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김현권의 아사(餓死) 직전 | ② 농업·농촌의 미래, 태양광이 답이다

2025-05-02 김현권

농촌이 어려운 상황에서 태양광 발전이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결합한 영농형 태양광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부의 규제 완화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김현권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의성농민회 사무국장, 의성한우협회장 등을 맡으며 농민운동에 헌신했고,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했다.2016년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당선되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대외협력위원장, TK특별위원장, 문재인 후보 농어민선대위 상임위원장 등으로 농정 정책 기획에 참여했다.의정활동 중 ‘AI 및 구제역 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위한 입법과 방역 시스템 개선에 힘썼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법률소비자연맹 등에서 헌정대상과 국리민복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1년부터는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활동, 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김현권의 마음모으기』(2011), 논문으로는 「한국의 정예농업인력 육성방안에 관한 연구」(2008)가 있다.


요즘 농촌이 많이 어렵다.

돈이 되는 작물이 없다. 쌀값은 하락하고 과수는 냉해 등 잦은 이상기후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어쩌다 가격이 조금 오르는 품목이 있으면 어김없이 할당관세라는 수입물량 폭탄이 떨어진다. 역대 보수정부는 농산물 가격을 물가라는 관점에서 관리해 한껏 밀어 준 농민들을 바보로 만들곤 했다. 윤석열정부는 한술 더 떠 역대 최고의 할당관세 물량을 수입했다. 오늘도 정부청사 앞에는 농민들의 시위가 끊이질 않는다.


'사료는 하늘에서 내려온다'


이런 와중에 유독 혼자 재미있는 농사가 있다. 태양광, 햇빛 농사이다. 매달 통장에 찍히는 현금은 농민들을 웃음 짓게 한다. 요즘처럼 햇빛은 좋고 기온이 쌀쌀한 봄날에 발전량은 최고조에 달한다. 휴대폰을 꺼내 앱을 열고 오늘은 얼마를 발전했는지 자랑을 한다.

내 주변에 귀농해서 자두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다. 은퇴한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으나 다 나가고 혼자 남아 토지를 모두 떠맡게 되었다. 힘에 벅차고 소득도 변변치 못했다. 고민을 하다가 절반을 뚝 떼어 태양광을 설치하고 농사를 대폭 줄였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매달 수익이 꼬박꼬박 생겼다. 농사 일이 신났다. 덩달아 자두의 품질도 좋아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태양광 토론회가 있으면 만사를 제치고 참여하는 태양광 예찬론자가 되었다. 요즘은 여가 시간에 ‘시를 쓴다’고 자랑을 한다.

축산농가들은 태양광 규제를 폐지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내가 듣는 민원 중에 가장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사료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소가 사료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사료가 소를 잡아먹는다는 말이 돌 정도다. 축사 지붕에 태양광 시설을 한 농가는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사료는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말한다. 태양광 설치 여부가 축산농가의 경쟁력을 가르고 있다. 이제 농촌에서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대부분 사라졌다. 통장에 들어오는 돈 만큼 설득력 있는 명분은 없었다. 오히려 일찍 하지 못한 걸 아쉬워하는 농민이 많고 겹겹의 규제를 원망하고 있다.


일본 이바라키현 가미스시에 있는 논에 설치한 솔라 셰어링(solar sharing). 사진_ Σ64, 위키커먼즈
일본 이바라키현 가미스시에 있는 논에 설치한 솔라 셰어링(solar sharing). 사진_ Σ64, 위키커먼즈

농업이 에너지 생산을 담당한다


태양광 발전과 농사는 원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양에너지를 받아 엽록소가 광합성을 해서 식량을 생산하는 것이 농사이고 그 엽록소의 자리에 태양광 패널이 대신한 것이 발전이다. 농사도 태양광도 햇빛 농사란 점은 똑같다. 그래서 영어로 태양광은 ‘solar farm’이다.

다가오는 신재생에너지의 시대는 농업, 농촌이 식량생산의 기지에서 에너지 생산기지로써 기능이 확장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엄청난 변화이다. 어느 산업이나 기능이 확장될 때 평가배수가 달라진다. 산업의 가치가 변화한다.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multiple’의 확장이 이루어진다. 주식의 가격은 치솟는다. 농업이 에너지 생산을 담당한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이며 수익을 보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농업, 농촌으로 가는 통로가 열린다.

우선 소득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탄소중립 시대란 매년 200조 가량 수입하는 화석연료를 국내 생산 재생에너지로 대체함을 의미한다. 누가, 어디서 생산하겠는가? 태양광, 풍력 등은 소수의 독점이 불가능한 평등한 에너지이다. 생산량은 땅의 면적에 비례한다. 그 땅은 농산어촌에 있고 농어민이 주인이다. 농어민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밖에 없고 지방이 도약할 새로운 기회이다. 국가균형발전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재생에너지이다. 농업총생산액이 모두 50조이다. 그런데 에너지로 매년 100조, 200조의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고 상상해 보라. 완전히 다른 세상이 눈앞에 있다.


불필요한 규제, 인허가 절차 복잡, 송전 선로 부족


에너지 지원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아직도 화석연료인 면세유 공급 정책이 그대로 있다. 구체제를 허물지 않고 새로운 세상의 건설은 불가능하다. 화석연료 중심의 지원정책은 국제협약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새 정부에서 ‘스스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해서 쓰는 걸 권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인센티브도 메세지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

현장에서 제기하는 태양광 발전의 어려움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격거리 등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 많고 둘째, 인허가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며 셋째, 송전 선로가 태부족이란 사실이다. 지속적으로 안내받을 조력자도 중요하다. 농협이 역할을 해야 한다. 농협은 농민들과 친숙하며 관계가 안정적이고 금융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농협이 파트너로 적격이다.

다음 정부에서 국가가 나서 선제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한다. 과감하게 규제를 폐지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재생에너지 시대가 열리고 농산어촌은 수익과 일자리가 보장되는 기회의 땅이 된다. 에너지 생산과 함께 제조업 강국답게 농업과 ICT가 연결될 것이다. 자연스레 투자가 일어나고 청년들이 들어온다. 집단화된 영농형 태양광 설비는 무인화 자동화를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공간으로 활용된다. 농작업 로봇도 도입되고 응용 분야 인공지능 실험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내가 꿈 꾸고 전망하는 우리 농업의 미래상이다.


영농형 태양광이 농업과 배치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영농형 태양광은 곧바로 도입해야 한다. 농사도 짓고 전기도 생산하는 영농형 태양광은 기술이 많이 발전해 농지로 완전 복원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세계는 앞다투어 영농형 태양광을 늘리는 추세이다. 재생에너지 생산에 실기한 우리 입장에서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이는 방법은 영농형 태양광이 유일하다. 국회에서도 다수의 입법안이 발의되고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 농림부는 여전히 영농형 태양광 대상지를 한계농지로 제한하고 있다. 관점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영농형 태양광의 입지를 농지의 성격에 따라 제한하는 곳은 없다. 최근 대규모로 영농형 태양광을 도입하는 영국도 일급농지에 허용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한발 더 나아가 영농형 태양광을 농업생산시설로 분류한다. 태양광 시설이 포도밭의 수분 증발을 막아 가뭄 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있고 서리 등 저온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도 우리의 농업진흥구역에 영농형 태양광이 가능하다. 일본은 영농과 병행되는지 여부가 관심사다. 고령화가 심해 발전만 하고 나머지 땅은 놀리는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쟁점은 영농의 지속가능성과 관리이다. 농지의 성격이 아니다. 영농형 태양광이 농업과 배치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도시민이 소유한 땅, 펀드 투자로 보장하자


또 하나 반듯이 넘어야 할 벽이 있다. 농지의 소유관계를 정리하는 일이다. 알다시피 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태양광을 반대하고 있다. ‘땅도 서울 사람들이 소유하고 태양광도 너희들이 하겠다는 것이냐?’고 항의한다. 납득이 가는 주장이다. 우리 농업에서 도시민의 농지 소유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왕성하게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젊은 농민들이 대부분 임차농이다. 이들이 영농형 태양광이 도입될 시에 임차료가 오르고 땅을 뺏길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농지는 헌법정신에 맞게 경작자인 농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 땅을 도시민이 소유하고 있는 현실이 개선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태양광에 대한 거부와 부정적 인식은 외지인을 향한 것이다. 발전에 참여를 원하는 도시민들은 펀드 투자 형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면 된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필히 넘어야 할 과제이다.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중앙난방 시스템 도입 필요


끝으로 농산어촌에 꼭 필요한 것이 열에너지이다. 전기보다 열의 소비량이 많다. 농촌 생활비 중에 난방비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사실을 살아 본 사람들은 안다. 목재 등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중앙난방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축분, 하수슬러지와 생활유기물 등을 이용한 바이오 플랜트도 시군마다 두세 개는 있어야 한다. 전기는 수익을 보장하지만 열에너지는 삶의 질을 개선한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농산어촌의 삶이 도시보다 나아져야 진정한 지방화 시대는 가능하다. 지방이 행복한 나라는 재생에너지가 넘치고 일자리와 수익이 보장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답이 있고 길이 보인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