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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인프라, 숲 | 탄소크레딧 거래 시장의 승패는 정밀한 데이터와 공개된 검증 체계

2025-10-16 최민욱 기자

산림을 활용한 탄소 상쇄 사업(산림 탄소크레딧)이 그린워싱 논란에 직면했다. 자발적 탄소시장(VCM)은 기업 등이 법적 의무 없이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크레딧을 구매·폐기하는 구조다. 그러나 최근 다수 프로젝트의 실제 감축 효과가 미미하거나 아예 없다는 리포트들이 이어지면서 시장 전반의 신뢰성이 흔들린 것이다. 신뢰성 훼손에도 불구하고 기후 인프라로서 산림의 가치는 변함없다. 이에 업계와 국제사회는 강화된 기준과 최신 기술을 통해 탄소크레딧의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ChatGPT 이미지생성. 프롬프트 작성. 플래닛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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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크레딧 신뢰성에 드리운 그린워싱의 그림자


숲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핵심적인 자연 기반 인프라이다. 그러나 숲을 보전하기 위해 민간 자본을 동원하는 핵심 시장 메커니즘인 자발적 탄소크레딧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실제 기후변화 완화 효과가 없는 유령 크레딧과 기업의 그린워싱 논란이 확산되면서 시장 전체가 의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특히 산림을 통한 탄소상쇄(REDD+) 프로젝트들이 집중 포화를 맞았다. 2023년 가디언·다이차이트의 리포트에 따르면, 최대 인증기관 베라(Verra)가 발행한 산림 탄소크레딧의 90% 이상이 실제 감축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대표 사례로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카리바 REDD+ 프로젝트는 10여 년간 3600만 톤의 크레딧을 발행했지만, 탄소크레딧 과대 발행과 지역 환원 부실, 운영사 횡령 등 각종 문제가 드러나 사업이 중단됐다. 조사 끝에 이 프로젝트에서 발행된 1500만 톤 넘는 크레딧이 취소되었고, 개발사는 “더는 믿을 수 없다”며 베라 인증을 자진 철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한편 한국 산림청이 참여한 캄보디아 툼링 REDD+ 시범사업도 6년간 사업지 산림의 37%가 파괴되어 여의도 면적 24배에 달하는 숲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65만 톤 감축 성과를 홍보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대규모 산림 훼손이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산림 탄소 사업의 무결성이 의심받자, 일각에서는 선진국이 값싼 비용으로 개발도상국 숲을 이용해 상쇄권을 취득하는 ‘탄소 식민주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케냐의 한 REDD+ 사업에서는 현지 주민들이 크레딧 수익을 거의 받지 못하고 성폭력 피해까지 드러나 사업이 중단되었으며, 글로벌 기업들이 구매한 크레딧의 베이스라인 과대 산정 등 신뢰성 문제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잇따른 의혹과 실패 사례들은 산림 탄소크레딧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산림 탄소크레딧은 필요하다


산림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필수적인 자연 기반 자원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거대한 산림이 벌채되며 발생하는 탄소 배출은 전체 인위적 배출의 약 10% 내외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숲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격리한다. 이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탄소 제거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숲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사업은 탄소배출권을 창출함과 동시에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멸종 위기종 보전 등 여러 공동 혜택(Co-benefit)을 가져온다. 예컨대 아마존 같은 열대림에서 발생한 탄소크레딧 수익은 해당 숲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수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를 제공할 잠재력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산림을 살리고 파괴를 막는 것은 기후변화 완화의 핵심 전략이며, 파리협정 등 국제 체제에서도 REDD+를 통한 숲 보존이 주요 수단으로 명시돼 있다. 산림 탄소크레딧은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기후와 생태계, 지역사회에 모두 이익을 주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신뢰성이다. 이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지속되기 어렵다.


신뢰 회복을 위한 기준 강화와 투명성 노력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제 기준과 감시 체계가 강화되고 있다. ICVCM(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위원회)는 탄소크레딧의 글로벌 품질 기준인 ‘Core Carbon Principles(CCP)’를 수립하고, 기존 크레딧에 대한 대규모 재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크레딧의 32%가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상당수 프로젝트가 시장 퇴출 위기에 놓였다. 이는 ‘추가성(additionality)’ 부족, 산정 기준 과장 등의 저품질 크레딧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민간 인증기관들도 기준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베라는 산림 분야에서 기존 REDD+ 방법론을 폐기하고, 위성 기반 계측과 국가 기준선 반영 등 정량적 검증 요소를 포함한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과도한 배출 기준 설정과 감축량 과대 산정을 막고, 실측 데이터 기반의 투명한 크레딧 발행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베라는 이와 함께 문제 가능성이 제기된 프로젝트를 선제적으로 중단하고, 환경·사회적 기준에 대한 정밀 검토 절차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 기술 기준 개선을 넘어, 탄소시장 운영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흐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크레딧 사용 방식에 기준을 제시하는 민간 이니셔티브도 등장하고 있다. VCMI(Voluntary Carbon Markets Integrity Initiative)는 기업이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신뢰 가능한 방식으로 상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 기준, 보고·공시 지침, 책임 이행 원칙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로 높이는 투명성과 정확성


탄소크레딧 시장에서도 디지털 기술이 신뢰성 확보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에는 검증기관이 1년에 한두 차례 현장을 방문해 서류를 점검하는 방식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위성, 드론, AI를 활용한 모니터링이 그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예컨대 기후 테크 기업 파차마(Pachama)는 전 세계 숲의 위성·LiDAR·드론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탄소 흡수량을 추정하고, 미래 변화를 예측한다. 머신러닝을 통해 방대한 원격탐사 데이터를 처리함으로써 산림 탄소량을 정밀하게 산정하고, 불법 벌채나 산불로 인한 변화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MRV(측정·보고·검증) 체계는 사람이 일일이 측정하던 방식보다 조작 가능성을 줄이고, 검증 속도와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과 IoT 센서를 결합한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현장에 설치된 센서가 탄소 흡수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외부 개입 없이 누구나 검증 가능한 투명한 장부가 구축된다. NFT 기반 토큰화를 통해 각 크레딧의 거래 이력을 공개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기술의 발전은 기존 크레딧의 기준을 재조정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 느슨한 기준으로 발행된 크레딧의 가치는 하락하고, 최신 기술을 적용해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 프로젝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흐름이다.

탄소크레딧의 신뢰는 이제 정밀한 데이터와 공개된 검증 체계를 바탕으로 재구축되고 있다.


신뢰받는 탄소 시장 없이는 숲도, 미래도 없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감축과 함께 불가피한 배출을 상쇄할 수단이 필요하며, 그 중 하나가 탄소크레딧이다. 그러나 투명성과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상쇄는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시장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산림 기반 탄소크레딧 시장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향후 기후 대응의 성패를 가를 중대한 분기점이다. 최근 국제 기구, 기업, 기술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크레딧 품질을 높이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엄격한 기준 아래 실측 기반의 감축량 산정과 공정한 이익 배분이 이뤄진다면, 산림은 다시금 신뢰 가능한 감축 수단이자 생태계 보호의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


탄소 시장은 과거의 허술함을 반복할 수 없다. 신뢰 기반의 설계 없이는 어떤 상쇄도 효과를 인정받기 어렵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 시장 개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전제 조건이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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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10월 22일

탄소 시장이 신뢰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만큼, 크레딧의 품질을 올리는 게 중요합니다. 이에 디지털기술과 AI가 역할을 할 거라 예상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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