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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북ㅣAI 제국주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2025-07-25 박옥균 객원기자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임명된 하정우와 AI 박사 한상기가 쓴 『AI 전쟁 2.0』의 서평. 책은 대한민국판 AI 국정 전략서다. 책에서 주장하는 소버린 AI는 한국 출신의 글로벌 기업 하나만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해서 국민의 데이터 주권, 시민의 공평한 접근권이 보장되는 AI로, 데이터를 거의 공짜로 쓰고 돈 많은 특권층만을 위한 AI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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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균 리더스가이드 대표

독자의 길라잡이라는 뜻의 리더스가이드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책을 만들고, 소개하고,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에서 ‘과학’과 ‘교육’을 공부했다. 중학교에서 3년 동안 과학을 가르쳤고, PC 통신 ‘하이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2년부터 ‘리더스가이드’를 창립해 도서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공부하면서 도서 7만여 종에 대해 빅데이터 작업을 진행했다. 빅데이터 관련 특허 두 건(‘도서 관리 시스템 및 도서 관리 방법’, ‘집단 지능을 이용한 상품 검증 방법’)을 등록했고, 데이터 교육과 관련한 자문과 최신 흐름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전에 쓴 책으로는 『수학은 스토리다』(2023),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데이터 이야기』(2022)가 있다.

블로그 리더스가이드 / 홈페이지 www.readersguide.co.kr / 서점 알지책방


AI가 펼치는 세계는 '논픽션'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AI라는 유령이, 전 지구에 떠돌고 있다.” 공산당선언 문구의 일부를 AI로 대체했지만, 내용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선언 당시에 일반인들에게는 조금은 막연했던 ‘공산주의’는 그 후 100년 넘게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막연한 느낌을 주는 AI는 향후 100년 넘게 세계를 바꿔 갈 것이다. AI는 유령처럼 다가왔지만, 거대한 해일처럼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전에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일들이 불과 몇 년 사이에 하나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의 충격이 10년도 가기 전에 인간만큼 똑똑한, 아니 인간보다 똑똑한 AI들이 나타났다. 매일 변화가 일어난다. 이제 AI가 펼치는 세계는 ‘픽션’가 아니라 ‘논픽션’이다.


AI가 공산당선언과 다른 점이 있다면, AI는 소수에 의해서 선언되고 진행될 뿐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공산당선언이 ‘착취받는’ 노동자들에게 무기가 되었다면, AI는 ‘초’거대기업과 ‘초’강대국만이 가질 수 있는 무기라는 점이다. AI를 가진 초강대국은 그 자체로 ‘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로 ‘대동아공영’이나 ‘아리안 민족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며칠이면 끝낼 수 있다. AI를 갖춘 드론들은 전파 방해가 필요 없다. 알아서 ‘타겟’들을 찾아내고, 전술 모형을 짜고, 목표한 만큼 ‘알아서’ 피해를 준다. 사람을 포함한 상대방의 핵심 전력을 파괴하는 데 큰 자원과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AI의 '자국 주도권'에 올인하고 있다


핵무기만큼 강력하지만 핵무기와는 다르다. 핵무기는 만들어진 후, 시간의 간격을 두고 몇 개의 나라가 개발에 성공했고 일본의 핵 폭격으로 그 위험을 너무 잘 알기에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AI는 갑작스럽게 그리고 너도나도 앞다투어 개발하며 뒤죽박죽이다. 처음에 나왔을 때는 AI(기계)와 인류만 잘 다루면 된다는 ‘낙관적인’ 관점이 있었다. 그래서 2023년 11월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AI 안정성 정상회의가 열렸다. 그 후 2년도 지나지 않아 일부 국가들은 AI로부터의 안전(safety)보다 ‘국가 안보(security)’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은 공동선언에서 빠졌다. 국가별로 자원, 인재 쟁탈전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결과가 불분명함에도, 일단 ‘자국 주도권’에 올인하고 있다.


하정우·한상기 지음, 『AI 전쟁 2.0』, 한빛비즈, 2025.6
하정우·한상기 지음, 『AI 전쟁 2.0』, 한빛비즈, 2025.6

대한민국판 AI 국정 전략서


한국의 AI는 영국을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소버린(sovereign 주권자/영국의 화폐 단위)’ AI라는 표현은 영국에서 처음 이야기가 나왔다. 주권 AI, 왠지 그럴듯하다. 한국 AI의 방향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네이버에 있다가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임명된 하정우이다. 하정우와 AI 박사 한상기가 함께 쓴 책이 『AI 전쟁 2.0』(한빛비즈)다. 책에서는 AGI(범용 인공지능) 현실화로 총성 없는 AI 전쟁에 돌입한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을 이야기한다. 논증적 사고가 가능한 거대 리즈닝 모델 등장, AGI의 빠른 현실화 등 AI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을 포착하고, 미국·중국·EU·중동 등 각국의 치열한 AI 지정학적 경쟁을 조망한다. 실리콘밸리 빅테크와 중국 AI 기업들의 속도전을 분석하고 국내 AI 생태계의 걸림돌을 다룬다. 실질적으로 AI를 둘러싼 글로벌 정치·경제·산업 패권 경쟁을 분석하며 ‘대한민국판 AI 국정 전략서’라고 할 수 있다.


국가 주도가 가져올 문제는 없는가?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소버린’이 맞는가는 이제부터 검증이 필요하다. 마치 제국주의 전쟁에 민족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애국적’으로 들리기에 정서적인 거부감은 덜하다. 다만 오픈소스 개발로는 안 되는가? 100조 원을 투자한다고 실효성이 있는가? 국가 주도가 가져올 문제는 없는가? 이에 대해 책에서 보이는 하정우의 답은 논리적 근거가 박약하게 느껴진다. 은연중 자신과 네이버의 클로바X의 주도성이 엿보일 뿐이다. 네이버는 예전의 벤처가 아니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일 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하정우 비서관이 책임지고 진행한 AI 개발의 결과물 ‘클로바엑스’는 최상급 AI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항제철식 국가 개입? 김대중 정부식 벤처 육성?


엄청난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실패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프로젝트라 국민이라면 민감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일단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소니를 중심으로 세계 전자산업을 이끌던 일본이 IT 후진국이 된 이유는 국가 주도라는 문제가 있었다. MS의 운영체제를 쓰지 않고 자국이 개발한 OS를 쓰면서 컴퓨터 산업에서 후진국이 되었다. 김대중 정부가 직접 개입 방식보다는 여건 조성을 통해 수많은 벤처를 육성하면서 IT강국으로 발전했던 경험도 있다. 물론 그때와 다른 점은 당시는 소프트웨어 개발만 잘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엔비디아의 GNU칩과 이를 구성할 클라우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이 다르다. 국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면 일반 기업들은 시작도 못하는 것들이다. 그런 면에서 AI 개발 방향을 정하는 데, 포항제철식 ‘기간 산업의 뿌리’를 직접 국가가 만들어갈 것인가, IT시대 방법으로 국가는 마당을 깔아주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 되고 있다.


오픈소스와 중립 국가들의 연대라는 방향


새로운 방법도 있다. 책에도 잠깐 나오지만 오픈소스와 중립 국가들의 연대라는 방향은 덜 위험할뿐더러 올바른 방향이기도 하다. 메타와 딥시크는 오픈소스를 선택해 자기 모델을 공유하고 있다. 하정우는 이전의 오픈소스와는 다를 뿐만 아니라 실제 개발에 쓰기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장점을 확장할 방법을 찾기도 전에 결론부터 준비한 듯 싶다. 오픈소스가 아니었다면 한국은 IT강국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리눅스와 Mysql로 대표되는 인터넷 서버와 DB는 모두 오픈소스로 열려 있었기에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오픈소스의 정신은 공공자산을 사적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현재의 ‘소버린’ AI는 한국 출신의 글로법 기업 하나만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혀 ‘소버린’하지 않을 수 있다.


국민의 '데이터 주권', 시민의 공평한 접근권


엔지니어 출신인 하정우가 간과하는 점이 있다. 왜 엔비디아의 주가가 세계 5위 국가인 영국의 GDP를 넘어설 수 있는가와 AI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는 비용이 1천 억 원을 넘어설 수 있느냐는 문제다. 가공하는 도구인 칩만 있으면 상대적으로 다른 비용은 적게 들기에 엔비디아의 칩가격이 하늘을 뚫고 있다. ‘데이터’를 거의 공짜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주인이 있다. 하지만 주인들은 너무 갑작스럽고 은밀하게 옮겨지기에 자기 데이터가 도둑질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또 하나는 AI 기업의 엄청난 기대 이익이다. 투자 기업들은 이미 100조 이상을 쏟아부었으니 그 돈을 회수할 방법이 필요하다. 바로 돈 많은 사람들이 대상이다. 그들에게는 일반인에게 주는 정보보다 훨씬 돈이 되는 AI를 제공한다.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며 AI 기업과 억만장자들은 점점 더 돈을 벌어 ‘특권층’이 되어갈 수 있다. 이런 뻔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데이터에 정당한 비용을 청구하고, 공정한 접근권을 확보할 방법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하정우 비서관이 ‘주권’을 이야기할 때, 국민의 ‘데이터 주권’을 이야기하고, 시민의 공평한 접근권을 전제에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소수의 AI 엘리트와 억만장자들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영화’는 논픽션이 아닌 ‘픽션’으로 끝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민들이 주권의식을 가지고 AI가 바꾸는 세계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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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Jul 28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에 대한 항간의 우려가 큰 건 일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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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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