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햇빛소득마을 2500곳”… 5년 뒤 수익 절벽 우려, 해법은 있다
- 3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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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고는 정책을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다. 더 정교하게 다듬어 보라는 목소리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국 2500개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주민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고, 전력 판매 수익을 공유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농촌 소득 창출, 지역 소멸 대응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취지다. 에너지 전환을 ‘설비 중심’에서 ‘주민 소득 모델’로 확장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런데 최근 조선일보 단독 보도는 이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5년 뒤 수익 절벽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 5년은 이자만 상환하지만 6년 차부터 원금 상환이 시작되면 현금 흐름이 악화되고, SMP(전력도매가격)와 REC(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격 변동, 전력망 포화, ESS 설치 비용 부담이 겹치면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려는 가볍지 않다. 실제로 일부 태양광 사업은 가격 변동과 금융 구조 미비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사업인 만큼, 수익이 불안정하면 정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햇빛소득마을은 구조적으로 취약한가, 정밀한 설계로 보완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후자에 가깝다. 지적된 문제들은 태양광 사업의 한계라기보다 금융·계통·운영 구조 설계 문제다. 위기는 피할 수 있다. 제도 설계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수익성의 출발점은 초기 투자비(CAPEX)다. 현재 1MW 기준 약 15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설치비는 장기 수익구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원금 상환 부담은 결국 투자비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이를 11억 원 이하로 낮춘다면 내부수익률은 개선되고, 6년 차 이후 상환 충격은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다.
지자체 단위 공동구매를 통해 모듈과 인버터 단가를 낮추고, 표준 설계 패키지를 도입해 인허가·설계비용을 줄이며, 공공 유휴 부지를 활용해 토지 비를 최소화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공공 EPC 경쟁 입찰을 통해 공사비 거품을 제거하는 것도 필수다. 정책이 규모를 지향한다면, 설치 단가를 낮추지 못한 채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6년 차 ‘수익 절벽’ 우려는 금융 구조의 경직성에서 비롯된다. 초기 5년간 이자만 상환하다가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 고정 스케줄은 가격 변동성을 흡수하지 못한다. SMP와 REC 가격이 하락하면 상환 부담은 그대로인데 수익은 줄어든다.
해법은 ‘수익 연동형 상환 모델’이다. 전력 가격이 높을 때는 상환액을 늘리고, 낮을 때는 줄이는 방식으로 현금 흐름을 탄력적으로 잡아야 한다. 나아가 초기 5년간 발생하는 수익을 전액 배당하는 대신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적립하는 ‘상환 준비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단기 배당의 유혹을 억제하고 장기 안정성을 확보하는 장치다. 햇빛소득마을은 단기 투자 상품이 아니라 지역의 장기 자산이어야 한다.
또한 산업단지나 공공기관과의 장기 PPA(전력구매계약)를 병행해 가격 하한선을 확보해야 한다. 가격 변동 리스크를 주민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계통 문제 역시 과제다. 태양광은 생산보다 접속이 중요하다. 변전소와 송배전망이 포화 상태라면 설비를 아무리 늘려도 수익은 실현되지 않는다. 사업 확대 이전에 계통 선투자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마을별 소규모 ESS 설치는 비용과 관리 측면에서 비효율적일 수 있다. 대신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변전소 단위 대용량 공용 ESS를 구축하고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다. 계통 유연성은 공공 인프라로 접근해야 한다. 발전 허가 이전에 접속 가능 여부를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계통을 고려하지 않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다른 병목을 낳을 뿐이다.
2500개 마을을 각각 운영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비효율과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이를 통합 관리하는 VPP(가상발전소) 기반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이 필요하다. AI 기반 통합 운영 시스템이 발전량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계통 대응력을 강화하며, 시장 가격 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결국 햇빛소득마을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이 짓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기적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양적 확대는 오히려 정책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반면 초기부터 금융·계통·운영 구조를 치밀하게 다듬는다면, 지역경제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
햇빛소득마을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 소멸 문제를 연결하는 중요한 실험이다. 실패를 두려워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지만, 위험을 인지하고도 구조 개선 없이 밀어붙이는 것 또한 무책임하다.
정책은 의지가 아니라 설계로 완성된다. 설치비 절감, 수익 연동형 상환 모델, 강제 적립금 제도, 계통 선투자, 통합 플랫폼 구축이 유기적으로 결합된다면, ‘5년 뒤 수익 절벽’은 충분히 피할 수 있다. 위기의 경고는 정책을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다. 더 정교하게 다듬어 보라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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