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호의 AI와 기후 | ② 시민이 제보한 데이터, AI가 여는 재난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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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5일
- 4분 분량
기후재난 대응에 효과적인 경보 시스템으로 ‘시민의 제보’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AI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서머셋 지역과 뉴욕시의 시민 참여 기반 홍수 감시 시스템을 살펴보고, AI가 데이터를 어떻게 읽고 분석하는지 알아보고 우리나라도 적용해 보자.
2025-09-05 조인호

조인호 포스트에이아이 대표이사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Telecommunication으로 석사학위를,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Communication Studies-Organization Science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부터 오피니언라이브의 공동대표로 자연어처리와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구축 지원 사업을 주도했다. AX(AI Transformation)와 개인화 기반의 Virtual Persona를 지향하는 포스트에이아이를 설립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신산업융합대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의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기후위기 솔루션으로서 AI의 역할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미 AI는 기상 예측, 기후재난 대응, 탄소 감축, 에너지 그리드 등 기후 관련 다양한 솔루션에 쓰이고 있다. 기후 문제는 지구 상의 모든 곳, 모든 사건에 닿아 있기에 그만큼 복잡하고 다층적이어서 해결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AI와 시민의 협업을 개념화하고 알려 온 필자에게서 기후위기 솔루션으로서 AI를 활용한 국내외 다양한 사례들을 듣고자 한다. 인간과 AI의 차이점이 낳은 협력의 근거들을 찾아 '우일신又日新'해 보자.
지난 기사
시민의 제보, 새로운 안전망이 되다
도시의 위기를 누구보다 먼저 감지하는 존재는 관측소가 아닌 시민이다. 폭우로 지하차도가 잠기거나 도로가 침수될 때, 현장에 있던 시민은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담아 SNS나 신고 앱에 올린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공유가 아니라 긴급 대응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제보가 우연성을 벗어나,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안전망의 일부가 되는 구조로 제도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참여형 데이터 수집의 구조
AI와 시민의 활발한 협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지역별 온라인 커뮤니티(예: 다음 카페, 네이버 밴드, 지역 기반 커뮤니티 등)에 '안전 제보 게시판'을 설치하거나 모바일 앱을 통해 해당 지역 시민이 직접 기후재난 현황(침수, 산사태, 도로 차단 등)을 쉽게 신고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참여형 데이터 수집은 AI가 무차별적으로 SNS를 크롤링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데이터를 생산하는 확인하는 제공 데이터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은 데이터를 생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올라온 데이터를 상호 검증하며, AI는 이를 해석하고 확장하는 조력자가 된다.
해외의 시민 참여형 모델
영국 서머셋 주민들이 주도하는 지역 기반 홍수 관측 시스템, 'Community Flood Telemetry and Warning Systems'이 실시간 수위 데이터를 통해 공유한다. 자료_플러드허브
영국 서머셋(Somerset) 지역에서는 지역 기반 홍수 관측 시스템이 주민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Community Flood Telemetry and Warning Systems' 프로젝트는 주민 자원봉사자가 지역에 수위 센서를 설치하고, 이를 온라인 대시보드와 연동하여 실시간 수위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했다. 2024~2025년에는 커뮤니티 기반 강우·수위 측정기가 28개 이상 추가 설치되었고, 이를 통해 주민들은 “밤에 비가 내릴 예정이지만 센서가 경고해 줘서 안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욕시에서는 ‘플러드넷(FloodNet)’이라는 참여 기반 홍수 감시 네트워크가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저가의 센서를 지역 곳곳에 설치하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침수 현황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오픈 대시보드에 실시간으로 공개되며, 주민과 연구자, 정책 담당자가 함께 활용한다. 실제로 2023년 허리케인 ‘이다(Ida)’ 당시 플러드넷에서 수집된 시민·센서 데이터는 도로별 침수 현황을 즉각적으로 시각화했고, 이는 대피 지침과 교통 통제 결정의 근거로 사용되었다.
AI는 데이터를 어떻게 읽고 분석하는가
AI가 참여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시민이 앱 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텍스트와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AI는 이를 자동으로 수집한다. 자연어 처리(NLP)는 “도로 침수”, “지하차도 물에 잠겼다”와 같은 긴급 표현뿐 아니라, 긴급성 여부를 문맥 속에서 세분화하여 분류한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이러한 긴급성을 더 정교하게 조정해 줄 수 있다.
컴퓨터 비전(CV) 분야에서는 이미지에서 물의 높이나 차량 침수, 상황 종료 시간 등을 인식하기 위해 딥러닝 기반 모델을 활용한다. 예컨대 최근 네덜란드의 한 연구는 AI를 통해 SNS 사진만으로 홍수 수위를 천문학적 정확도로 측정하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Köhl et al., 2025).
이렇게 도출된 텍스트와 이미지 데이터는 시간·위치 정보를 결합하여 실시간 위험 지도로 가공된다. 여러 제보가 중첩될수록 그 지도의 정확도는 높아지고, 최종적으로 이 정보는 재난안전본부, 언론, 교통 당국에 공유되며, 해당 지역 주민에게는 문자와 푸시 알림으로 경보가 전파된다. 이 구조는 시민 제보 → NLP 분석 → CV 분석 → 융합 지도화 → 경보 전달이라는 순환 체계를 완성한다.
한국에서의 적용 가능성
한국에서는 이미 시민들이 SNS를 통해 현장 영상을 공유하는 문화가 상당한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다. 예컨대 2022년 강남역 침수 당시에도 시민들은 이미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상을 공유했다. 이를 활용해 “내 주변 침수 상황”을 신고할 수 있는 지역 기반 플랫폼을 도입한다면, AI를 통한 실시간 분석과 지도화가 가능해진다. 지자체는 이를 기반으로 대피 방송과 통행 통제를 결정하고, 언론은 시민 제보에 기반한 보도를 제공하며, 시민들은 스마트폰 알림을 통해 즉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체계화는 2022년 강남역 침수 사태 당시에도 수많은 영상이 올라왔지만, 체계적 분석과 대응으로 이어지지 못한 한계를 효율적으로 극복하게 해 줄 것이다.
기술의 장점과 과제
참여형 AI 경보 체계는 재난 대응의 속도와 정확성을 크게 높인다. 시민 참여를 제도화함으로써 민주적 대응 구조를 강화하고, 공공기관이 놓칠 수 있는 현장 기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신고된 데이터의 허위 여부 검증, 디지털 접근성 문제, 과도한 경보로 인한 ‘알림 피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 검증과 허위 정보 걸러내기, 사용자 친화적 알림 설계, 그리고 시민 데이터의 책임 있는 해석과 실행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결론: 참여와 기술이 만나는 지점
AI 기반 긴급 경보 체계는 기술의 진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핵심은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데이터가 생성되고, AI가 이를 분석해 실질적인 경보로 확장하는 구조다. 기후재난이 더욱 빈번해지는 미래 한국 사회에서, 시민의 제보와 AI의 분석이 결합한 참여 기반 경보 체계는 필수적인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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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호 박사의 [시민형 AI] 기사들











"도시의 위기를 누구보다 먼저 감지하는 존재는 관측소가 아닌 시민이다. 폭우로 지하차도가 잠기거나 도로가 침수될 때, 현장에 있던 시민은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담아 SNS나 신고 앱에 올린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공유가 아니라 긴급 대응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제보가 우연성을 벗어나,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안전망의 일부가 되는 구조로 제도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