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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에너지 전환에 자체 핵연료 재처리가 필요한 이유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에너지 믹스에 차세대 원전이 빠지면 안 된다. 차세대 원전이 작동하려면 자체적인 핵연료 재처리는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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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편집인



에너지 전환 역사는 문명의 진화사라고 할 수 있다. 주된 에너지원이 바뀌면 문명도 같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전 인류사 대부분은 사람과 동물의 근력, 나무 등 생물 기반 에너지 시대였다. 산업혁명 이후 석탄, 석유, 가스와 원자력을 거쳐 재생에너지 시대에 와 있다. 역설적으로 지금의 에너지 전환은 산업문명을 가능하게 했던 화석연료가 원인 제공자다. 화석연료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재촉했고 세상은 기후위기에 직면했다. 어찌 보면 다시 햇빛과 바람에 의존하게 된 셈이다. 햇빛과 바람을 직접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 다를 뿐이다.


당면한 에너지 전환이 화석연료 사용을 그만두기만 하면 좋을 텐데, 그리 단순하지 않다. ‘무탄소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재생에너지로만 가능하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햇빛과 바람은 자연에서 온 것으로 ‘간헐성’을 잉태하고 있다. 무한 공급되는 에너지원이지만 변덕을 부리기 일쑤다. 이 변덕에 우리 일상 전부를 맡기는 건 위험한 일이다.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현재 문명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화석연료를 벗어나는 ‘탈탄소’에 골몰했다면, 이제부터는 무탄소를 유지하되 어떻게 안정성을 확보하느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에너지 믹스(Energy Mix)’가 다음 에너지 전환에 필수 조건인 이유다.


에너지 믹스는 에너지원의 조합으로, 한 나라가 사용하는 에너지 구성 비율을 말한다.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믹스를 바꾸는 여정이고, 새로운 에너지 믹스는 에너지 전환이 완성된 모습이다. 사실 에너지 믹스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하나의 에너지원으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공급량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 여러 에너지원을 함께 사용해 오곤 했다. 때에 따라 그 비중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말이다. 기후위기는 화석연료를 과도하게 사용한 에너지 믹스 실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탄소중립도 에너지 믹스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우리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세운 에너지 믹스 목표는 다음과 같다. 재생에너지 50%, 천연가스 10~15%, 기존 원전과 차세대 원전 30~35%, 수소 5%로 구성되어 있다. 석탄은 여기에 없다. 천연가스는 석탄을 대체하는 과도기 전원으로 탄소 포집을 병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재생에너지가 핵심이고 24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안정적 기저 전원으로 원자력을 보완으로 두는 구조다. 재생에너지로 가는 방향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ESS 같은 저장기술과 장비의 고도화가 숙제로 있을 뿐이다. 문제는 원자력 발전 부문이다. 기존 대형 원전은 사고 위험, 핵폐기물 처리 미해결, 공사비와 운영비 상승에 따라 에너지원으로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하여 정부도 차세대 원전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가동 중인 원전은 수명을 다할 때까지 최대한 활용하고 경수로 방식의 대형 원전은 더 이상 짓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차세대 원전은 기존의 대형 경수로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유연한 새로운 원자력 발전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소듐냉각고속로(SFR)와 소형모듈원전(SMR)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 가운데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탄소중립은 재생에너지만으로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화석연료를 퇴출시켜야하는 상황에서 원자력의 도움 없이 탄소중립은 요원하다. 그렇다고 위험천만하고 환경에도 해롭고 경제성도 떨어지는 기존 대형 원자로를 끌어안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존 원전은 탄소는 적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은 에너지다. 차세대 원전은 해결책으로 계속 회자되어 왔었다.


차세대 원전은 탄소중립 시대, ‘기저 전력’의 유일한 대안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변동성이 크고 대규모 저장은 한계가 있다. 반면 차세대 원전은 시간 구애를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탄소중립 달성에 꼭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듐냉각고속로(SFR)는 사용 후 핵연료를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어 폐기물의 양과 독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쓰레기를 연료로 바꾸는 셈이다. 자원순환형 지속가능 원자력이라고 보면 된다.


차세대 원전의 가치와 필요가 눈에 보이는 데, 그 적용이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은 기술 성숙이 덜 되어 있다.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상용화는 어림잡아도 2030년대 중반이나 후반쯤 예상된다. 경제성도 아직은 검증을 더 거쳐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비교 경쟁력도 저하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전제로 한 핵연료 재활용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핵연료 재처리 기술 난이도와 고비용을 차치하더라도 국제사회의 규제가 만만치 않다.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는 ‘핵무장’의 길을 터주는 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차세대 원전에 대한 관심이 크다. 원전에 대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에너지 자립도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현실 필요, 기술력, 경제력을 갖추었지만 국제사회의 규제는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우선 한미 원자력 협정부터 자체적인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를 막고 있다. 최근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더불어 이 부분에 대한 협상을 밀도 있게 진행하고 있다. 미국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가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데 긍정적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린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벌써 APEC 주간은 시작된 듯하다. 각료급 실무회의를 시작으로 정상 간 개별 회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주요 안건은 양국 간 관세 협상이었지만 이에 못지않게 주요하게 다루어졌던 사안은 ‘핵연료 재처리’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불쑥 꺼낸 요구에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 신호로 화답했다. 국가수반의 정상회의에서 나오는 말은 허투루 나오는 법이 없다. 사전에 조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 대응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핵연료 재처리는 우리가 반드시 얻어야 할 성과다.


지난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관련 논의가 의제로 올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원자력협정은 기존 협의를 통해 일정한 방향성에 대한 양해가 이뤄져 있다"고 말하며, "오늘 한 것은, 그런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진전시켜 나가기 위해선 실무선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상 차원의 관심을 가져 주십사 말씀 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룬 합의 내용은 조만간 '팩트 시트'로 발표되는데, 여기에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문제가 담길 예정이라고 한다. 사진_대통령실
지난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관련 논의가 의제로 올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원자력협정은 기존 협의를 통해 일정한 방향성에 대한 양해가 이뤄져 있다"고 말하며, "오늘 한 것은, 그런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진전시켜 나가기 위해선 실무선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상 차원의 관심을 가져 주십사 말씀 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룬 합의 내용은 조만간 '팩트 시트'로 발표되는데, 여기에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문제가 담길 예정이라고 한다. 사진_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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