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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농업정책이 가져온 비극, 필리핀의 교훈

2025-03-18 김성희 기자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식량 안보 위기로 직결된다. 필리핀은 기후변화로 인한 농경지 침식과 정책 실패로 쌀 수출국에서 최대 수입국이 되었다. 이는 식량 생산 기반이 붕괴될 경우 국가 경제와 국민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대한민국 또한 쌀 산업 구조 개혁을 추진 중인 만큼, 필리핀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지속가능한 농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필리핀은 기후변화, 정책 실패, 국제 시장 개방의 영향을 받으며 쌀을 수출하던 국가에서 세계 최대 수입국으로 변모했다. 이는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와 농업 정책의 부재로 나타난 식량 안보 위기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식량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가의 안정성과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필수 자원이다. 최근 대한민국 농식품부에서도 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쌀 산업 구조 개혁 정책을 추진 중에 있으며, 과잉 공급을 조정하기 위해 벼 재배 면적을 줄이고 품질 향상을 통해 쌀 산업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필리핀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장기적인 농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환경과 경제, 농민의 생계를 모두 고려한 균형 잡힌 정책의 논의가 수반된다면 기후변화 대응 전략과 농업 실현 구축에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후변화와 글로벌 식량 위기: 필리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로 씨름하고 있다. 2022년 6월 유엔(UN)은 글로벌 식량 위기를 공식 선언했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기후변화가 농업과 수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2050년까지 곡물 가격이 7.6%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산업화 이후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해수면 상승과 극단적인 기후변화가 전 세계의 농업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률은 1901~1971년 평균 1.3mmry-1에 불과했지만, 2006~2018년에는 3.7mmry-1까지 급증했다. 또한 폭염, 폭우, 가뭄과 같은 기상 재해가 더욱 빈번해지면서 그 강도 역시 점차 심화되고 있다. 특히 폭염을 포함한 극한의 고온현상은 전 세계 대부분의 육지 지역에서 발생하며 더욱 자주,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폭우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로 인해 육지 증발산량이 늘어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이 발생하여 농업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기후 재해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농경지와 작물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으며,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토양의 수분이 줄어들고, 작물 생육이 방해 받는 등 경작 자체가 어려워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관측 및 미래 기후 시나리오에서 전 지구 평균 해수면 변화. 사진 IPCC 6차 보고서
관측 및 미래 기후 시나리오에서 전 지구 평균 해수면 변화. 사진 IPCC 6차 보고서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의 영향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농업·축산업·수산업이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필리핀과 같은 섬나라는 태풍과 홍수 피해가 빈번하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농경지가 줄어드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식량 생산 감소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생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대규모 기후 이주 문제까지 야기하면서 사회적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필리핀 농업을 뒤흔들다


필리핀은 넓고 비옥한 토지와 풍부한 강수량을 갖춘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이모작은 물론, 삼모작까지 가능해 한때 쌀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국가였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농업 구조의 변화, 정책적 실패, 도시화, 인구 증가 등의 요인으로 기후위기가 심화되어 쌀 농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결국 필리핀은 세계적인 쌀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필리핀은 매년 평균 20개 이상의 태풍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2024년 11월 한 달 동안만 4개의 태풍이 강타하며 기록적인 기상 이변을 경험했다. 또한 같은 해 4월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40도를 초과하는 등 100년 만에 이례적인 폭염이 발생했다. 엘니뇨 현상과 라니냐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농경지가 침식, 염분화되고 심각한 가뭄도 발생했다. 그로 인해 경작지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 주요 벼농사 지역이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증가는 필리핀의 쌀 생산 기반을 점점 더 약화되게 만들었고, 식량 공급 부족을 초래하였으며 가격 상승을 유발하여 국가의 식량 위기에 심각한 위협을 나타냈다.


잘못된 정책이 농업 기반을 무너뜨리다


2019년 필리핀 정부는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쌀 관세화 법안(Rice Tariffication Law)’에 서명하여 법제화시켰다. 이후 법안이 공식 발효되면서 본격적인 쌀 시장 개방이 이루어졌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기존에 국가가 독점적으로 관리하던 쌀 수입을 민간 기업에도 허용하고, 기존의 수입 쿼터제(할당제)를 폐지하는 것이었다. 또, 수입 쌀에 대한 관세 부과 규정을 마련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국가에서 수입하는 쌀에는 35% 관세, 그 외 국가에서 수입하는 쌀에는 50% 관세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관세 수익을 농업 기반 시설과 농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였다.

쌀 관세화 법안이 발효되면서, 필리핀의 쌀 시장은 사실상 완전히 개방되었다. 이에 따라 쌀 수입 자유화 정책이 시행되었고, 민간 기업들은 제한 없이 쌀을 수입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수입을 통해 쌀 가격을 안정화하려 했지만, 예상과 달리 값싼 수입 쌀이 시장에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국내 농가들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었다. 이에 따라 많은 농민들이 벼농사를 포기하기 시작했고, 결국 필리핀의 국내 쌀 생산량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필리핀은 점점 더 쌀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로 변해갔다.

필리핀의 쌀 시장 개방 정책은 국내 농업 경쟁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급격하게 추진되었으며, 그 결과 쌀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단기적으로는 쌀 가격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농업 기반이 붕괴되면서 식량 안보가 더욱 불안정해졌다


세계 최대 쌀 수입국으로… 기후위기와 정책 실패의 결과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필리핀의 쌀 수입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 130만 톤 수준이던 수입량은 2024년 530만 톤까지 늘어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필리핀은 베트남으로부터 전체 수입량의 86%를 공급 받고 있으며, 태국과 캄보디아, 인도 등에서도 쌀을 들여오고 있다. 하지만 국제 곡물 시장의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쌀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으며, 필리핀 내에서도 쌀 가격이 20% 이상 오르면서 국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수입 물량 급증에 따른 자국 생산 기반 악화로 쌀 값이 급등하여 필리핀 정부는 지난 2월 '쌀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필리핀 언론 선스타의 보도에 따르면, 수도 마닐라를 비롯한 필리핀 수도권 일대의 1kg 쌀 값은 41.24~59.14페소(한화 약 1027~1473원)이다. 평상시 1kg 쌀 값이 30페소(한화 약 800~900원대)인걸 감안하면 상당히 쌀 값이 오른 셈이다. 식량 인플레이션이 폭발하고 있으며 서민들이 생계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Rice emergency. 사진 필리핀 스타
Rice emergency. 사진 필리핀 스타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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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람푸도랏맨
Apr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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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등 예민한 문제를 무능한 정부가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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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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