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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리포트12 ⑧ 기후질병(2) | 극심한 기온 변화, 심혈관 질환 사망률 높혀

최종 수정일: 5일 전

2025-08-13 김성희 기자

심혈관계 질환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는 더 이상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시스템 리스크이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경보–보호–진료–도시–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통합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극심한 기온, 심장을 멈추게 하는 보이지 않는 위협


국제학술지 Circulation(2023)에 발표된 다국가 분석에 따르면, 극심한 기온 변화는 심혈관 질환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높인다고 확인됐다. 1979년부터 2019년까지 5대륙 27개국 567개 도시의 심혈관 사망 데이터 3215만 건을 분석한 결과, '최저사망기온'을 기준으로 한 극심한 더위(상위 1%)와 한기(하위 1%) 모두에서 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 심부전 사망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특히 한기에서는 상대위험도가 허혈성 1.33, 뇌졸중 1.32, 심부전 1.37로 나타나, 더위에 비해 더 큰 위험을 초래했다.


온도가 오르면 그로 인해 심혈관 질환도 함께 오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Circulation
온도가 오르면 그로 인해 심혈관 질환도 함께 오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Circulation

초과사망 부담을 보면, 더운 날 1000건당 2.2건, 추운 날 9.1건이 추가로 발생했다. 특히 심부전은 더위(2.6건)보다 한기(12.8건)에 훨씬 더 취약하다고 드러나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The Lancet Planetary Health(2022)'의 연구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이 보고서는 지역별 더위 임계점을 넘는 1℃ 상승마다 심혈관 사망이 평균 2%대 증가하며, 폭염 시에는 사망 위험이 약 17%까지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뇌졸중과 관상동맥질환의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컸고, 병원 밖 심정지와 부정맥 위험도 유의하게 상승했다.


'재난' 그 자체가 만드는 심혈관 리스크


극단적인 기온과 심혈관계 질환의 연관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기후변화는 개인의 생명과 직결된 중대한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 동해안 대형 산불 노출 지역에서 심부전·폐질환·폐렴으로의 의료 이용 증가가 보고됐다. 자연재난 직후 며칠~수주 동안 심혈관 사건이 늘어나는 패턴은 여러 나라에서 반복 확인된다.


Circulation (2023, 중국 장쑤성) 분석에 따르면, 극단의 더위 또는 한파가 고농도 PM2.5와 동시에 발생할 때, 급성 심근경색 사망 위험이 18~74%까지 상승했고, 상호작용 지표로도 단순 합을 넘어서는 시너지가 확인됐다. 이처럼 기후위로 인한 기후재난은 단순한 기온 변화를 넘어, 대기오염 물질과의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심혈관 질환에 치명적인 위협을 일으킨다.


심부전 환자와 기저질환자, 기온 변화에 가장 취약한 이유


기후위기에 심부전이 가장 취약한 데는 이유가 있다. 폭염 시에는 체열 방출을 위해 피부 혈류량이 늘고 땀을 많이 흘려 체액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혈액이 끈적해지고 응고 성향이 커지며, 교감신경 항진으로 심박수와 심장 수축력이 증가해 심근의 산소 요구량이 급증한다. 특히 이뇨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체내 수분과 전해질(칼륨, 마그네슘) 균형이 깨져 부정맥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반면 한파는 정반대의 기전을 통해 심장에 부담을 준다. 추위에 노출되면 말초혈관이 수축하여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이 뿜어내야 하는 힘(후부하)이 커져 심근의 산소 요구량이 늘어난다. 또한,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고 응고 경향이 강해져 동맥경화반이 파열될 위험이 커진다. 이처럼 폭염과 한파는 서로 다른 경로를 거치지만, 결국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어 심혈관 사건이라는 동일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취약성은 기저 심장병을 가진 환자들에게도 직접 위험이 된다. 유럽 5개국 230만 명 이상을 추적한 EXHAUSTION 프로젝트(2022)에 따르면, 기온이 15℃에서 24℃로 오를 때 전체 인구에서는 뚜렷한 고온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기저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심혈관 사망이 25%, 뇌졸중 사망이 30%나 증가했다. 반면 한파의 경우, 기온이 10℃(5℃에서 −5℃) 떨어졌을 때 심혈관 사망이 19%,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이 22% 늘어나는 등 전체 인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심장을 위협하는 기후재난, 통합적 대응이 필요할 때


기온이 15℃에서 24℃로 오를 때, 기저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심혈관 사망이 25%로 증가한다. 이미지_University of Maryland
기온이 15℃에서 24℃로 오를 때, 기저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심혈관 사망이 25%로 증가한다. 이미지_University of Maryland

기후재난은 단순한 온도 문제가 아니다. 산불은 초미세먼지·유기화합물·가스가 섞인 연기를 대량으로 발생시켜 산화스트레스와 염증, 혈액 응고를 유발한다. 홍수는 감염병과 수인성질환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약물·전력·응급의료 접근을 끊어 간접 사망을 늘린다. 여기에 대기오염과의 ‘독성 시너지’가 겹친다. 따라서 재난에 대한 대응은 기온 관리뿐 아니라, 재난 유형별로 달라지는 사항에 따라 통합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극단적 기온과 재난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다. 기후변화가 그려내는 재난의 풍경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찜통 같은 폭염과 혹한, 산불과 홍수, 고농도 미세먼지와 오존이 번갈아 덮친 뒤, 응급실에는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가 잇따른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스템 리스크’다. '물을 더 마시라'는 개인적 권고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통합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열 불평등', 기온이 아닌 접근성의 문제


뜨거운 폭염 아래, 건설노동자의 모습. 사진_서울시
뜨거운 폭염 아래, 건설노동자의 모습. 사진_서울시

한국은 폭염일수 증가와 큰 일교차가 겹치며 ‘여름 위험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023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4일을 넘었고,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 환자는 전년 대비 80% 이상 늘었다. 수도권에선 단순 평균기온보다 습도와 체감온도를 반영한 열지수가 65세 이상 심혈·호흡기 사망과 더 강하게 맞물렸다.


문제는 같은 33℃라도 노출·방어·회복 조건이 지역·계층별로 다르다는 점이다. 그늘, 가로수, 공원, 하천 등 '냉열 인프라'가 부족하고, 냉방기조차 사용하기 어려운 에너지 빈곤 가구, 독거노인이 많은 노후 주거 밀집 지역에서 폭염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 반면, 교통량이 많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밀도가 높은 구역은 낮 동안 체온을 끌어올리는 '폭열 핫스팟' 역할을 하며, 밤에는 열대야를 유발해 심혈관계 회복을 방해한다.


녹지, 수변, 그늘막, 쿨루프 등 도시 설계 요소와 가까운 곳일수록 뚜렷한 보호 효과가 확인됐다. 이는 결국 한국의 폭염 문제가 기온 자체의 상승이 아닌, 냉열 인프라, 주거 환경, 의료 접근성 등의 격차에서 비롯되는 '접근성의 문제'임을 보여 준다. 이러한 '열 불평등'은 심혈관 질환 위험의 격차로 직결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


폭염·한파를 넘어 시스템 리스크로 인식해야

질병관리청 2024-2028 기후보건 중장기계획의 비전과 목표
질병관리청 2024-2028 기후보건 중장기계획의 비전과 목표

'물을 충분히 마시고, 낮 시간에는 외출을 삼가세요.' 그동안 기후변화가 가져온 폭염과 한파에 대한 대응은 대개 개인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데 그쳤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드러나는 본질은 이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이는 전력, 통신, 교통, 의료, 주거 등 사회의 핵심 인프라가 얽힌 시스템 리스크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2024-2028 기후보건 중장기계획'은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경보부터 근거 마련까지 전 과정을 통합하는 시스템적 접근을 제시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핵심은 기상 데이터와 전국 응급실 감시 자료를 실시간으로 연동해 위험 신호를 정밀하게 포착하는 복합위험 경보 시스템이다.


단순히 온도가 높을 때 경보를 발령하는 수준을 넘어, 폭염과 미세먼지·오존이 중첩될 때 심혈관 사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경보 단계별로 쿨링센터 개방, 냉난방비 바우처 자동 집행, 취약계층 안부 확인 등 선제적 보호 조치를 자동화하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고 있다. 계획은 마련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체계를 평상시에도 자동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현장 규칙으로 구체화하는 일이다.


도시·의료·민간이 협력하는 회복력 있는 사회 구축도 필요


기후위기 대응의 성공 여부는 정책 계획을 넘어선 현장 실행력에 달려 있다. 도시 설계와 의료 현장, 그리고 민간 부문이 각자의 역할을 인식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해야만 진정한 회복력을 확보할 수 있다.


도시의 역할은 단순히 더위를 피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늘, 도시 녹화, 쿨루프 등을 통해 도시 자체의 열섬 현상을 근본적으로 완화하는 데 있다. 노후 주택의 단열과 냉방 접근성을 개선하여 밤에도 시민들이 충분히 휴식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도시 정책의 중요한 축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심부전 등 만성질환자를 위한 폭염·한파 표준 프로토콜을 도입해 문자나 앱을 통해 복약, 수분 섭취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고, 필요 시 원격 모니터링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옥외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WBGT(습구흑구온도) 지표에 따라 작업 중지, 휴식 시간을 의무화하는 등 민간 부문의 책임 있는 행동이 요구된다.


개인에게 '물을 더 마시라'는 단순한 권고를 넘어, 경보-보호-진료-도시-데이터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총체적인 시스템이 기후변화 시대에 우리의 심장을 지키는 궁극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대한간호협회에서 고령층들을 위해 무료 혈압체크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_의계신문
대한간호협회에서 고령층들을 위해 무료 혈압체크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_의계신문

기후 위기, 시스템으로 심장을 지키는 시대


기후위기는 건강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극단의 기온과 재난이 심혈관질환의 사망과 이환을 확실히 끌어올린다는 증거는 충분하다. 반면 한국은 폭염 증가·고령화·도시열섬이 겹치며 취약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개인에게 물병 하나와 마스크 한 장만 쥐여 주는 대응으로는 부족하다. 과학적 경보와 표적 보호, 표준화된 진료, 건강한 도시, 살아있는 데이터가 하나의 축이 연결될 때, 우리는 “재난이 심장을 두드리는” 시대에도 심장 박동을 지킬 수 있다.

1 coment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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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4일 전

기후이상변화는 뇌와 신경계 뿐만 아니라 심장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군요. 연관성에 대해 좀더 많은 연구와 데이터가 축적되어 건강의료보험 체계 안에 반드시 이 부분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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