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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이상기온을 바다에서 읽다…지구의 핵심은 땅이 아니라 물

  • 2일 전
  • 4분 분량

2026-04-24 김사름 기자

4월의 이상기온은 하늘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열의 대부분은 바다에 저장된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열과 탄소, 산소와 생물다양성을 조절하는 거대한 기후 시스템이다. 그러나 바다가 계속 뜨거워지면 대기와 계절의 흐름도 흔들린다. 봄의 변화는 육지에서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뜨거워지는 바다가 있다.


바다는 지구의 열을 저장하고, 탄소를 흡수하며, 대기와 물순환을 조절하는 거대한 기후 시스템이다. 봄이 빨라지고 계절의 경계가 흔들리는 지금, 우리가 봐야 할 곳은 땅 위의 온도만이 아니라 바다 속에 축적되는 열이다. 사진 플래닛03 DB
바다는 지구의 열을 저장하고, 탄소를 흡수하며, 대기와 물순환을 조절하는 거대한 기후 시스템이다. 봄이 빨라지고 계절의 경계가 흔들리는 지금, 우리가 봐야 할 곳은 땅 위의 온도만이 아니라 바다 속에 축적되는 열이다. 사진 플래닛03 DB

봄의 더위는 하늘에서 보이지만, 열은 바다에 쌓인다


4월의 이상기온은 하늘의 문제만이 아니다. 낮 기온이 30도에 가까워지고, 계절이 봄을 건너뛰어 초여름으로 향할 때 우리는 먼저 대기를 본다. 고기압, 강한 햇볕, 따뜻한 바람이 직접 원인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더 큰 배경을 보려면 하늘만 볼 수 없다. 지구에 남은 열이 어디에 쌓이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 장소가 바다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4월 10일 공개한 2026년 3월 기후 분석에서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가 20.97도로, 3월 기준 관측 사상 두 번째로 높았다고 밝혔다. 2026년 3월 전 지구 평균기온도 관측 사상 네 번째로 따뜻한 3월이었다.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평균보다 1.48도 높았다.


봄의 이상기온은 육지에서 체감된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뜨거워지는 바다가 있다. 바다는 지구의 열을 저장하고, 탄소를 흡수하며, 대기와 물순환을 조절하는 거대한 기후 시스템이다. 봄이 빨라지고 계절의 경계가 흔들리는 지금, 우리가 봐야 할 곳은 땅 위의 온도만이 아니라 바다 속에 축적되는 열이다.


지구의 핵심은 땅이 아니라 물이다


지구는 육지의 행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의 행성이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71%를 차지한다.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대부분도 바다에 있다. 인류는 오랫동안 육지 위에서 문명을 만들었지만, 지구 시스템의 규모로 보면 육지는 예외에 가깝고 바다가 기본이다.


바다는 단순한 물 덩어리가 아니다. 생명의 기원지이자,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거대한 장치다. 해양은 대기와 끊임없이 열과 수분을 교환한다. 해류는 적도 부근의 열을 중위도와 고위도로 옮기고, 수온 차이는 대기 순환과 강수 패턴에 영향을 준다. 여름에는 열을 흡수하고, 겨울에는 열을 방출하며 지구의 온도 변화를 완충한다.


이 완충 기능 때문에 인간은 한동안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대기에서만큼 급격하게 체감하지 못했다. 바다가 열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충 장치가 열을 무한히 흡수할 수는 없다. 바다가 뜨거워질수록 그 열은 다시 대기와 계절, 폭우와 폭염, 태풍과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바다는 지구 열의 90% 이상을 흡수했다


기후변화의 핵심 지표 중 하나는 해양 열 함량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1970년 이후 전 지구 해양이 지속적으로 따뜻해졌고, 기후 시스템에 축적된 초과 열의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했다고 평가했다. 1993년 이후 해양 온난화 속도는 두 배 이상 빨라졌고, 해양 폭염은 1982년 이후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도 바다가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 기후 시스템에 갇힌 초과 열에너지의 약 91%를 저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2025년에는 상층 해양 열 함량이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대기 기온보다 더 깊고 장기적인 기후변화의 신호다.


바다가 열을 흡수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지구를 보호한다는 뜻이다. 만약 그 열이 모두 대기에 남았다면 지표 기온 상승은 훨씬 더 급격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바다가 기후위기의 에너지를 계속 축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다는 완충 장치이지만, 동시에 기후위기의 열을 기록하는 거대한 저장고다.


2025년 해양 열 함량은 또 한 번 기록을 세웠다. 국제 연구진은 2025년 상층 2000m 해양 열 함량이 2024년보다 약 23제타줄(ZJ, 에너지 단위인 줄(Joule)의 1021)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구 시스템 안에 열이 계속 쌓이고 있음을 보여 준다.


뜨거운 바다는 대기와 계절을 흔든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품는다. 따뜻한 공기는 더 많은 수분을 머금을 수 있고, 수증기는 폭우와 강한 강수의 재료가 된다. 따뜻한 바다는 열대성 저기압의 에너지원이 되고, 해양 폭염은 해양생태계와 어업, 연안 지역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바다의 열은 바다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기와 해양은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이다. 해수면 온도, 해류, 대기 순환, 구름, 강수, 바람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봄철 이상기온을 단순히 한반도 상공의 고기압만으로 설명하면 충분하지 않다. 직접 원인은 기압계이지만, 그 기압계가 작동하는 배경은 더워진 지구다.


코페르니쿠스가 2026년 3월 해수면 온도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97도라는 숫자는 단순한 바다 온도가 아니다. 지구 기후 시스템이 높은 열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지표다. 4월의 봄 더위는 육지에서 나타났지만, 그 더위를 이해하는 열쇠는 바다에도 있다.


바다는 탄소도 흡수하지만, 그 능력은 무한하지 않다


바다는 열만 흡수하지 않는다.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일부도 바다로 들어간다. 해양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을 완화하는 중요한 탄소 흡수원이다. 식물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바꾸고, 일부 탄소는 깊은 바다로 내려가 장기간 저장된다.


그러나 이 기능에도 대가가 있다. 바다가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해양 산성화가 진행된다. IPCC는 해양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표층 해양 산성화가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산성화는 산호, 조개류, 플랑크톤 등 탄산칼슘 구조를 이용하는 해양생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블루카본도 주목받고 있다. 맹그로브, 염습지, 해초지 같은 연안 생태계는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이 크다. 한국에서는 갯벌의 블루카본 가치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제도화하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바다와 연안 생태계는 기후위기의 피해 현장이면서 동시에 기후 해법의 일부이기도 하다.


바다가 흔들리면 생명도 흔들린다


바다는 지구 생명의 기반이다. 해양 생태계는 식량, 산소, 의약품, 생물자원, 기후 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수산물은 세계 인구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고, 해양 생태계는 지구 생물다양성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바다가 뜨거워지면 이 기반도 흔들린다. 해양 폭염은 산호 백화, 어장 이동, 해양생물 대량 폐사, 어업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수온 상승은 어종의 분포를 바꾸고, 연안 지역의 생태계 균형을 흔든다. 깊은 바다와 표층 바다의 혼합이 약해지면 산소와 영양염 공급에도 변화가 생긴다.


IPCC는 해양 온난화가 수층 혼합을 약화시키고, 해양 생물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염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해양 폭염의 빈도와 강도 증가 역시 해양 생태계에 중대한 위험이다.


봄의 이상기온을 바다에서 읽어야 하는 이유


4월의 이상기온은 한반도에서 나타난 기상 현상이다. 직접 원인은 고기압과 강한 햇볕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봄철 고온을 기후위기의 맥락에서 읽으려면 바다를 봐야 한다.


지구의 열은 대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부분은 바다로 들어간다. 바다는 그 열을 품고 있다가 대기와 계절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수증기 증가, 강수 패턴 변화, 태풍 강화, 해양 폭염, 엘니뇨 가능성과 연결된다. 봄의 더위는 육지에서 느끼지만, 그 배경은 해양과 대기가 함께 만드는 기후 시스템이다.


기후위기는 계절의 감각을 바꾸고 있다. 봄은 짧아지고, 여름의 기운은 빨라진다. 평년이라는 기준은 흔들리고, 이상기온은 반복된다. 이 변화를 제대로 보려면 기온계의 숫자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다가 얼마나 뜨거워졌는지, 지구가 얼마나 많은 열을 품고 있는지 함께 봐야 한다.


지구의 핵심은 땅이 아니라 물이다. 봄의 이상기온도 결국 바다에서 다시 읽어야 한다. 바다는 지금 지구가 얼마나 뜨거워졌는지를 가장 오래, 가장 깊게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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