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노동절 특집 | 정의로운 전환이란 무엇인가

  • 3일 전
  • 5분 분량

2026-05-01 김사름 기자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로 명칭도 되찾고 법정공휴일도 되찾았다. 청와대가 노동절 행사를 주관한 것도 처음이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경영계가 함께 기념식에 참석한 것도 처음이다.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원칙이다. 산업을 바꾸는 결정에 그 산업을 지탱해 온 노동자가 참여하고, 전환의 비용이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떠넘겨지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약속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내연기관차 산업 재편, 철강·석유화학의 탈탄소는 모두 필요한 변화다. 그러나 그 변화가 노동자의 일자리와 지역의 생존을 희생시키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를 줄이는 일과 노동을 지키는 일을 함께 설계하자는 요구다. 기후위기 시대의 노동절에 우리가 정의로운 전환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로 명칭을 되찾은 지 63년 만의 첫 해이자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첫 사례다. 청와대가 노동절 행사를 주관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경영계도 함께 기념식에 참석했다.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날이다.  사진 청와대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로 명칭을 되찾은 지 63년 만의 첫 해이자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첫 사례다. 청와대가 노동절 행사를 주관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경영계도 함께 기념식에 참석했다.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날이다. 사진 청와대

정의로운 전환은 노동이 설계하는 탈탄소 사회로의 이행


기후위기 시대에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은 자주 등장한다.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산업을 바꾸는 결정에 그 산업을 지탱해 온 노동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다.


민주노총은 2026년 3월 4일부터 6일까지 열린 민주노총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의 기후정의캠프에서 '정의로운 전환은 노동이 설계하는 탈탄소 사회로의 이행'이라고 정의했다. 노동이 전환의 방향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정의로운 전환을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보호, 노동권, 사회적 대화를 함께 보장해야 하는 정책 틀로 설명한다. ILO의 정의로운 전환 지침은 정부와 노동자, 사용자 조직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전환의 핵심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2024년 927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한국노총. 사진 플래닛03 DB
2024년 927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한국노총. 사진 플래닛03 DB


전환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방식이다


탄소중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석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고, 철강과 석유화학의 생산방식을 바꾸는 일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전환의 필요성이 전환의 정당성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탈석탄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과제다.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면 일하던 노동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협력 업체 노동자, 정비·운송 노동자, 지역 상권, 지방 재정까지 함께 흔들린다. 발전소 하나의 폐쇄는 설비 하나를 멈추는 일이 아니라, 지역의 일자리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전환은 필요하지만, 엔진·변속기·배기계통 부품을 만들던 노동자와 중소 협력 업체에는 생존의 문제다. 완성차 기업은 전동화 전략을 세울 수 있지만, 2·3차 부품업체와 그 노동자들은 물량 감소와 기술 변화의 압박을 더 직접적으로 받는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산업도 전환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은 설비 투자, 원료 전환, 에너지 전환, 생산공정 변화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직무를 바꾸거나 지역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정의로운 전환은 전환의 방향을 누가 결정하는가가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계획을 세우고 노동자는 결과를 통보받는 구조라면, 노동자는 전환의 주체가 아니라 조정의 대상이 된다. 정의로운 전환은 이 구조를 바꾸자는 요구다.


정의로운 전환은 보상이 아니라 참여다


정의로운 전환은 전환이 끝난 뒤 실직자에게 지원금을 주는 정책이 아니다. 물론 고용안정, 소득보전, 전직지원, 재교육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정의로운 전환의 일부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자가 전환의 설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어떤 산업을 어떤 속도로 줄일 것인지, 어떤 설비를 어떤 기술로 바꿀 것인지, 새로운 일자리는 어디에 만들 것인지, 기존 노동자의 숙련은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지역경제는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전환은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다. 노동 정책이고, 지역 정책이며, 복지 정책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지역의 산업 구조, 사업장의 고용 관계, 하청과 협력 업체의 노동조건, 노동조합의 교섭력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 한국의 탄소중립 법제도 이 원칙을 담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 지정·운영 과정에서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법에 적힌 참여가 현장에서 실질적 결정권으로 작동하느냐다. 정의로운 전환은 전환 이후의 보상이 아니라 전환 이전의 참여다. 노동자가 전환의 결과를 통보받는 것이 아니라, 전환의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이다


기후 정책의 성공 조건은 노동자의 신뢰다


기후 정책은 과학적으로 옳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회적으로 실행 가능해야 한다. 아무리 정확한 감축 목표도 현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을 느끼고, 지역사회가 산업 기반을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탄소중립 정책은 저항에 부딪힌다. 기후 정책이 노동자의 삶을 바꾸면서도 노동자를 배제한다면, 그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 정책과 노동 정책을 연결한다. 탄소를 줄이는 것과 일자리를 지키는 것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을 통해 더 안전하고, 더 지속가능하며,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늘어난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녹색산업도 낮은 임금, 위험한 하청구조, 불안정 고용으로 운영될 수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이 성장하더라도 노동조건이 나쁘다면 그것은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정의로운 전환은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뿐 아니라 ‘어떤 노동조건에서 생산할 것인가’를 함께 묻는다. 탄소중립 산업정책에는 고용정책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재교육은 실제 일자리와 연결돼야 하고, 전직 지원은 실직 이후가 아니라 산업 변화가 예측되는 단계에서 시작돼야 한다.


가장 취약한 노동자가 먼저 보호돼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취약한 노동자다. 전환의 충격은 모든 노동자에게 똑같이 오지 않는다. 정규직 노동자는 전환 배치와 재교육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하청노동자와 비정규직, 작은 사업장 노동자는 보호에서 밀려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는 제도 밖에 놓일 가능성이 더 크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과정에서도 정규직과 협력 업체 노동자의 처지는 다르다. 자동차 산업 전환에서도 완성차 기업과 2·3차 부품업체의 대응 능력은 다르다. 대기업은 투자와 전환 전략을 세울 수 있지만, 중소 협력업체는 물량 감소와 비용 압박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정의로운 전환은 바로 이 약한 고리를 먼저 봐야 한다. 전환의 이름으로 이미 불안정한 노동자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면 안 된다. 탄소중립의 부담이 하청노동자, 비정규직, 지역의 간접고용 노동자, 고령 노동자, 이주 노동자에게 집중된다면 그것은 정의로운 전환이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노동 불평등 대응과 분리될 수 없다. 기후위기는 자연의 위기이지만, 그 피해는 사회적 구조를 흔든다. 전환 정책도 마찬가지다. 보호받을 수 있는 사람은 살아남고, 보호 밖에 있는 사람은 밀려나는 방식이라면 탄소중립은 사회적 불평등을 더 키울 수 있다.


지역 없는 전환은 정의롭지 않다


정의로운 전환은 지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산업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 자동차 부품산업이 모여 있는 지역,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은 탄소중립 전환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한 지역에서 주요 산업이 축소되면 일자리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협력 업체, 식당, 운송, 교육, 주거, 지방 재정까지 함께 영향을 받는다. 청년은 지역을 떠나고, 남은 노동자는 불안정한 일자리로 밀려날 수 있다. 그래서 정의로운 전환은 산업별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별 전환 계획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감축 목표와 기업의 투자 계획은 혼자 가서는 안 된다. 지역 노동자와 주민이 계획 수립에 참여해야 하고, 지방정부는 산업 전환을 지역 재생과 연결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감축 계획을 세우고 지역에서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라면, 지역은 전환의 주체가 아니라 피해지가 된다.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 전환지원센터, 지역 고용안정 대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녹색단협은 사업장 안의 정의로운 전환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사업장 안에서도 시작돼야 한다. 민주노총은 2026년 사업 방향에서 “녹색단협운동 체계화 및 현장 확산”을 제시했다. 산별조직과 현장별로 진행되는 녹색단협 현황을 파악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 현장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녹색단협은 기후위기 대응을 노사관계 안으로 끌어오는 방식이다. 폭염 시 작업중지권, 냉방·휴식권, 에너지 절감과 배출 감축, 사업장 유휴 부지 재생에너지 활용, 전환 직무 교육, 하청노동자 보호, 안전한 작업환경 개선 등이 단체협약의 의제가 될 수 있다.


이것은 기후위기 대응이 기업의 ESG 보고서에 있지 않다는 의미다. 노동자가 사업장의 기후 대응 계획에 참여하고, 전환 과정에서 고용과 안전을 보장받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거대한 산업정책이면서 동시에 사업장 안의 구체적 교섭 의제다.


정의로운 전환은 늦추자는 말이 아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말하면 일부에서는 탄소중립을 늦추자는 주장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정의로운 전환은 지연의 논리가 아니다. 오히려 전환을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속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속도만 강조하다가 사회적 신뢰를 잃으면 전환은 멈춘다.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전환은 시간이 더 걸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갈등 비용을 줄이고 실행력을 높인다. 반대로 참여 없는 전환은 빠른 것처럼 보여도 현장에서 저항과 불신을 낳는다.


민주노총이 2026년 사업 계획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응해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며 노동·기후운동 연대 투쟁을 제시하는 이유다. 민주노총은 2026년 실천과 제로 기후정의3법 입법 캠페인, 정의로운 전환 정책포럼, 9월 기후정의행진 조직화 등을 제안하고 있다.


노동절에 정의로운 전환을 말해야 하는 이유


노동절은 노동자의 권리를 확인하는 날이다. 2026년 노동절에 정의로운 전환을 말해야 하는 이유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전환이 노동자의 삶을 이미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은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탈석탄은 발전노동자의 고용을 흔들며 전기차 전환은 부품산업 노동자의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 철강과 석유화학의 탈탄소는 숙련과 직무의 변화를 요구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만, 그 일자리가 안전하고 안정적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의로운 전환은 이 모든 문제를 하나의 질문으로 묶는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노동자는 보호받고 있는가. 노동자가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가. 전환의 비용은 사회적으로 정의롭게 분배되고 있는가. 새로운 녹색산업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가.


기후위기 시대의 노동절은 ‘쉴 권리’를 넘어 ‘살 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말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은 그 권리를 제도와 정책으로 만드는 일이다.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전환이 또 다른 불평등을 만들지 않도록,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전환의 주체가 되도록 2026년 노동절에 정의로운 전환을 말해야 한다.

댓글

별점 5점 중 0점을 주었습니다.
등록된 평점 없음

평점 추가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