제도 이들의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이다. 이들의 대부분이 10인 이하 사업장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역할, 그리고 남겨진 과제


토크 콘서트에서는 재활용 선별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선별원들은 시민들의 올바른 분리 배출이 자신들의 노동을 훨씬 수월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음식물이 묻은 채 버려지는 용기, 스티로폼에 그대로 붙어 있는 테이프, 심지어 아이스팩이나 기저귀, 여성 속옷까지 뒤섞여 들어오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은 "단순 노무직"이라는 직종 분류를 바꿔 임금을 현실화하고, 안전 기준을 법제화하여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재활용 선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환경 변화를 위한 정책적인 제안을 짚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을 표했다. 한 참가자는 "선생님들의 노동은 단순히 자원 순환을 넘어 도시를 돌보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이들의 노동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크 콘서트는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이 어떻게 처리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이들의 땀과 노력이 숨겨져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자리였다. 우리가 지구를 지킨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 도시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노동이 단순 노무가 아닌, 도시를 돌보는 '돌봄 노동'으로 인정받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


ree

[서명운동] 폐기물처리 노동자 안전기준 강화를 위해 함께해 주세요

댓글 1개

별점 5점 중 0점을 주었습니다.
등록된 평점 없음

평점 추가
trokim
9월 29일
별점 5점 중 5점을 주었습니다.

재활용 선별원의 노동이 단순 노무가 아니라 도시를 돌보는 돌봄노동으로 하루빨리 인정 되기를 응원합니다

좋아요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