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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북ㅣ우리는 어떻게 쿠팡의 노예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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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5 박옥균 객원기자

쿠팡의 저가 전략과 구독 서비스가 소비자를 종속시키는 과정을 분석한다. 입점업체 수수료 인상, 경쟁을 통한 배달 노동자 저임금 구조, 개인정보 보안 문제 등 독점 플랫폼의 폐해를 지적하고 알고리즘 편견이 만드는 불평등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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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균 리더스가이드 대표

독자의 길라잡이라는 뜻의 리더스가이드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책을 만들고, 소개하고,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에서 ‘과학’과 ‘교육’을 공부했다. 중학교에서 3년 동안 과학을 가르쳤고, PC 통신 ‘하이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2년부터 ‘리더스가이드’를 창립해 도서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공부하면서 도서 7만여 종에 대해 빅데이터 작업을 진행했다. 빅데이터 관련 특허 두 건(‘도서 관리 시스템 및 도서 관리 방법’, ‘집단 지능을 이용한 상품 검증 방법’)을 등록했고, 데이터 교육과 관련한 자문과 최신 흐름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전에 쓴 책으로는 『수학은 스토리다』(2023),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데이터 이야기』(2022)가 있다.

블로그 리더스가이드 / 홈페이지 www.readersguide.co.kr / 서점 알지책방


싼 것을 사는 것으로 '노예'가 된다


우리는 대부분 노예가 전쟁이나, 노예인 부모 때문에 된다고 생각한다. 돈도 노예가 되는 원인 중 하나이다. 조선 시대에 먹고 살기 힘든 농민들 중에 병에 걸리거나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경우 남의 집 머슴살이를 자처하는 경우가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함에도 당장 급한 사정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에서 돈의 영향력은 더 지속적이고 구체적이고 집요하다. 그래서 필수품을 싸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보다 앞서는 행동 규칙이 된다.


파격적으로 가격이 싼 상품, 그리고 배송료 무료가 가능한 구독 서비스는 처음은 신선하게 점점 고착으로, 향후에는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 준다. 우리는 그 틀에 갇혀져 간다. 싼 것을 사는 것이 어찌 ‘노예’와 관련이 있을까 싶을 수 있다. 조금 더 큰 그림을 보자.


판매가 잘 되면, 입점 수수료가 올라간다


쿠팡은 10년 동안 적자였다. 적자를 메꾼 것은 미국 펀드들과 손정의 등 거대 투자자들이 만들어 준 돈이었다. 소비자들은 쿠팡이 손해 보는 동안 어느 정도 이익을 보았다. 쿠팡은 나중에 더 큰 이익을 수십 년 동안 가져갈 수 있다고 기대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쿠팡은 2024년 2조3천 억을 순이익으로 벌어들였다.


적자에서 탈출하자마자 기하급수적으로 수익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워낙 비밀이 많은 곳이라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지만, 극대화되는 이익의 뿌리가 되는 몇 가지 단초를 볼 수 있다. 쿠팡에 입점한 중소기업들은 판매가 잘 되면, 수수료가 올라간다. 또 광고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잘 팔릴수록 더 비싼 광고비를 내도록 유도된다.


소비자가 많이 산 좋은 물건을 공급하는 업체라면, 쿠팡이 고맙다고 장려금을 주어야 할 것 같은데, 정반대다. 조금 잘 팔릴 물건들은 직접 자체 브랜드로 제작해 화면 맨 위에 놓는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재도 받았다. 또 높은 이자로 업체들에 대출한다. 50일 이후에나 주는 상품 판매금을 쿠팡은 담보로 돈을 빌려 준다. 물론 10퍼센트는 한 달 안에 갚아야 한다.


불필요한 지출이지만 할인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공급 업체로부터 뺏은 이익이 소비자한테 간다면 다행이겠지만 쿠팡의 순이익이 보여 주듯이 그렇지 않아 보인다. 온갖 광고로 소비자를 유혹할 때와 지금은 다른 모습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잡은 물고기를 위해 미끼를 준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소비자에게 바로 이익을 뺏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독서비스 자체가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한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임에도 다른 사람보다 싸게 배송 혹은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구독이 유도된다. 선택을 한 것인지 선택당한 것인지 불분명한 혼동을 일으킨다.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 할인 제공, 그 후 쿠폰 등으로 이어지면 불필요한 지출보다 받은 할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혼동도 생긴다.


독점화된 플랫폼은 시한폭탄


쿠팡은 두 가지 모델, 미국의 아마존을 원형으로 하고 중국의 알리바바를 보조 모델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은 최근 10만 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거대 유통플랫폼의 해고는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미친다. 구글 AI 재미나이는 “거대 유통 플랫폼의 대규모 해고는 해당 산업뿐만 아니라 전체 고용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실업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한다. 경기가 불안할수록 더 싼 유통을 찾게 되며 해당 플랫폼에 더 종속된다. 독점화된 플랫폼은 시한폭탄처럼 나라의 경제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


배달 기본 단가는 낮추고, 옵션 지불로 배달 경쟁을 붙인다


이를 두고 지나친 비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 가입부터 구매, 충성도 등은 소비자가 직접 ‘선택’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다. 쿠팡이 돈과 함께 ‘잡아 채는’ 알고리즘을 살펴보자. 쿠팡은 처음에는 배달은 무료로 하면서도 배달하는 사람들에게 높은 단가를 쳐주며 소비자와 배달 노동자들을 끌어들였다.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서서히 변한다.


무료 배송은 회원제 구독서비스로 바뀌고, 배달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 단가를 낮추고 옵션이라는 이름의 경쟁 단가를 지불한다. 건마다 평균 배달 단가로 주지 않는다. 기본 단가는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고 옵션 금액을 지불하는 형태가 늘어간다. 몇 건을 더 하면 지불되는 ‘옵션’이라는 당근이 주어지면, 갑자기 경주장에 선 동물들처럼 배달 노동자들은 마구 달려서 이익을 얻자는 심리가 작동된다.


평균 단가에 포함된 것을 이렇게 경쟁으로 붙이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쉽게 사람을 쓸 수 있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질수록 납품업체들은 쿠팡에 더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서라도 살아남으려 하고, 배달 인력에 공급이 많아질수록 더 낮은 단가와 옵션 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소비자를 새벽 배송과 구독서비스란 감옥에 갇힌 사람들로 보았다


쿠팡은 아주 많은 돈을 투자하면 아주 많은 돈을 번다는 현대 비즈니스 모델에 충실했다. 소비자들은 더 편리한 배달과 싼 가격으로 묶을 수 있었다. 문제는 돈만 바라봤다는 점이다. 보안 문제가 있음에도 중국 상하이에서 알리바바 출신의 개발자들을 모아, 직매입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목표만 보았다. 대한민국 성인 인구의 75%가 회원이 되어, 한 나라의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의 보호는 보이지 않고, 그저 소비자 집단으로만 보였다. 그것도 새벽 배송과 구독서비스로 벗어나지 못할 감옥에 갇힌 사람들로 보았다.


미국 제이피 모건은 “한국인들은 개인 정보에 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쿠팡 외에 대안이 없다. (쿠팡도 이 견해와 마찬가지인 듯 모르쇠와 버티기만 하고 있다.)” 쿠팡의 서비스가 아무리 차별화되고 편리해도 사용자들은 그저 돈을 벌어다 주는 대상인 ‘소비자’라는 편견을 깨지 않는 한 시간이 갈수록 소비자들은 불편하고 불이익이 가중될 것이다.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대량살상 수학무기』, 흐름출판, 2017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대량살상 수학무기』, 흐름출판, 2017

편견이 알고리즘과 결합되었을 때, 환상이 유포된다


쿠팡에는 소비자와 공급자 그리고 유통 노동자를 돈을 벌어다 주는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편견’이 뿌리 깊이 박혀 있다. 편견이 알고리즘과 결합되었을 때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대량살상 수학무기』(흐름출판)는 수학과 데이터, IT기술의 결합으로 탄생해 교육, 노동에서 광고, 보험, 정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불평등을 조장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알고리즘 모형을 경고한다.

쿠팡은 비즈니스 목적을 달성했을지도 모르지만, 수많은 국민을 위기에 처하도록 했다. 자신들의 왜곡된 의도는 프로그램의 실수처럼 포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쿠팡의 대체품이 없다는 ‘환상’이 유포되고 있다. 이는 쿠팡의 오만과 소비자의 종속을 심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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