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연구보고 | 반복되는 소각장 갈등,속도전보다 ‘절차 설계’가 해법...국회입법조사처

  • 2월 27일
  • 4분 분량

2026-02-23 김사름 기자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로 지역 갈등 우려


국회입법조사처는 2월 19일 「소각시설 갈등 해소를 위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 방안」(NARS 현안분석 395호) 보고서를 통해 국내 소각장 갈등이 주민의 집단이기주의(NIMBY) 결과가 아니라 현행 법제도가 숙의를 ‘사업의 부속절차’로 취급해 발생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소각장 시설 확충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주민들과의 신뢰 구축에 무게를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공공 소각장 입지 선정 이전부터 주민들을 논의에 참여시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입지를 미리 선정해 놓고 통보를 해 반발이 크고 사업 추진도 어려워지며 갈등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오염물질 배출 저감 등 기술적인 해결책을 강조하기보다 재활용 시나리오별 환경 영향과 비용을 공개하는 등 수요 정당성을 확보하고 소각장 건립에 대한 판단의 정당성을 주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관련 기사


최근 정부는 수도권 공공 소각장 부족으로 쓰레기 대란 우려와 이에 따른 지방 원정 소각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소각장 건설 기간을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추진 중인 27개 공공 소각장을 2030년까지 짓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서울, 인천 등 총 19곳의 소각장 건설은 아직까지 주민 협의 단계조차 넘지 못하고 있고, 시설 공사에 들어간 곳은 경기 성남시와 인천 옹진군 2곳뿐이다. 2021년 직매립 금지 정책이 발표된 뒤 5년 동안 주민 반대 등으로 수도권에 공공 소각장이 단 한 곳도 들어서지 못한 것이다. 서울시는 마포구 소각장에 1000t 규모의 소각장을 추가 건립할 계획이었지만, 반대 주민들과의 항소심에서 또 패소한 상황이다.


후보지 선정 이전 단계에서 주민 참여해야


“‘왜 우리 지역이어야 하느냐’는 주민 반발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는 후보지 선정 이전 단계에서부터 주민을 참여시켜 폐기물 감량 방안 등 정책적 대안을 함께 물색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건립 지역을 정부가 선정해 통보하는 식이 아니라 폐기물이 급증한 지역의 주민과 함께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재사용 및 재활용 방안을 충분히 모색한 뒤 마지막 대안으로 시설 확충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전략환경평가지침’을 근거로 후보지 선정 이전 단계에서 다른 정책적 대안은 없는지 먼저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시설 건립을 추진할 때도 입지 선정 등 모든 선택지가 열려 있을 때 주민을 조기에 참여시킨다. 일본 요코하마시는 시설 확충을 결정하기 전 주민과 논의 끝에 폐기물 감량에 먼저 힘쓰기로 했고 2년간 약 1만 1000회의 주민 설명회를 통해 분리배출 체계를 세분화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 결과 폐기물 발생량을 43.2% 감축했고 신규 소각시설 2곳의 건설비 약 1100억엔(1조 257억 5000만 원)을 아꼈다는 것이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


보고서는 정부가 공공소각시설 확충을 위해 설치 소요 기간 단축과 시설 확충 목표를 제시해 온 맥락을 언급하면서도, 갈등을 ‘시설 수’나 ‘기간’의 문제로만 좁히기 어렵다고 본다. 특히 “절차가 다음 단계로 구속력 있게 이어지지 않는 구조”는 주민에게 ‘참여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체감으로, 행정에는 ‘설명해도 막힌다’는 좌절로 누적된다고 진단한다.


소각장 갈등을 둘러싼 그동안의 프레임은 ‘님비 vs 공익’였다. 보고서는 갈등의 원인을 주민 성향이나 선동으로 돌리지 않고, 제도가 신뢰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즉, 기술을 더 넣기 전에 “누가 어떤 근거로 결정했는지”가 남지 않는 구조가 먼저라고 보고 있다. 이 관점은 앞으로 어떤 지역에서든 소각장을 추진할 때 ‘설명회 몇 번’이 아니라 ‘결정 구조'가 핵심 기준임을 말하고 있다.


결정 뒤 참여가 아니라, 대안이 열린 참여가 보장되는 ‘숙의의 제도화’


국내에서 주민 참여는 종종 갈등 관리(반발 완화)의 기술로 취급돼 왔다. 반면 보고서가 보여 주는 해외 사례는 주민 참여가 ‘설득’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구성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참여가 늦으면 ‘의견 청취’가 아니라 ‘통보 후 저항’이 되고, 그때부터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보고서는 ‘숙의의 제도화’를 강조한다. 결정이 난 뒤 설명하는 참여 방식이 아니라, 대안이 아직 열려 있을 때 참여가 보장되는 제도여야 한다고 분석한다. 보고서는 정보 접근과 참여, 사법적 구제를 뒷받침하는 국제적 규범(오르후스 협약), 그리고 EU의 폐기물 처리 위계처럼 ‘소각은 하위 수단’이라는 정책적 전제를 법제화한 구조를 거론하고 있다. 전략환경평가(SEA)·환경영향평가(EIA) 체계가 주민 참여를 초기부터 실효적으로 작동시키는 장치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정의 방향이 주민 참여로 바뀌다


국내 제도는 절차가 분절돼 있고 연동되지 않는다고 문제점을 짚는다. 소각시설 관련 제도는 다층적으로 존재하지만, 단계별 결과가 다음 단계 판단을 구속하거나 환류하는 구조가 약하다는 것이다. 갈등이 커지는 이유는 어떤 기준으로 후보지가 결정되었는지, 어떤 것이 고려되고 어떤 이유로 배제되었는지가 보이지 않을 때다. 갈등은 신뢰가 무너졌을 때 생긴다. 보고서가 말하는 연결이 없다는 것은 책임의 공백을 말한다.


보고서는 일본 요코하마를 신뢰 구축의 대표 사례로 제시한다. 일본의 법체계에서 기초지자체가 일반폐기물 처리에 대해 계획–집행–성과 책임을 통합적으로 지는 구조를 소개하고 있다. 요코하마는 2003년 ‘G30 플랜’으로 배출 감량 목표를 전면에 둔 뒤 분리배출 체계 세분화와 광범위한 주민 설명 과정을 운영했다.


그래서 폐기물 감축(43.2%)과 소각시설 2개소 신설 계획 철회, 비용 절감이 이루어졌다. 이것은 설명회를 많이 했기 때문이 아니라 결정의 방향이 주민 참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사점은 소각시설을 늘리기가 아니라, 감량이라는 대안이 실제 정책으로 선택되었다는 점이다


갈등은 제도의 결함을 드러내는 경고등


국내 갈등의 원인을 주민 집단이기주의의 단순 결과로 보지 않고 있다. 숙의가 ‘사업의 부속 절차’로 취급되며 생기는 구조적 신뢰 결핍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이 진단은 앞으로 갈등을 다루는 언어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님비’로 분류하는 순간 갈등은 “이겨야 하는 싸움”이 되지만, 보고서의 관점대로라면 갈등은 제도의 결함을 드러내는 경고등이다. 주민이 “왜 우리 지역이어야 하느냐”를 묻는 것은, 단순히 반대가 아니라 “결정의 근거와 책임이 어디 있느냐”는 요구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 요구에 제도가 답하지 못하면, 소각장뿐 아니라 어떤 환경 인프라도 같은 경로로 막힐 수밖에 없다.


공론화는 결정의 정당성을 생산하는 절차적 장치


보고서가 제시하는 해법은 공청회 횟수 확대 같은 ‘절차 강화’가 아니라, 공론화 결과가 다음 단계 의사결정을 실제로 구속하도록 절차를 ‘연결’하는 연계 입법이다.


하나는 절차검증인(garant)처럼 공론화 절차의 정보 충분성·공정성·반영 경로를 확인하고 공표하는 장치이고, 다른 하나는 「폐기물시설촉진법」 등에 ‘통합 결정 이유서’ 의무화를 통한 의견 반영 여부와 대안 선택 사유, 미반영 사유를 문서로 고정해 행정의 응답 책임을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갈등을 줄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갈등이 발생했을 때 책임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행정 시스템 개편이 중요하다. 보고서가 ‘목적 정합형’을 강조하는 이유는 공론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결정의 정당성을 생산하는 절차적 장치여야 한다는 의미다.


대안이 열려 있을 때 참여가 시작되고, 참여의 결과가 신뢰로 남도록 제도화해야


이번 보고서는 '소각시설 갈등을 더 안전하게 만들면 된다'는 기술 처방에서 '정당성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라는 제도 개선으로 질문을 옮겨 놓았다. 보고서가 제안한 연계입법의 방향은 대안이 열려 있을 때 참여가 시작되고, 참여의 결과가 문서로 남아 다음 단계로 연동되며, 운영 단계에서 정보 공개와 재평가로 신뢰가 유지되는 구조를 법으로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급증한 배달 음식 등 쓰레기를 줄이는 근본적 전환도 주민 스스로 결정하도록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은 24만7000t이다. 가장 많은 폐기물이 몰렸던 충북 청주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정자들이 수도권 폐기물의 청주 반입을 막겠다는 취지로 발언해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 강원 삼척시도 수도권의 생활폐기물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는 당초 계약했던 충남 서산시와 공주시 폐기물 처리 업체 대신 경기 지역의 새로운 업체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급증한 배달 음식과 택배 쓰레기 등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근본적 전환이 핵심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역시 주민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댓글

별점 5점 중 0점을 주었습니다.
등록된 평점 없음

평점 추가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