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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훈의 국가와 돈 | ③ 기후위기 완화 정책 – 에너지, 자연기반, 소비 감축

2025-05-16 문태훈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에너지 로드맵, 자연기반 해법, 소비 감축 등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국제적인 에너지 로드맵에 따라 신축 빌딩의 탄소제로화, 탄소 포집이 없는 석탄발전 금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축소, 전기 생산에서 탄소중립화 등이 있다. 토양의 탄소 흡수량을 매년 0.4%씩 늘리기 위해 무경운, 무농약, 혼농임업 등이 있다. 과도한 소비 감축을 위해, 소비성 광고 지원 폐지, 수선과 수리업체 지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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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훈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뉴욕주립대학교 올버니 캠퍼스에서 1992년 행정 및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정연구원에서 1994년 1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고, 1995년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로 부임해 2023년까지 재직했다. 정년 퇴직 후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로 대통령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UN SDSN 한국위원회 공동대표, 생태전환지원재단 이사, 환경정의 공동대표, 산과자연의 친구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지역개발학회장(2016), 한국환경정책학회장(2020), 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 학회장(2003),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2015),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2018)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지방자치』(2022, 공저), 『시스템 사고로 본 지속가능한 도시』(2007), 『환경정책론』(1997)이 있으며, 「도시별 지속가능성 비교연구」, 「지방정부의 환경행정 역량 평가모델」, 「기후정책과 부문별 영향 분석」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정량적 분석과 시스템 사고를 바탕으로 한 환경정책 이론은 지역 정책 수립과 학술적 토대에 모두 기여하고 있다.


값싼 해결책을 찾는 자본주의 시장구조, 세금 인상을 감행할 수 없는 민주주의 정치시스템


로마클럽이 1972년 발간한 『성장의 한계』는 당시의 공업화, 산업화, 자원 사용, 환경 훼손 경향이 계속된다면 100년 이내에 지구는 자원 고갈, 환경오염, 식량 부족 등으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미래 보고서였다. 1972년 『성장의 한계』 보고서 저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요르겐 랜더스가 2012년에 『40년 미래예측 2052(2052: A Global Forecast for the Next Forty Years)』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한국에서는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이 책에서 랜더스는 인류는 기후위기 완화에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리고 2052년은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성장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랜더스는 기후변화 완화에 실패하는 이유로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구조와 민주주의 의사결정 구조를 지목한다. 가장 싼 해결책을 찾는 시장구조의 특성으로 비싸고 좋은 방법보다 값싼 방법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민주주의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투표로 당선되는 정치인들은 기후위기 완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세금 인상을 감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랜더스는 자신의 예측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하였지만 기후변화의 추세와 기후변화협약을 둘러싼 세계 각국들의 정치적 행태는 랜더스의 예상과 크게 틀리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기후위기는 전형적인 공유의 비극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짜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할수록 이익이 되는 국가나 기업의 상황에서 강력한 규제나 제대로 된 탄소세를 부과하기란 쉽지 않다. 강력한 권력이 있는 국가에서도 힘든데 중심 권력도 없는 미약한 UN과 국제사회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있다면 현재로선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이 있지만 미국 대통령과 연방정부는 기후위기에 별 관심이 없다. 랜더스의 예측은 비관적이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 예측은 자본주의 시장구조와 민주주의 정치시스템이 가진 취약점을 개선하고 극복하면 기후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큰 방향을 제시한 주장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연간 1조 3천억 달러, 기후 재원 마련 합의했지만...


이렇게 보면 UN이 1987년 <우리 공동의 미래> 이후 지속적으로 제시해 온 지속가능발전, 2015년에 2030년을 목표로 새롭게 업데이트한 UN SDGs(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이행은 현재 상태에서는 그나마 세계적인 공감대에 바탕한 기후위기 완화를 위한 합리적인 정책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 논의도 물론 한계가 있다. 지속가능발전을 인간 위주로 한정하였고,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의 문제는 시장적 접근에 기반하여 적절한 경제적 유인을 통해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완화를 위하여 2024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제29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 29)에서는 ‘재정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Finance COP)’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재원 문제가 핵심 의제로 논의되었다. 재원 협상은 2035년까지 연간 최소 1.3조 달러(USD)의 기후 재원을 조성하고, 이중 3000억 달러를 선진국 공여로 조성하고, 개도국의 자발적 공여와 다자 개발은행의 역할을 확대하는 내용이 결정문에 포함되었다.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진 당사국 총회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도를 비롯한 개도국과 태평양 도서국은 선진국들의 기여 액수가 턱 없이 작다고 반발하였다. 나이지리아, 중국, 사우디도 인도와 개도국의 주장을 지지하였다. 절대액이 부족하다는 개도국의 비판도 귀담아 들어야겠지만 이번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된 재원 마련 구조 개선 안의 내용이 앞으로 제대로 지켜지고 실행될지는 잘 지켜봐야 할 일이다.


2.0℃ 상승은 복원 불가능한 생태계 파괴


국제사회의 느린 기후 대응과 달리 기후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4년 제임스 핸슨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엘니뇨 현상으로 증폭되면서 24년 5월 기준 연평균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의 지구 평균온도보다 1.6~1.7℃ 높을 것이라 전망하였다. 실재로 2024년은 지구평균 기온이 1.55℃로 측정되었다(WMO, 2024년 지구 기후현황보고서, 한겨례 2025.3.19). 기후위기 완화를 위한 1차 저지선인 1.5℃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2.0℃ 상승과 1.5℃ 상승의 차이는 복원 불가능한 생태계 파괴 대비 복원 가능한 생태계 훼손의 차이로 압축된다. 과학자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생태계 내의 상호 복합적이고 연쇄적인 상호 상승 관계를 포함하게 되면 기후온난화는 기하급수적으로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복원이 불가능하게 망가진 생태계에서는 성장의 한계가 아니라 인류 생존의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 기대는 새로운 과학 기술의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 로드맵; 신축 빌딩 탄소 제로화, 탄소 포집 없는 석탄발전 금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등


지구에서 생산되는 온실가스의 75%는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된다. 지구평균 기온상승을 1.5°C 이내로 막기 위해서는 에너지 생산, 전달, 소비에서 총체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하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로드맵을 만들어 기간별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30년까지 신축 빌딩 탄소 제로화, 선진 경제에서 탄소포집과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석탄발전 금지, 2035년까지 내연기관을 이용하는 자동차 판매의 금지, 2040년까지 모든 전기 생산에서 탄소중립 달성, CCS 또는 탄소포집활용 및 저장시스템(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을 적용하지 않는 석탄과 석유 발전의 전면 퇴출, 2050년까지 전 세계 빌딩의 85%를 탄소제로 빌딩으로 전환, 세계 전력 70% 이상을 태양과 풍력발전으로 생산한다는 계획 등이다(IEA, 2023, Netzero by 2050).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의 로드맵이 그대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석탄발전소의 탈석탄화, 내연기관을 이용하는 자동차의 판매 감소와 전기차 보급의 확대 등은 이미 로드맵의 경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신에너지 기술 개발과 이용도 확대되고 있다. 신에너지란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나 열을 발생시키는 수소에너지, 소형 원자료, 인공태양 등 새로운 과학기술 개발로 얻는 에너지를 총칭한다. 과학기술 혁신의 역사가 지금까지 그랬듯이 필요는 기술개발과 혁신을 낳는다. 그러나 기술혁신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다시 개발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토양 탄소흡수량 0.4%씩 늘리기; 무경운, 무농약, 혼농임업, 유기농법, 퇴비 사용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 NBS)을 이용한 기후위기 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도 관련 연구가 축적되고 발전하고 있다. 토양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 및 저장 능력과 숲과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 능력을 키워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여 기후위기를 완화하려는 정책이다. 인간이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약 30%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의하여 식물들에게 흡수된다. 식물들이 죽으면 토양 속의 박테리아, 균, 지렁이 등에 의해 분해되어 땅속의 유기물로 남게 된다. 이 유기물들은 탄소가 매우 풍부해서 인간의 영양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는데 수분, 질소, 인 등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식물 성장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흙은 탄소를 저장하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흙은 대기 중의 탄소량보다 2~3배 더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지표면 30~40cm까지의 표토층이 저장할 수 있는 탄소량을 매년 0.4%씩 증가시킨다면 매년 증가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이론적으로 토양의 탄소함유량을 매년 0.4%씩만 늘려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2015년)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금의 탄소중립 전략으로는 이미 배출된 탄소의 양을 줄일 수 없지만 자연기반 농법을 통한 농지 확대와 숲, 토양질의 개선을 통하여 매년 탄소흡수량이 연간 탄소배출량을 흡수하고 추가적으로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여 이미 배출된 탄소의 지구온난화 작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토양의 탄소 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하여 무경운, 무농약, 혼농임업, 유기비료와 퇴비의 사용을 기존의 관행 농법의 대안 매뉴얼로 제시하고 있다. 4/1000 운동(4 per 1000 initiative)은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당사국총회(COP21)에서 프랑스 정부 주도로 자발적 국제이니셔티브로 공식 출범하였다.

기후위기 완화를 위한 탄소중립을 2050까지 실현한다는 목표는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급속히 발전해 온 탄소문명을 탈탄소 문명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탈탄소 에너지정책은 에너지 변화를 선도하고 탈탄소 문명을 지향하는 핵심적인 지렛대 정책(Leverage Policy)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산림과 숲의 관리, 토양질의 개선 등을 통한 자연기반의 탄소 흡수와 감축 정책은 건강한 토양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음식과 건강의 증진 뿐 아니라 탄소중립을 위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유망한 정책부문이라 할 수 있다.

식량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토양의 역할을 설명하는 동영상. 사진_4/1000 운동(4 per 1000 initiative)
식량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토양의 역할을 설명하는 동영상. 사진_4/1000 운동(4 per 1000 initiative)

소비 줄이기; 소비성 광고 지원 정책 개선과 폐지, 수선과 수리업체 지원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과도한 소비 행태를 변화시키고, 적정 소비를 위한 정책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서 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에 미치는 요인별 영향은 에너지 부문이 76~87%로 가장 높으며, 산업구조/공업 비중이 다음으로 5~10%, 세 번째로 소득 수준(1인당 GRDP)이 5~8%로 추정되고 있다(진태형. 2024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결정요인 분석).

적정한 소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 3번째로 중요한 요인이다. 기후변화에 주된 책임이 있는 자와 피해를 입는 자들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기후정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한국의 소득과 자산 계층에 따른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격차가 크다. 소득/자산 상위 1% 그룹과 하위 50% 그룹의 탄소배출량은 27배나 차이가 난다. 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소득/자산 격차에 따른 온실가스의 배출의 편향성을 완화시키고, 적정 소비 수준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충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소비를 끊임없이 부추기는 지나친 광고 방송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기업이 지출하는 광고비를 생산 비용이나 손금으로 처리하여 세금을 공제하는 현재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 광고를 유인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관련 정책을 개선하거나 폐지하는 변화도 필요하다. 수선과 수리업체들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프랑스에서는 2023년부터 옷과 신발을 수선하거나 전자제품을 수리할 때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수선비의 최대 60%까지 수선 항목당 지원하는데 년간 220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고 있다(SBS 뉴스 2025.5.4). 끊임없이 증가하는 제품들의 생산량을 소비시키기 위해 끝없이 이어지는 광고와 소비행태를 그대로 두고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노력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다름이 없다.

탈탄소 혁명은 과학기술 혁신뿐 아니라 생산과 소비의 끝없는 확대 재생산에 기반한 시장경제 시스템 역시 같이 변화되어야 한다. 개개인, 교육, 문화, 문명, 제도의 총체적 변화와 전환이 같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후위기는 난제 중의 난제이다. 그러나 모두가 한마음으로 동참하면 못할 것도 없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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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5월 20일

기후재원마련과 소비감축...어렵지만 반드시 이루어야 할 실천 과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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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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