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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훈의 국가와 돈 | ④ 기후위기 적응 정책—거국적인 '기후 적응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2025-05-30 문태훈

"이제 기후위기 완화, 기후위기 적응, 탄소중립, 탈탄소 문명으로의 전환 등 지금까지의 성장모델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지속가능발전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 시장조직, 민간조직, 시민단체, 비정부 조직, 반관·반민 조직 등이 모두 참여하고, 논의하고, 협의하고, 결정하고, 이행할 수 있는 거국적인 참여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완화에 실패할 때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수단은 현재로서는 기후위기 적응뿐이다."


문태훈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뉴욕주립대학교 올버니 캠퍼스에서 1992년 행정 및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정연구원에서 1994년 1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고, 1995년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로 부임해 2023년까지 재직했다. 정년 퇴직 후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로 대통령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UN SDSN 한국위원회 공동대표, 생태전환지원재단 이사, 환경정의 공동대표, 산과자연의 친구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지역개발학회장(2016), 한국환경정책학회장(2020), 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 학회장(2003),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2015),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2018)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지방자치』(2022, 공저), 『시스템 사고로 본 지속가능한 도시』(2007), 『환경정책론』(1997)이 있으며, 「도시별 지속가능성 비교연구」, 「지방정부의 환경행정 역량 평가모델」, 「기후정책과 부문별 영향 분석」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정량적 분석과 시스템 사고를 바탕으로 한 환경정책 이론은 지역 정책 수립과 학술적 토대에 모두 기여하고 있다.


기후위기 적응 정책이란, 기상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기후위기 적응 정책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기후위기 완화 정책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흡수하여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또는 2.0℃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라면, 기후위기 적응 정책은 지구온도가 상승하여 발생하는 극단적인 기상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예를 들면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한파, 홍수, 가뭄, 산불, 폭풍, 폭우, 하천 범람, 도시와 농촌의 침수, 농작물 피해 등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정부 부처, 민간 조직을 조정, 통합할 '정책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때와 장소를 미리 특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피해의 종류와 형태가 각양각색이어서 이를 담당, 완화, 지원할 수 있는 정부부처나 민간조직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기후적응 정책은 기후완화 정책에 비교하여 더 불확실하고, 사건 발생시 담당해야 할 중앙과 지방정부의 행정과 정책 부처가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래서 기후적응 정책은 한편으로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응하는 재난관리의 성격을 띠게 되는 리스크 관리 정책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와 민간의 다양한 부처와 조직들이 여러 방식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중구난방이 되지 않도록 부처들 간, 민간 조직 간, 그리고 이 양자 간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조정하고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정책 거버넌스가 필요한 정책이다.


파리협정에서 '적응 목표'도 명시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기후변화 관련 논의는 주로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이미 진행된 기후변화의 영향이 온실가스 감축과는 별개로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고, 완화와 적응이 분절적인 관계가 아님을 강조하게 되었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21)에서 채택된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적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 변화를 법적 합의문으로 구체화하였다(IPCC, 2014, "Impact, Adaptation, and Vulnerability", Summary for Policymakers, WGII). 1997년부터 2020년까지 국제 기후제도의 핵심 제도인 교토의정서가 ‘감축’ 목표만을 설정했다면, 신기후체제인 파리협정은 감축 목표와 함께 적응 목표를 명시하게 된 것이다(한진희·김유미, 2024, "한국의 적응 거버넌스에 대한 연구").


총 강수량이 1m 증가할 때, 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2.5% 떨어져


기후위기 리스크는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해와 그로 인한 손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의 발생으로 생겨나는 결과를 말한다. 기후위기 리스크는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영 악화 등이 금융 부문으로 파급될 수 있는 이행 리스크로 구분할 수 있다.

기후리스크는 경제위기와 깊은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자연재해로 인한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의 폭등은 단기간에 식료품 가격 급등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폭염이나 혹한으로 인해 노동자들에 미치는 물리적, 건강상의 피해가 커지고, 생산성이 급락하게 되면 경제 전체의 생산성에도 악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홍수, 폭염, 폭설, 지진 등의 각종 자연재해는 가계, 기업, 금융기관 등의 경제 주체에 경제적 비용과 재정적 손실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국내 총 강수량이 1m 증가할 때 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장기적으로 평균 약 2.5%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산업별로 보면 건설업 –9.84%, 비금속광물 금속제품 제조업 –6.78%, 금융보험법 -3.62% 등 실질 부가가치의 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이지원, 2023, 국내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실물경제 영향 분석).

한국의 국내 총샌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8%로 이는 독일 21.6%, 일본 20.8%, 미국 11.6%, 영국 9.6%에 비교하여 크게 높다. 제조업 기반의 비중과 수출입 무역의 비중이 매우 큰 한국 산업구조는 기후 리스크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한정연, 2024, "한국·독일 평행이론: 더 이상의 '경제 기적'은 없는가"). 그러나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는 기후위기 사건은 시간, 장소, 대상을 미리 예측하거나 특정하기가 매우 힘들다. 그래서 기후위기 적응 정책은 기후위기 관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에 기반하여 접근하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접근한다.


기후 재난에 노출을 줄여, 재난 취약성을 보완하고, 원상 회복력을 높이는 정책 방향


기후위기 리스크는 3가지 요소의 크기로 측정되는 데 재난의 크기, 재난에의 노출 정도 그리고 재난에 대한 취약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여 판단한다. 재난은 발생 가능성과 강도, 노출은 위험 요인에 노출된 사람 수와 자산의 크기, 취약성은 기후위기로 인한 인명과 재산의 손상 가능성 정도로 측정된다. 그러나 유사한 크기의 외부 충격에도 원래 상태로의 회복은 빠른 경우도, 느린 경우도 생긴다. 외부 충격으로부터 원래 상태를 회복하는 정도를 회복탄력성이라 하는데 회복탄력성이 높은 지역이나 사람일수록 같은 기후위기 리스크에도 원상 회복이 빠르다. 그래서 기후위기 적응 정책은 기후 재난에 대한 노출을 줄여 재난 취약성을 보완하고, 원상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재난의 크기와 강도를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다양한 기상정보에 기반하여 예측력을 높이는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기후위기에 노출되는 사람과 자산의 수와 크기를 줄이고,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정책과 행정, 기반시설의 확충, 교육, 대응 능력과 개개인 역량 개발 등을 위한 수단과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이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IT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트윈 모델의 구축과 이를 이용한 모의실험들은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예측 능력과 대응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이정민 외, 2025.4, "기후재해 재난에 안전한 기후적응 도시").


정부와 민간이 상호작용하는 적절한 '기후위기 적응 거버넌스' 구축 필요


홍수, 가뭄, 산사태, 산불 등의 발생 확률이 높은 지역에서 하천 관리, 산림 관리, 저수 시설, 토양 관리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기후 적응 정책들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다. 방파제나 홍수 예방 시설들의 관리와 건설, 기후 탄력성 확보 기술 개발, 건물과 도로 등의 인프라 개선, 재난 안전관리 체계 강화, 안전문화 확산, 관련 정책 인벤토리의 구축, 이를 모두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종적·횡적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거버넌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민간 부문의 다양한 행위자, 양 부문 간의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상호작용을 말한다. 이는 정부와 민간부문의 모든 조직, 시장, 그리고 네트워크를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기후변화 적응 거버넌스는 기후변화 적응을 목표로 하여 국제사회, 중앙과 지방정부, 민간부문 등 다양한 행위자의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통한 협력 및 수평적, 수직적 조정 시스템이다.

기후위기는 다양한 정책 영역들이 서로 다양하고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기후위기가 가져오는 복잡하고 상호 연결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적응 거버넌스의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적응 거버넌스 구축은 기후변화 및 생태계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가치와 목적의 공유, 정책과 계획의 포괄성·일관성·비중·보고·자원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적응 정책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가치와 목적을 같이 공유하고 공감하여야 한다. 왜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지, 기후위기에 대한 적응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버넌스의 범위가 넓을수록 모든 사항을 모든 조직과 사람들에게 일일이 다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지시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후위기 적응정책과 다른 부처들의 정책이나 계획과의 일관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평가와 개선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련의 기준을 정하고 관련 질문을 이용하여 비교적 간단히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른 정책과 계획에 기후위기 적응이 얼마나 고려되고 있는지(포괄성), 기후위기 적응 정책과 계획이 다른 정책이나 계획들의 목표와 충돌이 없는지가 평가되었는지(일관성), 기후위기 적응 정책과 계획이 다른 정책과의 상대적인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절차가 있는지(비중), 기후위기 적응에 대한 사전 평가와 보고 의무가 명시되어 있는지, 그리고 지표가 있고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이용되고 있는지(보고),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내부적, 외부적 노우하우의 이용이 가능한지, 자원—인력 시간 지식—이 제공되고 있는지(자원) 등이다(Mickwitz, Per. et al. 2019. Climate Policy Integration, Coherence and Governance).


거국적인 참여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문제는 기후위기 완화이건 기후위기 적응이건 사회, 정치, 경제, 시장 등 모든 영역에 갈수록 개개인의 삶과 인류의 생존에 직결되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후위기는 전형적인 '공유의 비극' 문제이다. 개인 뿐 아니라 국가도 시장경제에서 취할 수 있는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달린다. 공유지인 지구의 자연과 자원을 최대한 이용하려 한다. 기후위기는 완화 정책, 적응 정책 모두 많은 재원과 전 국민적 참여 없이는 성공하기 힘든 난제이다. 현재의 산업 선진국들은 후발 개도국들에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여야 한다. 그리해야 할 오랜 역사적 책임과 의무도 있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이다. 그에 상응하는 개도국에 대한 지원과 협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기후위기 완화, 기후위기 적응, 탄소중립, 탈탄소 문명으로의 전환 등 지금까지의 성장모델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지속가능발전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문태훈, 2024, "성장의 세가지 모습: 경제성장, 지속가능발전, 동태적균형 상태의 발전").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 시장조직, 민간조직, 시민단체, 비정부 조직, 반관·반민 조직 등이 모두 참여하고, 논의하고, 협의하고, 결정하고, 이행할 수 있는 거국적인 참여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완화에 실패할 때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수단은 현재로서는 기후위기 적응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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