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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리포트12 ③ 폭염 | ‘더위로 죽지 않는 사회’를 위하여

2025-07-10 최민욱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21세기 인류 건강의 최대 위협으로 지목한 폭염. 우리에게는 얼마나 위험한 존재일까? 충격적이게도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폭염으로 숨진 사람이 493명으로, 태풍·홍수 등 모든 자연재해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3.6배나 많았다. 2018년 '31일의 악몽'으로 불린 기록적 폭염 이후 정부는 폭염을 법정 재난으로 분류하고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다. 무더위쉼터는 문 잠긴 '유령 쉼터'가 태반이고, 옥외 작업중지 지침은 권고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 특히 농업노동자, 택배기사, 에너지 빈곤층 등 가장 취약한 이들은 여전히 보호망 밖에서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쿨링포그 아래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쿨링포그 아래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폭염은 왜 가장 치명적인 재난인가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폭염을 지목한 바 있다. 그만큼 폭염은 우리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용한 살인자”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태풍이나 홍수 등 여타 자연재해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폭염으로 숨진 사람이 총 493명으로, 같은 기간 태풍·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 전체를 합친 것의 약 3.6배에 달한다. 폭염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누적 사망자가 가장 많은 치명적인 재난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폭염 피해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꾸준히 누적되어 왔다.


특히 고령자·저소득층·만성질환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사망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폭염은 땀 배출과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노년층, 냉방시설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는 빈곤층, 심뇌혈관계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더 큰 치명타로 작용한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8년 온열질환 사망자 163명 중 75%가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또한 사망자 절반 가량은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고 자택이나 야외 작업장에서 숨진 것으로 나타나, 병원 통계에 잡히지 않는 ‘통계 밖 사망’도 많음을 시사한다. 폭염은 힘 없고 돈 없고 건강까지 취약한 이들에게 더욱 잔혹한 재난인 셈이다.


폭염은 열사병, 탈진 등 직접적 온열질환뿐 아니라 심장질환, 당뇨 악화 등 간접 요인으로도 인체에 치명상을 입힌다. 특히 고령자·만성질환자·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게 더 큰 위험을 초래해 ‘불평등한 재난’으로 불린다. 그렇다면 이러한 폭염 피해는 과연 피할 수 없는 “천재(天災)”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인한 사망은 상당 부분 예방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폭염은 수일 또는 수주 전부터 기상 예측이 가능하고, 충분한 대비와 대응 체계만 갖춘다면 무더위 그 자체로 사람이 죽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 자주 마시기, 그늘·실내에서 휴식하기, 냉방 기기 적절히 사용하기 등 기본 수칙을 알리고 지키도록 지원하면 온열질환은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보건당국은 거듭 강조해 왔다. 결국 폭염으로 사람이 숨진다는 것은 폭염이 불가항력적으로 “갑자기” 닥쳐서라기보다, 사회가 마련해 둘 수 있었던 보호망에 구멍이 있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폭염 피해는 자연현상만의 결과물이 아니라 사실상 인간이 만들어 낸 기후위기와 안전망 부재가 빚은 인재(人災)로 볼 수 있다.


정부 또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폭염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재난으로 인정하고 대처하기 시작했다. 2018년을 계기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법정 “자연재난”에 포함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법적 분류는 “자연재난”이지만, 폭염 대응의 핵심은 인간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도 더위로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폭염을 가장 치명적인 재난으로 키운 구조적 원인들을 직시하고 적극적인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2018년 폭염, ‘31일의 악몽’과 그 이후


2018년 여름, 대한민국은 기상 관측사상 유례없는 폭염을 겪었다. 그해 78월에 폭염 일수가 무려 31일에 달해 역대 1위를 기록했고, 낮 최고기온이 연일 40℃에 안팎이 지속된 “31일간의 악몽”이 펼쳐졌다. 열대야도 기록적으로 이어지며 밤낮없는 더위가 지속된 그 해 여름,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다 숨진 사람만 48명에 달해 기존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병원에 이르지 못하고 집이나 야외에서 숨진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폭염 사망자는 163명으로 3배 이상 많았다. 2018년 폭염 참사는 이처럼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며 “사상 최악”의 폭염 재난으로 기록됐다.


2018년 폭염 피해가 유독 컸던 것은 단순히 운 나쁜 기상이변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해는 이례적인 대기정체와 고기압 등 기상 조건이 겹쳐 폭염이 장기화되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지구온난화로 기온 자체가 상승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반도의 연평균 폭염일수는 최근 10년 새 1970년대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고, 폭염의 빈도와 강도 모두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결국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가 폭염을 빈발하는 재난으로 만들고 있었지만, 2018년 당시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대비 태세가 부족했다.


당시까지 폭염은 법적으로 재난으로 분류되지 않아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체계적인 대응 체계가 미흡했고, 폭염 경보가 내려져도 사업장 작업중지나 취약층 보호 조치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농촌의 고령 농민이나 도시 빈곤층 어르신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홀로 더위를 견디다 사망해도 이를 방지할 사회적 장치가 충분치 않았던 것이 드러났다. 2018년 폭염 참사는 기후위기 시대에 낡은 안전망으로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2018년 기록적 폭염 이후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대두되었고, 겨울철 따뜻할 권리로 시작된 연탄지원에서 폭염에 쓰러지는 사람들을 위한 냉방용품지원, 냉방비지원 바우처사업이 사회단체와 지자체가 나서게 되었다.  사진 2018 뉴스원
2018년 기록적 폭염 이후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대두되었고, 겨울철 따뜻할 권리로 시작된 연탄지원에서 폭염에 쓰러지는 사람들을 위한 냉방용품지원, 냉방비지원 바우처사업이 사회단체와 지자체가 나서게 되었다. 사진 2018 뉴스원

이 참사를 계기로 정부와 사회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앞서 언급했듯 2018년 10월 ‘폭염’을 재난관리 기본법상 자연재난으로 포함시키는 법 개정이 이뤄졌고, 이후 폭염 대응이 국가적 의제로 부상했다. 2019년부터 행정안전부는 여름철마다 범정부 폭염 종합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폭염특보 수준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되는 등 재난 수준의 대응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2011년부터 운영해 온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강화하여 매년 폭염기간(5~9월) 전국 응급 의료기관들의 온열질환자 발생 현황을 신속히 집계·공개하고 있다.


이 감시체계는 폭염 피해의 “위험 신호”를 실시간으로 알려 주는 장점이 있지만, 집계되는 사망자는 병원에서 확인된 직접 원인뿐이라 실제 전체 피해 규모를 과소평가하는 한계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통계청 사망원인 자료 등을 종합 분석해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까지 추산, 대책 수립에 반영하고 있다.


폭염 대응 제도 정비도 잇따랐다. 2019년 고용노동부는 폭염 시 사업장에 대한 옥외 작업중지 권고 기준을 종전 체감온도 38℃에서 35℃로 강화하고, “물·그늘·휴식” 3대 기본수칙 준수를 적극 지도하기 시작했다. 또한 2021년에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모든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 근로자 휴게시설(쉼터) 설치를 의무화하여 냉방기와 식수를 제공하도록 했다. 폭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지자체들은 무더위쉼터 지정 확대와 살수차 운행, 그늘막 설치, 취약 어르신 안부 확인 서비스 등 다양한 대책을 도입했다. 그 결과 2018년 이후 몇 년간은 폭염 관심도가 높아지고 비교적 선선한 여름이 이어지면서 연간 열사병 사망자가 두 자릿수로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추세가 지속되면서 2021년 이후 폭염 강도가 다시 높아졌고, 2022~2023년엔 피해도 급증하는 추이를 보였다. 특히 2023년 여름엔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34명으로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고 질병관리청은 집계했다.


이는 법과 제도를 보완해 왔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부분이 많음을 시사한다. 폭염을 ‘재난’으로 분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고, 그 이후 실효성 있는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언제든 대규모 인명 피해가 재발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제도는 있지만 삶의 현장은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는 폭염 대응을 위한 형식적 제도는 상당 부분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실제 현장에 안착시키는 데 많은 어려움이 노출되고 있다. 첫째, 질병청 온열질환 감시망의 경우 매년 수천 명의 온열질환자 발생 상황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게 해 주지만, 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폭염 피해자들은 그대로 사각지대에 남는다. 병원에 이송되지 못한 채 집에서 숨지는 독거노인이나 길거리에서 쓰러져 사망하는 노숙인 등은 응급실 감시망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로 폭염 사망자는 감시망 집계의 3~6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 발표나 대책이 응급실 집계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실제 위험을 과소평가하여 적기 대응을 놓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감시망 자료는 어디까지나 경고 신호로 활용하고, 정책 수립에는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 등 보다 포괄적인 데이터를 병행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더위쉼터 제도의 겉과 속이 다르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6만 개가 넘는 무더위쉼터가 지정되어 있다. 숫자만 보면 폭염 취약계층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현장 점검 결과 절반 이상이 유령 쉼터나 다름없는 실정이 드러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남·경북 등지에서 임의로 선정한 무더위쉼터 30여 곳을 찾아가 보니, 실제 정상 운영되고 있었던 곳은 1/3도 채 안 되었다고 한다.


일부는 아예 문이 잠겨 있고 “외부인 출입금지” 안내만 붙어 있었으며, 어떤 곳은 예산 부족으로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아 실내가 찜통이었다. 심지어 야외 공원 벤치를 쉼터로 지정해 놓고는 그늘막 하나 없이 방치한 사례도 있었는데, 해당 벤치의 표면 온도가 60℃까지 치솟아 오히려 위험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또 주민들이 쉼터 존재 자체를 몰라 이용을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안내 표지 부재와 정보 관리 부실 때문이었다. 실제로 정부 앱에 등록된 쉼터 주소 1500여 개를 조사했더니 200곳 이상이 위치 정보 오류로 잘못 안내되고 있었다는 보도도 있다. 이렇듯 “지정만 해 놓고 제 구실을 못하는” 무더위쉼터가 수두룩한 탓에 정작 도움이 절실한 취약층은 혜택을 못 보고 있다. 현장에서 예산·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쉼터 운영이 부실한 현실을 개선하지 않으면, 제도만 만들어 놓고도 폭염 대책의 실효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옥외 작업중지 지침 또한 유명무실하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폭염특보가 내려질 경우 사업주에게 한낮 시간대 옥외작업을 중지하거나 작업시간을 단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19년 이후 이 권고 기준을 한층 강화하여 체감온도 35℃ 이상이면 사실상 “작업 중단”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지침을 개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지침이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법적 의무가 아니다 보니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올해 7월 발생한 경북 구미 아파트 건설현장 폭염 사망 사고의 경우, 해당 현장은 노사 합의로 혹서기 오후 1시 이후 작업을 중단하기로 되어 있었음에도 외국인 하청 노동자들이 합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4시까지 작업을 계속하다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부가 “2시간 일하면 20분 휴식” 등의 5대 수칙을 발표했지만, 택배 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는 원청 소속 정식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예 권고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처럼 제도권 밖의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지침도 보호막이 되어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설령 지침 대상인 사업장이라 해도, 단속과 처벌 근거가 약해 사업주가 이를 어겨도 제재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노동단체들은 “폭염 시 옥외작업 전면 금지 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한다. 근로감독관들이 나서서 지침 이행을 점검한다고는 하지만, 전국의 모든 건설현장과 옥외 작업장을 일일이 감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들에게 폭염 안전수칙은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폭염 대응을 위한 법과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제대로 실행되고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시망은 실제 피해를 다 포착하지 못하고, 쉼터는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현장에서 텅 빈 껍데기가 되고, 작업중지 지침은 법의 울타리 밖에서 무용지물이 된다. 이러한 제도-현장 괴리를 해소하지 못하면, 폭염을 공공에서 관리하고 예방하겠다는 의도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폭염 사망은 사고가 아닌 구조적 살인


폭염 재난의 최전선에는 사회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서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보호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폭염이 “사각지대의 재난”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농업노동자들이다. 들판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농민들은 폭염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되지만, 이들은 대개 고령의 자영농 또는 영세 일용직으로 산업안전 규제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매년 여름 뉴스에는 논밭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숨지는 농민들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올 7월 초에도 경북에서 70대 농부가 밭일을 하던 중 쓰러져 숨졌고, 인근 지역에서도 연달아 고령 농민 사망 사례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고에 대해 정부의 특별한 대책이나 보상은 없는 실정이다. 폭염 경보가 내려져도 “밥벌이”를 멈출 수 없는 농민들은 자기 몸을 희생하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농촌진흥기관에서 폭염 시 농작업 시간 조정을 지도하고 마을 앰프 방송으로 경보를 내보내는 정도가 고작이다. 근본적 제도 보호망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농민 개개인이 물통 하나와 모자 하나에 의존한 채 참혹한 더위를 견디고 있다.


비정규 옥외노동자들도 폭염 사각지대에 놓이기는 마찬가지다. 건설 현장의 하청·일용직 노동자나 택배·배달기사, 환경미화원, 주차 안내원, 경찰 지휘봉을 드는 교통경찰 등 각종 야외 현장의 종사자들은 폭염에도 일을 멈추기 힘든 처지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계약 형태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이거나, 혹은 사업장 내 비정규 하청 인력이라서, 앞서 언급한 정부의 폭염 지침에서조차 제외되어 있다.


택배 기사는 개인사업자 신분이므로 고용노동부의 어떤 권고도 원청 택배사에 강제할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도 정해진 물량을 소화하느라 쉼 없이 배달을 나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배달 노동자들은 스스로 휴식을 취하고 싶어도 건당 수수료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구조상 쉴 수 없다고 토로한다. 또 작업 중 더위를 식힐 냉방시설이나 얼음 조끼 등도 모두 사비로 마련해야 하며, 제대로 지급되는 경우는 드물다.


건설현장도 형편은 비슷하다. 원청이 노조와 맺은 혹서기 단축근무 합의가 있어도, 그 혜택은 직접 고용된 정규 인부들에게만 적용되고, 하청의 이주노동자 팀에는 “그림의 떡”이었던 사례가 앞서 구미 사고에서 드러났다. 결국 폭염 속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이 가장 위험하지만, 이들은 법의 보호 테두리 밖에 있어서 최소한의 휴식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두고 “폭염 속 노동자를 방치하는 것은 사고가 아닌 구조적 살인”이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사각지대는 에너지 빈곤층이다. 냉방 시설이 없거나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있어도 못 트는 가구들이 여름 폭염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계층의 상당수는 에어컨이 있더라도 여름철 하루 2시간 미만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선풍기조차 없이 지내는 극빈층도 일부 존재한다. 이런 가구는 대개 노인 1인 가구이거나 쪽방·반지하 등 취약주거에 몰려 있다.


실제로 서울의 한 자치구 조사에서 반지하 주택의 여름철 실내온도가 평균 36~38℃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나왔다. 열악한 단열과 환기 조건으로 인해 실내가 외부 기온보다 오히려 더 뜨거워지는 것이다. 이런 집에서 사는 분들은 말 그대로 “위험한 계절”을 보내는 셈이다. 폭염 속에 냉방 없이 버티던 취약계층 어르신들이 조용히 목숨을 잃는 사건도 간혹 보도되지만,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가기 일쑤다.


정부가 에너지바우처나 전기요금 할인 등 냉방비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나 그 규모가 너무 작다. 예컨대 1인가구 하절기 바우처는 고작 7천 원, 여름철 전기요금 할인도 월 최대 2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에어컨을 한 달만 충분히 가동해도 전기요금이 몇십만 원 나오는 현실에서, 이러한 지원은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도와준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결국 돈이 없어 에어컨을 꺼둔 채 찜통 같은 방에서 숨지는 빈곤층이 발생해도, 현재 제도로는 막아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공 무더위쉼터를 이용하라고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중증질환자가 먼 쉼터까지 찾아가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게는 집에서도 밖에서도 갈 곳 없는 폭염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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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7월 15일

폭염 사망은 사고가 아닌 구조적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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