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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특집 | 기후위기 대응, 세계 지방정부의 선택

  • 15시간 전
  • 6분 분량

기후위기 대응의 중심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동하고 있다. 국가가 감축 목표를 정하더라도, 실제 배출을 줄이는 현장은 지역이다. 건물, 교통, 에너지, 폐기물, 재난 대응은 주민의 생활권에서 결정되고 실행된다. 유럽연합과 국제기구, 세계 도시들은 지방정부를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주체로 세우고 있다. 지방정부가 권한과 재정, 데이터와 시민 참여 구조를 갖출 때 기후 정책은 현실이 된다. 지방선거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후 대응은 지방의 미래를 바꾸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2026-05-15 김사름 기자

[편집자 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정부 탄소중립 선언 이후 5년 동안의 흐름을 4주에 걸쳐 정리한다.  ① 2026.5.08 ‘탄소중립을 위한 지방정부의 핵심과제 ② 2026.5.15 ‘탄소중립을 위한 지역주민 거버넌스 구축 전략' ③ 2026.5.22 ‘탄소중립기본법 이전과 이후의 지방정부 책임과 의무’ ④ 2026.5.29 ‘17개 시·도별 탄소중립 성적표’ 등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기후공약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후보자들이 지방정부의 법정 책임을 어떻게 공약으로 구체화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기후위기 대응의 무게중심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동


기후위기 대응의 무게중심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국가 감축 목표를 정하고 법과 제도를 설계한다. 그러나 실제 배출을 줄이는 현장은 지역이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대중교통을 바꾸고,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폐기물을 줄이고, 폭염과 침수에 대응하는 일은 모두 주민의 생활권에서 이뤄진다. 기후위기는 선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실행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행은 지역에서 시작된다.


유럽연합과 국제기구, 세계 도시 네트워크가 지방정부를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주체로 세우는 이유다. 지방정부가 권한과 재정, 데이터와 시민 참여 구조를 갖출 때 기후 정책은 현실이 된다. 지방선거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선거는 단순히 지역 행정 책임자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지역의 에너지, 교통, 건물, 재난 대응, 산업 전환, 시민 참여 구조를 누가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선택하는 선거다. 기후 대응은 지방의 미래를 바꾼다.


지방정부의 조례, 예산, 도시 계획, 에너지 복지 정책과 결합할 때 실제 감축으로 이어져


기후위기의 발생과 대응은 모두 현장에서 일어난다. 전력 소비, 교통 체계, 건물 에너지 관리, 자원 순환, 재난 대응은 지역의 생활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같은 국가 안에서도 대도시, 농촌, 산촌, 해안, 산업도시가 겪는 기후 위험은 다르다. 그래서 기후 정책은 중앙의 일률적 지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도시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75%, 온실가스 배출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도시와 지역의 에너지 수요, 건물, 교통, 기반 시설을 바꾸지 않고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건물 부문도 지방정부의 역할이 크다. IEA는 건물 부문이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의 약 30%, 에너지 관련 배출의 약 26%를 차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냉난방, 단열, 조명, 공공건물 개선, 노후 주택 개보수는 중앙정부의 목표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지방정부의 조례, 예산, 도시 계획, 에너지 복지 정책과 결합할 때 실제 감축으로 이어진다.


기후 정책이 선언에 머물지 않으려면 주민의 삶에 가장 가까운 지방정부가 정책의 기획과 실행을 주도해야 한다. 세계적 흐름은 중앙정부의 목표 설정을 넘어 지방정부의 실행력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EU는 도시를 기후 중립의 실험장으로 세웠다


유럽연합은 지방정부를 기후 전환의 실행 단위로 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후 중립·스마트도시 미션’이다. EU는 2030년까지 기후 중립을 달성하려는 100개 EU 도시와 12개 협력국 도시를 선정해, 이들이 자체 기후 도시 계약과 실행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EU는 이 도시들이 2030년 기후 중립을 달성하고, 다른 유럽 도시들이 2050년까지 뒤따를 수 있도록 실험과 혁신의 거점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다.


2025년 5월 7일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에서 열린 도시 미션 컨퍼런스에서는 39개 도시가 새로 ‘EU 미션 라벨’을 받았다. 당시 기준으로 112개 미션 도시 중 92개 도시가 이 라벨을 받았다. 유럽위원회는 이 라벨이 도시들의 2030년 기후 중립 계획과 투자 계획을 인정하는 장치이며, 공공·민간 재원을 끌어오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EU 도시 미션은 더 확대됐다. 2025년 10월 기준 EU 미션 라벨을 받은 도시는 103곳으로 늘었다. 이는 도시 단위 기후 계획이 유럽의 주요 기후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 준다.


EU의 접근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도시가 스스로 계획을 만들고, 건물 효율화, 재생에너지 확대, 지속가능한 교통, 도시 재생, 물 인프라, 사회 인프라에 대한 투자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중앙은 목표를 세우고 지원하지만, 실행 계획은 도시가 만든다. 이것이 지방정부 중심 '기후 거버넌스'다.


EU 녹색 도시상, 시민 참여가 도시 전환의 기준이 됐다


유럽연합의 또 다른 흐름은 ‘녹색 도시’ 정책이다. 2025년 유럽 녹색 수도에는 리투아니아 빌뉴스가 선정됐고, 스페인 빌라데칸스와 이탈리아 트레비소는 2025년 유럽 녹색 잎사귀상 수상 도시로 선정됐다. 세 도시는 모두 유럽 시장협약(Covenant of Mayors) 서명 도시로, 지역 차원의 기후 행동과 시민 참여를 실천해 온 사례로 평가됐다.


이번 시상에서 주목된 기준은 단순한 환경 성과가 아니었다. 기후 재난이 빈번해지고 기온 상승이 시민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도시가 지역사회 회복력을 높이고 기후변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어떤 실질적 조치를 취했는지가 평가됐다. 특히 시민 참여가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됐다. 기후 정책은 행정의 계획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시민이 도시 관리와 계획, 에너지 전환, 녹지 확대, 생활환경 개선에 참여할 때 실행력을 갖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빌뉴스는 2025년 유럽 녹색 수도로 선정됐다. 세계 도시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도시 계획, 교통, 에너지, 시민 참여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출처 EU Covenant of Mayors
리투아니아 빌뉴스는 2025년 유럽 녹색 수도로 선정됐다. 세계 도시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도시 계획, 교통, 에너지, 시민 참여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출처 EU Covenant of Mayors

빌뉴스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난방 시설 개보수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2030년 기후 중립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전용 앱을 활용해 시민이 도시 관리와 계획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평가를 받았다.


빌라데칸스는 주민과 이해관계자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분야의 진전을 이끌었다.


트레비소는 스토리텔링, 세대 간 소통, 게임화 기법을 활용해 청년 참여를 높이고, 나무 심기 확대 등 도시 녹색 전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상금 구조도 지방정부 기후 정책의 실행성을 보여 준다. 2025년 유럽 녹색 수도로 선정된 빌뉴스는 환경 지속가능성 사업 강화를 위해 60만 유로를 받게 되며, 빌라데칸스와 트레비소는 각각 20만 유로를 지원받는다. 이는 유럽이 도시의 기후 행동을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재정 지원과 시민 참여가 결합된 실행 정책으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사례는 한국 지방선거에도 시사점이 있다. 지방정부의 기후 정책은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고 예산이 붙고 도시의 생활환경이 바뀌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기후 대응은 도시를 더 푸르고, 건강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지방정부의 미래 전략이다.


지방정부의 힘은 ‘현장성’에 있다


지방정부가 기후 정책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현장성 때문이다. 어느 지역의 건물이 노후했는지, 어느 마을이 침수에 취약한지, 어느 노선의 대중교통이 부족한지, 어느 산업단지가 전력 전환을 필요로 하는지, 어느 농촌이 가뭄과 폭염에 취약한지는 지역이 가장 잘 안다.


지방정부는 토지 이용, 건축, 교통, 폐기물, 재난 대응, 지역 에너지, 환경 교육, 주민 참여를 다룬다. 이 정책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의 핵심 수단이다. 지방정부가 기후 정책을 ‘환경부서 업무’로만 보면 정책은 분절된다. 반대로 도시 계획, 에너지, 복지, 산업, 농업, 교통, 교육이 함께 움직이면 기후 정책은 지역의 미래전략이 된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GEO-6 for Cities"도 도시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 보고서는 도시화가 환경 변화의 주요 동인 가운데 하나이며, 지속가능한 교통, 생물다양성, 식량, 기반 시설, 에너지, 회복력 등 도시 단위 해법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기후위기는 지역을 다르게 흔든다. 대도시는 폭염과 열섬, 건물 에너지 수요, 침수 위험을 겪는다. 농촌은 가뭄과 폭우, 병해충, 작물 재배지 변화에 노출된다. 해안 지역은 태풍, 해일, 침수,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산업도시는 탄소 규제와 에너지 비용, 산업 전환 압박을 동시에 받는다. 그래서 지역별 기후 정책은 달라야 한다. 지방정부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권한과 재정이 없으면 실행도 없다


지방정부를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로 세운다는 것은 구호만으로 되지 않는다. 권한과 재정이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지역 배출 구조를 파악하고, 감축 사업을 설계하고, 예산을 배정하고, 시민과 협의하고, 결과를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도 마찬가지다. 입지, 경관, 농지 이용, 송전망, 주민 수용성, 이익 공유 문제는 모두 지역에서 발생한다. 중앙정부가 발전량 목표만 정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지역 주민과 기업, 농민, 시민사회, 전문가를 연결해 갈등을 조정하고 이익 공유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건물 에너지 효율도 지역 실행이 중요하다. 노후 공공건물, 취약계층 주거, 학교, 병원, 경로당, 산업단지 건물은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다. 지방정부가 데이터와 예산을 갖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교통 정책도 지역의 통근권, 대중교통망, 고령자 이동권, 청년의 생활권을 반영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기후 정책은 그래서 권한과 재정, 데이터와 시민 참여가 함께 있어야 작동한다.


세계 지방정부의 선택은 ‘시민 참여형 실행’


기후 거버넌스는 회의체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누가 계획을 세우고, 누가 예산을 배분하며, 누가 이행을 점검하고, 시민 의견이 다음 사업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연결하는 구조다. 세계 지방정부의 선택은 ‘시민 참여형 실행’이다. 세계 도시들이 선택한 방향은 공통적이다. 기후 정책을 중앙정부의 명령이 아니라 지역의 실행 계획으로 바꾸는 것이다.


EU의 기후 중립 도시 미션도 시민, 기업, 투자자, 지방정부, 국가·지역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시민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기후 정책이 생활을 바꾸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전환은 이동 방식을 바꾸고, 건물 효율 개선은 주거비와 냉난방비에 영향을 준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지역 경관과 토지 이용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폐기물 감량은 생활 습관을 바꾼다.


기후 재난 대응은 취약계층 돌봄과 연결된다. 따라서 주민은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의 공동 설계자다. 지역의 기후 위험을 확인하고, 감축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을 검토하고, 이행 결과를 점검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시민 참여가 있을 때 정책 수용성이 높아지고, 갈등 비용은 줄어든다.


지방선거,지역의 기후 대응 방향을 결정


기후 대응은 지방의 미래를 바꾼다.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재난 피해를 줄이고, 녹색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생활 조건을 만드는 일이 모두 기후 정책과 연결된다. 지방정부가 기후위기를 지역 생존 전략으로 삼을 때 지방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세계는 이미 지방정부를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주체로 세우고 있다.


도시는 배출의 현장이자 해법의 현장이다. 지역은 기후 위험을 가장 먼저 겪는 곳이자, 감축과 적응을 동시에 실행해야 하는 곳이다. 한국의 지방정부도 더 이상 중앙정부의 계획을 받아 적는 데 머물 수 없다. 국가 감축 목표는 중앙정부가 정하지만, 그 목표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지역이다.


지방정부가 권한과 재정, 데이터와 시민 참여 구조를 갖출 때 기후 정책은 현실이 된다. 지방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번 선거는 지역 개발 공약만을 비교하는 선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지역이 기후위기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가, 에너지와 재난에 견딜 수 있는가, 시민이 참여하는 실행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중앙의 선언이 아니라 지역의 실행에서 완성된다. 세계 지방정부의 선택은 이미 그 방향을 보여 주고 있다. 이제 한국의 지방정부도 선택해야 한다. 기후 대응을 주변 의제로 둘 것인가, 아니면 지방의 미래를 바꾸는 핵심 전략으로 삼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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