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유입 | 수입·밀수된 외래 반려동물 방사, 생태계 위협 심화해
- Theodore

-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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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8 최민욱 기자
수입되거나 밀수된 외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행위는 국내 생태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한때 가정에서 사랑받던 동물들이 야생에 방치되면서 토종 생물과 서식지를 파괴하고, 나아가 인간 사회에까지 보이지 않는 위협을 가하는 존재로 변모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무책임함을 넘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확산하는 구조적 위험이다.

국경건너 버려진 반려동물, 한국 생태계를 잠식하다
이색 반려동물의 유기는 이미 국내 자연에 깊숙이 침투한 현실적 위협이다. 2023년 국립생태원의 조사 결과는 문제의 심각성을 명확히 보여 준다. 당시 조사에서 붉은귀거북, 노란배거북, 리버쿠터 등 애완용으로 수입된 7종의 외래 거북 812개체가 발견되었다. 이 중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는 이미 국내 하천과 호수에 완전히 정착하여 자연 번식을 시작한 단계에 이르렀다. 이는 외래종의 침입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스스로 개체군을 유지하며 확산하는 지속적인 위협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발견된 외래 거북 모두가 본래 반려동물로 국내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동물을 수입하고 판매하며 소유하는 전 과정에 걸친 시스템의 실패에서 비롯되었음을 시사한다. 단일 종의 특성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외래종이 반복적으로 유기되어 생태계에 편입되는 구조적 문제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강과 호수를 장악한 외래 거북의 위협

붉은귀거북은 외래종 침입의 상징적인 사례이다. 2001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4년이 지난 현재까지 개체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80년대 저렴하고 키우기 쉽다는 이유로 애완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일부 종교단체의 방생 행사를 통해 대량으로 자연에 유입된 것이 확산의 주된 원인이었다. 붉은귀거북은 강력한 번식력과 적응력을 바탕으로 토종 어류와 양서류를 무차별적으로 포식하여 수중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파괴한다. 또한 토종 거북인 남생이와 서식지를 두고 경쟁하며, 교잡을 통해 유전적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원시에서 284마리, 안산시에서 70여 마리를 포획하는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퇴치에 나서고 있지만, 35년이 넘는 긴 수명과 뛰어난 환경 적응력 때문에 완전한 제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식용 가축에서 농업 해충으로 전락한 뉴트리아

포유류 중 유일하게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뉴트리아는 실패한 경제 정책이 초래한 생태 재앙이다. 1980년대 모피와 식용을 목적으로 국내에 도입되었으나, 낮은 수익성과 설치류 식용에 대한 문화적 거부감으로 관련 산업은 실패했다. 이후 사육을 포기한 농가들이 뉴트리아를 그대로 방치하거나 자연에 방사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국내에는 마땅한 천적이 없어 뉴트리아 개체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뉴트리아는 벼, 채소 등 농작물을 가리지 않고 먹어치워 막대한 농업 피해를 유발하고, 굴을 파는 습성으로 제방이나 관개 시설을 훼손하기도 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으로 지정할 만큼 그 피해는 심각하다.
아마존 포식자부터 미국 가재까지 수중 생태계의 교란

외래종 침입은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2015년 강원도의 한 저수지에서 아마존의 육식어종인 피라니아와 레드파쿠가 발견된 사건은 큰 충격을 주었다. 이는 관상용으로 기르던 위험한 포식자마저도 무책임하게 방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사례이다. 한편, 조용한 침입자도 있다. 미국가재는 관상용 혹은 식용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포획된 개체 수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9,733마리에 달할 정도이다. 미국가재는 토종 가재와의 서식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뿐만 아니라, 토종 갑각류에게 치명적인 ‘가재 페스트’라는 곰팡이병을 옮길 수 있어 수중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이처럼 반려동물, 농업, 식용 등 다양한 경로로 유입된 각기 다른 생태적 특성을 지닌 외래종들은 단일한 정책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외래종이 매개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
외래종의 확산은 생태계 파괴를 넘어 인간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21세기 이후 발생한 신종 감염병의 75% 이상이 야생동물에서 유래했으며, 사스(SARS)와 메르스(MERS) 같은 질병들이 이를 증명한다. 국내에 정착한 뉴트리아에서는 사람에게 위장염이나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에어로모나스균이 검출된 바 있으며, 해외에서는 다양한 기생충과 병원체의 매개체로 알려져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최근 동물 질병의 확산 범위가 넓어지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WOAH에 보고된 동물 질병의 약 47%가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포유류에서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사례가 급증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신호이다. 이색 반려동물의 국제 거래는 이러한 질병이 국경을 넘나드는 주요 경로가 될 수 있다.
생태계 파괴가 초래하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
침입외래종이 유발하는 경제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2023년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외래종으로 인한 전 세계 연간 경제 손실이 약 530조 원에 달하며, 이 규모는 10년마다 4배씩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2004년 한 해에만 방제 비용으로 1,200억 달러를 지출했고, 중국은 2006년 기준 피해액을 144억 달러로 추산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포괄적인 피해 규모가 산정되지 않았지만, 피해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산림청은 1997년에 외래 해충 구제 비용으로만 585억 원 이상을 사용했으며, 뉴트리아와 같은 종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방제 비용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이러한 비용은 생태계가 파괴된 후 이를 복구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일부에 불과하다.
온라인 시장을 통한 이색 반려동물의 무분별한 확산
온라인 상거래의 발달은 이색 반려동물의 유입과 확산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에서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어 미국이나 영국보다 월등히 높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외래종이라면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과거 저수지에서 발견된 피라니아 역시 인터넷을 통해 버젓이 거래되던 어종이었다. 소셜미디어는 야생동물 거래의 새로운 통로가 되고 있으며, 때로는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상황을 이용해 이색 반려동물 구매를 부추기는 광고까지 등장하고 있다. 규제 없는 온라인 시장은 잠재적 위험을 품은 외래종이 아무런 제재 없이 국내로 유입되고 퍼져나가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점점 더 대담해지는 불법 밀수와 단속의 한계
합법적인 경로 외에 불법 밀수는 외래종 유입의 또 다른 주요 경로이다. 2024년,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세관에서 적발된 외래생물 밀수 규모는 137건, 33억 원어치에 달한다. 2024년에 실시된 특별단속에서는 단 6개월 만에 14명의 밀수 조직이 검거되고, 코모도왕도마뱀을 포함한 1,865마리의 외래생물이 압수되었다. 그 가치는 19억 원에 달했다. 밀수 수법은 점점 더 교묘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동물을 속옷이나 컵라면 용기 등에 숨겨 운반하는가 하면, 무료 해외여행을 미끼로 지인을 운반책으로 이용하는 등 조직적인 범죄 양상을 띤다. 이러한 불법 밀수는 생태계에 어떤 위협을 가할지 예측조차 어려운 종들을 무분별하게 들여와 관리 시스템 자체를 무력화시킨다.
유기 행위를 방치하는 법적 처벌의 공백
외래 반려동물 유기 문제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법적 처벌의 미비이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멸종위기종을 포획하거나 방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만, 생태계교란을 유발할 수 있는 일반 외래 야생동물을 유기하는 행위에 대한 명확하고 강력한 처벌 조항은 부재하다. 이 법적 공백은 외래 반려동물 소유자에게 유기 행위에 대한 낮은 위험 부담을 안겨준다. 생태계에 미치는 잠재적 파급효과가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유기 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여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행 법체계는 이미 가치가 입증된 토종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새로운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는 한계를 보인다.
사전 예방으로 전환하는 한국의 외래종 관리 정책
정부는 더 이상 사후 대응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사전 예방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을 중심으로, 국내 유입 시 생태계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생물을 ‘유입주의생물’로 지정하고 그 대상을 1,000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해당 종을 수입하기 전 생태계 위해성 평가를 의무화하여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시행되는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에서는 침입외래종의 정착률을 2030년까지 50% 이하로 낮춘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더 나아가, 안전성이 검증된 종만 수입을 허용하는 ‘화이트리스트’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문제종을 지정해 규제하던 ‘블랙리스트’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 관리에 대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시도이다.
예방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제사회의 공조
외래종 문제에 대한 사전 예방 중심의 접근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는 2030년까지 침입외래종의 유입 및 정착률을 최소 50% 줄인다는 구체적인 목표(Target 6)를 전 지구적 과제로 제시했다. 유럽연합은 이미 2015년부터 ‘외래침입종 규정’을 시행하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규정은 위해 우려 목록에 오른 동식물의 수입, 거래, 사육, 방사를 전면 금지하고, 회원국에 예방, 조기 경보, 신속 대응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한다. 호주, 독일 등 다른 선진국들 역시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위험 평가, 사전 교육,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결합한 정교한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동향은 외래종 문제의 가장 효과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해결책이 국경 단계에서의 철저한 차단에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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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침입종 중 밀수되거나 유기되는 생물들이 상당하다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