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만의 기후테크와 주식ㅣ④ 도시를 고치는 기술, 기후 적응 산업의 부상
- hpiri2
- 8월 8일
- 4분 분량
2025-08-08 유성만
기후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도시 구조 재설계로 대응하고 적응하고 있다. 기존 토목과 건설에서 재생에너지와 그린 인프라, 탄소 절감형 시스템 구축에 나선 기업들이 있고, 저류조, 하수급수시스템, 스마트 물관리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있으며, 도시 데이터 기반 행정과 스마트시티 등을 지원하는 ICT 대기업들, 생태하천과 옥상녹화 등 도시를 생태기반으로 바꾸려는 기업들 등 다양하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기업분석 애널리스트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및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BIT전문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에서 약 10년 동안 애널리스트로 근무했고, 큐브엔터테인먼트에서 CSO(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 4월부터 리딩투자증권에서 기업분석 애널리스트로 재직 중이다. 새로운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맞는 리서치에 중점을 두고, 산업 및 기업을 분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편집자주] 기후위기에 대응하거나 적응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새로운 솔루션을 바탕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정부 정책에 맞춰 기업환경을 혁신하려고 노력합니다. 탄소 배출권(ETS), 에너지 저장기술(ESS), RE100, REDD+, 도시 자연화, AI 기술 등 분야에 뛰어든 기업들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투자자들의 반응과 동향, 전망을 주식시장이란 프리즘으로 살펴봅니다.
지난 기사
기후위기, 도시의 재설계가 시작되다
글로벌한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폭염’, ‘홍수’, ‘대형산불’ 등 극단적 기상이변은 어느 한 지역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모든 도시가 함께 겪는 보편적 현실이 되었다. 좁은 골목에서부터 고층 빌딩이 늘어선 도심, 교외의 주거지까지, 기존의 인프라와 생활방식이 기후재난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드러나는 순간이 많아졌다. 단순한 경고와 준비만으로는 더 이상 우리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기존의 경보 시스템이나 일회성 훈련은 현실 재난 앞에서 번번이 무기력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도시의 구조 자체, 나아가 일상과 경제와 문화까지 아우르는 근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방관하거나 임시방편에 그칠 수 없으며, 지역 공동체와 산업, 정책까지 전 방위적인 행동과 변화가 필수인 시대이다.
기술, 도시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언어
도시가 직면한 과제는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새로운 방식의 운영과 발전이다. 최근 ‘스폰지 도시’ 설계, 도심형 저류시스템, 자연기반해법, 기후 탄력성을 지닌 도시 인프라 구축 등 혁신 기술들이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빗물을 빠르게 흘려보내기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빗물을 ‘적’이 아닌 ‘자원’으로 전환해서 품고, 저장하고, 다음 생명 순환의 밑거름으로 삼는 스마트 물 순환 전략이 주목 받고 있다.
더불어, 도시 숲·그린루프·생태 띠와 같은 다양한 녹지 인프라 확대와 결합된 자연친화적 설계는 열섬 현상 완화, 대기질 개선, 야생동식물 서식지 복원 등 다층적인 효과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최신 디지털 기술 역시 빠질 수 없다. 대기질, 온도, 각종 재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여 보다 정밀한 예측과 신속한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에너지 소비나 도시 운영의 효율성도 함께 높이며 도시 전체의 ‘회복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나가고 있다.
선두 산업과 기업: 기후 적응 시장의 리더들
기후변화와 도시 환경의 변화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다양한 국내 상장기업들이다. 현대건설, 한화솔루션, 신성이엔지, 씨에스윈드, SK에코플랜트 등은 미래형 친환경 건설 기술, 재생에너지 인프라, 그린 인프라 확장과 탄소 절감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은 기존의 토목·건축을 뛰어넘어 에너지 자체의 생산과 분산, 친환경 소재 도입에 이르기까지 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해 가고 있다.
수자원 관리 역시 중요한 화두입니다. 극한 기상과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금호건설, DL이앤씨(대림산업), 삼성바이오로직스, 풀무원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저류조, 하수·급수 시스템, 스마트 물관리, 친환경 용수 절감 솔루션에 투자하고 있다. 식품기업인 풀무원이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 실천을 통해 글로벌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2년 연속받은 사례는, 기후 적응 역량이 전 산업군의 핵심 경쟁력임을 보여 준다.
정보통신·AI 분야는 더욱 다양한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삼성전자, NAVER, SK텔레콤, 카카오 등 ICT 대기업들은 도시 데이터 기반 행정, 스마트시티, 에너지 관리, 재난 예측까지 기술적 토대를 공급한다. 여기에 와이즈넛 외 AI 전문 스타트업들도 맞춤형 재난 알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인프라 자동화 등 첨단 솔루션을 통해 도시의 회복탄력성 제고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도시의 생태 기반 회복도 빼놓을 수 없다. 자연과환경, 한국도시녹화 등은 도심 생태하천, 녹지 인프라, 옥상·벽면녹화 등으로 삭막한 환경을 바꾸고, 기후 리스크에 민감한 도시의 미기후와 친환경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에코프로, 롯데케미칼, 두산퓨얼셀, 포스코이앤씨 등이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 수소연료전지, 친환경 소재, 스마트 건설과 도시 생태계 복원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각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과 협업이 탄소중립, 회복탄력성, 녹색 포트폴리오라는 도시의 새로운 미래를 현실로 바꿔가고 있다.
도시를 '고치는' 혁신, 시민과 기술의 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도시의 미래는 단지 첨단 기술과 신규 인프라 구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진정한 변화는 시민의 참여, 커뮤니티 차원의 실천, 그리고 지역 자체의 문화와 생태에 대한 존중과 이해에서 시작된다. 정책적 리더십과 전문가 집단의 협업, 기업의 투자가 모여도, 실제 삶의 현장에서 시민 스스로 변화에 동참할 때 비로소 도시가 ‘기후 재난을 이기는 공간’을 넘어 ‘더 나은 미래로 진화하는 살아있는 유기체’가 될 수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 도시를 고치는 기술은 단순한 생존 도구를 넘어, 모두가 협력해 일구는 희망의 언어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생명의 언어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전환 앞에서, 우리의 도시 그리고 우리 자신은 어떤 가치를 선택하고 실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지금 이 순간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
용어 설명
기후 적응(Climate Adaptation)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과 충격에 대응하여 사회·경제·환경 시스템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높이는 과정. 도시의 인프라와 생활방식을 변화시켜 극한 기상 현상 등에 지속가능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폰지 도시(Sponge City) 도시 내 빗물을 자연스럽게 흡수·저류·재활용해 홍수 및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설계 개념. 빗물을 ‘빨리 빼는 적’이 아닌 ‘저장하고 활용하는 자원’으로 활용하는 혁신적 도시 모델이다.
저류조(Retention Basin / Storage Tank) 홍수 시 과도한 빗물을 저장해 도시 침수를 방지하는 시설. 스마트 저류조는 AI 및 IoT 기술이 결합되어 물 관리를 자동화하고 최적화한다.
그린 인프라(Green Infrastructure) 도시숲, 그린루프(녹색 지붕), 생태하천 등 자연기반해법을 활용해 도시 환경을 개선하고 기후 위험에 대비하는 환경 친화적 인프라를 통칭한다.
기후 회복력(Climate Resilience) 기후 재난 및 변화에 직면했을 때 도시와 사회가 신속히 회복하고 정상 기능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능력.
도시의 미기후화(Urban microclimate) 도시 지역 내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기후 현상이나 미세한 기후 변화를 의미.
도시를 고친다는 표현이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