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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날 풍경ㅣ다문화, 그리고 중국 혐오

2025-04-17 최은

다문화 중국인 혐오 현상, 다문화 정책 도입 20년, 한국의 다문화 현실은 실패에 가까워지고 있다. 무슬림 혐오와 중국인 혐오가 만연한 가운데, 외국인 노동력에 의지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을 다룬다.


최은 출판 기획자

지방에서 나고 자랐지만 생의 절반 이상을 서울시민으로 살고 있다. 사회생활은 노동계에서 시작했고, IT업계를 거쳐 몇 권의 책을 기획했다. 어쩌다 보니 10년째 야간 노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난다.

다문화 정책이 도입된 지 20년


2000년대 초반, 거의 20년쯤 전에 잠깐 외국인노동자운동에 관여한 적이 있다. 당시에 이미 ‘다문화정책’에 대한 여러 논의를 통해 국적과 영주권, 비자에 관한 기본적인 틀이 마련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한국자본주의가 ‘고도화’되는 국면에서 저임금 3D업종을 중심으로 인적 자원이 크게 필요하다는 것. 농촌 청년들이 결혼할 기회를 잃고 있다는 현실. 등등의 배경으로 출발한 ‘다문화 정책’이 도입된 지 20년이 경과한 지금, 우리 한국은 매력적인 다문화국가가 되었을까?


무슬림이 불편하고, 중국인이 싫다는 생각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굳이 극우파의 감성이나 논리를 꺼내지 않더라도, 무슬림은 불편하다는 생각들(이슬람포비아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인은 싫다는 혐중정서가 일반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민 혹은 외국인노동자, 난민에 대한 이런 정서는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유럽은 무슬림 난민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미국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보수주의의 밑바닥에는 강렬한 인종주의적 혐오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극우파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있다는 현실은 어쩌면 멀지 않은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다.


독일 16%, 스페인 18%, 이탈리아 11%, 프랑스 20%, 영국 14%, 스웨덴 26%


가장 대표적인 국가인 독일을 보자. 최근 자료에 의하면, 전체 인구 8460만 명 중 약 16%인 1380만 명이 외국 출신 이민자들이다. 스페인은 4860만 명 중 18%, 이탈리아는 11%, 틈만 나면 방리외(파리 외곽의 아랍계 밀집지역) 폭동이 일어나는 프랑스는 20%, 영국은 14%. 가장 심각한 곳은 북유럽의 선진국이라는 스웨덴 26%인데, 수도인 스톡홀름은 30%를 넘는다. 그래서일까? 최근 스웨덴은 총기 살인이 급증하고, 유럽 조직폭력배의 성지가 되고 있다. 물론 나라마다 그 배경은 다르다. 프랑스는 식민주의를 청산하는 대가로 1960년대부터 대거 알제리 출신의 이민자가 몰려왔다. 독일은 좀 더 경제적 이유(심각한 노동인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한)가 컸고, 이탈리아나 스웨덴 같은 국가는 다수가 2010년대 후반부터 몰려오는 기후난민(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의)이다. 어찌됐건 무슬림들은 이미 유럽 인구의 상당 부분을 형성했지만,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유럽 백인들은 점점 더 극우파 포퓰리스트(프랑스의 국민전선이나 독일의 대안당같은)에게 표를 주고 있다. 희한하게도 기대 소득이나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난민들이 선호하지 않는 폴란드와 헝가리는 진즉에 극우파들이 외국인 혐오를 배경으로 권력을 잡고 있다.


2050년이면 미국은 비백인국가


유럽이 무슬림이민자와 난민 때문에 사회적, 인종적 분단을 겪고 있다면, 바다 건너 미국은 히스패닉(라틴계라고도 한다)에 대한 인구학적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Pew Research Center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21년 미국의 총인구는 약 3억3189만 명인데(불법 이민자를 제외하고) 백인이 1억9275만 명(58%), 히스패닉계 6253만 명(18.8%), 흑인은 3297만 명(9.9%), 아시안계 1889만 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024년의 자료들을 보더라도 대동소이하지만, 아무래도 흑백 혼혈을 포함한 흑인 인구는 12% 내외로 보이고, 아시안계는 조금 늘어서 6% 내외 정도이다. 백인들 입장에서 모골이 송연한 사실은 모든 자료가 가리키고 있는 바, 2050년이 되면 미국은 공식적으로 백인의 비중이 50% 아래로 떨어진 비백인국가가 될 것이라는 결론이다. 그래서일까? 트럼프는 올해 안에 300만 명 이상의 불법체류자를 추방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 인도와 중국 출신 이민자들이 고급 인력


OECD기준에서 공식적으로 인구의 5%이상을 외국인(이민이건, 난민이건)이 차지하는 국가는 다문화, 다인종국가이다.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들과 미국은 명백히 다문화, 다인종국가지만 중대한 차이가 있다. 양자 모두 농업, 건설업을 비롯한 노동시장의 하위 부문을 이민, 난민을 포함한 외국인노동자가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애플과 구글로 대표되는 빅테크들의 상당 부문을 인도와 중국 출신의 고급 인력이 구성하고 있다는 것. 즉 오늘날 미국의 산업적, 과학적 경쟁력을 유지시켜 주는 힘은 해외로부터의 이민자 혹은 외국인노동력에서 비롯한다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공공연히 얘기되는 ‘유럽의 몰락’과 대비되는 미국의 강력한 경쟁력의 원천을 파괴하는 것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인종주의자들(이른바 MAGA를 부르짖는)이다.


조선족 62만, 한족 31만, 베트남 27만, 태국 20만 (2023년 12월)


우리는 어떨까? 한국은 OECD기준으로 공식적인 다문화, 다인종국가의 초입에 서 있다. 2023년 12월 통계청의 공식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외국인 인구는 약 250만 명으로서 거의 5%에 달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체류자를 감안하다면, 이미 6%를 넘어섰다고 봐야 할 것이다. 조선족이 62만 명, 한족이 31만 명, 베트남 27만 명, 태국 20만 명을 필두로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사람들이 몰려와 자리 잡고 있는 국가가 한국이다.(오직 일본만이 이에 필적한다는 게 자랑인지는 모르겠지만) 영등포의 대림동에서 한국어로 된 간판은 보기 드물다. 외국인 노동자를 부리지 않고서 굴러가는 건설현장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경기도 외곽이나 지방 공단으로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는 농촌으로 갈수록 외국인 노동인력은 대체 불가능하다.


중국인 혐오의 일반화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의 현 상황은 통일되기 전 1980년대 서독과 비슷하다. 활발한 1세대 노동자가 인력시장의 중요한 축이 되고 전체 비율은 10%를 넘지 않으며, 그렇다고 고급의 인력이 대학과 산업의 견인차가 되지도 않는(미국과 다르게). 다른 점은 아직까지 무슬림의 유입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인데(이걸 다행이라 여겨야하는 건지) 우즈베키스탄 8만, 인도네시아 6만명 외에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까지 포함해도 무슬림의 숫자는 많지 않다. 아직까지는, 그래서 무슬림포비아가 아니라 중국인 혐오가 일반화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거연수원에서 2022년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다문화 유권자의 선거 참여를 위해 만든 유튜브의 썸네일. 사진_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거연수원 유튜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거연수원에서 2022년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다문화 유권자의 선거 참여를 위해 만든 유튜브의 썸네일. 사진_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거연수원 유튜브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가 10%를 넘으면, 극우파 포퓰리즘이 득세할지도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외국인 노동자(이민이든, 난민이든, 합법적인 체류이든, 불법적인 체류이든)와 그 2세대의 숫자가 인구의 10%를 넘어선다면, 지금처럼 중국계(조선족이든, 한족이든)의 유입이 지속되거나, 아니면 무슬림국가로부터의 유입이 늘어난다면, 투표권을 가진 영주권자(지방선거의 경우)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계가 된다면, 일본처럼(쌀이나 부동산 문제) 중국인들의 경제적 점유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그렇게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이런 문제를 반드시 겪게 될 것이다. 우리가 여기에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지금 유럽과 미국이 겪고 있는 혼란 속에서 비슷한 극우파 포퓰리즘의 득세를 막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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