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 | 춘분에 읽는 여름, 전 세계 복합 재난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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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0 김사름 기자
3월 20일 춘분은 봄의 시작을 알리지만, 이제 계절의 변화는 더 이상 익숙한 순서대로 오지 않는다. 이화여대 예상욱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서 '다가올 여름은 폭염이 먼저 오고 가뭄이 뒤따르는 복합 재난이 우려된다'고 예고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2026년 춘분은 3월 20일 오후 11시 46분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이 시점은 통상 겨울의 기후 리듬이 끝나고 봄의 흐름이 본격화하는 경계다. 이 날 이후부터 하루 중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어진다. 그러나 이제 계절의 변화는 더 이상 익숙한 순서대로 오지 않는다.
예상욱 교수, 복합 가뭄-폭염 사건(CDHEs) 연구 결과 발표
2026년 3월 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가 「Nonlinear increase of compound drought-heatwave events since the early 2000s」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사이언스 어드밴스』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다. 이번 연구에는 이화여자대학교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예상욱 교수와 김용준(Y.-J. Kim), 왕궈젠(G. Wang), 벤저민 응(B. Ng)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1980년부터 2023년까지 지구의 기후 자료를 토대로, 가뭄과 폭염이 동시에 발생하거나 짧은 간격을 두고 이어지는 '복합 가뭄-폭염 사건(CDHEs)'을 추적했다.
기존의 기후 재난 연구가 폭염과 가뭄을 별개 현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 논문은 두 재난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연결 구조에 주목했다. 2000년대 초 이후 복합 가뭄-폭염 사건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급증을 주도한 것은 폭염이 먼저 오고, 그 뒤 가뭄이 따라오는 유형이며 폭염이 대기의 수분 수요를 높이고 토양과 식생의 수분을 빠르게 소모시키면서, 뒤이어 가뭄을 촉발하는 구조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후위기는 폭염과 가뭄의 빈도를 각각 높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폭염이 가뭄을 부르는 연결고리 자체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결론이다. 기후위기는 개별 재난의 강도만이 아니라 재난이 겹쳐 오는 순서와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경고다.
'폭염 선행형' 복합 재해 날로 급증 중
AP통신은 이 연구를 소개하며, 폭염이 갑작스럽고 강한 가뭄을 촉발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AP에 따르면 이런 복합 재해가 영향을 미치는 전 지구 육지 면적은 1980년대 연평균 약 2.5%에서 최근에는 16.7% 수준까지 커졌다. 또 연구진은 변화의 속도 자체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증가가 완만한 선형 곡선이 아니라, 어느 시점을 지나 훨씬 가파르게 치솟는 비선형적 증가라는 것이다.
기후전문매체 『카본브리프』는 1980~2001년과 2002~2023년을 비교했을 때, '폭염 선행형' 복합 재해의 공간 범위는 110% 증가했고, '가뭄 선행형'은 59% 증가했다. 즉 두 유형 모두 늘었지만, 특히 최근의 증가는 '폭염 선행형'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평균기온 상승만으로 설명되기보다 육지-대기 상호작용의 강화, 곧 더 뜨거워진 지표가 더 쉽게 건조해지고 그 건조함이 다시 열을 키우는 피드백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응 체계가 과거 경험에 기대 설계돼 있다면, 이런 변화는 준비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
따뜻한 봄이 더위와 건조를 앞당기고 있다
봄은 완만한 계절의 이동 시간이었다. 겨울의 마른 공기와 낮은 기온이 물러나고, 토양과 대기의 수분 균형이 조금씩 바뀌며 여름으로 이어지는 준비기가 봄이었다. 그러나 논문은 그 완충지대가 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뜻한 봄이 단지 ‘이른 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더위와 건조를 앞당기고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봄을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은 다가올 여름의 위험 구조를 미리 읽는 일이다.
기상청은 2026년 3월과 4월이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가능성이 크고, 5월 역시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제시됐다. 강수는 월별 변동성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평년 수준 안팎으로 전망된다. 기온은 평년보다 높고, 강수는 충분히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조건에서는 토양 건조와 초기 고온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다. 논문이 지적하고 있는 “폭염 선행형 복합 재난”은 먼 나라의 특수 사례가 아니라, 우리도 경계해야 할 계절 구조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올여름이 얼마나 덥나”를 묻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더위가 무엇을 연쇄적으로 불러오는지 '재난'을 고려해야 한다. 더위 뒤 가뭄, 가뭄 뒤 산불, 산불 뒤 생태계 스트레스와 농업 피해, 물관리 위기와 전력 피크가 이어지는 구조적 재난이 예측된다는 것이다. 재난은 개별 항목이 아니라 연쇄다. 논문은 바로 그 연쇄의 출발점에 폭염이 점점 더 자주 놓이고 있다고 말한다.
봄의 고온은 여름의 예고편이 아니라, 여름 위험의 조건을 미리 형성하는 시작 점일 수 있다. 농업, 산림, 도시 물관리, 전력 수요, 공중보건은 모두 이 연결 구조 안에서 다시 봐야 한다. 논문은 이 봄,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말해 준다. 계절의 질서가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논문은 변화의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는 계절의 변화는 절기표가 아니라, 복합 재난의 구조 속에서 다시 해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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