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테크현장 | 농식품산업의 혁신, AI와 생체모방 기술이 만나다
- Theodore
- 3월 14일
- 3분 분량
2025-03-14 최민욱 기자
인공지능(AI)과 생체모방 기술이 결합하면서 농업, 식품 산업, 환경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꿀벌의 군집 지능을 활용한 AI 벌통, 3D 바이오프린팅을 통한 대체 식품 생산, 곤충을 활용한 폐기물 처리 등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첨단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생태계를 보전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자원 활용을 하게 하여,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꿀벌처럼 사고하는 AI 벌통

인공지능(AI)과 생체모방 기술이 만나면서 농업에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연구자들은 환경중심적 생체모방(eco-centric biomimicry)과 진화모방적(evomimetic) 관점을 결합한다. 이들은 인간과 자연을 별개의 존재로 보지 않고,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환경중심적 생체모방은 인간과 자연이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진화모방적 관점은 자연 선택이 언제나 완벽하지 않을 수 있으니, 과학적으로 보완책을 찾자는 취지다. 두 관점이 함께 적용되면, 기후변화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 변동에도 더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양봉 산업에서의 AI 활용은 이런 흐름을 보여 주는 대표 사례다. 꿀벌 군집은 기후변화로 서식지 악화나 개화 시기 변경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AI를 활용하면 센서·카메라로 벌 상태를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예측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꿀벌이 가진 자원 분배·협업 메커니즘을 AI 알고리즘으로 학습시키고 있다. 또한 벌통 내 온도·습도 조절 같은 사양 관리 전반을 자동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간다. 이는 자연 속 협력적 군집 지능이라는 생체모방적 요소와 첨단 ICT가 결합한 예로 평가된다.
유럽이 지원하는 ‘HIVEOPOLIS’ 프로젝트도 이 같은 개념을 적극 활용한다. 벌통 내부에 AI·로봇 시스템을 탑재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생물-기술 하이브리드를 실현하려 한다. 기후변화 등 외부 요인에 벌들이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 목표다. 이러한 시도는 인간의 기술적 개입이 자연 생태계를 침해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발전하도록 뒷받침해 줄 수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자연 모방 기술, 3D 바이오프린팅이 만드는 새로운 식탁

3D 바이오프린팅은 원래 인공 장기와 조직공학에서 발전해 온 기술이다. 최근 농업·식량 분야로 빠르게 확장되면서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기술은 생체 재료를 레이어 형태로 쌓아 3차원 구조를 구현한다. 전통적인 식품 가공법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복잡한 조직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자연계 생명체가 조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일부 모사한다는 생체모방 관점과도 맞물린다. 해조류에서 추출한 젤이나 식물성 단백질을 바이오잉크로 활용해 기능성 식품을 프린트하려는 연구가 이미 활발하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분야는 배양육이다. 근육 세포와 지방 세포를 프린팅된 지지체(스캐폴드)에 배치해 실제 고기와 유사한 식감과 영양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기존에도 동물 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하는 방식이 있었다. 그러나 3D 바이오프린팅은 조직의 미세 구조까지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어 실제 축산육과 가까운 맛과 질감을 재현하기 훨씬 유리하다. 이 과정에서 알지네이트·젤라틴·콜라겐 같은 천연 폴리머로 만든 바이오잉크가 주목받는다. 식품 안전성과 생체적합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세포 배양을 넘어 근육 조직과 지방 조직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식품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배양육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예컨대 과일·채소 조직이나 식물 뿌리 구조를 프린팅해 재배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이뤄진다. 다양한 영양 성분을 맞춤형으로 배합해 새로운 식품을 만드는 실험도 활기를 띤다. 하지만 대규모 상용화를 위해선 확장성·비용 효율화·소비자 인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D 바이오프린팅은 ‘생명체 조직 형성 원리’를 공학적으로 재현한다는 점에서 생체모방 기술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앞으로 개인 맞춤형 영양식부터 특수 질환자를 위한 대체식, 환경 부담을 줄인 대체 단백질 생산 등 활용 범위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꾸는 곤충의 지혜
곤충은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치며 고효율 단백질 생산 시스템을 갖추었다. 자연계 곳곳에서 낙엽, 동물 사체, 유기폐기물을 빠르게 분해·흡수하며 영양분을 재순환시켜 왔다. 최근에는 이런 메커니즘을 대규모 사육 시설로 옮겨, 식품 공장이나 도시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곤충 사료로 활용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성장한 곤충을 다시 단백질·지방 원료로 재활용하는 연구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동애등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분해해 곤충 단백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밀웜과 귀뚜라미는 적은 물과 사료로도 대량 증식이 가능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자연 생태계에서 이미 확인된 곤충의 ‘짧은 생활사, 높은 번식력, 다양성’을 인위적 환경에서 극대화하겠다는 접근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동애등에 활용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고 있다. 동애등에는 음식물 쓰레기나 양파 같은 농업부산물을 빠르게 분해하는 능력이 있다. 이를 통해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이고, 그 과정에서 나온 유충을 사료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동애등에 사료로 전환하면, 매립·소각 중심의 기존 폐기물 처리에서 발생하던 비용과 환경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유충에서 나오는 분변토는 비료로 쓰이고, 동애등에 번데기는 고단백·저지방 사료 소재로 주목받는다. 결과적으로 ‘폐기물 처리 → 곤충 사료화 → 단백질 및 비료 생산’이라는 순환 구조가 가능해진다. 이는 농가와 식품업체의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고, 자원 효율을 높여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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