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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리포트12 ⑦ 기후질병 | 기온 1도 오르면 모기는 500㎞를 이동한다

2025-08-06 김복연 기자

기온 1도 상승 시 모기 서식지가 최대 500 북상하며, 이로 인해 모기 매개 감염병의 지리적 범위와 계절성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교란이 감염병 확산의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다. 방역 기술과 개인 실천, 그리고 기후 대응·생태계 보전이 병행돼야 감염병 확산의 구조적 원인을 차단할 수 있다.



기후 조건이 방역의 지형을 바꾼다


흰줄숲모기는 뎅기열, 치쿤구니아열, 지카바이러스, 심장사상충 등의 바이러스 병원체를 전파하는 주요 매개체이다. 사진 위키백과
흰줄숲모기는 뎅기열, 치쿤구니아열, 지카바이러스, 심장사상충 등의 바이러스 병원체를 전파하는 주요 매개체이다. 사진 위키백과

폭염과 열대야가 반복되는 여름, 감염병 매개체인 모기와 진드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들의 생존 환경과 활동 주기를 변화시키며, 감염병의 계절성과 지리적 범위를 재편한다. 바이러스 자체는 국경을 넘지 않지만, 그 매개체가 활동할 수 있는 생태적 조건은 온난화에 따라 변화한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치쿤구니야열의 해외 유입 증가에 대응해 감시 체계를 강화했다. 이 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를 통해 전파되며, 현재까지 국내 감염자는 모두 해외에서 감염된 사례로 확인됐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입국자가 국내 모기에 물릴 경우, 모기가 역으로 감염되어 지역 전파가 일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인간-모기 간 역감염(reverse spillback)’ 구조다.


기온 상승이 만드는 서식지 확장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할 때 모기 서식지는 최대 500km 북상할 수 있다. 모기는 변온동물로 외부 온도에 의존한다. 일반적으로 15℃ 이하에서는 활동이 둔화되고, 25~30℃ 범위에서 가장 활발하며, 35℃ 이상에서는 생존과 번식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기온이 적정 범위에 가까워질수록 활동 가능 시간이 늘어나고 서식 가능한 지역도 확대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모기의 번식 가능 기간과 활동 시기를 늘리고, 특히 고위도·고지대 지역까지 서식 범위가 확장된다. 한반도 역시 이러한 변화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일본뇌염 매개 모기의 출현 시점은 과거보다 2주 이상 빨라졌고, 서식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경로를 만드는 건 인간


한국에서 모기 매개 감염병이 대규모로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내에 서식하는 모기 종 대부분이 아직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고, 다른 하나는 치쿤구니야열·뎅기열 등을 전파하는 주요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 등 열대·아열대권 모기나 일부 매개 동물이 국내에 정착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감염된 사람이 귀국해 국내 모기에 물리는 경우, 국내 모기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지역사회에 전파할 수 있다. 이른바 ‘인간-모기 간 역감염(reverse spillback)’ 구조다. 인간이 바이러스의 최초 운반자이자 매개체 감염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진드기 확산과 인간 간 전파


질병관리청 매개 감염병 관리 5개년 계획 보고서. 이미지 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 매개 감염병 관리 5개년 계획 보고서. 이미지 질병관리청

기온 상승은 진드기의 활동 반경도 넓히고 있다. 과거 고산지대와 산림에 국한됐던 참진드기와 활순털진드기는 평지와 도시 외곽까지 서식지를 확장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진드기 채집 빈도가 높아지고, 활동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진드기가 전파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치사율이 높고, 일부 사례에서는 의료기관 내 2차 전파가 발생했다. 감염자의 혈액이나 비말 등의 체액에 노출된 의료인이 감염된 경우다. 매개체가 진드기에서 인간으로 바뀌는 상황이다.


생활 방역의 일상화를 위한 개인과 국가의 역할


질병관리청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모기·진드기 매개 감염병 관리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AI 기반 자동 밀도 측정 장비를 확대 설치해 모기 발생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전국 거점 감시망을 강화해 고위험 지역의 모기·진드기 채집과 분석 주기를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해외 유입 감염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입국자 검역과 건강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백신 접종률 관리와 공급 체계를 안정화하며, 대국민 교육과 홍보를 통해 역감염 위험성과 예방법을 알리는 활동도 병행한다. 국가 차원의 기술·정책적 대응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개인의 생활 속 실천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감염병 전파의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개인이 수행할 수 있는 실천은 명확해진다. 해외 여행 후 발열이나 관절통,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이 발생할 경우 즉시 의료기관에 신고하고 진료를 받는 것이 기본이다. 귀국 후 일정 기간 헌혈을 피하고, 의료진에게 여행 이력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주거지 주변의 고인 물을 제거하거나 야외 활동 시 기피제를 사용하는 등의 일상적 실천은 ‘역감염’을 차단하는 중요한 방역 수단이다.



환경 파괴가 만든 구조적 위험


매개체 감염병 대응을 방역의 문제로만 한정하면, 그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더 깊은 원인을 놓칠 수 있다. 모기와 진드기의 개체 수 변화나 활동 반경 확대는 단순한 질병학적 현상이 아니라, 서식지와 먹이망이 흔들리는 생태계 교란의 결과다.


그 배경에는 기후변화와 이를 촉발한 인간의 경계 없는 활동이 있다. 산림 훼손, 도시 확장, 농지 개간, 수자원 개발과 같은 개발 행위는 매개체의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단절시켜, 그들이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도록 만든다. 여기에 기온과 습도 상승이 겹치면 번식률과 생존 기간이 증가해 감염병 확산 가능성이 커진다.


감염병은 기후 문제이자 생태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붕괴, 감염병 확산을 ‘삼중 위기(Triple Planetary Crisis)’로 규정한다. 감염병은 위생 문제이자 동시에 생태계 구성과 기후 지역의 함수다. 탄소 배출 감축, 도시 열섬 완화, 생태계 복원 같은 기후 전략은 결과적으로 감염병 리스크를 줄이는 방역 전략이 될 수 있다.

‘기후 대응이 곧 방역’이라는 명제는 장기적이고 추상적인 방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바이러스 확산 경로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생존 가능한 조건을 줄이는 것은 감염병 예방의 본질적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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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8월 11일

기후변화는 감염병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기후대응과 생태계보전이 곧 방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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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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