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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년, 한국은 7년째 ‘희망고문’… 무지가 만든 국가적 손실

2026-01-23 박성미 총괄

반도체는 국가전략물자이면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바로미터


반도체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할 수 없다. 스마트폰부터 자율주행차, 첨단 무기, 인공지능(AI)까지 반도체는 현대 문명의 ‘뇌’다. 미국과 중국이 천문학적 보조금을 뿌리며 자국 내 공장 유치에 혈안이 된 이유는 반도체 공급망 장악이 곧 국가의 경제적·군사적 헤게모니를 결정짓는 안보 전략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3나노, 2나노 초미세 공정의 수율을 먼저 잡는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 구조다. 팹(Fab) 하나에 30조 원이 투입되는 이 산업에서 한 발만 늦어도 수조 원의 기회비용이 공중으로 사라진다. 2026년 AI 열풍으로 반도체 시장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지금, 한국은 세계 매출 2위라는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국가적 과제를 안고 있다. .




정권은 세 번 바뀌었지만, 반도체클러스터는 7년째 아직 그 자리


한국의 반도체 행정은 7년째 ‘희망 고문’ 중이다. 2019년 3월 SK하이닉스의 용인 입지 발표 이후 7년(82개월)이 흘렀지만 현장은 지금도 기초 공사 단계다. 반면 일본은 2021년 10월 TSMC 유치 발표 후 2년 반(28개월) 만에 공장을 완공했다. 일본 정부가 6개월 만에 인허가(Fast-track)를 끝내고 전력과 용수를 공장 입구까지 직접 끌어다 주는 동안, 한국은 ‘용인’이라는 입지의 태생적 한계에 갇혀 시간을 허비했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재인 정부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를 '용인'으로 확정했다. 반도체산업이 전략산업이고 클러스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재생에너지를 통한 RE100문제나 반도체 팹이 가져올 주민 건강에 대한 영향은 고려되지 못했다.


윤석렬 정부는 반도체클러스터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2023년 3월 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렬 정부는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며 300조 원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2023년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14년만에 4조 5800억 원이라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4년 총선을 1년 앞둔 때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그 중요하고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던 '반도체 거대 클러스터'는 아직 실체가 없다.


시점

추진 정부

주요 발표 및 사건

현 상태 (2026.01)

비고

2019.03

문재인 정부

용인 원삼면 SK하이닉스 클러스터 확정

공정률 약 15%

지자체 갈등으로 4년 허비

2021.05

문재인 정부

'K-반도체 전략' 발표 (벨트 개념 도입)

행정 절차 지연 가중

인허가 시스템 부재

2023.03

윤석열 정부

용인 남사·이동읍 삼성 국가산단 발표

공정률 0%

보상 단계 정체

2024.12

윤석열 정부

용인 국가산단 승인 및 특화단지 지정

전력망 확보 미비

송전망 10년 이상 소요

2025.06~

이재명 정부

에너지 고속도로 및 RE100 산단 강화

기존 입지 관성 지속

정책과 입지의 불일치


거듭되는 논쟁, 반도체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정치 셈법


2026년 1월 15일, 서울행정법원은 환경단체가 제기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계획 승인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승인이 적법하다고 봤지만, 온실가스 감축 계획 등 기후변화 영향평가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이 판결을 기점으로 정치권의 논쟁은 극에 달하고 있다.


 2025년 12월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균형발전에 우리 기업들이 기여를 해 주면 좋겠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서 그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 달라"고 발언했다. 사진 연합뉴스
 2025년 12월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균형발전에 우리 기업들이 기여를 해 주면 좋겠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서 그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 달라"고 발언했다. 사진 연합뉴스

2025년 12월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균형발전에 우리 기업들이 기여를 해 주면 좋겠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서 그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 달라"고 발언했다. 반도체 거대클러스터의 입지에 대한 최초의 언급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초대장관은 2025년 12월 26일 CBS 라디오에서 "전기가 생산되는 곳(호남 등)으로 기업이 가야 한다"며 사실상 용인 산단의 입지 재검토를 시사해 논쟁의 불을 지폈다. 야당인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NS를 통해 '지반 안정성'과 '1시간 대응 거리' 등 7가지 이유를 들며 용인 사수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싱가포르 해안 매립지 팹의 성공 사례조차 모르는 토목 기술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용인 지역구 의원인 이언주·이상식·손명수·부승찬 의원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전 논의는 국가 경제를 흔드는 행위"라며 배수진을 쳤다. 여기에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입지 선택은 기업의 몫이지만,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새만금이 RE100 시대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새만금 유치를 주장했다.


공정률 0%, 아직 늦지 않았다


입지 재설계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매몰 비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용인 국가산단은 현재 공정률 0%다. 이제야 토지 보상을 논의하는 단계로, "되돌릴 수 없다"는 주장은 허구에 가깝다. 오히려 용인 고수를 위해 전력망 구축에만 추가로 투입될 혈세가 73조 원에 달하며, 완공까지 10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미 기초 공사가 진행된 SK하이닉스 1기 팹은 용인에서 마무리하되,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삼성 국가산단과 SK의 후속 계획을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권으로 전략적 피벗(Pivot)하는 것은 상황을 직시하는 과학적 선택이다.


SK하이닉스의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모습.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모습. 사진 SK하이닉스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 공세는 멈춰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탄소중립 목표와 RE100 수출 기준, 그리고 주민 건강을 동시에 고려한 숙의와 합의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에너지 고속도로’ 철학이 말뿐인 수사가 되지 않으려면, 전기를 생산하는 호남에 공장을 지어 지역 소멸을 막고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일본은 2년 만에 해낸 일을 우리가 7년째 못 하고 있는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치가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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