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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칼럼 다짜고짜 기후 | 겨울이 오고 있다

찬물로 샤워해 보셨나요? 지난 시절 겨울 추위를 견뎌 온 난방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난방에 효과적인 “히트펌프”를 아세요? 열을 새로 만들기보다 있는 열을 옮기는 장치랍니다. 겨울이 오고 갈 때마다 기술은 조금씩 발전한답니다.


2025-10-31 김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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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생태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울산남구 지역위원장

“아빠는 직업이 뭐야?” “글쎄? 주부인가?” 김우성은 주부, 작가, 정치인, 연구원, 대학강사, 활동가 등 n잡러의 삶을 살아가는 41세 남성이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산림환경학(학사), 조림복원생태학(석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생물지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갑내기 생태학자 한새롬 박사와 결혼해 아홉살 딸 산들이와 울산에서 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수련생을 거쳐,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는 조국혁신당 울산남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아내의 월급에 손댄 적은 없다. 아직은. 최근 매일매일 울산 이야기쇼인 '매울쇼'에서 방송하고 있다.


찬물로 샤워하는 이유는?


“Winter is coming.”*

매일 아침 샤워를 하며 겨울이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저는 찬물로 샤워를 합니다. 여름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아침저녁으로 두 번 찬물로 샤워합니다. 이른 아침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의 온도를 통해 바깥의 날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문명인이니까 이런 원초적인 방식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정확한 날씨를 알 수 있습니다.


찬물 샤워를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습니다. 저는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샤워기에서 따뜻한 물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립니다. 따뜻한 물이 나오기 전에 이유 없이 버려지는 찬물이 아까워서 그 물로 씻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씻을 만합니다. 보통 겨울에는 제가 먼저 찬물로 씻고, 따뜻한 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아내님 또는 딸이 씻으러 갑니다.


찬물 씻는 것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찬물 샤워를 시작하면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 빠르게 분비되고 뒤따라 서서히 도파민 농도가 증가합니다. 이 도파민은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수준을 넘어 집중력과 동기부여를 높입니다. 이 효과가 몇 시간 동안 지속된다고 합니다. 찬물 샤워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뇌를 맑고 차분한 집중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사실 이런 거창한 이유 때문에 찬물로 씻는 것은 아닙니다. 추위에 강한 아빠는 허무하게 버려지는 물을 아꼈고, 탄소 배출을 조금 줄였습니다. 뇌 건강이나 피부 건강에 실제로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샤워기에서 찬물이 나오니까 찬물로 씻었습니다.


눈싸움을 해 본 적이 없다니까


찬물 샤워가 가능한 것은 기후변화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울산은 겨울이 따뜻합니다. 기온은 대체로 영상권에 머물고, 눈도 거의 내리지 않습니다. 내리더라도 바닥에 쌓이지 않고 금새 녹아버립니다. 한겨울에도 집 근처의 공원에서 잎을 떨구지 않는 상록수들과 겨울을 견디는 진초록색 풀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울산의 겨울 정도라면 찬물 샤워도 어렵지 않습니다.(개인 의견이랍니다.)

2025년 1월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울산에서는 1월에도 바닥에서 초록색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_김우성
2025년 1월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울산에서는 1월에도 바닥에서 초록색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_김우성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 자란 저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한 번도 눈싸움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대학교 2학년이 되던 해, 학교에 눈이 잔뜩 내린 3월의 어느 날 생애 첫 눈싸움을 했습니다. 눈싸움이 처음이라는 말을 들은 후배는 제가 외국에서 살다 온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에도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지역이 있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생태학을 배우면서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녔고, 그만큼 다양한 겨울을 만났습니다. 서울 도심의 겨울, 강원도 산 꼭대기의 겨울을 느꼈고, 러시아와 북극에 다녀왔습니다. 비록 러시아와 북극의 겨울을 몸으로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겨울이 만든 생태계를 관찰하며 대학원 시절을 보냈습니다. 

제 딸은 엄마 아빠와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어릴 때부터 눈싸움을 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사진_김우성
제 딸은 엄마 아빠와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어릴 때부터 눈싸움을 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사진_김우성

그해 겨울, 난방비보다 치료비가 더 들었지


대학원에 다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산꼭대기에 있는 낡은 빌라는 넓었지만 단열이 엉망이었습니다. 젊은 부부는 난방비가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님과 저는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를 하던 대학원생이었습니다. 우리는 생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었고,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온도와 습도를 다룰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린 아이가 자는 방에 작은 텐트를 치고, 보일러의 가동을 최적화했습니다. 아이를 따뜻하게 입히고, 침대 안에 따뜻한 물이 담긴 물주머니를 넣어 주었습니다. 처음 아이를 키우는 대학원생 부부의 육아는 허술한 가설과 검증의 연속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 주었고, 우리는 추위와의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난방 텐트라는 개념을 고안해 주신 따수미텐트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사진_김우성
난방 텐트라는 개념을 고안해 주신 따수미텐트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사진_김우성

시간이 흘러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었고 우리는 중년 부부가 되었지만 여전히 난방비는 부족합니다. 한겨울이 오면 우리 가족은 침대 발치에 따뜻한 물이 담긴 물주머니를 넣고 잡니다. 발이 따뜻하다는 것은 아주 기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둔감한 아빠는 물주머니에 발을 대고 자다가 화상을 입기도 합니다. 무려 심재성 2도 화상이었습니다. 주부인 아빠는 침대에서 수비드 족발을 만들었습니다. 그해 겨울은 난방비보다 치료비가 더 나왔습니다. 어리석고 미련한 아저씨입니다. 

독일 파쉬(fashy)사에서 만든 보온용 물주머니입니다. 저렴하고 만듦새가 좋습니다. 사진_김우성
독일 파쉬(fashy)사에서 만든 보온용 물주머니입니다. 저렴하고 만듦새가 좋습니다. 사진_김우성

미래의 겨울은 어떨까


한국인은 뜨뜻한 온돌바닥을 사랑합니다. 옛날에는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후에는 연탄으로 바닥을 데웠고, 경유나 등유 보일러를 썼던 시절도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가스보일러가 가장 널리 이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스보일러 외에도 전기 패널, 가스나 석유 또는 목재펠릿을 이용한 난로, 온풍기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신도시에서는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한 온수를 여러 가구에 공급하는 지역난방 시스템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인류는 다양한 방법으로 열을 만들고 그 온기로 겨울을 견딥니다.


미래의 겨울은 어떨까요? 우리는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합니다. 난방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줄여야 합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개별 난방 방식은 각 가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로 열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기로 작동하는 온돌 시스템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인류가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의 난방이어야 합니다.


열을 만들기보다 열을 옮기는 장치, "히트펌프"가 온다


전문가들은 히트펌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히트펌프는 열을 ‘새로 만들기’보다 열을 ‘옮기는’ 장치입니다. 원리는 에어컨과 비슷합니다. 냉매가 압축기에서 고온·고압이 되었다가 응축기에서 열을 내놓고, 팽창밸브를 지나 저온·저압으로 떨어진 뒤 증발기에서 바깥의 열을 다시 빨아들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 순환 덕분에 전기 1을 써서 열 3~4 이상을 끌어오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화석연료를 태워 1을 얻는 보일러보다 훨씬 효율적이니, 전력이 재생에너지로 대체될수록 난방의 탄소배출은 빠르게 줄어듭니다.


앞으로의 주거 난방은 가스보일러 대신 공기·지열·수열 히트펌프가 바깥의 저온열을 실내로 끌어오는 방식으로 바뀔 것입니다. 모자라는 열은 전기를 이용해 바닥과 벽을 데우면 됩니다. 건물의 단열을 개선하고, 소형 축열탱크와 스마트제어를 통해 열을 제어하는 방식이 주거 난방의 기본 구성이 될 것입니다. 초기 비용이나 한겨울 성능 저하 같은 과제들이 남아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 위대한 공학자들이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미래의 겨울이 잘 단열된 건물과 높은 열효율,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깨끗하고 안전한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공학자들에게 바랍니다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매번 겨울이 오고 갈 때마다 기술은 조금씩 발전합니다. 대부분의 인류는 조금 더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온실가스 배출 또한 조금씩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바깥 세상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저의 겨울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미래에도 찬물로 샤워하고 있을까요? 만약 샤워기에서 바로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에 살게 된다면 그때도 저는 찬물로 샤워할까요? 모르겠습니다. 찬물 샤워는 약간 멋집니다. 건강한 아저씨 같은 느낌입니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것처럼 으스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나약한 아저씨일 뿐입니다.


찬물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굳이 찬물로 샤워할 정도로 꼬장꼬장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찬물로 씻을 생각입니다. 부디 제가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기 전까지 공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랍니다.



*<왕좌의 게임>이라는 드라마와 원작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에 등장하는 스타크 가문의 가언입니다. 시련의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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