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현의 무방비 생태계 | ④ 서식지 파괴와 네이처 포지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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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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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6 오충현
우리나라 생물 서식지 파괴의 심각성과 네이처 포지티브 운동을 소개한다. 국토 좁고 도시화가 심각한 우리나라, 생태발자국이 세계 평균의 8배에 달해 지속가능성이 위태롭다. 각국의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을 살펴보고, 우리나라도 네이처 포지티브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오충현 교수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환경생태학자로, 도시와 자연의 접점을 회복하는 생태복원 전문가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에서 환경 보전 업무를 수행한 뒤 2004년부터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도시생태계 복원, 보호지역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생태계서비스 증진이며, 생태복원공학, 환경영향평가, 환경계획학 등 실천적 과목을 강의한다. 국립공원위원회, 생물권보전지역 한국위원회, 산림복지위원회 등 공공 위원회 활동도 활발히 해 왔다. 2021년 한국환경생태학회 제18대 회장, 2022년 한국사찰림연구소 제6대 소장을 역임했고, 저서로는 『환경생태학』, 『자연자원의 이해』, 『산림과학 개론』, 『숲과 삶』 등이 있다. 「새만금 농생명용지 생태계서비스 연구」 등 다수의 정책·계획형 논문을 통해 지속가능한 생태 기반 도시를 제시하고 있다.
서식지 파괴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좁은 국토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농업, 공업, 신도시 건설 등을 진행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생물 서식지들이 파괴되었다. 과거에는 주로 농경 목적의 개간이나 간척에 의한 파괴가 진행되었지만, 최근에는 도시 개발, 도로 개설, 댐과 보의 건설, 연안 간척 등 다양한 유형의 서식지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서식지 파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1970년에서 2012년 사이 전 세계 생물의 58%가 사라졌다. 육상생물은 38%가 감소하였고, 담수생물은 81%, 해양생물은 36%가 감소했다. 그 원인으로는 남획이 37%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서식지 악화 31%, 서식지 감소 13%, 기후변화 7%, 외래종 유입 7%, 오염 4%, 기타 질병 등의 순이다.
생명 감수성이 낮아진 사이, 인간 외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 원인을 분석해 보면 생물 감소의 원인이 대부분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남획의 경우도 우리가 농업 활동을 하면서 뿌리는 살충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는 해충을 없앨 목적으로 농약을 치지만 농약을 한번 치고 나면 논과 밭에 있던 수많은 곤충들이 한꺼번에 몰살당한다. 다만 그 크기가 작아 우리 눈에 심각하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일상 생활이 자연과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져, 실제 다양한 생명들의 감소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다양한 서식처 파괴 활동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수많은 생명체들의 소멸, 이동의 제한, 먹이와 생육 공간의 부족 등과 같은 악영향으로 작용하여 지구는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체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 심화되고 있다. 이들 서식지 파괴는 우리나라 생물 다양성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서식지 파괴 가속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서식지 파괴를 살펴보면 도로, 댐 건설, 도시 확장, 산업단지 조성 등 각종 건설사업, 농경지 확대를 위한 개간이나 새만금 개발과 같은 간척 사업, 골프장 건설 등을 위한 산림 파괴, 4대강 사업과 같은 하천 환경 훼손과 같은 개발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강수량 변화 등으로 생물들의 서식 범위 변화, 번식 시기 불일치, 서식지 소실 등을 초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규모 산불 발생, 소나무 재선충 확산, 한라산, 지리산 등의 구상나무와 같은 아고산대 식물들의 고사도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외래종 유입, 환경 오염 등 다양한 요인들이 서식지 파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서식지 파괴로 인해 우리 주변의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도시화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다른 생명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감소하면서 우리 주변의 생명들이 감소하는 것에 대해 무관심 또는 무지해지게 된다. 하지만 그 생명 소멸의 끝은 인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서식지 파괴와 다른 생명들의 소멸을 경각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한다.
생태발자국은 농경지, 목초지, 산림, 어장, 건설용지의 면적을 바탕으로 한다
서식지 파괴로 인한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생태발자국이 널리 사용된다.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은 인간이 지구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의식주 등의 자원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데 드는 비용을 토지 면적으로 환산한 지표이다. 이는 특정 개인, 집단, 도시, 국가 등이 소비하는 자원의 양과 폐기물 발생량을 추정하여, 그들의 생활 방식이 지구에 얼마나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생태발자국은 식량 및 섬유 작물 생산에 필요한 농경지, 가축 사육에 필요한 목초지, 목재 및 펄프 생산과 탄소 흡수에 필요한 산림, 수산물 생산에 필요한 어장, 주거 및 산업 시설 등 인간 활동 공간인 건설용지 등의 면적을 바탕으로 인간 활동을 구분하여 측정한다.
인류 전체의 생태발자국은 지구가 재생산할 수 있는 자원 양의 1.71배
글로벌 발자국 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는 지구 차원의 생태발자국을 발표하고 있는데, 2023년 발표에 따르면, 인류 전체의 생태발자국은 지구의 생태용량(지구가 1년 동안 재생산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의 약 1.71배에 달한다. 이는 현재 인류가 소비하는 자원의 양이 지구가 재생산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속 불가능한 방식으로 지구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구 과부하의 날', 2024년 지구가 재생산할 수 있는 모든 자원 소진하는 날은 7월 25일
이러한 과도한 소비는 매년 ‘지구 과부하의 날(Earth Overshoot Day)’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지구 과부하의 날은 인류가 그 해에 지구가 재생산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소진하는 날로, 해마다 앞당겨지고 있다. 2024년의 ‘지구 과부하의 날’은 7월 25일이다. 즉 7월 25일 이후는 미래 세대가 사용해야한 자원을 미리 당겨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이다.
한국, 국토 면적 8배의 자연 자원 필요
국가별로 살펴보면, 선진국들의 1인당 생태발자국이 개발도상국에 비해 훨씬 큰 경향을 보인다. 이는 선진국들의 높은 소비 수준과 자원 집약적인 생활 방식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생태발자국은 세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생태발자국은 우리나라 생태용량의 약 8배에 달한다. 이는 한국 국민들이 현재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려면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8배에 해당하는 자연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지구 과부하의 날’은 4월 2일로, 이는 전 세계에서 18번째로 빠른 날짜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생태발자국은 높은 에너지 소비,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 수입 의존적인 식량 시스템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영향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특성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우리들의 생활방식도 한번 크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배달 쓰레기, 음식 폐기물, 자동차 중심의 교통, 과도한 냉난방 등도 높은 생태발자국의 주요한 원인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생태발자국은 지구 용량의 1.7배에 해당하여 지구가 지탱할 수 있는 생태용량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평균인 1.7배를 훨씬 넘어 우리나라 면적의 8배에 해당하는 생태발자국를 가지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의 자연 자산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생태적자가 매우 심각함을 의미하며,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이 매우 취약함을 보여 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원 소비를 줄이고 환경 친화적인 생활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네이처 포지티브,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순증가를 목표로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는 자연 손실을 멈추고, 적극적으로 자연을 회복시켜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이 순증가하는 상태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비전이다. 이는 단순히 현재의 자연 파괴를 늦추는 것을 넘어, 적극적인 보전과 복원 활동을 통해 자연 자본을 증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처 포지티브의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연 손실 중단 및 역전: 더 이상의 서식지 파괴, 종 멸종 등을 막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여 자연의 질과 양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물다양성 순증가: 2030년까지 측정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것을 지향한다.
자연 자본 증진: 토양, 물, 공기, 생물 등 자연이 제공하는 모든 자원(자연 자본)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여 그 가치를 높이는 것을 포함한다.
사회 경제 시스템 전환: 기업, 정부, 시민 사회 등 모든 주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통해 경제 및 사회 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추구한다.
EU, 2030년까지 훼손된 생태계 최소 30% 복원
전 세계적으로 네이처 포지티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정책 및 규제 강화를 살펴보면 유럽 연합(EU)은 EU 생물다양성 전략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EU 육지와 바다의 30%를 보호 지역으로 지정하고, 훼손된 생태계의 최소 30%를 복원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한,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을 통해 기업의 생물다양성 관련 영향 및 의존도에 대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은 2042년까지 멸종 위기 종의 감소를 멈추고 생물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25년 환경 계획(25 Year Environment Plan)'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로 인한 생물 다양성 손실을 상쇄하는 '생물 다양성 순이익(Biodiversity Net Gain)' 정책을 시행하여 개발 과정에서 자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과학 기반 목표 네트워크(SBTN)'로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
기업의 네이처 포지티브 경영 도입 또한 활발하다. 일부 선도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과학 기반 목표 네트워크(SBTN, Science Based Targets Network)와 같은 이니셔티브를 통해 네이처 포지티브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 운영 전반에 걸쳐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식품 기업은 지속가능한 농업 방식 도입, 패션 기업은 친환경적인 원자재 사용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자연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 사업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 평가
자연 관련 재무 정보 공개(TNFD, 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자연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NFD) 권고안 발표 이후, 금융 기관 및 기업들은 자연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과 사업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공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자연 관련 리스크와 기회를 고려한 투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급망 관리 강화도 진행되고 있다. 기업들은 제품의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원자재 조달, 환경 친화적인 생산 방식 도입 등 공급망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시민사회, NGO의 네이쳐 포지티브 활동 필요
이와 같은 네이쳐 포지티브를 위해서는 시민사회 및 NGO의 활발한 활동이 필요하다. WWF, IUCN 등 국제적인 NGO들은 네이처 포지티브의 중요성을 알리고,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 사회 기반 보전 활동도 중요하다.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훼손된 서식지를 복원하고, 멸종 위기 종을 보호하는 등 다양한 풀뿌리 보전 활동이 필요하다.
농업 방식 전환, 생태 관광 활성화, 환경 친화적 소재 사용
프랑스의 '농업 생태 전환 계획'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정부는 농업 부문의 생물다양성 증진과 환경 보호를 위해 농업 방식의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화학 비료 및 농약 사용을 줄이고, 유기 농업 확대를 장려하며, 농경지 내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코스타리카의 생태 관광 활성화도 잘 알려진 사례이다. 코스타리카는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바탕으로 생태 관광 산업을 발전시켜 자연 보전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는 자연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이 지역 사회와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소재 사용 확대도 추진되고 있다. 파타고니아(Patagonia)와 같은 기업들은 유기농 면, 재활용 소재 등 환경 친화적인 소재 사용을 늘리고, 생산 과정에서의 생태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한다.
결론: 도시화가 심각한 우리, 생태발자국을 줄이지 않으면 위태롭다
세계적으로 서식지 파괴는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인류와 함께 공존해 왔던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들 생명의 소멸은 인류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다행히 전 세계는 생물다양성 협약 등을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을 이해 노력하고 있다.
각 국가가 처한 현실 등을 인해 서식처 파괴는 현재에도 계속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조금 더 심각하여 세계 평균보다 훨씬 높은 약 8배의 생태발자국 크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화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서식지 파괴와 생명의 소멸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생태발자국의 크기를 줄이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은 매우 위태롭다. 경각심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서식지 파괴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주체들이 네이처 포지티브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수립 등을 통해 이에 동참하고 있지만 부족한 점들이 많다. 앞으로 국가, 기업, 시민 사회가 이 활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식지 파괴에 따른 생물종다양성 감소가 도시에 사는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