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2위 배출국의 탈퇴가 온실가스 감축 체제의 종말은 아니다
- hpiri2
- 6일 전
- 3분 분량
온실가스 감축의 다극 체제는 오늘의 지정학적 세계 질서와 가장 부합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기후변화협약을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 기구에서 일제히 탈퇴했다. 온실가스 감축 체제가 종말을 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2024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577억 톤으로 역대 최고였다. 미국은 59억 톤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배출국이다. 산업혁명 이후로 기간을 넓히면 미국은 부동의 1위다. 그런 미국이 기후위기 대응 전선에서 일탈하는 건 분명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세계 2위 배출국의 탈선이 곧바로 온실가스 감축 체제의 끝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지역은 유럽이다. 유럽의 경제 형편은 심각한 수준이다. 유럽연합은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정을 선도하며 높은 감축 목표와 강한 규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성장 둔화와 에너지 가격 부담 속에서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산업 경쟁력 약화와 탄소 누출 우려가 커지고, 기후 투자와 복지·물가 대응 사이의 재정 압박도 심화됐다. 이로 인해 기후정책에 대한 사회적 반발과 정치적 균열이 확대되고, 유럽 중심 감축 체제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도전받고 있다.
반면 중국과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개선 노력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배출국이지만 동시에 최대 재생에너지 투자국이다. 태양광·풍력·전기차·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실질적 감축 기반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브릭스 국가들 역시 산림 보전, 태양광 확대, 석탄 의존 축소 등 각국 여건에 맞는 전환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감축 책임이 특정 선진국에만 집중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이고 다극적인 기후 대응 체제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여 준다.
특히 중국의 기후 대응 노력은 국제 온실가스 감축 체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탄 발전 국가라는 한계를 안고 있으면서도, 최대 태양광·풍력 발전 국가로서 에너지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설비 확충과 전력망 투자, 전기차·배터리 산업 육성은 단기 감축을 넘어 구조 전환을 겨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재생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글로벌 공급망을 확대해, 전 세계 감축 실행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체제는 이제 유럽 중심에서 다극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그 정당성은 현실성과 실행력에 있다. 유럽연합은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정을 주도해 왔지만, 세계 배출과 산업 구조는 이미 다원화됐다. 신흥국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단일 지역의 규범과 비용을 전 세계에 일방 적용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유럽의 제도, 중국의 산업 전환, 브릭스의 현실적 경로를 결합한 다극체제는 책임을 분산하고 참여를 확대해 감축의 실효성과 지속성을 높인다.
온실가스 감축의 다극 체제는 오늘의 지정학적 세계 질서와 가장 부합하는 방식이다. 세계는 더 이상 단일 패권이 규범과 자원을 주도하지 않는다. 경제·기술·정치력이 분산된 다원적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런 조건에서 감축을 특정 지역에 의존하는 체제는 불안정하기 마련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정이라는 공통 규범 아래, 유럽·중국·브릭스·도시·기업이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는 다극 체제는 정치 변동에 강하고 실행력이 높다. 이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지속가능한 감축을 가능하게 하는 시대적 해법이다.
1.5도 목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중요한 기준이지만, 현재의 배출 추세와 정책 이행 수준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달성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감축을 포기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감축과 더불어 기후적응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다. 이미 폭염·홍수·가뭄·해수면 상승 등 기후 위험은 현재형이며, 피해는 취약 계층과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도시·농업·보건·재난 체계의 적응력을 높이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불가피한 위험에 대비하는 책임 있는 행동이다.
다극화된 온실가스 감축 체제에서 효과적인 기후 대응은 공통 규범과 분산된 실행의 결합에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정은 목표·투명성·이행 점검의 기준을 제공하고, 각 국가는 여건에 맞는 감축 경로를 선택한다. 유럽은 제도와 가격 신호를, 중국과 브릭스는 산업 전환과 보급 속도를 담당한다. 동시에 기후적응은 도시 인프라 강화, 물·식량·보건 체계의 회복력 제고, 재난 대응과 금융 안전망 확충에 초점을 둔다. 감축과 적응을 병행하는 다층적 전략이 정치 변동에 강한 지속가능한 기후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온실가스 감축 체제를 다극화하고 기후 적응을 병행하자는 주장은 패배주의가 아니라 현실적 전략이다. 이는 목표를 낮추는 선택이 아니라, 현재의 배출 수준과 정치·경제 여건을 직시한 접근이다. 단일 지역이나 국가의 리더십에 의존하는 방식은 변동성에 취약하지만, 다극 체제는 위험을 분산해 지속성을 높인다. 또한 이미 불가피해진 기후 위험에 대비하는 적응 전략은 피해를 줄이고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는 안전장치다. 감축과 적응을 함께 추진하는 접근은 이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성과를 축적하는 성숙한 기후 전략이다.
다극화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 전략이 시대정신인 이유는 오늘의 세계가 불확실성과 분산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단일 패권과 일방적 규범에 의존하던 방식은 정치·경제 충격에 취약하다. 반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정이라는 공통틀 아래, 유럽·중국·브릭스·도시·기업이 각자의 책임을 나누는 다극적 접근은 회복력과 실행력을 높인다. 이미 진행 중인 기후 위험에 적응을 병행하는 전략은 이상보다 생존과 안전을 중시하는 오늘의 요구에 부합한다. 즉 분산·협력·현실 대응의 결합이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기후 대응의 방향이다.




![[사설] 미국 대통령 선거와 기후평화](https://static.wixstatic.com/media/c15d53_1e6e83f6f8d64f4d9e3f7da3eee6bb75~mv2.jpg/v1/fill/w_980,h_551,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c15d53_1e6e83f6f8d64f4d9e3f7da3eee6bb75~mv2.jp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