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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기후댐'을 쌓는 나라, '댐'을 철거하는 나라

2025-05-30 최민욱 기자

기후변화 대응을 명분으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댐 건설 계획이 논란이다. 2024년 7월, 14개 댐 계획 발표 후 실효성과 환경 적절성에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채 2025년 3월, 9곳이 확정됐다. 반면 유럽은 기후대응 하천의 측면에서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2020년 승인된 유럽 그린 딜은 2만5000km 자유로운 강 복원을 목표로 댐과 보를 철거하며 자연의 힘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홍수와 가뭄의 공포 앞에서, 댐을 짓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일까?


14년 만의 댐 건설 재개

환경부가 올해 3월 12일 기후대응댐 9곳 건설을 확정했다. △아미천댐(경기 연천), △산기천댐(강원 삼척), △용두천댐(경북 예천), △고현천댐(경남 거제), △감천댐(경북 김천), △가례천댐(경남 의령), △회야강댐(울산), △운문천댐(경북 청도), △병영천댐(전남 강진)이다.

양구군 수입천. 사진. 양구군
양구군 수입천. 사진. 양구군

이는 2011년 한반도 대운하 논란 이후 14년 만에 국가 주도의 대규모 댐 건설이 재개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9월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 중단을 선언한 지 6년 만의 정책 전환이다.


가장 큰 규모 수입천댐 제외


당초 계획 중 가장 큰 규모였던 강원 양구 수입천댐은 주민 반대로 보류됐다. 총 저수량 1억 톤 규모로 14개 댐 중 가장 컸던 수입천댐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단지 물 공급을 위한 핵심 시설로 계획되었다.

충남 청양 지천댐과 전남 화순 동복천댐은 찬반 논란 속에 협의체를 통한 추가 논의로 미뤄졌다. 충북 단양 단양천댐과 전남 순천 옥천댐은 주민과 지자체의 강한 반대로 후보지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환경부는 지역 공감대가 형성된 곳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확정된 9곳에서도 여전히 주민 반대가 계속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산기천댐 후보지 사진. 삼척시
산기천댐 후보지 사진. 삼척시

실제 물 공급 효과는 제한적


환경부는 확정된 9개 댐이 완성되면 연간 4000만 톤의 용수를 추가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약 22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또한 댐별로 한 번에 80∼220㎜의 강우를 수용할 수 있는 홍수 방어 능력을 갖춘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하천정보관리시스템에서도 조회 되지 않는 산기천
하천정보관리시스템에서도 조회 되지 않는 산기천

하지만 댐 규모를 살펴보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확정된 9개 댐의 총 저수용량은 최대 1억 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최대 댐인 소양강댐 저수용량의 3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개별 댐으로 보면 규모가 더욱 작다. 경남 거제 고현천댐은 기존 문동저수지를 재개발하는 사업이고, 강원 삼척 산기천은 규모가 작아 국가 하천정보관리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하천이다.



세계적 추세는 "댐 철거"


유럽에서는 댐과 보를 철거하는 움직임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Dam Removal Europe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는 16개 국에서 325개의 수중 구조물이 철거됐고, 2023년에는 15개 국에서 487개의 장벽이 제거됐다. 2024년에는 23개 국에서 542개의 댐과 보가 철거돼 또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이 가운데 다수는 저수댐과 같은 소규모 구조물이지만, 본격적인 생태계 복원을 위한 대형 댐 철거도 이어지고 있다. 철거에 처음 참여한 국가도 늘고 있다. 2024년에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체코, 터키가 처음으로 댐을 철거했다.

가장 많은 철거를 진행한 나라는 핀란드였다. 2024년에만 138개의 장벽이 제거됐고, 프랑스는 128개, 스페인은 96개, 스웨덴은 45개, 영국은 28개를 철거했다. 철거된 구조물의 78%는 높이 2m 미만의 소형 구조물이지만, 노후화된 대형 수력발전댐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탈리아 조벤코강에서는 5개의 보가 제거돼 수십 년간 막혀 있던 하천 흐름이 회복됐다.


자연 생태적 가치와 댐의 경제성


유럽의 댐 철거는 생태계 복원을 넘어, EU의 정책적 목표와 맞물려 속도가 붙고 있다. 유럽은 그린 딜 정책으로 2030년까지 2만5000㎞의 하천을 자유롭게 흐르는 상태로 되돌린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2024년 유럽의회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연 복원법(Nature Restoration Law)’을 통과시켰다. 회원국들은 2026년까지 실행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미국도 꾸준히 댐을 철거하고 있다. 1912년부터 2023년까지 철거된 댐은 2095개로, 2023년에는 80개가 제거됐다. 여전히 9만 개 이상의 댐이 남아 있지만, 사용 가치가 떨어진 댐부터 차례로 철거가 진행 중이다. 댐의 노후화와 경제성 상실 또한 철거의 주요 동인 중 하나다. 수십 년된 댐은 안전을 위협하고 유지비용을 높인다. 이에 사용 목적을 잃은 구조물에 대한 철거 압력이 높아진 것이다.

Dam Removal Europe 활동으로 2024년 한해 542개의 생태 장벽을 허물었다. 사진. Gipuzkoa Provincial Council
Dam Removal Europe 활동으로 2024년 한해 542개의 생태 장벽을 허물었다. 사진. Gipuzkoa Provincial Council

그에 반해 한국은 세계 흐름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정부는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댐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총 9곳의 건설이 확정됐다. 환경단체와 학계에서는 이를 글로벌 흐름과 배치되는 조치라고 보고 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주댐 유지에 따른 외부 비용이 약 1960억 원에 달하며, 장기적으로는 철거가 더 경제적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유럽의 성공적인 대형 댐 첫 철거 사례, 프랑스의 셀룬강 베쟁댐

Vezins Dam 사진. Iwan Hoving – WFMF
Vezins Dam 사진. Iwan Hoving – WFMF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셀룬(Sélune)강에는 1920년대 준공된 베쟁(Vezins)댐(높이 36m)과 라로슈키부아댐(16m)이 100년 가까이 강을 가로막고 있었다. 두 수력발전용 댐으로 인해 대서양 연어, 유럽뱀장어 등의 회귀 어종이 강 상류 약 60㎞ 구간에 접근하지 못했고, 퇴적물 흐름 차단으로 하류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댐 건설로 형성된 인공 호수에서는 독성 남조류가 번성하며 수질이 악화되어 주민들의 낚시·보트 이용이 제한되는 문제도 나타났다.

프랑스 정부와 댐 운영사 EDF는 EU 물관리기본지침(WFD)의 생태 기준에 맞추어 2019년부터 노후 댐의 단계적 철거를 추진했다. 2020년 베쟁댐을 철거한 데 이어 2022년 라로슈키부아댐까지 해체되면서 셀룬강은 90여 년 만에 다시 자유롭게 흐르게 되었다. 사업 초기 일부 지역 정치인은 댐이 생산하던 전력의 손실과 홍수 조절 기능 약화를 우려하며 반대했으나, 당국은 댐 노후화에 따른 붕괴 위험성과 개선된 수질 등 환경 상의 이익을 강조하며 설득해 나갔다.

2020년, 80% 제거된 프랑스의 베쟁댐. 사진. Dam removal Europe
2020년, 80% 제거된 프랑스의 베쟁댐. 사진. Dam removal Europe

철거 과정에서는 방대한 퇴적물의 급격한 하류 유출로 인한 환경 충격을 줄이고자 수위를 서서히 낮춰 가며 댐을 해체했다. 저장된 퇴적토는 하천변 둔치 보강에 활용하고, 드러난 강바닥에는 식생 복원을 병행해 토사 유실과 수질 악화를 방지했다. 또한 과학자들이 철거 전후 생태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지역 주민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댐 철거의 취지와 효과를 충분히 설명했다. 이런 노력으로 초기 우려를 불식시키고 지역 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2021년, 베쟁댐이 있었던 장소. 셀룬강이 자유롭게 흐르고 있다. 사진. Laura Soissons – INRAE
2021년, 베쟁댐이 있었던 장소. 셀룬강이 자유롭게 흐르고 있다. 사진. Laura Soissons – INRAE

셀룬강 복원은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댐 철거 사례로 기록되며, 자연 복원을 중시하는 EU 정책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EU는 유럽 그린 딜의 생물다양성 전략 일환으로 2030년까지 2만5000㎞의 하천에 자연 흐름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2024년 발효된 자연복원법에는 이를 위해 각 회원국이 불필요한 인공 장벽 철거를 추진하도록 명문화했다. 실제로 셀룬강에서 댐 제거 후 강물 온도가 약 2℃ 낮아지고 갇혀 있던 퇴적물이 하류로 이동을 재개했으며, 강 양안에 숲과 풀이 빠르게 되살아났다. 2023년 겨울 산란기에는 대서양연어와 유럽뱀장어, 바다감탕장어 등이 옛 댐 상류 구간까지 올라오는 등 오랫동안 단절됐던 수생태계가 활력을 되찾았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댐 철거 사업, 엘와강의 댐 철거


미국 워싱턴주 올림픽반도의 엘와(Elwha)강에는 1910~20년대에 건설된 엘와댐(높이 약 32m)과 글라인즈캐년댐(64m)이 한 세기 동안 강을 막고 있었다. 이 수력발전댐들은 유역의 90% 이상을 회귀 어류가 오를 수 없게 만들어 엘와강 연어 개체수를 역사적 수준의 극소수로 감소시켰으며, 퇴적물 이동을 차단해 하구 해안 침식을 가속시켰다. 댐으로 형성된 저수지는 주변 원주민 부족의 전통 어로 터전을 수몰시켰고 강 하류의 자연 환경을 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문제로 로워 엘와 클랄람 부족 등 지역 사회는 오랫동안 하천 복원을 요구해 왔고, 마침내 1992년 연방 의회가 엘와강 생태계 복원법을 제정해 두 댐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엘와강의 댐 철거는 치밀한 환경영향 평가와 지역 협의를 거쳐 이루어졌다. 2011년부터 약 3년에 걸쳐 두 댐을 순차적으로 허물어 엘와강 약 110㎞ 구간을 개방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댐 철거 사업이 추진되었다. 철거에 앞서 국립공원관리청과 토목 전문가들은 방대한 양의 퇴적물 방류로 인한 탁수 증가, 하천 수위 변화에 따른 홍수 위험, 지역 상수도 공급 차질 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수립했다. 댐을 한꺼번에 철거하지 않고 수위를 단계적으로 낮추며 해체함으로써 퇴적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사태를 방지했다.


엘와댐 철거 과정 사진. 위키피디아


환경 영향 최소화를 위한 다양한 대비책도 병행되었다. 철거 기간 하류 지역의 생활·공업용수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취수구와 정수장을 건설하고, 탁수로 인한 어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공 부화장을 통한 치어 방류와 인근 하천에 임시 서식지를 조성하는 등의 조치가 시행되었다. 강 하구의 홍수 위험을 완화하고 지하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제방을 보강·증축하고, 수위 상승 시 침수 우려가 있는 주택은 보호 조치를 취했으며, 지하수 위상 변화로 기능이 저하될 수 있는 일부 가정의 정화조는 공공 하수망에 연결하도록 지원하였다. 아울러 댐 철거로 발생한 대량의 콘크리트 폐기물을 분쇄 후 재활용하여 매립을 최소화하는 등 해체 과정 전반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세심히 통제했다.


생태계가 회복된 엘와강, 연어가 돌아왔다. 사진. John McMillian
생태계가 회복된 엘와강, 연어가 돌아왔다. 사진. John McMillian

철거 이후 엘와강에는 자연스러운 하천 흐름과 퇴적물 순환이 회복되면서 하구 연안 지형이 역동적으로 변모했다. 수십 년 동안 상류에 쌓여 있던 약 2천만 톤에 이르는 모래와 토사가 강어귀로 흘러내려와 새로운 모래사장과 석호를 만들고, 이전에 침식되던 해안선이 자연적으로 보충되었다. 강 상류로는 100년 만에 연어와 송어 등 회귀 어종의 산란 이동이 재개되어 댐 상류 지역에서 어린 연어들이 관측되기 시작했다. 물론 철거 직후 몇 년간은 탁도가 크게 상승하면서 하류 수중 생물에 일시적인 충격이 있었고 저서무척추동물의 개체수와 종 다양성이 감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질이 정상으로 돌아온 뒤 저서생물 군집이 빠르게 회복되어 생태계 전반이 시간에 따라 안정되는 탄력성을 보였다. 또한 강이 되살아나자 지역 원주민들은 전통 어장을 회복하고, 주변 주민들도 개선된 하천 환경을 배경으로 수상 레포츠와 생태 관광, 환경 교육 등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되었다.


생태계가 복원된 엘와강. scenic Elwha River. 사진. 미국국립공원관리청
생태계가 복원된 엘와강. scenic Elwha River. 사진. 미국국립공원관리청

이들 유럽과 미국의 사례는 노후화되어 기능이 저하된 댐을 과감히 철거하고 하천의 자연성을 복원함으로써 환경 우려를 극복하고 생태계를 되살린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생태계 복원이 지역사회에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고, 강의 복원력이 높아져 기후변화로 인한 스트레스에도 견디는 탄력성이 강화된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국제 경험은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수자원 정책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후 적응을 명분으로 한 대형 댐 신설에 앞서, 하천의 자연 복원과 기존 구조물의 안전 관리 등 생태 기반의 종합적 접근을 병행함으로써 장기적인 지속가능성과 지역 사회의 편익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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