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긴급진단 | 세계 노동자들이 묻다…녹색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인가

  • 2시간 전
  • 4분 분량

2026-05-01 김사름 기자

녹색 일자리란 기후위기 대응과 생태계 회복에 기여하면서도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 적정한 임금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말한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효율, 순환경제 산업은 탄소를 줄이기 위해 확대돼야 하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조건이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 고용, 위험한 하청구조 위에 세워진 녹색산업은 정의로운 전환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세계 노동자들은 묻는다. 녹색 일자리는 정말 좋은 일자리인가. 탄소를 줄이는 산업은 누구의 노동으로,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지고 있는가. 기후위기 시대의 전환은 일자리의 숫자만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을 함께 물어야 한다.


녹색 일자리는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전기차, 순환경제 등에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 적정한 임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녹색’이라는 이름만으로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없다. 사진 출처 ILO
녹색 일자리는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전기차, 순환경제 등에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 적정한 임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녹색’이라는 이름만으로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없다. 사진 출처 ILO

 녹색 일자리는 반드시 ‘양질의 일자리’여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세계 각국은 녹색 전환을 말한다. 석탄과 석유의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고, 건물과 산업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일이 새로운 산업정 책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녹색 일자리’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녹색 일자리를 “환경을 보전하거나 회복하는 데 기여하는 양질의 일자리”로 설명한다. 이 일자리는 제조업과 건설업 같은 전통 산업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같은 새로운 녹색산업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


녹색 일자리는 에너지와 원자재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며, 폐기물과 오염을 줄이고, 생태계를 보호하거나 회복하는 데 기여한다. 여기서 핵심은 두 단어다. 녹색과 양질이다.


환경에 기여한다고 해서 모두 녹색 일자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ILO의 정의에서 녹색 일자리는 반드시 ‘양질의 일자리’여야 한다. 다시 말해 노동자의 권리, 안전, 적정한 임금, 사회보호, 인간다운 노동조건이 함께 보장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나면 그것은 녹색산업이다. 그러나 그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위험한 하청구조에 놓이고, 낮은 임금과 불안정 고용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것은 좋은 일자리인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이 성장하더라도 장시간 노동, 산업 재해, 노동권 침해가 반복된다면 그것을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녹색산업이 늘어난다고 좋은 일자리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녹색 전환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는 일, 전기차와 배터리를 만드는 일,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일,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일은 모두 앞으로 더 커질 산업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이런 일자리는 필요하다.


그러나 세계 노동운동은 이 흐름을 낙관만 하지 않는다. 새로운 산업이라고 해서 노동조건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의 색깔이 화석연료에서 녹색으로 바뀌어도, 그 안의 고용구조가 하청과 외주, 단기계약, 낮은 임금으로 채워진다면 노동자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국제노총(ITUC)은 2025년 COP30 요구 안에서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되 사람을 보호하고 번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좋은 녹색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새 일자리가 아직 양질의 노동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 일자리 논의가 단순히 “몇 개의 일자리가 생기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일자리는 안전한가. 정규적이고 안정적인가. 노동자가 교섭할 권리를 갖는가. 위험은 하청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는가. 지역사회는 그 산업의 수익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가.


녹색 일자리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탄소를 줄이는 산업이라도 노동권을 훼손한다면 그것은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불평등이 될 수 있다.


세계 노동자들은 ‘전환의 약속’을 확인하고 있다


세계 노동자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개입하는 이유는 전환을 거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전환이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일방적으로 비용을 떠넘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ILO는 정의로운 전환을 생태적 전환의 사회·경제적 기회를 극대화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제대로 설계된 기후행동은 수백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 지속가능한 기업, 작업장 안전 개선, 사회보호 확대, 노동권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ILO는 파리협정 이행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순 1800만 개의 일자리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제시한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자동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다르다. 전환이 새로운 고용을 만들 수 있다면, 그 고용이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지는지 함께 따져야 한다.


국제노동운동은 이 지점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한다.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원칙이다. 정부와 기업이 전환의 방향을 정하고 노동자가 결과를 통보받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가 전환의 설계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다.


COP30에서 제기된 질문, 노동자는 전환의 설계자인가


2025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COP30에서도 노동자의 참여는 중요한 쟁점이었다. 국제노총은 COP30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벨렝 행동 메커니즘, 즉 BAM이 만들어진 것을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했다.


이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체제 안에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정의로운 전환 정책 형성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히는 의미를 갖는다. 기후 정책은 오랫동안 감축 목표, 기술, 재정, 국제 협상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 그러나 실제 전환은 공장, 발전소, 항만, 건설 현장, 물류 센터, 농촌과 도시의 노동 현장에서 일어난다. 노동자가 빠진 기후 정책은 현장의 지식을 놓칠 수밖에 없다.


세계 노동운동의 기후위기 대응에서 또 하나 중요한 흐름은 에너지 민주주의다. 에너지 민주주의는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만 묻지 않는다. 에너지를 누가 소유하고, 누가 통제하며, 누구를 위해 공급할 것인가를 묻는다.


에너지민주주의를 위한 노동조합 네트워크(TUED)는 전 세계 노동조합과 연대단체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다. TUED는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빈곤 해소, 노동권 보호를 위해 에너지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사회적 소유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 관점은 녹색 일자리 논의와 직접 연결된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더라도 그것이 소수 기업의 수익 사업으로만 운영된다면 지역사회와 노동자의 권한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공공성과 민주적 통제가 강화되면 에너지 전환은 좋은 일자리, 지역 경제, 에너지 접근권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다.


녹색 일자리의 질은 기업 내부의 노동조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에너지와 산업의 소유 구조, 공공성, 지역사회 참여 방식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세계 노동자들은 일자리의 숫자뿐 아니라 전환의 권한을 함께 묻는다.


국제노동기구(ILO)의 『World Employment and Social Outlook 2018: Greening with jobs』 보고서 표지. ILO는 녹색 전환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만, 그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되려면 노동권과 사회보호, 안전한 노동조건이 함께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처 ILO.
국제노동기구(ILO)의 『World Employment and Social Outlook 2018: Greening with jobs』 보고서 표지. ILO는 녹색 전환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만, 그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되려면 노동권과 사회보호, 안전한 노동조건이 함께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처 ILO.


남반구 노동자들이 말하는 녹색 일자리의 또 다른 조건


녹색 일자리 논의는 국가 간 불평등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북반구 선진국은 오랫동안 화석연료 기반 산업화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피해는 남반구 국가와 취약계층에 더 크게 나타난다. 남반구 노동자들에게 녹색 전환은 단순히 산업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권리, 에너지 빈곤을 해소할 권리, 부채와 민영화 압력 없이 공공적 방식으로 전환할 권리와 연결된다.


따라서 좋은 녹색 일자리는 각국의 산업구조와 사회조건에 따라 다르게 설계돼야 한다. 에너지 접근권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곧 생활권과 노동권의 문제다. 제조업 기반이 약한 국가에서는 녹색산업의 공급망에서 어떤 노동조건이 적용되는지가 중요하다. 원자재 채굴 지역에서는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의 성장 뒤에 있는 노동권과 환경 피해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녹색 일자리는 단지 “탄소를 덜 배출하는 일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에너지, 산업, 지역, 노동권, 국제적 불평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일자리다.


녹색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녹색 일자리는 필요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전기차, 배터리, 순환경제 산업은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녹색이라는 이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녹색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여야 한다. 안전해야 하고, 안정적이어야 하며,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적정한 임금과 사회보호가 있어야 한다. 하청과 외주 구조 속에서 위험이 아래로 전가되지 않아야 한다. 노동자는 전환의 결과를 통보받는 사람이 아니라 전환의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주체여야 한다.


세계 노동자들이 묻는다. 녹색산업은 누구를 위해 성장하는가. 탄소를 줄이는 전환은 누구의 노동으로 이루어지는가.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노동자의 삶을 더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만드는가.


기후위기의 시대, 녹색 전환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전환이 좋은 일자리와 결합하지 않는다면 정의로운 전환은 완성될 수 없다. 세계 노동자들이 묻는 “녹색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인가”라는 질문은 탄소중립이 사회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가를 묻는 핵심 질문이다.

댓글

별점 5점 중 0점을 주었습니다.
등록된 평점 없음

평점 추가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