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 뒤에 있는 탄소 배출 책임을 물어야 할 때, 70곳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65.6%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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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4 김사름 기자
이상기온의 배경에는 대기 중에 쌓인 온실가스가 있다. 2024년 기준 국내에서 연간 온실가스를 100만톤 이상 배출한 기업·기관은 70곳이었다. 이들의 배출량은 국내 전체 배출량의 65.6%를 차지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기온 변화를 걱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누가 얼마나 배출하고 있는지 드러내고, 큰 배출원부터 감축 책임을 묻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원문 보기 온실가스 100만톤 클럽의 성적표
이상기온의 원인, 대기 중에 쌓인 온실가스 배출은 누가 한 것인가
기후위기는 평균기온 상승으로 나타나지만, 그 배경에는 산업과 에너지, 도시와 소비가 만들어 낸 탄소 배출구조가 있다. 지난 2026년 4월 13일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공개한 「온실가스 100만톤 클럽의 성적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100만톤 이상 기업·기관은 70곳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이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 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만톤을 넘는 기업·기관은 70곳이었다. 이들의 배출량은 4억5300만톤으로,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 6억9158만톤의 65.6%를 차지했다.
100만톤 클럽 70곳, 국내 배출량의 65.6%
‘100만톤 클럽’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만톤 이상인 대형 배출 기업·기관을 뜻한다. 2024년 기준 이 클럽에 속한 곳은 70곳이다. 이들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4억5300만톤이다. 국내 전체 배출량의 3분의 2 가까이가 70개 기업·기관에서 나온 셈이다.

배출은 더 위쪽에 집중돼 있다. 1~9위 기업은 각각 연간 배출량이 1000만톤을 넘었다. 이 9개 기업의 배출량만 합쳐도 2억6321만톤으로,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39.2%에 이른다. 연구팀이 “소수의 다배출 업체가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하느냐가 국가 탄소중립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지적한 이유다.
시민의 생활 속 실천은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 감축의 실질적 성패는 대형 배출원에서 나뉜다. 전기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는 없다. 대형 배출 기업의 생산 구조와 에너지 사용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발전 부문을 제외해도 산업계 배출 책임은 크다
100만톤 클럽에는 발전 부문 기업이 포함돼 있다. 발전사는 전기를 생산하면서 온실가스를 직접 배출한다. 다만 이 전기는 다른 기업과 가정, 상업시설이 사용하는 전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발전 부문의 배출량은 전력을 구매해 쓰는 기업의 간접배출, 즉 스코프 2와 중복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발전·에너지 부문을 제외하더라도 배출 책임은 여전히 크다. 발전 부문을 제외한 100만톤 클럽 업체는 41곳이고, 이들의 배출량은 2억4910만톤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36%에 해당한다. 철강, 반도체, 시멘트, 정유, 석유화학 등 산업 부문이 핵심 배출원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철강 부문의 포스코와 현대제철, 반도체 부문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멘트 부문의 쌍용C&E와 삼표시멘트, 정유 부문의 에쓰오일, GS칼텍스, 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이 업종들은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이지만, 동시에 탄소중립 전환의 가장 어려운 현장이다.
문제는 단순히 “많이 배출한다”는 데 있지 않다. 이들 업종은 에너지 집약적이고, 공정 자체에서 배출이 발생하며, 설비 투자와 기술 전환에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더 강한 감축 목표, 더 정교한 산업 전환 전략, 더 투명한 기업기후행동 평가가 필요하다.
발전은 줄었지만, 산업 감축은 아직 더디다
2018년과 2024년을 비교했을 때,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줄인 5개 업체는 모두 발전 부문 기업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지와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전환이 추진된 결과로 해석했다.

반면 산업 부문의 감축 성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연구팀은 산업 부문의 배출량이 겉으로는 감소세를 보이지만, 발전 부문을 제외하면 민간 기업의 자발적 감축 성과는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발전 부문 감축이 전력수급 정책과 석탄발전 감축의 영향을 받은 반면, 민간 산업 부문의 전환은 아직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탄소중립은 발전 부문만 바꿔서 달성할 수 없다. 철강은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전환, 시멘트는 클링커 저감과 대체연료, 정유·석유화학은 원료와 공정 전환, 반도체는 전력 탈탄소화와 공정가스 저감이 필요하다. 업종별 감축 전략이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 배출 증가라는 그림자
이번 분석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반도체 업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배출 저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전체 배출량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두 기업의 제품 생산에 따른 탄소집약도는 하락하는 추세지만, 반도체 호황과 공장 증설에 따른 생산량 증가가 감축 속도를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이 대목은 한국 산업의 딜레마를 보여 준다. 반도체는 국가 전략산업이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 안보 경쟁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은 막대한 전력과 공정가스를 필요로 한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에너지 수요와 배출량도 늘어난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의 기후 책임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재생에너지 공급, 전력망 확충, 공정가스 저감 기술, 글로벌 공급망 기준, RE100 이행, 산업단지 에너지 전환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국가가 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키우려면, 그 산업의 탄소 배출도 전략적으로 줄여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배출 책임을 드러내는 일이다
봄의 이상기온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있다. 온실가스는 보이지 않지만, 그 결과는 보인다. 더운 봄, 잦은 폭염, 집중호우, 산불, 가뭄, 해수면 상승, 생태계 변화가 그 결과다.
그래서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히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아니다. 배출 책임을 드러내고, 감축 성과를 평가하고, 다배출 산업의 전환을 요구하는 사회적 과정이다. 누가 얼마나 배출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하고, 누가 줄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감축하지 않는 기업에는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가 탄소중립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100만톤 클럽 70곳이 얼마나 빠르게 배출을 줄이느냐, 발전을 제외한 41개 산업 기업이 얼마나 실제 감축을 하느냐, 1000만톤 이상 배출하는 최상위 기업들이 어떤 전환 계획을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탄소중립은 ‘큰 배출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책임은 모두에게 있지만, 책임의 크기는 같지 않다. 많이 배출하는 곳이 더 많이, 더 빨리 줄여야 한다. 이것이 기후정책의 기본 원칙이다.
봄의 이상기온은 우리에게 계절의 변화를 보여 준다. 그러나 그 변화의 원인을 따라가면 산업의 배출 구조가 보인다. 100만톤 클럽 70곳이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65.6%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한국의 탄소중립이 어디에서 시작돼야 하는지 말해 준다.
탄소중립은 시민의 실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형 배출 기업의 감축, 정부의 규제와 지원, 산업 전환 투자, 재생에너지 확대, 배출권거래제 강화, 공정한 정보 공개가 함께 필요하다.
봄의 이상기온 뒤에는 탄소 배출이 있다. 이제는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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