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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날 초대석 | 윤여창 서울대학교 명예교수ㅣ지구의 지속성, 숲에 답이 있다

  • 22시간 전
  • 5분 분량

2026-04-18 김사름 기자

산림경제학자 윤여창 교수가 말하는 ‘숲의 자산 가치’와 생존의 조건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 산불과 홍수, 도시 열섬과 물 부족이 일상이 된 시대다. 윤여창 서울대 명예교수는 인간 사회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기반 자산으로 숲을 꼽는다. 지구의 지속성을 묻는 '지구의 날', 숲을 보호 대상이 아닌 생존의 조건으로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를 듣는다.


윤여창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 플래닛03 DB
윤여창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 플래닛03 DB

윤여창 교수는 서울대학교와 워싱턴대학교에서 임학을 전공했다. 전공을 하게 된 이후에야 산에 관심을 가졌고, 학자로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숲에 대해 연구했다. 숲을 공부하다 보니 학자로서 가진 관심을 넘어 시민으로서 흥미와 애정이 생겨났다. 서울대학교 교수를 하던 80년대부터 숲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시민과 소통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환경정의라는 단체가 생겼다. 1998년, 생명의 숲 공동운영위원장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병행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의 회장, 60+기후행동 운영위원, 자연과공생연구소 이사장이다.

숲에 살지 않아도 인간의 생존은 숲에 달려 있다


인간 사회는 무엇 위에 서 있는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 산불과 홍수, 도시 열섬과 물 부족이 일상이 된 시대에 이 질문은 현실이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산림경제학자인 윤여창 교수는 그 답을 숲에서 찾는다.


숲은 단지 아름다운 자연도, 보호해야 할 경관도 아니다. 인간의 삶과 경제, 물과 공기, 지역의 안전과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기반 자산이라는 것이다. 윤 교수는 “숲에 살지 않아도 인간의 생존은 숲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지구의 지속성을 묻는 시대, 숲은 더 이상 인간의 주변이 아니라 핵심이다.


숲은 경제와 삶을 지탱하는 자산이다


윤여창 교수가 강조하는 숲의 가치는 단순한 정서적 가치나 휴양 기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의 시선에서 숲은 인간 사회를 떠받치는 실질적 자산이다. 목재와 임산물 같은 물질 자원을 제공할 뿐 아니라, 물을 저장하고 공기를 정화하며, 바람과 염분 피해를 줄이고,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공공적 기능까지 수행한다.


관광과 휴양, 지역경제 유지라는 비물질적 가치도 크다. 실제로 대형 산불이 나면 관광객이 급감하고, 지역경제는 즉각 타격을 입는다. 숲은 임업 종사자만의 기반이 아니라 도시민과 산업사회 전체가 기대고 있는 공통의 자산인 셈이다.


윤 교수는 이 점에서 숲을 ‘비용’으로만 보는 시각을 경계한다. 개발을 막는 규제의 대상, 활용하지 못한 유휴지로 바라보는 순간 숲의 진짜 가치가 지워진다는 것이다. 숲은 단순히 남겨 둬야 할 자연이 아니라, 인간 사회가 지속되기 위해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생태경제적 기반이다.


숲이 사라지면 공기와 물, 토양과 기후 안정성, 지역경제와 공동체의 회복력도 함께 약해진다. 그래서 숲의 경제학은 단순한 생산성 계산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계산하는 일이다.


숲은 인간 없어 살 수 있지만, 인간 사회는 숲 없이 살 수 없다


윤 교수는 인류의 삶을 크게 둘로 나눈다. 숲에서 살던 시대와 숲에서 살지 않게 된 시대다. 그러나 어디에 살든 인간의 생존이 숲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숲이 직접적인 삶의 공간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 이후 숲속에서 살지 않는 듯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숲이 저장한 물을 쓰고, 숲이 맑게 한 공기를 마시고, 숲이 완충한 재난 위험 속에서 살아간다.


이 말은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절실해진다. 숲은 단지 탄소를 흡수하는 공간이 아니다. 물 순환을 유지하고, 토양을 지키며, 생물다양성을 떠받치고, 극단적 기후변화에 맞서는 완충지대가 된다.


도시가 뜨거워질수록, 가뭄과 홍수의 진폭이 커질수록 숲의 자산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진다. 숲은 인간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지만, 인간 사회는 숲이 무너진 상태에서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윤 교수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보호되지 못한 숲은 자연 훼손이 아니라 자산 잠식이다


윤 교수는 한국의 도시 개발이 숲의 가치를 과소평가해 왔다고 본다. 우리의 도시는 숲이 없는 실패작이며, 또는 실패의 과정에 들어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수도권의 숲과 녹지는 개발 압력 앞에서 끊임없이 후퇴해 왔고, 그린벨트 해제와 산지 개발은 이를 더 가속화하고 있다. 골프장과 각종 개발사업이 숲을 잠식하는 동안, 도시는 더 뜨거워지고 더 건조해지고 더 취약해졌다.


산림경제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는 단순한 자연 훼손이 아니라 자산 잠식이다. 숲을 없애 단기적 개발이익을 얻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물과 공기, 기후 안정성, 재해 대응력을 잃는 일이다. 다시 말해 눈앞의 수익을 위해 사회 전체의 기반 자산을 갉아먹는 구조다.


윤 교수는 이런 점에서 수도권의 숲을 줄이는 개발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손해가 더 크다고 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호지역의 해제가 아니라, 숲의 공공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전 범위를 오히려 넓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빨리 베고 다시 심는 숲은 자산이 아니라 소모품이 된다


윤 교수는 한국 산림 정책의 또 다른 문제로 짧은 벌채 주기를 꼽는다. 한국의 산림녹화는 국가와 주민이 함께 만든 역사적 성공이었지만, 이후 정책은 숲을 기르는 일보다 자르고 다시 심는 일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재조림 보조금 체계는 숲을 장기적 자산으로 키우기보다, 짧은 순환 속에서 관리 가능한 자원으로 다루게 만들었다고 본다.


그는 100년 자랄 나무를 40년 만에 베어내는 방식이 숲의 경제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를 함께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어린 나무의 탄소 흡수율이 높다는 이유로 조기 벌채와 재조림을 반복하는 정책도 비판한다.


탄소를 더 빨리 흡수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충분히 축적되기 전에 벌채하면 저장된 탄소가 다시 대기로 돌아가게 된다. 숲을 장기 자산이 아니라 순환 소모품처럼 다루는 한, 탄소중립도 숲의 건강성도 함께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숲을 자산으로 본다면, 그것을 지키는 비용은 사회 전체를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윤 교수는 숲을 지키는 문제를 개별 산지의 문제가 아니라 광역적 계획의 문제로 본다. 개발이 집중된 수도권은 숲의 혜택을 소비하면서도 숲 보전의 비용은 외부화해 왔다. 반면 강원도와 경북처럼 산림 비중이 높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개발 압력이 덜한 대신, 숲을 유지하는 부담을 더 크게 짊어진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개발이 많이 이뤄진 지역이 숲을 보전하는 지역의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산림경제학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다. 숲이 제공하는 혜택은 특정 지역 주민에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도시도, 산업도, 국가도 함께 그 이익을 누린다. 그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것이 시작이다.


보전 비용 또한 넓게 분담돼야 한다. 윤 교수는 숲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광역 계획과 재정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숲을 자산으로 본다면, 그것을 지키는 비용은 사회 전체의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도시의 작은 녹지도 자산이다


윤 교수는 거대한 숲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가능한 실천으로는 도시 곳곳에 식물을 심는 일을 강조한다. 학교와 관공서, 주택가와 건물 옥상, 외벽의 담쟁이, 주차장의 잔디 같은 작은 녹지 역시 도시의 기후를 바꾸고 삶의 질을 높이는 자산이라는 것이다. 비가 잘 스며들게 하고, 열섬 현상을 줄이며, 공기를 맑게 하는 식물의 가치는 단순한 조경 수준을 넘어선다.


특히 인구 밀도가 높고 도시 경제가 활발한 한국에서는 이런 생활권 녹지의 가치가 더욱 크다. 큰 숲이 아니더라도, 도시 안의 작은 식물과 녹지는 시민에게 실질적인 복지를 제공한다. 숲의 경제학은 결국 큰 산만이 아니라 도시의 작은 녹지까지 포함하는 삶의 경제학이기도 하다.


숲을 사랑하는 문화가 결국 가장 강한 지속성의 힘이다


윤 교수는 정책만으로 숲을 지킬 수 없다고 본다. 결국 필요한 것은 시민의 경험과 문화다. 어릴 적부터 숲에 대한 긍정적 경험과 교육이 제공되고, 마을 단위의 작은 공동체가 녹지와 숲을 함께 지키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함께 보전한 숲은 공원이 되고, 환경교육의 장이 되며, 지역의 자산이 된다.


그는 시민들이 숲의 가치를 삶 속에서 체감하게 되면, 굳이 복잡한 지속가능성 계산을 앞세우지 않아도 숲을 지키는 힘이 생긴다고 말한다. 산림경제학적으로 보더라도, 가장 안정적인 자산 보전 방식은 시민이 그 가치를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지켜내는 구조다. 윤 교수에게 숲은 학문의 대상인 동시에 실천의 대상이다. 그리고 그 실천은 지자체나 정부를 넘어서는 시민의 주체적 참여 속에서 완성된다고 믿는다.


'지구의 날'은 흔히 재생에너지와 탄소 감축, 기후위기를 말하는 날로 기억된다. 윤여창 교수의 시선은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자산은 무엇인가. 그의 답은 분명하다.


숲이다. 숲은 인간이 관리해야 할 자연이 아니라, 인간 사회가 지속되기 위해 먼저 지켜야 할 기반 자산이다. 지구의 지속성은 숲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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