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03] 목포MBC | 기후가 바꾼 농업, 섬에서 시작된 전환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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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2 목포MBC 문연철 기자
아열대 작물 재배 기술, 기후변화로 아열대 작물 재배가 확대되는 가운데, 일본에서 난방 없이 바나나를 키우는 새로운 재배법과 생산자 중심 직거래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전남은 아열대 작물 재배 면적이 5년간 30배 증가하며 새로운 농업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편집자 주]
기후변화를 밝혀 낸 과학자, 위기 적응과 대응에 나선 당국, 그리고 정책을 분석하고 소식을 알리는 활동가와 기자들, 그 비판과 대안을 찾는 기후 시민들이 있어 미래가 있다. [오픈넷03]은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알려졌던 보고서, 제안, 뉴스, 기록들을 모으고 교류하는 연재기사다. 뉴스 현장보다는 두고두고 곱씹어 봐야 할 정보나 언제 다시 봐도 필요한 시각과 관점을 모아 밑줄 쳐 가며 다시 읽고 공유하는 오픈된 네트워크 공간이다. 이번 주부터 목포MBC 보도국에서 제작한 "기후가 바꾼 농업, 섬에서 시작된 전환" 총 다섯 편을 두 차례에 나눠서 싣는다. '행복한 지역 소식을 여러분께 전하는 내 곁에' "목포MBC"와 기후 전문 미디어인 "플래닛03"은 뉴스 제휴를 통해 상호 콘텐츠 교류를 하고 있다.

"기후가 바꾼 농업, 섬에서 시작된 전환"
난방 없이 키우는 바나나…치바의 실험이 던진 해법 [2025-11-12]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다…일본 직거래 ‘포켓마르쉐’의 힘 [2025-11-13]
사과 대신 바나나?…전남 농업이 뜨겁게 달라졌다 [2025-12-01]
섬에서 피어난 아열대, 농사 지도가 바뀐다 [2025-11-10]
농사는 감(感)이 아니라 데이터…NTT의 스마트농업 실험 [2025-11-11]

난방 없이 키우는 바나나…치바의 실험이 던진 해법
기후변화에 맞춰 아열대 작물 재배가 늘고 있지만, 겨울철 난방비 부담은 여전히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일본에서는 난방 없이 바나나를 키우는 새로운 재배법으로 이 한계를 넘어서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추위에 견디는 품종 개발로 아열대 농업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일본 치바현 기사라즈의 한 시설하우스. 짙은 초록 잎 사이로 바나나 송이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이곳은 사카타 히로키 대표 부부가 운영하는 ‘기사라즈 바나나팜’입니다. 반세기 전 곰팡이병으로 사라졌던 그로스 미셀 품종을 찾아 키우고 있습니다.
“그로스 미셸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그러니까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세계적으로 주류였던 바나나 품종입니다. 그런데 병에 약해서 재배량이 줄어들었고 지금은 다른 품종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그로스 미셸의 특징은 바나나이긴 한데 식감이 굉장히 쫀득하고 풍미가 깊습니다.”(사카타 히로키, 일본 바나나팜 대표)
문제는 난방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겨울철에도 난방하지 않고 바나나를 키우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일본의 기후변화에 맞춰 바나나를 재배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온도를 조금씩 낮추는 방식으로 적응을 시켰습니다. 물론 겨울에는 춥지만 바나나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저는 바나나가 정말 강하고 놀라운 과일이라고 생각합니다."(사카타 히로키, 일본 바나나팜 대표)
추위에 잘 견디는 품종을 더 발굴해 현재 아이스크림 바나나 등 4개 품종을 시험 재배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재배에 완숙 상태로 껍질째 먹을 수 있어 소비자 만족도가 높습니다. 전량 직거래로 판매되는 이 바나나는 한 개에 3천 원 안팎, 수입산보다 네 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농장 체험과 가공식품 판매까지 더해 1300제곱미터 온실에서 연 매출 1억 원 이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열대 작물 재배가 늘고 있지만 같은 난방비 고민을 하는 한국 농업에 해법을 던져 주고 있습니다. 2천 제곱미터 크기의 온실 한 곳의 연간 난방비가 5~6천만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아열대 작목을 재배하게 되면 겨울철 난방비 문제가 가장 큰 관건입니다. 그래서 지금 보면은 작물들을 도입할 때는 반드시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도입해야 된다고 또 생각하고."(손장환, 전남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 소장)
갈 수밖에 없는 아열대 작몰로의 전환, 밭의 기온이 바뀌면서 작물이 바뀌고 농민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미래 농업의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다…일본 직거래 ‘포켓마르쉐’의 힘
기후변화에 따라 작물이 달라지고, 기술과 품종의 혁신이 이어지지만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유통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일본에선 농가가 직접 소비자와 연결되는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생산자가 스스로 가격을 정하고, 소비자와 신뢰로 거래하는 새로운 유통 모델, ‘포켓마르쉐’를 취재했습니다.
일본 시즈오카현의 한 마을. 400년 19대째 농사를 이어온 오다테 가문의 농가입니다.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쉬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는데, 유기농만을 고집해 나름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매년 약 31종류의 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파, 당근, 대파, 고추냉이, 귤, 레몬 등을 키우고 있습니다.”(오다테 야스히로, 농부)
이 농가는 모든 농산물을 직거래 플랫폼인 포켓마르쉐를 통해 전국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합니다. 도매상이나 중간 유통 없이, 생산자 이름으로 직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파 한 뿌리가 3천8백 원, 단감 10개 한 상자가 3만 원 넘을 정도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저 혼자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건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또 직접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포켓 마르쉐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봐 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오다테 야스히로, 농부)

직거래 플랫폼 ‘포켓마르쉐’는 스마트폰에서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으로 2016년 시작됐습니다.
“현재 포켓마르쉐에는 전국에 약 8700명의 생산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는 약 86만 명 정도입니다. 이용자는 일반적인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확보하고 있고 생산자는 대표 타카하시씨가 일본 전국을 직접 다니며 생산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설득해 왔습니다. 그는 포켓마르쉐 서비스의 장점과 앞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비전을 직접 설명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오사무 나카노, 포켓마르쉐 홍보담당)
도시 소비자는 중간 유통 없이 신선한 농산물을 직접 주문하고, 생산자의 사진과 이력까지 확인하며 신뢰를 쌓습니다.
"포켓마르쉐에서 구매할 경우 일반적인 슈퍼마켓 유통 과정보다 생산지에서 소비자에게 도착하는 시간이 훨씬 짧습니다. 그만큼 더 신선한 상품을 받을 수 있고 신선하고 맛있는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이용자들에게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오사무 나카노, 포켓마르쉐 홍보담당)
이 플랫폼은 생산자가 가격을 결정하고, 소비자가 플랫폼 수수료를 모두 부담하는 구조로 농어가 살리기에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포켓마르쉐를 시작으로 다양한 직거래 플랫폼들이 생겨나면서 일본 농수산물 유통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생산자 중심의, 생산자와의 소통을 강조하는 새로운 직거래 플랫폼이 작지만 강한 일본 농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과 대신 바나나?…전남 농업이 뜨겁게 달라졌다
기후변화로 우리 농업지도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남은 이미 아열대 작물 재배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이 변화 속에서 전남 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의 아열대 작물 시험포. 익숙한 사과 배 대신 바나나와 망고, 용과가 탐스럽게 열려 있습니다. 기온 상승으로 전남이 아열대 기후권에 가까워지면서 아열대 작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광주 전남 연평균 기온은 15.9도, 평년보다 2도 높고 역대 최고였던 2023년보다도 0.9도 높았습니다. 과수연구소는 이런 변화에 대응해 각종 아열대 작물을 시험 재배하고 농가에 기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저희 연구소에서는 국내에 많이 보급이 되어 있는 애플 망고하고 이제 바나나 같은 열대 과일 위주로 이제 연구와 그런 재배를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송지은, 전남농업기술원 연구사)
전남 지역의 아열대 작물 재배 면적은 최근 5년간 30배 이상 증가해 지금은 전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과수연구소는 농가 맞춤형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의 애로 사항도 살피고 있습니다.
“아열대 작물들을 도입한 농가들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회를 조직하고, 또 관련된 정보들을 제공하고…"(손장환, 전남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 소장)
전라남도는 연구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까지 295억 원을 투입해 해남에 아열대농업 연구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시험 재배부터 기술 개발, 교육까지 가능한 종합연구센터입니다.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과학 기반의 농업이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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