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07-04
한윤정 대표는 기후 위기와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라는 문제를 환경인문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글을 쓰고 책을 편집하며 행사를 조직한다. 현재 한신대학교 생태문명원 공동대표, 생태전환 매거진 『바람과 물』 편집인이다. 경향신문 기자, 문화부장으로 일했으며 미국 생태문명원 한국 프로젝트 공동디렉터, 서울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자문관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명작을 읽을 권리』, 『집이 사람이다』, 편역서로는 『지구를 구하는 열 가지 생각』, 『헬로 코리아』, 『생태문명 선언』, 번역서로는 『영성이란 무엇인가』를 출간했다.
기자에서 생태주의자로의 전환
1991년부터 2016년까지 25년간 경향신문 기자로 일했다. 학술 담당 기자 시절, 2004년 국제화이트헤드학회 서울 행사에 참석한 존 캅(John B. Cobb) 교수를 취재했다. 신학자이면서 '과정 철학자'인데 그 분의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2016년 '과정철학연구소'에 방문학자로 가게 됐다. 연구소에 있던 분들이 주축이 되어 2015년 '생태문명원(institute for ecological civilization)'을 만들었다. 과정 철학은 굉장히 생태적인 철학이고, 이것을 공부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생태론자들이다. 과정 철학은 생태론뿐 아니라 교육학, 생물학, 천문학, 경영학 등 응용 범위가 넓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이 철학을 조금 더 현실에 적용해 생태적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활동을 해보자 해서 만든 것이 '생태문명원'이다. 나중에 만들어진 한신대학교 생태문명원의 연구위원들이나 『기후 돌봄』 저자들도 기본적으로는 생태주의자다.
근본적인 생각을 바꾸고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한국의 '생태문명원'은 2022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 개원했다. 한신대학교와 미국 '생태문명원'이 MOU를 체결했다. 연구 분야는 생태철학, 지역순환경제, 전환교육, 지역공동체 등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21명의 연구위원이 활동 중이다. 네 가지 분야는 모두 연관되어 있다. '생태철학'은 화이트헤드 과정 철학, 포스트 휴머니즘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역순환경제'는 기후 위기나 전환 문제에 있어서 경제가 핵심인데 경제 전체를 다 바꿀 수는 없더라도 대안적으로 지역경제, 순환경제 측면에서 접근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생태문명원' 설립 전에 ‘철학부터 정책까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많이 썼다. 뭔가 근본적인 생각을 바꾸고 그것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많이 논의한다.
상반된 개념으로서의 '문명'과 '생태계'가 아닌 '생태와 조화를 이루는 문명'으로
생태문명원의 문제의식은 이산화탄소만 감축해서는 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근본적으로 세계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사람들이 자연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사고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문명'은 '생태계'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생태문명'의 첫 번째 정의는 '문명'의 최고 수준으로서 '생태와 조화를 이루는 문명'이라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 정의는 '문명' 역시 우리가 처한 조건이나 환경 속에서 진화하고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봄'의 철학, '돌봄'의 마음가짐을 확대해야
2022년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기후 관련 강의를 했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기후'라는 문제도 뜨겁고 '돌봄'이라는 이슈도 마찬가지였는데 강의를 들었던 분들이 대부분 '돌봄' 종사자였다. 기후 이야기를 했더니 그분들이 기후가 굉장히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인 것은 알겠는데 자신들이 지금 하는 돌봄과 거리가 먼 것 같아 잘 연결이 안되고 자신의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말씀했다. 그때 그 말씀이 기억에 많이 남아 기후 문제와 돌봄 문제를 연결시켜 보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봄의 철학, 돌봄의 마음가짐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접근하고 있다.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사고를 확대할 수 있는 용어로서 '돌봄'
'돌봄'의 대상을 인간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비인간, 심지어 생명이 없다고 생각하는 물건, 폐기물까지도 돌봄의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돌봄이라는 단어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 좀 더 사고를 확대할 수 있는 용어가 될 수 있겠다고 연구 초기에 아이디어가 나와서 논의를 넓혔다. 인간과 비인간을 분리하고 대상화하는 것들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관점에서 지성적인 실험을 통해 그 경계를 돌봄이라는 단어로 넘으려고 한다. 이 단어의 사용이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를 좀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생태문명원이 이제 생긴 지 2년이 조금 넘었는데, 올해는 이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기후 돌봄에 맞는 현장과 이야기들을 수집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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