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AI·데이터·디지털트윈,시민의 손으로
- planetssong03
-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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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6월 6일
2025-06-05 김성희 기자
AI와 디지털 트윈은 산업 전략을 넘어, 시민이 설계에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 그 안에서 활용되는 데이터는 시민의 주권이 되어야 하며, 참여형 플랫폼과 제도 구축이 디지털 주권의 핵심 과제다.
국민이 기술을 설계하는 시대, '국민주권정부'의 시작
이재명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은 “AI 세계 3대 강국 도약”을 선언하며, ▲AI 예산 비중 선진국 수준 이상 확대 ▲민간 투자 100조원 유치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한 AI 고속도로 구축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개 이상 보유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인재 양성 및 교육 강화 등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또한 새 정부의 이름으로 ‘국민주권정부’가 확정되었다. 이는 이 대통령이 누차 강조해 온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으로 나타나며, 단순히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구성하는 방식 자체를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기술은 이제 통치의 도구가 아니라, 주권의 매개가 되었다. 정부가 제시한 AI 공약 중 공공 데이터를 머신리더블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정책은 디지털 트윈과 같은 기술이 시민의 손에 닿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으나, 데이터의 개방이 곧 시민 참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데이터를 해석하고, 기술 설계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데이터는 더 이상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이 현실을 분석하고 설계할 수 있게 하는 공공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기술은 누구의 손에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기술로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의 양적 확장만이 아닌, 시민이 기술의 구조와 방향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트윈은 그 실험의 시작점이며, 데이터는 단지 자원이 아니라 시민 권리의 문제다. 이 기술들을 어떻게 쓰느냐는 곧, 국민주권을 기술 시대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대답이다.
현실을 넘어 설계하는 기술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이 진정한 사회적 도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현실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두 번째 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타난 기술이 바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물리적 객체를 가상공간에 복제해,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과 예측,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산업계, 학계, 정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디지털 트윈은 복잡한 현실을 실험 가능한 형태로 재현하고 이해하는 도구로 작동한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묻고 실험하는 기술”이다.
그 핵심 프로세스는 다섯 단계다. 첫째, 현실 세계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둘째, 이를 디지털화하여 가상공간에 복제한다. 셋째, 복제된 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변수와 결과를 실험한다. 넷째,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현실에 적용 가능한 결정을 도출하고, 다섯째, 이 전 과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법·제도와 조직적 기반이 필요하다.
이 기술이 갖는 핵심적 효용은 단순히 “효율”이 아니다. 제품을 만들기 전에 테스트하고, 원격으로 시스템을 제어하며, 예측 기반으로 유지보수를 계획하고, 나아가 팀 협업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현실 너머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디지털 트윈은 결국 ‘실제 도시를 실험 가능한 지적 구조’로 바꾸는 기술이며, 복잡한 사회 문제를 기술적으로 정의하고 해결하는 방법론이다.
대한민국은 고도화된 행정 데이터, 공간 인프라, 통신망,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이 모든 조건은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나라 중 하나다. 이제 우리는 ‘기술을 만들 능력’에서 벗어나,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를 아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디지털 트윈은 우리가 복잡한 사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다시 구성할지를 묻는 새로운 철학이다.
도시를 실험하고, 삶을 설계하는 기술
도시는 교통의 흐름, 에너지의 분포, 공간의 재구성 그 안에서 우리의 삶의 패턴,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예측 불가능한 상태를 만들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생명체다. 이런 현실의 도시를 디지털 공간에 복제하고,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인해 도시는 이제 사후의 관리가 아니라, 사전의 설계를 예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양시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3기 신도시의 재건축과 도시항공교통(UAM)의 경로를 설계하며, 지반 침하와 같은 도시 기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용인시는 도시 전역의 3D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며, 교통 흐름의 예측과 우회 경로의 제공, 에너지 사용의 최적화를 실현하고 있다.
광명시는 디지털트윈 기반으로 신도시의 입체적 공간정보를 분석하고, 버티포트 입지 선정과 항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형 교통 인프라를 구상하고 있다. 안동시는 수자원 관리의 전 과정에 디지털 트윈을 도입, 댐 안전관리와 홍수 시뮬레이션, 수질 개선과 지역 간 물 분배까지 ‘스마트 맑은 물 관리’의 행정모델을 선보였다.

이러한 실험들은 디지털 트윈이 효율과 안전을 위한 기술을 넘어,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라는 질문을 가능케 한다. 시민의 이동 경로와 접근성을 분석하여 포용적 공간 배치를 설계하고, 다양한 계층의 삶의 질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향상시키는 일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되, 그 궁극의 목적은 사람이다.
데이터 독점이 만든 기술 권력, 시민이 되찾아야 할 주권
AI 시대의 핵심 자산은 데이터이지만, 오늘날 이 데이터를 통제하는 주체는 시민이 아니라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다. 데이터 수집, 저장, 분석, 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기술 권한도 이들과 함께 독점되고 있다. 이는 기술 자체의 문제를 넘어선 정치적·사회적 구조의 문제다.
글로벌 AI 분석 기업 '미션 그레이'의 공동 창립자 주코 아베나이넨은 지난 시사저널 미래포럼 2025에서 "AI는 데이터를 통제하는 자가 지배한다"며, "소수 기업의 독점 구조는 기술 발전의 다양성과 민주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은 기업이 AI를 훈련시키지만, 미래에는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설계하고 통제하는 시대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한다.
AI 기술이 공공성과 민주성의 기반 위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술 설계의 모든 단계에 시민의 실질적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데이터는 곧 권력이며, 그것이 특정 집단에만 집중될 때 사회 전체의 통제력은 약화된다. 따라서 데이터 주권은 기술 주권이자 정치적 권리로 이해돼야 한다. 디지털 주권은 시민이 기술을 통해 삶을 설계하고, 공동체와의 관계를 재구성하며 공공의 정책에 새로운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권리이다.
도시 설계의 새로운 주체들 '시민'
핀란드 헬싱키시의 '모빌리티랩 헬싱키(Mobility Lab Helsinki)' 프로젝트는 스마트모빌리티 기술을 도시 환경에 실증하는 데 있어 시민을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직접적인 기술 설계·검증의 주체로 참여시킨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시민들은 ‘Hope’ 솔루션을 통해 스스로 휴대용 센서와 모바일 앱을 활용해 실시간 대기질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친환경 경로를 탐색하거나 탄소 배출량을 분석하는 데 기여했다. 프로젝트에는 총 1300명의 지역 주민이 참여해 전동 킥보드, AI 신호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을 생활 속에서 직접 사용하고 피드백을 제공했다.

헬싱키시는 이러한 시민 데이터를 도시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공공기관, 기업,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정기 토론회를 개최하였으며, 이 자리에서 실증 과정 중의 문제, 제도 개선안, 자금지원 방식까지 시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조정해 나갔다. 무엇보다 이 실증사업은 시민의 삶의 공간을 실험장으로 전환한 ‘리빙랩’ 방식으로 운영되어, 기술 설계 초기부터 시민이 공동 설계자(co-designer)로 참여하는 도시형 실증 모델을 구현했다.
이는 한국이 디지털 트윈 기반 정책을 추진할 때 단순한 기술 배치가 아닌, 시민을 포함한 거버넌스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기후위기 시대, 기술은 예측의 도구이자 시민의 손에 쥐어져야 할 권리

기후는 더 이상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가뭄과 폭우, 혹한과 폭염은 어느 지역에서 언제 닥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다. 기후위기는 이제 과학을 넘어, 생존과 생활의 문제로 전환되었다. 이 불확실성을 돌파할 수 있는 도구는 바로 기술, 그 중에서도 AI다. 인공지능은 과거의 기후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며, 지역별·상황별 맞춤 대응 시나리오를 제시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이 시민의 손에 닿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막는 것은 몇몇 전문가의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그 지역을 살아가는 시민들이며, 데이터를 읽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판단력 같은 감시자의 역할 또한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이 직접 기후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AI를 통해 스스로 지역의 기후 솔루션을 설계할 수 있도록, 열린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AI 세계 3대 강국 도약”을 선언은 기후위기 시대에 AI는 단순한 산업 전략이 아니라, 삶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책임이자 철학이 되어야 한다. 기술은 산업 뿐 아니라 기후를 위한 예측 시스템으로 기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설계가 필요하다. 기후를 예측하는 기술, 그 기술을 다루는 시민,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공공 플랫폼, 이 세 가지가 바로 기후시대의 새로운 삼각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술, 시민, 공공플랫폼...기후위기 시대의 삼각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