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호의 시민형 AI ④ 인공지능, 물리적 현실과 만나고 사회문제 해결의 새 지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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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5일
- 5분 분량
AI 기반 ‘사회 시뮬레이션’은 현실의 복잡한 사회 시스템과 인간 행동을 컴퓨팅 모델로 구축하고 거대언어모델 기반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가상 환경을 다양하게 구축하고 미리 실험해 보는 것이다. ‘피지컬 AI’는 센서, 로봇 기술 등을 활용해 물리적 환경에서 생활 밀착형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사회 시뮬레이션과 시민 참여형 피지컬 AI의 결합은 실시간 정책 평가, 시민 경험 기반 문제 탐색, 현장 기반 대안 설계로 이어지는 사회적 실험과 반응의 피드백 루프를 구현할 수 있다.
2025-07-25 조인호

조인호 포스트에이아이 대표이사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Telecommunication으로 석사학위를,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Communication Studies-Organization Science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부터 오피니언라이브의 공동대표로 자연어처리와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구축 지원 사업을 주도했다. AX(AI Transformation)와 개인화 기반의 Virtual Persona를 지향하는 포스트에이아이를 설립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신산업융합대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의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이 연재를 맡은 조인호 박사는 '사회발전은 기술적 발전이 아니라 인간성의 재발견을 통해 이뤄졌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우리 사회를 '초지능사회, 인공지능사회' 등으로 규정하기에 앞서서, 기술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며, 기술의 사회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인호의 시민형 AI]에서는 그가 제안하는 '시민형 AI'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볼까 한다. 왜 시민형 AI가 필요한지, 시민형 AI의 구성 요소, 기술적 사회적 특징, 풀어야 할 과제, 구현된 사례, 유사한 기술들, 앞으로의 전망을 담고자 한다. 더 궁금한 것은 꼭 댓글로 달아 물어 보자.
지난 기사
오늘날 인공지능은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 우리 사회 의사결정 과정, 상호작용, 정보의 구성 방식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피지컬 AI(Physical AI)와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은 우리가 논하는 시민형 AI의 개념을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그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피지컬 AI와 시민형 AI를 결합해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시민 주도의 미래를 여는지를 심층 탐구해 보자.
사회 시뮬레이션, AI로 사회를 탐구하다
AI 기반의 사회 시뮬레이션(social simulation based on AI)은 현실 사회의 복잡한 시스템과 인간 행동을 컴퓨터 모델로 구축하고,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이미 구성된 가상환경에서 실험하고 예측하는 방법론이다. 이는 특정 정책이나 사회적 개입이 실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회 현상이 어떻게 복잡하게 전개될지를 미리 탐색한다. 이로써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로서 활용되고 있다.
기존 사회 시뮬레이션은 주로 통계 모델이나 규칙 기반의 에이전트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현실 반영에 한계가 있었다. 인공지능, 특히 거대언어모델 기반의 가상 에이전트(virtual agents)를 이용함으로써 이 시뮬레이션의 현실성과 예측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학습 능력을 갖추고 복잡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등, 실제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더욱 정교하게 모방하게 되었다. 스탠퍼드 HAI(Human-Centered AI) 연구팀의 연구(Park et al., 2024)는 1000명 이상의 실제 사람들의 심층 인터뷰 기록을 LLM과 결합해 AI 에이전트를 구축한 실증 사례이다. 해당 연구에서 에이전트들은 설문조사 답변을 실제 참가자와 유사한 정확도로 재현했으며, 성격 특성 예측이나 사회과학 실험 결과 예측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생성 에이전트(generative agents)는 인간 행동의 복잡하고 미묘한 측면을 포착하기 어려웠던 기존 규칙 기반 에이전트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LLM을 활용한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정보전파를 시뮬레이션하는 데도 성과를 보여 주고 있다. 기존의 확률 기반 모델과는 달리 LLM 기반 에이전트는 추론과 상호작용을 통해 정보 내용이 개인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현실처럼 모사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2002년 미국 대선 당시 트위터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Wang et al., 2023)에서는 LLM 에이전트가 실제 사용자들의 언어 패턴과 정치적 성향을 반영해, 그 신념과 일치하는 콘텐츠를 제공했다. 이처럼 LLM 에이전트가 실제로 벌어진 행동을 모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정책 입안자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사회적 위험을 미리 파악하며, 미래 변화에 앞서서 대응하는 데, 이 시뮬레이션은 필수 도구로 자리 잡혀 가고 있다.
피지컬 AI, 물리적 환경과 직접 상호작용
피지컬 AI는 센서, 엑추에이터, 로봇 기술 등을 활용해 물리적 환경에서 실제로 직접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의미한다. 기존 디지털 기반 AI가 데이터를 통해서 문제를 간접 해결하는 데 그쳤다면, 피지컬 AI는 자율주행, 배달 로봇, 사회적 돌봄 로봇 등 다양한 형태로 시민들의 생활 현장에 직접 관여하면서 실제로 행위 변화를 이끌어 낼 잠재력을 갖고 있다.
피지컬 AI의 핵심 기술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먼저, 센서와 실시간 환경 인지이다.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해 도시 내 공기질, 교통 상황, 주거 공간의 이상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환경과 사람의 상태를 알아 낸다. 둘째, 데이터 제공자와 직접 나누는 상호작용이다. 노인 돌봄 로봇처럼 인간의 건강과 정서 상태를 인지하고 대화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물리적 행동을 수행한다. 셋째,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의 활용이다. 이 기술은 시민의 의견이나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중앙 집중식 데이터 처리의 지연 문제를 극복하고 현장에서 즉각 반응할 수 있다. 이는 엣지 AI가 데이터 수집 현장, 즉 센서나 디바이스가 설치된 실제 물리적 위치에 직접 탑재되어 데이터를 수집, 분석, 처리함으로써 가능해진다.
피지컬AI의 진화, 고정형에서 생활 밀착형 문제 해결로
기존 피지컬 AI는 제조업 중심 혹은 공장 내 고정형 센서처럼 통제된 환경에서 주로 활용되어 왔다. 피지컬 AI는 통제된 환경을 넘어, 다양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 밀착형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결합할 때 진정한 잠재력이 발휘될 것이다.
과거 도시 교통 체증에 피지컬 AI의 개입 방식은 도로 곳곳에 설치된 고정형 센서가 차량 흐름을 감지하고 신호등을 제어하는 수준이었다. 이제는 자율주행 택시나 배달 로봇이 실시간 생성하는 이동 데이터, 시민들이 사용하는 공유 퀵보드의 위치 정보, 심지어 보행자의 스마트폰 센서 데이터까지 복합 활용할 수 있다. 이 개별적이고 유동하는 물리적 데이터를 AI가 통합 분석해, 특정 시간대에 횡단보도의 보행자 밀집도를 감지하고 보행신호를 연장하거나, 우회경로를 즉시 안내하는 등 상황을 즉각 인지하고 예측해 정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어른신 돌봄 문제 역시 피지컬 AI가 기존 고정형 서비스를 넘어설 영역이다. 과거 주로 요양원이나 병원 내 CCTV와 같은 고정형 장치로 안전을 모니터링했다면, 이제는 어르신이 착용하는 스마트 워치나 집안을 돌아다니는 돌봄 로봇이 어르신의 일상 움직임, 수면 패턴, 심지어 미세한 음성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생활 밀착형 물리적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낙상 위험을 예측하거나, 우울감의 징후를 파악하고 이를 사회복지사에게 알려 예방하는 등 개인 맞춤형 돌봄 서비스로 진화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환경 모니터링 분야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데이터를 풍부하게 생산하는 사례가 이미 다수 있다. 미국에서 시민들이 AirBeam과 같은 휴대용 센서를 이용해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직접 측정하고 이를 공유한다. 이 물리적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는 오염 핫스팟을 식별하고 확산 패턴을 분석하며, 분석 결과는 지역 맞춤형 대기질 개선 정책 수립에 중요한 근거로 제공된다.
글로벌 프로그램인 FreshWater Watch에서는 시민 과학자들이 물 샘플로부터 탁도, 질산염 등 물리적 수질 지표를 측정해 앱으로 업로드한다. AI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수질 오염 패턴을 감지하고 생태계의 건강도를 평가한다. 이 평가는 수자원 관리 및 오염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주요 정보로 쓰이게 된다. 한국에서도 동아사이언스와 이화여대, 국립수목원 등이 주도하는 지구사랑탐사대가 있다. 여기에서는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생물종 사진을 찍고 서식지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이렇게 수집된 물리적 관찰 데이터는 AI분석을 통해 멸종 위기종 분포변화나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반응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이처럼 피지컬 AI는 더 이상 통제된 공간 안의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유동적인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인지하고 시민의 삶에 개입하는 문제 해결형 의사결정 지원 도구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술의 발전을 넘어, AI가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지를 묻는 근본 질문과도 연결된다.
사회 시뮬레이션과 피지컬 AI의 결합, 재현을 넘어 실천으로 전환을 이끄는 AI
앞서 논의한 사회 시뮬레이션, 특히 다중 에이전트 인공지능(MAAI) 모델링은 현실적인 AI 에이전트들을 사회화된 구조에 배치해, 이들이 서로 시뮬레이션된 환경 내에서 상호작용하는 일종의 사회적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MAAI 모델링에 시민참여 형태로 지속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구조가 결합할 때, 시너지는 더욱 강력해진다. 지속적인 시민 참여형 데이터 수집은 MMAI의 현실성과 동적인 특성을 강화해 준다. 특히 피지컬 AI 분야에서 이뤄지는 크라우드 센싱의 결합은 물리적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공유함으로써 MAAI 모델의 현실성을 개선해 준다. 즉, 다중 에이전트 기반 사회 시뮬레이션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를 탐색하는 장치라면, 피지컬 AI는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시킬가’를 실현하는 수단인 셈이다.
이러한 융합은 실시간 정책 평가, 시민 경험 기반 문제 탐색, 현장 기반 대안 설계로 이어지는 ‘사회적 실험과 반응의 피드백 루프’를 구현하는 핵심 기반이 된다. 예를 들어, 시뮬레이션을 통해 특정 정책 개입이 교통 혼잡을 줄일 가능성과 함께 사회적 합의 가능 영역임을 확인했다면, 피지컬 AI는 실제로 스마트 신호체계 등을 통해 해당 시나리오를 현장에서 실현하고, 그 결과를 다시 학습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시스템이 폐쇄적인 통제와 예측의 기술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와 현장 경험, 사회적 가치 판단이 지속해서 주입되고 갱신되는 열린 구조라는 점이 중요하다. 여기서 시민은 시물레이션의 관찰자가 아니라 설계자이며, 동시에 물리적 데이터의 제공자이면서 AI 행동의 공동 책임자가 된다. 결국 사회 시뮬레이션과 피지컬 AI의 통합은 예측을 넘은 실천, 모델링을 넘은 변화, 기술을 넘은 사회의 재구성을 의미한다. 그 출발점은 현실과 맞닿은 시민의 삶 속에 AI를 놓는 것이다.
참고 자료
Park, J. S., Zou, C. Q., Shaw, A., Hill, B. M., Cai, C., Morris, M. R., Willer, R., Liang, P., & Bernstein, M. S. (2024). Generative agent simulations of 1,000 people. [preprint] arXiv. arXiv:2411.10109
Wang, Z., Zhang, J., Li, Y., Zhao, S., & Li, R. (2023). Simulating Information Spreading in Social Networks with Large Language Model Agents. [preprint] arXiv:2310.1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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