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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처리 | 식품 폐기, ‘쓰레기 처리’가 아니라 ‘식량 자원 관리’ 관점 필요

2025-12-12 최민욱 기자

인류는 우리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식량을 생산한다. 하지만 그중 상당량이 식탁에 오르지 못한 채 폐기된다. 매년 식품의 약 13%가 수확 후 유통과정에서 손실되고, 추가로 19%가 소매점이나 가정 등 최종 소비 단계에서 버려진다. 한편, 2022년 기준 전 세계 식량폐기량은 10억 톤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해에 7억8천만 명이 굶주림을 겪었다.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물은 경제적으로 1조 달러 규모의 손실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UNFCCC에 따르면 식품 손실과 폐기는 전 인류 온실가스 배출의 8~10%를 차지하며, 이는 전 세계 항공산업 배출량의 5배에 해당할 정도로 막대한 수준이다. 결국 먹지 못하고 버려진 음식물이 지구온난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버려지는 음식물은 경제적으로 1조 달러 규모의 손실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 플래닛03
버려지는 음식물은 경제적으로 1조 달러 규모의 손실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 플래닛03

식품 손실과 식품 폐기, 식품은 어떻게 버려지는가


식품이 폐기되는 양상을 이해하려면 식품 손실(Food Loss, FL)와 식품 폐기(Food Waste, FW)의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 식품 손실은 수확 후 보관·운송·가공 등 소비 이전 단계에서 외관상 품질기준을 미달해 상품가치가 떨어지거나, 부패나 손상으로 식용 불능 상태가 되어 '손실'되는 식품 부산물을 말한다. 반면 식품 폐기는 유통단계 이후 소매점 진열대나 식당, 가정의 식탁에서 소비되지 않고 버려지는 음식물을 가리킨다. 흔히 우리가 음식물쓰레기라고 불리는 개념이다.


즉, 식품 손실은 공급망 상단에서 발생하는 낭비이고, 식품 폐기는 소비 하단에서 발생하는 낭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환경계획(UNEP) 등의 국제기구는 이러한 구분에 기반해 전 세계 식품 손실·폐기량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이를 보면 저개발국일수록 생산·유통 단계의 식품 손실 비중이 높고, 고소득 국가일수록 소비 단계의 식품 폐기 비중이 큰 양상을 보인다. 수확한 농산물이 저장시설 부족과 유통 인프라 미흡으로 인해 상당량 상해 버려지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식품이 풍족한 사회에서는 과잉소비와 엄격한 상품 규격으로인해 멀쩡한 식품이 폐기되기도 한다.


세계은행의 식품 손실 및 폐기물(FLW)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된 부유한 국가에서는 전체 식량의 40% 이상이 유통·소비 과정에서 버려지는 반면, 농업 기반 개발도상국에서는 수확 후 처리와 저장 단계에서의 손실 비중이 월등히 높다. 이러한 차이는 문화·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냉장유통망이나 시장체계 등 인프라 격차에서 기인하며, 지역별 맞춤 대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다만 어느 사회든 식품 손실과 식품 폐기 모두 줄여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음식물 폐기량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고(SDG 12.3), 공급망 단계의 식품 손실도 크게 줄일 것을 목표로 각국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분리 배출과 재활용에 가려진 음식물 쓰레기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음식물 폐기물 관리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국가로 평가된다. 1990년대 쓰레기 종량제 도입 이후 가정과 음식점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의 분리수거가 정착됐고, 2005년부터는 별도 처리 없이 음식물을 매립하는 행위가 법으로 전면 금지됐다. 그 결과 음식물 폐기물의 대부분이 소각이나 퇴비·사료화 등 재활용 경로로 처리되고 있다.


2021년 국내에서 배출된 음식물 폐기물은 약 508만 톤이며, 이 가운데 99.7%가 매립 외의 방식으로 처리됐다. 구체적으로 49.7%는 사료화, 26.5%는 퇴비화, 14.0%는 바이오가스 생산 등에 이용됐다. 불가피하게 소각 또는 잔재매립된 양은 0.3%에 불과하다. 이 수치만 보면 분리 배출과 자원화 인프라 측면에서 한국이 매우 높은 처리율을 보이는 것처럼 보인다.


언뜻 보면 한국의 음식물 폐기물의 분리 배출·재활용시스템이 바람직하게 정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먼저, 음식물 폐기물 발생량 자체가 여전히 많다. 한국인은 1인당 연간 약 95㎏의 음식물을 버리고 있고, 국가 전체로는 연간 500만 톤 안팎의 음식물 폐기물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가정 내 과도한 음식 준비, 외식 산업 발달로 인한 잉여 음식, 잔반 문화 등 소비 행태가 지속적인 폐기물 발생으로 이어진다.


또한, 재활용의 실효성이 낮다. 상당량의 음식물류 폐기물이 가축 사료나 퇴비로 전환되고 있지만, 이렇게 생산된 사료·퇴비의 활용도는 높지 않다. 기후솔루션의 보고서(2024)에 따르면 공공처리시설에서 생산된 음식물 퇴비의 96%, 사료의 66%가 농가 등에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판로 부족으로 무료 보급에 의존하다 보니 재활용 산업의 경제적 기반은 취약하고, 이렇게 공급된 퇴비와 사료가 실제 농가에서 어느 정도 사용되는지조차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결국 음식물 쓰레기의 자원화가 이뤄진다 해도 수요처 부족과 낮은 최종 활용률 때문에 재활용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의되지 않은 '식품 손실(FL)', 통계에서 가려져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정책은 폐기 단계(Food Waste)에 집중되어 있어 생산·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농장에서 도매시장에 이르는 과정에서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유통 중 손상돼 폐기되는 농축산물 부산물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서울과기대 환경기술연구소 김영신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과일·채소류의 유통 단계 식품 손실이 연간 약 149만 톤, 총 생산량의 13.5%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손실은 농가나 도매시장의 개별 폐기물로 흩어져 처리될 뿐, 국가 차원의 감축 체계는 없다.


이 같은 공백은 통계 시스템과 법적 분류 체계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한국의 폐기물 통계는 생활폐기물 중 음식물 폐기물만 세고, 산지·유통 단계 식품 손실은 환경부와 농식품부 간 업무 분절로 집계되지 않는다. 법적으로도 조리 이전 농식품 부산물은 ‘폐기물’로만 분류되어 자원화 체계와 연계되지 못한다. 배추 겉잎·무청 등 사료화 가치가 높은 부산물조차 음식물 쓰레기와 섞여 저품질 폐기물로 수거되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통계·정의 부재가 식품 손실 규모를 실체보다 작게 보이게 만들어 정책 대응을 지연시킨다는 점이다. 국내 공식 지표는 가정·외식 단계 '식품 폐기'에 한정돼 있고,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은 부분적으로만 파악된다. 이로 인해 식품 손실 저감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으며, 감축 전략 또한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분절된 식품 폐기물 관리 관할 부처


식품 손실 관리가 미흡한 또 하나의 배경에는 분절된 관할과 정책이 있다. 한국에서는 생산·유통 단계는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고, 식당·단체급식소 등 조리 단계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소관이며, 조리·소비 이후 남은 음식물 찌꺼기는 환경부 관할로 넘어간다.


이처럼 책임이 분산된 구조에서 생산·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식품 부산물은 농식품부 입장에서는 “폐기물”로 우선순위가 낮고, 환경부 입장에서는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돼 생활계 폐기물만큼 집중 관리되지 않는다. 결국 부처 경계에 낀 식품 손실은 정책 사각지대로 남기 쉽다. 실제로 도매시장에서 나오는 대량의 농산물 부산물은 오랫동안 제도권 밖에서 방치되거나 개별 사업자가 자체 처리해 왔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환경부담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 간극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환경부와 농식품부 등 관계 부처는 유통 과정 식품 부산물의 자원화 시범사업을 추진해, 가락시장과 대형 유통센터에서 배출되는 채소 잔여물을 가축용 사료 원료로 활용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에는 법 규정 미비로 이러한 부산물을 사료로 사용할 수 없었지만, 2024년부터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에 따른 규제특례가 적용돼 제한된 범위에서 실증이 허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1만2천 톤 이상의 과일·채소 부산물이 돼지·소 사료로 재활용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수입 곡물 사료 대체 효과와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기대된다. 이러한 부처 협업과 규제 개선은 식품 폐기물 문제를 생산부터 처리까지 통합적으로 다뤄야 해법이 나온다는 점을 보여 준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음식물 폐기물 전 주기 관리


식품 폐기 문제를 이제 ‘쓰레기 처리’가 아니라 ‘식량 자원 관리’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종량제 30주년 5차 포럼에서 서울과기대 환경기술연구소 김영신 교수는 음식물 쓰레기를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식품부산물’로 재정의하고, 이를 등급화해 전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식품부산물을 용도별 등급으로 나누어 식용 재공급이 가능한 단계부터 사료용, 퇴비용, 에너지용까지 순차적으로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하자는 제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배출 단계에서부터 종류와 품질에 따라 분리수거하고, 부처 간 데이터를 연계해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컨대 아직 먹을 수 있는 판매불능 식품은 푸드뱅크 등을 통해 식량자원으로 재분배하고, 사람에게 제공하기 부적합한 식품 잔재물은 사료화로 돌리며, 남는 잔여분은 퇴비·에너지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등급별 순환체계는 식품의 부가가치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버려지는 양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식품 손실(Food Loss)과 폐기(Food Waste)를 모두 최소화하려면 전 주기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생산 단계에서는 수확 후 저장기술 개선과 유통 효율화를 통해 손실을 줄여야 한다. 유통 단계에서는 수요 기반 출하와 상품 규격 유연화로 버려지는 농산물을 줄일 수 있다. 소비 단계에서는 과잉 조리를 피하고 남은 음식의 보관·활용을 생활화하는 식문화 전환이 요구된다.


정부 정책도 폐기물 관리 중심에서 벗어나 예방·감축 중심으로 무게를 옮겨야 한다. 식품 폐기 저감은 기술적으로 고도화가 필요한 탄소 감축 수단과 달리, 실행하면 즉각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로 평가된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볼 때 한국이 기후위기 대응과 자원순환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전 지구적 시선에서 다시 보고 근본적 전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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