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날 특집|지구 생존의 위기는 생물다양성의 불균형… IPBES의 경고
- 2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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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7 김사름 기자
기후위기만으로 오늘의 지구를 설명할 수는 없다. 숲과 습지, 바다와 토양, 곤충과 미생물까지 이어진 생태계의 균열이 인간의 삶과 경제를 직접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를 ‘생물다양성 분야의 IPCC’로 부르는 이유를 '지구의 날'에 다시 묻는다.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 플랫폼,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 Intergovernmental Science-Policy Platform on Biodiversity and Ecosystem Services)'가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를 다루는 IPCC가 있다면, IPBES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의 위기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정책의 언어로 번역하는 대표 국제기구다.
2012년 공식 출범한 IPBES는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가 경제·식량·건강·물·기후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국제적 기준점이 돼 왔다.
자연은 더 이상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늘의 자연은 경제와 식량, 물과 건강, 기후와 재난 대응을 떠받치는 기반 자산이다. 오늘의 위기는 더 이상 ‘멸종위기종 몇 종을 지킬 것인가’에 있지 않다. 생물다양성 손실은 곧 식량 생산의 불안정, 물 부족, 감염병 위험, 토지 황폐화, 경제 손실로 이어진다.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는 2030년까지 23개 목표 달성을 제시했고, 그 핵심에는 육지와 해양의 30%를 효과적으로 보전하자는 이른바 ‘30x30’ 목표도 포함돼 있다. IPBES는 이런 국제 목표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기구다.
자연을 ‘보호의 대상’에서 ‘인간 삶과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자산’으로 재정의
IPBES의 가장 큰 의미는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꿨다는 데 있다. 이 기구가 제시한 프레임워크는 자연을 ‘보호의 대상’에서 ‘인간 삶과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자산’으로 재정의했다. IPBES 개념틀의 중심에는 자연(Nature),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혜택(Nature’s benefits to people), 그리고 삶의 질(Good quality of life)이 놓여 있다.
자연은 물과 공기, 식량 같은 물질적 자원만이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과 정신적 안녕까지 제공하며, 인간의 제도와 거버넌스는 다시 자연에 영향을 미친다는 순환 구조를 보여 준다. 사용자가 정리한 초안 역시 이 점을 중심축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프레임워크는 환경 문제를 선형적으로 보지 않는다.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오염 같은 직접적 동인이 자연과 인간 모두를 흔들고, 그 영향은 지역에서 세계로 확산된다. 결국 생물다양성은 ‘환경 분야의 한 꼭지’가 아니라 경제와 보건, 농업과 물 관리, 기후 정책을 함께 묶는 기반 의제라는 뜻이다.
2024년 넥서스 평가가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생물다양성, 물, 식량, 건강, 기후는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으며, 어느 한 분야만 떼어 놓고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물다양성 위기는 멸종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IPBES가 국제사회에서 무게를 얻은 것은 잇따른 평가 보고서들 때문이다. 이 기구는 생태계 손상, 토지 황폐화, 대규모 멸종 위험, 외래침입종, 기후와 생물다양성의 복합 위기를 꾸준히 경고해 왔다.
특히 2019년 글로벌 평가 보고서는 전 세계 약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는 토지 이용 변화와 해양 이용, 농업과 어업, 산림 벌채, 기후변화, 오염, 외래침입종 같은 인간 활동과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는 자연 훼손이 경제와 식량 안보, 삶의 질 전반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2023년 외래침입종 평가도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IPBES는 외래침입종 확산으로 연간 약 423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생물다양성 손실이 추상적 환경 담론이 아니라 실질적 경제 문제라는 점을 다시 보여 준다.
2024년 넥서스 평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물 부족, 식량 위기, 감염병 확산이 서로 얽혀 있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생태계 위기는 더 이상 환경의 한 분야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위기라는 것이다.
생물다양성 보전은 사회 전반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고 있어
2026년 현재 IPBES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2030년 목표 달성을 향한 시간이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는 2050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2030년까지 23개 목표를 달성하자고 요구한다.
각국은 이미 국가생물다양성전략(NBSAP)과 이행 체계를 점검·보완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제는 선언의 시간이 아니라 이행과 성과 점검, 그리고 정책 수정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
IPBES가 최근 논의를 넓혀가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기구는 넥서스 평가와 변혁적 변화 논의를 통해 생물다양성 문제를 정부 정책만의 영역에 묶어두지 않고 있다. 기업과 공급망, 투자와 회계, 경영과 리스크 관리까지 생물다양성의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이 이제는 환경부서의 과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생태계 서비스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다
IPBES가 던진 가장 중요한 전환은 생태계 서비스를 ‘가치’의 언어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꿀벌과 같은 수분 매개체가 제공하는 농업 서비스, 숲과 습지가 흡수하는 탄소, 깨끗한 물과 토양이 주는 혜택은 모두 경제를 떠받치는 실질적 기반이다.
IPBES는 이러한 자연의 기여를 경제 지표와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자연을 훼손하면서 성장한 경제는 결국 자신이 의존하는 기반을 갉아먹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도 시사점이 크다. 생물다양성은 더 이상 ‘개발과 보전의 균형’이라는 익숙한 문장으로 다룰 수 없는 의제가 됐다. 산림은 탄소흡수원이자 물 순환과 재해 완충의 기반이며, 습지는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조절하는 자연 인프라다.
수분 매개체의 감소는 농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외래침입종 확산은 생태계는 물론 공중보건과 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연은 보호의 대상이기 전에 국가 경제와 사회 안정성을 떠받치는 자산이라는 IPBES의 메시지는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생물다양성 위기 앞에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 역시 IPBES의 바깥에 있지 않다. 2010년 부산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UNEP) 회의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에 대한 과학적 평가를 정책과 연결할 국제기구의 필요성을 본격화한 계기였다.
이후 한국 연구자와 기관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가와 지식·데이터 관리 지원 등에서 기여해 왔다. 이는 한국이 단지 국제 보고서를 읽는 수용자가 아니라, 생물다양성 과학정책 형성에 일정 부분 참여해 온 당사국이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따로 다루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산불과 가뭄, 홍수, 농업 생산성 저하, 감염병 위험, 물 부족은 모두 생태계 건강성과 연결된다.
IPBES가 국제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연을 보전하는 일은 윤리적 선택이 아니라 경제와 식량, 건강, 국가 안정성을 지키는 현실적 전략이라는 것이다. '지구의 날'에 IPBES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생물다양성 위기는 이제 환경의 변방이 아니라, 지구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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