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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의 노동과 정치 | 미국 포크스턴 사태와 민간교도소의 위험성

2025-09-12 윤효원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이민단속으로 한국인 300명 이상이 포크스턴에 있는 민간교도소에 구금되었다. 이 민간교도소의 수감 환경이 열악하고 인권 침해가 발행했다는 인권단체들의 지적이 있어 왔는데, 이번에도 지병 약 반입 거절, 외부 접견과 연락이 극도로 제한되었다. 국가의 고유 권력을 민간기관의 사적인 이해관계에 넘길 때, 이주노동자와 수형자 즉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가정 먼저 희생된다. 민간교도소가 한국에도 있다는데.


윤효원 아시아 노사관계 컨설턴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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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으로 다가온 포크스턴 구금 사태


얼마 전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단속은 한국 사회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짓던 배터리 공장에서 단속이 이뤄졌고, 그 자리에서 무려 475명이 체포되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중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자였다는 점이다. 단일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수백 명이 한꺼번에 구금된 사건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 노동자들이 수용된 곳은 조지아주 포크스턴에 위치한 구금시설이다. 이름은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 영어로는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관리하는 시설이지만, 실제 운영은 GEO Group이라는 민간 교정기업이 맡고 있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간 위탁 구금시설의 한 사례다.


민간 위탁 구금시설의 민낯


포크스턴 구금시설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미국의 언론과 인권단체가 지적해 온 열악한 환경은 이번 사태로 다시 확인되었다. 심각한 인권침해에 더해 찢어진 매트리스, 고장 난 변기, 곰팡이와 벌레, 온수 부족 등 기본적인 위생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의료 체계도 부실하다. 실제로 가슴 통증을 호소한 인도 국적 수감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30도가 넘는 고온 속에서 몇 시간 동안 물과 그늘 없이 방치된 사례도 보고되었다.


한국인 노동자들이 이번에 겪고 있는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병 약 반입이 거절되었고, 외부 접견과 연락은 극도로 제한되었다. 단순한 관리 소홀이라 보기 어려운,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인권 침해가 민간 위탁 구금시설의 현실이라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비용 절감과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자신의 기능을 사기업에 넘겼을 때 인권이 가장 먼저 희생되는 구조, 이것이 포크스턴 사태가 보여 주는 민낯이다.

2022년 4월 16일. 포크스턴에 위치한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이 관리하고 민간 교정기업인 GEO 그룹이 운영하는 이민자 구금시설에 갖힌 구금자들이 활동가들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 조지아주 ICE 폐쇄 연대는 민간교정기업의 '수익을 위한 감옥' 확장에 반대하는 행동을 조직했다. 사진_조지아주 ICE 폐쇄 연대(Coalition to Shut Down ICE in Georgia). 출처_workers world
2022년 4월 16일. 포크스턴에 위치한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이 관리하고 민간 교정기업인 GEO 그룹이 운영하는 이민자 구금시설에 갖힌 구금자들이 활동가들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 조지아주 ICE 폐쇄 연대는 민간교정기업의 '수익을 위한 감옥' 확장에 반대하는 행동을 조직했다. 사진_조지아주 ICE 폐쇄 연대(Coalition to Shut Down ICE in Georgia). 출처_workers world

한국 소망교도소의 그림자


미국의 포크스턴 사태를 먼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한국에도 민간이 운영하는 교도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소망교도소다. 2010년 개소한 이곳은 한국기독교교도소재단이라는 특정 종교 재단이 운영을 맡고 있으며, 법무부가 운영비의 대부분을 지원한다.


교정 효율화를 내세운 모델이었지만, 실제 운영은 기독교 교화에 강하게 의존해 왔다. 예배와 성경 공부, 종교 상담이 프로그램의 중심을 이루고, 수형자들은 자율적 참여라 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종교 활동에 사실상 강제적으로 끌려 들어간다. 직원 채용에서도 종교 항목을 기재하도록 한 사례가 있었고, 이는 결국 법무부의 시정 지시로 이어졌다. 불교계와 시민사회가 "정교 분리 원칙 위반"이라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소망교도소는 초범이나 단기형, 비폭력 범죄자를 주로 수용한다. 관리가 수월한 집단을 선별해 성과를 내세우지만, 이는 결국 국가 교도소가 더 어려운 집단을 떠안는 불평등 구조를 만든다.


교정은 국가의 고유 권력이다


교정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다. 그것은 형벌을 집행하는 국가의 고유 권력이다. 법원이 판결을 내리고, 행정부가 집행하며, 교도소는 그 권력이 작동하는 현장이다. 따라서 교도소 운영은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근대적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칙이다.


헌법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한다. 교정시설을 특정 종교 재단에 맡기는 순간 국가는 종교적 중립성을 잃는다. 수형자의 종교 자유는 제한되고, 헌법적 가치인 정교 분리 원칙은 무너진다.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의 문제다.


국제노동기구 협약 29호의 경고


이 문제는 국내 헌법 원칙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제 기준에서도 심각하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의 강제노동 협약 제29호는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금지하면서도 예외를 두었다. 법원 판결에 따라 구금된 수형자가 노동하는 경우는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건은 명확하다. 그 노동은 반드시 공공기관의 관리 및 감독 아래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한국은 이미 2021년 이 협약을 비준했고,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따라서 소망교도소에서 수형자 노동이 종교 재단의 감독 아래 이뤄진다면 이는 곧 협약 위반 소지가 크다. 공공기관의 관리와 감독이 배제된 노동은 강제노동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이든 종교든, 공공성을 대체하는 순간 강제노동 금지 원칙은 흔들린다.


두 사례가 보여 주는 교훈


포크스턴과 소망교도소는 운영 주체와 명분이 다르다. 포크스턴은 민간 기업의 이윤 추구가, 소망교도소는 특정 종교의 교화가 중심이다. 그러나 두 시설이 닮은 점은 분명하다. 국가의 고유 권력을 민간기관의 사적인 이해관계에 넘긴 순간, 피해자는 언제나 가장 취약한 집단이라는 사실이다. 이주노동자와 수형자, 즉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가 가장 먼저 희생된다.


K-민주주의의 부실함과 과제


이번 사태는 결국 한국 민주주의의 부실함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K-민주주의"라 자부하지만, 정작 국가의 고유 권력조차 특정 종교와 결탁해 운영하는 현실을 외면한다. 헌법이 보장한 정교 분리 원칙과 국제협약이 요구하는 강제노동 금지 의무를 동시에 위태롭게 하는 소망교도소의 존재는 민주주의의 취약한 단면을 보여 준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서려면, 권력은 공공성과 인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교정은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할 영역이고, 종교나 이윤이 개입할 자리는 없어야 한다. 미국 포크스턴의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는 우리에게 거울이 된다. 가장 취약한 이들이 겪는 고통을 외면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따라서 국가는 교정권의 공공성과 중립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헌법 정신을 지키는 길이며, 국제 기준을 준수하는 최소한의 의무다. 동시에 그것이야말로 "K-민주주의"를 내용 있는 민주주의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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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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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이라는 국가의 고유 권력을 민간의 사적 이해관계에 넘기는 건 부당합니다. 민영화의 천국인 미국은 그렇다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네요 ㅠㅠ 그것도 정교 분리를 위반하는 기독교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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