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권의 아사(餓死) 직전 | ④ 농업 개혁의 절반은 농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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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1일 전
2025-05-30 김현권
농협 중앙회장 선거 방식 개선과 농협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지역농협의 통폐합과 품목농협으로의 전환, 축협의 농협 통합 정책 실패 개선, 지주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농협 중앙회장의 피선거권을 확대하고 선출 방식도 바꿔 농업개혁, 농정개혁에 나서자.

김현권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의성농민회 사무국장, 의성한우협회장 등을 맡으며 농민운동에 헌신했고,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했다.2016년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당선되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대외협력위원장, TK특별위원장, 문재인 후보 농어민선대위 상임위원장 등으로 농정 정책 기획에 참여했다.의정활동 중 ‘AI 및 구제역 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위한 입법과 방역 시스템 개선에 힘썼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법률소비자연맹 등에서 헌정대상과 국리민복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1년부터는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활동, 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김현권의 마음모으기』(2011), 논문으로는 「한국의 정예농업인력 육성방안에 관한 연구」(2008)가 있다.
연재 기사
농협은 대출 중, 농민이 농협의 수익원이다
‘농민은 생산하고 농협은 판매한다.’ 농협의 기본정신이다. 현실은 농협이 농민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농자재를 공급한다. 농민은 연말 마다 농협에 갚아야 할 빚에 허덕인다. 농민이 농협의 수익원이다. 반면에 농협의 판매기능, 경제사업은 여전히 미미하다. 농민의 수익은 증가하지 못한다.
오늘은 농협을 살펴보자. 우리 농협은 해방 후에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다. 농민 조합원이 스스로 필요해서 설립한 조직이 아니다. 당시 농촌사회 전반에 걸쳐 고리대가 성행했고 보다 안전한 금융기능을 제공할 필요가 대두되었다. 정부가 나서 농협을 설립한 실질적 이유다. 일정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 조합이 기본 형태였다. 읍면별로 하나씩 농협이 설립되었고 지역적 특색은 없었다. 농지개혁을 통해 지주가 없는 평등한 소농의 나라로 출발해 지역별 특징 같은 건 없었다. 모두 복합영농을 했다. 1000평 정도의 작은 농지에 한 작물만 농사 지어 선 먹고 살 수 없었다. 이 농사도 짓고 저 농사도 지어야 했다. 생산물도 소규모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유통은 중요하지 않았다. 빨리 상인에게 넘기고 다음 농사를 짓는 일이 급했다. 농협은 농사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으로 충분했고 경제사업의 필요성은 크게 제기되지 않았다.
지역농협의 수명이 다했다, 품목농협으로 전환이 시급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규모화한 농민층이 나타났다. 이들은 자연스레 품목별 전업농으로 발전했다. 지역적으로도 특산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복합영농의 시대는 가고 품목별 전업농들이 우리 농업의 주축으로 등장했다. 비로소 유통기능이 중요해졌다. 잘 팔아야 소득이 커졌다. 농사를 잘 짓는 것 못지않게 잘 파는 일이 중요해졌다. 이때가 우리 농협의 전환기였다. 지역농협에서 품목농협으로 대대적으로 전환할 시기였다. 그러나 농협은 시대의 요구를 읽고 대응하지 않았다. 농민 조합원의 경제조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우리의 농산물 유통 기능이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이유다.
한지마늘 최대 생산지인 의성에 마늘농협이 없다. 마늘 경매장도 하나 없다. 경매장은 단순히 사고 파는 시설이 아니다. 농민 교육장으로써 최고의 기능을 한다. 의성마늘의 변화와 혁신은 지체되고 날로 쇠퇴하고 있다. 아직도 밭떼기 거래에 의존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전국에 쌀 농협도 없다. 거의 모든 농협이 쌀을 다루고 RPC(미곡종합처리장)를 운영한다. 대부분 RPC는 적자를 발생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지 못하니 당연한 결과이다. 시군 단위로 독자적인 쌀 브랜드를 만들어 어떻게 하겠단 말인가? 손익이 개선될 기미는 없고 예산만 잡아 먹고 있다. 정부가 위탁한 쌀의 수매와 가격지지 때문에 지역농협의 부실이 날로 커지고 있다. 거의 모든 지역농협이 취급하는 쌀은 모두의 골치 덩어리가 되고 있다.
이제 지역농협의 수명은 다했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과감하게 통폐합하고 품목농협으로 전환해야 한다. 관할 영역을 획기적으로 키워 규모와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유통 기능이 살아난다. 자연스레 가공공장을 설립한다. 나아가 농식품 소재산업에도 눈길을 돌린다. 제조강국 대한민국의 장점이 살아나고 비로소 부가가치가 커진다. 지역농협에서 품목농협으로 전환은 우리 농협의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축협을 농협에 통합한 정책 실패
그런데 일은 거꾸로 했다. 김대중 정부는 축협을 농협에 통합해 사실상 없애 버렸다. 참으로 어이없는 정책적 실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2024 농업생산액은 59조 5천억 원, 그중 축산업의 비중은 42.85%에 달한다. 농업생산액 상위 10개 품목 중에 돼지. 한육우, 계란, 육계. 우유 등 5개나 차지한다. 날로 축산업의 비중은 커지나 농협 내에 축산부문은 자체 의사결정권이 없다. 축산 대표가 있으나 이사회에서 늘 밀린다. 축산 농가의 이익은 침해되고 축산 가공업의 발전은 지체되고 있다. 농협은 현대적 육가공시설에 적극 투자하지 않으며 부분육 유통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소비자는 더 비싼 고기를 사 먹어야 하고 육가공을 통한 보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출은 먼 나라 얘기로 그친다.
'지주제'에 대한 전면적 검토가 필요하다
농협에는 이명박 정부가 저질러 놓은 커다란 돌 덩어리도 있다. 바로 지주제이다. 지주회사의 그 지주이다. MB는 협동조합인 농협을 주식회사로 바꿔 1 중앙회 2 지주체제로 만들어 놓았다. 2지주란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말한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나는 협동조합이 어떻게 주식회사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지주제로 운영하고 여러 해가 지났다. 경제지주는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적자를 발생한다. 지역의 단위조합들과 경쟁하는 똑같은 사업을 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지주제에 관해 전면적 검토가 필요하다. 지주제의 도입으로 농협은 농민조합원의 경제조직과 더 멀어졌다.
막강한 권한인데, 책임지지 않는 비상임인 농협 중앙회장
농협은 왜 중요한 전환점마다 엉뚱한 길로 들어섰을까? 지도력의 문제가 크다. 농민대통령이라 부를 만큼 중요한 농협 중앙회장의 선출 방식이 잘못되어 있다. 농협은 총 자산이 711조로 삼성전자 보다 많다. 조합원은 205만 명이다. 규모로는 세계 3대 농협에 속한다. 중앙회는 금융지주, 경제지주를 포함해 하나로 유통 등 2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다.
이 거대한 조직을 운영할 중앙회장을 전국 1111개의 단위 조합장들이 직선으로 선출한다. 단위조합은 지역농협이 916개로 압도적으로 많다. 지역축협은 116개이고 품목농협은 45개 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상 916명의 지역농협 조합장 중에 한 명이 중앙회장이 되는 구조이다. 경제사업을 위주로 운영하는 품목농협 조합장은 중앙회장이 되기 어렵다. 중앙회장은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을 행사한다. 명목상 감사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중앙회장의 입김 아래에 있다. 권한은 큰데 비상임으로 되어 있어 결제란에 칸이 없다.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의 성별을 바꾸는 일 말고 다 할 수 있다.’고 한다. 중앙회 퇴직임원의 말이다. 임기는 4년 단임제이다. 단임제를 연임제로 고치는 일이 중앙회장들의 숙원사업이다. 국회에 로비 하느라 바쁘다. 지금의 중앙회장도 그러고 있다. 본인이 중앙회장이 되기 전까지 연임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사실은 까맣게 잊은 듯하다.
중앙회장의 피선거권을 205만 조합원 전체로 확대하자
중요한 것은 단임제인가 연임제인가가 아니다. 왜 지역농협 조합장에게만 사실상 피선거권을 주고 있는가 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지역농협은 읍면 단위를 기반으로 사업하는 조직이다. 평생 읍면 농협에 몸 담고 있다가 중앙회장에 출마하고 있다. 마치 읍면장을 하다가 나라 전체를 맡은 것과 같다. 당선 되는 날부터 중앙회 임직원들에게 끌려 다닌다. 지금껏 그랬다. 내가 경험한 여러 중앙회장들도 비슷했다.
중앙회장의 피선거권을 205만 명의 조합원 전체로 확대하자. 농업전문가, 농업계 학자, 농식품부 관료, 국회 농해수위 유경험자, 농수산위 시도의원 출신 등으로 대폭 확대하자.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사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당연히 선거권도 조합원 전체에 주고(여성 농민 포함) 우수 준조합원에게도 차등적으로 선거권을 제공하자. 준조합원은 대체로 농협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이다. 선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기고 비용을 공영화하고 본선은 TV토론 위주로 진행 하자.
누가 농협개혁, 더 나아가 농정개혁의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하는 절차를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예선은 배심원단이 심층면접을 통해 거르고 본선은 조합원이 직접 전자투표를 할 수 있다. 법 개정도 필요하고 예산도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농업에서 농협이 가지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농업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꺼내는 효과도 있다.
농협 중앙회장 선출 방식부터 바꾸자
대통령 선거에서 농업공약을 다루지만 여러 사회 현안에 묻혀 수박 겉핥기에 머무르고 있다. 문호를 개방하고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할수록 중앙회장의 권위는 커진다. 중앙회장은 개혁의 동력과 명분을 확보한다. 농업계의 실질적 리더로 부상하고 농림부장관과 함께 농정 운영의 두 축이 될 것이다. 우리 농업과 농민 입장에서 결코 손해가 아니다. 농협개혁이 아무리 절실해도 외부에서 강제적으로 어쩔 방법은 없다. 스스로 개혁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중앙회장의 선출방식이 중요하다. 지금의 농협 중앙회장의 지도력으로 농협개혁은 요원하다.
많은 사람들이 농협을 복마전이라 부르고 백약이 무효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것 몇 가지만 고쳐도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농협 중앙회장 선출 방식부터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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