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운동본부, 정부 상대 가처분 신청
- sungmi park
-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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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8월 16일
2025-08-15 박성미 총괄

정부, 2035년 온실가스 목표 유엔 제출 중단해야
정부가 2025년 9월까지 유엔에 제출하려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대해, 시민단체와 법률단체가 법원에 제동을 요청했다. 신청인은 한제아, 김서경, 황인철 등 3인이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에 따라 국회 입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하거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제출하는 것을 중단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2025년 8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했다.
헌재 결정은 2026년 2월까지 입법하라는 것…정부 독단은 '위헌'
신청인들은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감축목표 수립이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결정에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리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법률로 정하라고 명령했으며, 그 입법 시한을 2026년 2월 28일까지로 못박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입법이 이뤄지기 전에 2035년 감축목표를 독자적으로 정해 2025년 9월까지 유엔에 제출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의 생명권과 환경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법률 없이 결정하려는 것으로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신청서에는 파리협정상 2035년 목표 제출이 법적 의무가 아니라 권고에 불과하다는 점, 일단 유엔에 제출된 목표는 사실상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느슨한 목표 수립으로 인해 미래세대가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청인들은 이러한 정부의 조치가 헌법 제10조(인간 존엄), 제35조(환경권), 행정기본법 제4조(법률근거주의)를 위반하며, 헌재의 입법개선명령을 무시하고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9월 제출은 법적 의무 아니고 권고에 불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2025년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당사국총회(COP30) 이전까지 각국이 새로운 목표를 제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9월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리협정은 모든 당사국에게 5년마다 새로운 감축목표를 제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25년은 그 주기에 해당하는 해다. 이번에는 2035년을 목표로 한 NDC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제출 시점은 법적 의무가 아니라 권고 사항일 뿐이며, 국제 규범상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 신청인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와 법률단체는 정부가 헌법재판소의 입법 시한인 2026년 2월 28일 이전에 제출하려는 것은 헌법상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운동본부’, 기자회견으로 활동 시작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운동본부’는 2024년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정부와 국회가 이를 이행하도록 감시하고 법 개정 방향을 제안하기 위해 구성된 시민사회 연대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환경보건위원회, 기후위기 헌법소송 대리인단, 녹색당, 플랜1.5,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기독법률가회 등 여러 단체와 개인이 참여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운동본부’는 이번 가처분 신청에 따른 기자회견으로 첫 공식활동을 시작했다. 2026년 2월까지 입법이 이뤄지기 전, 정부가 독단적으로 감축목표를 확정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첫 대응이었다.
“‘제때’ 제출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제출하는 것”

남성욱 민변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국회 입법도 없이 목표를 제출하려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며 “이는 국민의 생존권, 환경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제때’ 제출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제출하는 것”이라며 정부에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에는 기후소송에 참여했던 시민과 청소년도 함께했다. 시민 청구인 황인철 씨는 “기후위기는 민주주의 위기이고, 헌법의 사안”이라며 “정부정책이 아니라 헌법에 따라, 국민의 생명권을 기준으로 감축목표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청구인 김서경 씨는 “정부가 지금 발표하려는 2035년 감축목표는, 헌재 판결 이전 법률을 기준으로 수립된 것이며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 8월 29일 헌재 판결은 국가의 기후 대응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었다. 이를 반영하지 않고 졸속으로 제출되는 감축목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운동’ 출범식 예정
운동본부는 “2035년 목표가 전체 중장기 감축경로의 중간지점에 해당한다”며, 이 목표가 느슨하게 설정될 경우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국제사회에 제출한 목표는 현실적으로 변경이 어렵다는 점도 이번 가처분 신청의 이유로 들었다.
운동본부는 2025년 8월 20일 오전 11시, 서울 민변 대회의실에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운동’ 출범식을 연다. 이 자리에서는 2035년, 2040년, 204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구체적인 수치를 제안하고, 이를 입법으로 연결하기 위한 향후 계획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병주 변호사(기후소송 대리인단)는 “기후위기는 생존의 문제이고 지금은 행동의 골든타임”이라며 “많은 시민과 국회가 함께 헌재 판결에 따라 책임 있게 법을 개정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욕을 앞세워 졸속으로 처리할 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사회적합의를 통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으로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