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리포트12 ⑫ 생물다양성 | 사라지는 해양 생명, 한반도 전체에 충격 가져와
- Theodore

- 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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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1 최민욱 기자
기후변화가 해양 생태계의 구조 변화를 유발하며 생물다양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한반도 주변 해역은 전 지구 평균보다 높은 수온 상승률을 기록하며, 이 변화가 어종 분포, 먹이 사슬, 수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과 대응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해양 생태계의 경제적 가치와 전 지구적 위기
해양은 식량과 일자리, 물류와 탄소 흡수 등 인류 생존을 떠받치는 기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 해양 경제의 연간 부가가치를 약 1조5천억 달러로 추정하며, 세계자연기금(WWF)은 생태계 서비스까지 포함할 경우 최소 2조5천억 달러로 계산한다. 인간 활동이 이 가치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 어류 자원의 35.5%가 과잉어획 상태라고 보고한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지구 해양의 66%에서 남획, 오염, 서식지 파괴, 기후 스트레스가 동시에 작용해 누적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해양 산소는 1960년대 이후 약 2% 줄었고, 표층 해수의 수소 이온 농도 지수(pH)는 10년마다 0.02 정도 낮아졌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 경산호 피복률은 14% 감소했으며, 최근에는 네 번째 전 지구적 백화가 발생해 산호초의 84%가 열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러한 변화는 종의 생존을 직접 위협한다. IPBES는 약 800만 종의 생물 가운데 최대 100만 종이 수십 년 안에 멸종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1천만 년 평균보다 수십 배 빠른 속도다. 해양 생물다양성의 손실은 개별 종의 문제가 아니다. 탄소 저장 능력을 가진 연안 생태계가 붕괴하면 대기 중 온실가스가 더 많이 남아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되먹임 고리를 만든다. 따라서 해양 위기는 경제, 생태, 기후를 동시에 흔드는 구조적 위기로 다뤄져야 한다.
한반도 해역의 급격한 온난화와 생태계 변화
한반도 주변 해역은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영향을 압축해서 보여 주는 지표 지역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 57년간(1968~2024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5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상승 폭인 0.74℃의 두 배를 넘는 수치로, 한국 해역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해역별로는 동해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동해 표층 수온은 2.04℃ 상승했으며, 연구자들은 대마난류 강화와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성층 강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 성층은 따뜻한 표층수와 차가운 심층수가 뒤섞이는 것을 막아 산소와 영양분의 심해 공급을 차단한다. 이로 인해 동해 아표층(수심 100m)의 수온은 같은 기간 1.11℃ 낮아져, 표층과 심층의 수온 차가 뚜렷하게 벌어졌다.
이러한 물리적 변화는 해양 생태계의 생산성을 약화시킨다. 식물플랑크톤 양을 나타내는 클로로필-a 농도는 2003년 이후 위성 관측에서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2024년 생산력은 전년보다 21.6%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해양 생태계 전체의 에너지 공급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어종 분포 변화와 수산업의 구조 조정
해수온 상승은 한반도 주변 해역의 어종 분포를 근본적으로 바꾸며 수산업 구조에도 직접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 주요 어획 대상이었던 한류성 어종은 줄고, 아열대성 어종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과거 동해의 대표 어종이던 명태는 수온 상승으로 서식지를 잃으면서 자원 고갈 상태에 이르렀다. 현재 명태는 거의 어획되지 않는다. 한국의 대표적인 오징어 어종인 살오징어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2000년대 초반 연간 20만 톤을 넘던 어획량은 2022년 약 3만7천 톤, 2023년에는 2만3천 톤 수준으로 줄어 90% 가까이 폭락했다. 한때 ‘울릉도 오징어’로 상징되던 동해의 주요 어장은 사라지고, 남해와 서해가 새 어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사라진 한류성 어종의 빈자리는 난류성 어종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방어, 전갱이, 삼치 같은 아열대성 어종의 어획량은 지난 40년 동안 꾸준히 늘었다. 이는 한반도 해역 생태계가 온대성에서 아열대성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객관적 지표다.
수온 상승의 영향은 어획뿐이 아니라 양식업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에는 9월 하순까지 고수온이 이어지면서 양식업계 피해가 1430억 원에 달했다. 집계 이후 최대치로, 어류뿐 아니라 굴, 피조개, 멍게 등 저온에 민감한 패류와 기타 양식 생물이 대량 폐사했다. 그 결과 연근해 어업 총생산량은 1980년대 151만 톤에서 2024년 84만 1천 톤까지 감소했다.
복합적 위협 요인 탈산소화와 오염
기후변화는 해수온 상승뿐 아니라 해양 탈산소화, 해파리 대량 발생, 미세플라스틱 오염 같은 복합적 위협을 통해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수온 상승으로 강화된 성층은 표층 산소가 심층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 해수 내 용존산소를 줄인다. 그 결과 생물이 살기 어려운 저산소·무산소 수역, 이른바 ‘빈산소수괴(Dead Zone)’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 무산소 수역은 4배나 늘었으며, 국내 진해만에서는 지속 기간이 과거 3~4개월에서 최근 5~6개월로 길어졌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특정 종의 번성을 유발하기도 한다. 해파리는 따뜻한 수온과 낮은 산소에 강한 내성을 가진다. 경쟁 어종과 포식자가 남획으로 줄어든 상황도 겹치며 번식에 최적 조건을 갖췄다. 노무라입깃해파리 같은 대형 해파리의 대량 출현은 어구 파손과 어획물 품질 저하를 일으킨다. 발전소 냉각수 취수구를 막거나 해수욕객을 쏘는 사고로 사회·경제적 비용도 발생시킨다.
국제 사회의 대응과 30×30 목표
가속화되는 해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구체적인 보전 목표와 법적 규범을 마련하고 있다. 핵심 전략 중 하나는 ‘30×30 목표’다. ‘30×30 목표’는 2022년 몬트리올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unming-Montreal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의 세 번째 행동 목표(Target 3)로,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상과 해양의 최소 30%를 효과적인 보호구역 또는 지역 기반 보전 조치 아래 관리하자는 합의다. 이는 생물다양성 보전과 생태계 회복력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최소 공간으로 국제사회가 설정한 기준이다.
또 다른 중요한 진전은 2023년 유엔에서 채택된 ‘공해 생물다양성 협정(Agreement on the Conservation and Sustainable Use of Marine Biological Diversity of Areas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BBNJ 조약)’이다. 지구 바다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공해는 국가 관할권 밖에 놓여 있어 법적 공백이 존재해 왔다. 이 조약은 공해상 해양보호구역 지정, 개발 행위의 환경영향평가 의무화, 해양 유전자원 접근과 이익 공유, 기술 이전과 역량 구축 등 종합적 틀을 포함한 최초의 국제 법적 장치다. 조약이 발효되려면 60개국의 비준이 필요하며, 대한민국은 2025년 3월 세계에서 21번째로 비준을 완료해 동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의 비준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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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도 국제적 흐름에 맞춰 국가적 목표를 설정했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우리 해양 면적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30×30 목표’ 달성을 위해 단계적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보호구역은 전체 해역의 약 1.8%에 불과하지만, 2025년에는 제주 관탈도 주변 해역(1000㎢) 과 격렬비열도 주변 해역(1600㎢) 을 대형 해양보호구역으로 신규 지정할 계획이다. 두 구역 모두 1000㎢ 이상으로 지정되며, 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대규모 해양보호구역이다. 이러한 확대 조치는 국제적 합의에 부응함과 동시에, 연안 어업 보호와 해양 생태계 회복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지구표면에서 바다가 육지의 2배인데, 육지에 비해 관심은 훨씬 덜 한것 같습니다.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은 공해는 더욱 그렇습니다. 육지라도 제대로 하자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바다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영역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