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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시대의 공공자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대한민국 산림녹화 기록

  • 23시간 전
  • 3분 분량

2026-04-03 김사름 기자

한국의 산림녹화 기록물이 2025년 4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 기록물은 6·25전쟁 이후 황폐해진 국토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와 지역공동체가 함께 추진한 산림녹화의 전 과정을 담고 있다. 전후 복구와 경제발전의 기반이 된 산림녹화 경험은 오늘날 기후위기와 재난 대응 시대에도 중요한 공공 자산으로 읽힌다. 이번 기사는 그 기록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현재적 가치를 함께 짚는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 재조림 기록 보관소: 공공-민간 거버넌스를 통해 달성된 재조림 모델". 사진 유네스코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 재조림 기록 보관소: 공공-민간 거버넌스를 통해 달성된 재조림 모델". 사진 유네스코

2025년 4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한국의 ‘산림녹화 기록물’이 2025년 4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 기록물은 6·25전쟁 이후 황폐해진 국토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이 함께 추진한 산림녹화사업의 전 과정을 담은 자료다.


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산림조합과 산림계, 개인 등이 생산한 관보, 법령, 공문서, 사업대장, 책자, 사진, 동영상, 포스터 등 총 9619건으로 구성돼 있다. 이 기록물은 2025년 4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


이번 유네스코 등재는 단순히 과거의 행정문서를 보존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전쟁과 빈곤, 연료 부족과 토양 침식 속에서 국가가 어떻게 산을 되살렸고, 그 과정에 지역 공동체가 어떻게 참여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변화, 산림생태계 파괴, 토양 침식, 재난 대응이 전 지구적 과제가 된 오늘, 이 기록물은 한국의 복구 경험을 넘어 세계가 참고할 수 있는 환경 거버넌스 자료로 읽힌다.


전쟁 뒤 58%가 민둥산…산림 복구는 국가 생존 과제였다


한국의 산림 황폐는 단순한 경관 훼손이 아니었다. 1956년 당시 전국 산림 면적의 58%가 민둥산일 정도로 훼손이 심각했고, 이 가운데 산림 황폐화 방지를 위한 사방사업 필요 면적도 전체 산림 면적의 10%를 넘었다. 숲이 사라지자 비가 오면 흙이 쓸려 내려왔고, 물을 저장할 능력을 잃은 국토는 홍수와 가뭄에 취약해졌다. 산림 복구는 곧 국토 복원이자 재해 대응 기반을 다시 세우는 일이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장기적인 치산녹화 계획을 세우고 관련 법령을 정비하며 조직을 강화했다. 1961년 산림법 제정을 시작으로 사방사업법, 국토녹화촉진임시조치법, 화전정리법 등이 마련됐고, 양묘와 조림, 사방사업, 연료림 조성, 화전 정리 사업이 전국적으로 추진됐다. 1973년에는 산림청을 농림부에서 내무부로 이관해 전국 지방행정조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산림녹화 정책의 현장 집행력을 높였다.


이 과정은 중앙정부의 정책 추진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방정부는 조림대장, 화전민 정리대장 등 현장 집행 기록을 남겼고, 민간에서는 산림조합과 산림계가 조직돼 정부 정책과 결합했다. 그 결과 산림녹화는 행정사업을 넘어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한 전국적 복원 프로젝트가 됐다.


산림계와 마을공동체, 녹화의 숨은 주체


산림녹화의 핵심은 국가만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였다. 1950년대부터 마을 단위로 결성된 산림계는 한국 산림녹화의 중요한 실행 주체였다. 정부는 묘목과 비료, 자재를 지원했고, 주민들은 연료림을 조성하고 공동 조림과 양묘사업에 참여했다.


분수 조림제도, 국유림 대부 및 위탁관리제도, 조림지 검목제도, 수익형 마을 양묘, 공동조림사업 등은 국가 정책과 지역공동체의 이해를 연결한 장치였다. 이는 농촌의 연료난을 해결하는 동시에 주민의 생계와 복구사업을 함께 묶어 낸 방식이었다. 화전정리사업 역시 단순한 단속이 아니라 국토 관리와 생활 방식의 전환이 결합된 정책이었다.


이런 점에서 산림녹화 기록물은 단순한 조림 성과의 기록이 아니다. 국가와 주민이 어떻게 협력했는지를 보여주는 민관 협력 거버넌스의 역사이기도 하다. 대규모 사방사업, 화전 정리 사업, 산림계의 연료림 조성에 관한 기록물은 다른 나라에서 찾기 어려운 독창성과 희소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산림녹화, 경제발전의 토대가 되다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 1960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 78달러 수준의 가난 속에서, 전쟁으로 훼손된 국토를 반세기 만에 복원해 냈기 때문이다. 산림녹화는 단순한 조림사업이 아니었다. 수자원을 확보하고, 산사태와 홍수·가뭄을 줄이며, 토양을 보전하고, 농촌 연료 문제를 완화해 경제발전의 기반을 닦는 과정이었다.


실제 한국 산림의 임목축적은 1953년 헥타르당 5.6㎥에서 2020년 165㎥로 크게 증가했다. 산림 회복은 국토의 안정성을 높였고,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능해지는 토대를 제공했다. 전후 국가 재건의 역사에서 산림녹화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결정적인 기반 인프라였던 셈이다.


이번 기록물에는 1965년 치산 7개년 계획, 1973년 국토녹화 10개년 계획, 영일지구 사방사업 완료 보고, 국토건설요원 사방공사 사진, 마을 산림계 사진첩 등 정책 결정부터 현장 실행까지 이어지는 자료가 폭넓게 포함돼 있다. 국가가 계획을 세우고, 지방정부가 집행하고, 주민이 참여했던 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기록물의 힘이다.


세계기록유산 등재까지…민간 기록 발굴이 전환점


‘산림녹화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짧은 과정이 아니었다. 환경보호의 중요성과 산림의 역할을 알리는 교육·홍보 자료로서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 관련 기록물 수집이 본격화됐고, 2016년에는 (사)한국산림정책연구회를 중심으로 ‘산림녹화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추진위원회는 국가기록원과 정부, 지방자치단체, 임업 관련 단체, 개인이 소장한 자료를 조사하고 목록화했다. 2017년 1차로 약 3600건을 제출했지만, 민간 기록물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등재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후 산림조합과 산림계 등 민간 부문의 기록을 집중 발굴해 2024년 2월 총 9619건으로 다시 신청했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자문과 심의를 거쳐 최종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 결과 2025년 4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확정됐다.


이는 한국의 산림녹화가 단지 국가 주도 개발 서사의 일부가 아니라, 마을공동체와 민간의 참여가 결합된 사회적 실천이었다는 점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후 한국의 산림녹화는 국가가 법과 제도를 만들고, 지방정부가 현장을 책임지며, 주민이 직접 참여한 장기 복원 프로젝트였다. 그 경험은 오늘날 기후 적응, 생태 복원, 유역 관리, 산림 분야 공적개발원조(ODA), 지역 기반 전환 정책을 고민하는 데 소중한 자료가 된다. 민둥산을 숲으로 바꾼 대한민국의 산림녹화 기록물은 기후위기 시대에 국토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 동시에, 그 해답의 방향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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