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권의 아사(餓死) 직전 | ③ 청년에게 농사를 권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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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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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6월 19일
2025-05-16 김현권
청년농업인 지원 정책들. 젊은 농민이 점점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해야 농업이 산다. 현재의 청년 창업농 대출 지원 정책을 재검토하고, 전문농업인으로 기술과 경험을 쌓는 양성 교육 기관을 더 늘려야 하며, 실제 농사 경험이 풍부한 멘토로부터 도움을 받게 해야 하고, 공무원 수준의 농민연금을 신설하고 나서 청년에게 농사를 권해야 한다.

김현권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의성농민회 사무국장, 의성한우협회장 등을 맡으며 농민운동에 헌신했고,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했다.2016년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당선되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대외협력위원장, TK특별위원장, 문재인 후보 농어민선대위 상임위원장 등으로 농정 정책 기획에 참여했다.의정활동 중 ‘AI 및 구제역 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위한 입법과 방역 시스템 개선에 힘썼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법률소비자연맹 등에서 헌정대상과 국리민복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1년부터는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활동, 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김현권의 마음모으기』(2011), 논문으로는 「한국의 정예농업인력 육성방안에 관한 연구」(2008)가 있다.
연재 기사
젊은 농민, 씨가 말라가고 있다
우리 농촌의 고령화가 정말 심각하다. 통계청의 2023년 농림어가 인구구조조사에 따르면 전체 208만 9천명의 농가인구 중에 60세 이상이 140만 7천명이다. 67.4%에 달한다. 셋 중 둘은 60세 이상이다. 반면에 40세 미만은 25만 4천명으로 12.2%이다. 이 40세 미만이 모두 농민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녀를 포함한 수치이다. 40대 미만의 농민 수를 알려면 농가 경영주 조사를 봐야 한다. 2020년 농어업 총조사가 가장 최근 통계이다(5년 마다 조사해서 그렇다). 40세 미만 농가경영주는 6859명으로 전체 경영주의 1.2%에 불과하다. 70세 이상의 농가 경영주는 39.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젊은 농민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고령화가 심하다는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 농가 수가 줄고 규모화가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청년농이 없으면 농업의 미래가 없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
청년창업농 정책, 전면 재검토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청년농 육성정책을 나름 꾸준히 폈다. 윤석열 정부는 청년농 3만명 육성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여러 대책을 발표했으나 현장 청년들은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이다. 오히려 반응이 싸늘하다. 왜 그럴까? 무엇이 잘못되었나? 우리나라 청년농 정책은 창업농 양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주고 새로 농장주가 되라고 한다. 나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보지 못했다. 한마디로 족보에 없는 위험한 정책이다. 대부분 승계농을 지원하거나 취업농을 돕는다. 부모의 농사를 가업으로 이어받거나 농업노동자로 취직을 해 안정적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으라고 한다. 덮어놓고 창업부터 권하는 나라는 없다.
농사가 생각보다 어렵다. 자연과 생명을 상대해야 하니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렵고 수익도 계획대로 나오지 않는다. 특성상 일년에 한 주기밖에 경험하지 못하는 큰 단점이 있다. 일정 수준의 농사 기술에 도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청년들에게 교육을 잠깐 이수하고 정부자금을 대출받아 창업을 하라고 권한다. 벼랑 끝에 세워 놓고 떠미는 꼴이다. 정부의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순간 빚에 허덕이는 인생이 시작된다. 자금을 수령하면 그해부터 이자를 갚아야 하고 5년 뒤에 원금상환이 시작된다. 현실적으로 감당이 어렵다. 이때부터 무너진다. 부부 합하여 최대 10억까지 대출이 가능한데 3년 내에 사업을 완료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도 잘못이다. 무슨 수로 3년 내에 알맞은 땅을 구매하고 계획한 대로 사업을 완수한단 말인가? 전형적인 공무원 중심의 사고이다. 공무원은 자금을 집행하면 할 일을 다 한 줄 알지만 청년은 그때부터 고난의 길이 열린다.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료들의 발상이다. 어쩌면 정부 차원에서 청년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니 농림부도 거기에 맞추어 사업을 설계한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이 청년창업농 정책이 스마트 팜과 만나서 괴물 같은 사업이 되었다.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국농수산대학교처럼, 청년들이 충분히 기술과 경험을 쌓도록 배려해야 한다
여러 해 전부터 주변에 일 잘하는 참한 청년들이 보인다. 누군가 싶어 알아보니 모두 한국농수산대학교 출신들이다. 국립한농대는 전주에 위치하고 정원은 570명, 3년제 대학이다. 병역 특혜가 주어지고 교육비는 무료이다. 입학 시에 부모가 함께 면접을 봐야 한다. 주로 승계농들이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농가의 자식들이 진학을 하니 졸업 후에 정착 성공률이 높다. 머지않아 이들이 농촌사회의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농대 설립은 드물게 성공한 농업정책으로 꼽힌다. 국회에 있을 때 한농대 정원을 꾸준히 늘렸다. 그래도 정원이 너무 적다. 일 년에 농촌 시군에 두 명 꼴 밖에 돌아가지 않는다. 해마다 입학 경쟁률이 높아 5 대 1에 이르니 대학을 대폭 키워야 한다. 지금 전주의 한농대는 보다 전문농업인을 양성하는 대학원 과정으로 승격하고 전국을 1, 2, 3 권역으로 나누어 지역 마다 한농대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우리 농업의 시급한 과제는 유능한 청년농업인을 육성하는 일이다. 한농대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세대교체만큼 효과적인 농업 혁신도 없다. 부모의 물적, 인적 기반 위에 영농을 시작하는 승계농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들이 현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모교의 네트워크가 작동하므로 정보도 빠르고 합심하여 새로운 일을 도모할 기반과 실행력이 있다.
앞으로 한농대에 개별영농 과정뿐만 아니라 집단영농 정착과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승계농이 아니더라도 여럿이 팀을 짜서 농업법인으로 출발하는 과정도 열어 줘야 한다. 사회법인, 종교법인 등에서 운영하고 청년들이 취직해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는 농장도 중요하다. 외국에는 이런 농장들이 많다. 청년들은 유기농에 관심이 많고 창의적인 도전을 선호하는데 그만큼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위험을 어느 정도 사회가 감당할 체계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시작부터 땅을 사고 농기계를 사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정착은 그만큼 힘들어진다. 청년들이 충분히 기술을 습득하고 경험을 쌓은 뒤에, 가장 마지막에 자금 투자를 하도록 해야 한다. 혼자가 아니라 집단 속에 함께 일하도록 하는 배려도 중요하다.

청년농에게 영농 경험이 풍부한 멘토들이 있어야 한다
현장 청년들이 꼽는 가장 필요한 정책은 ’멘토’의 제공이다. 나의 아내는 시골생활의 경험이 없던 서울 출신이다. 그런데도 한번도 농사 그만 짓고 도시로 나가자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신혼을 의성 사과밭에서 시작했는데 어찌 힘들지 않았을까? 자기는 주변에서 도와준 사람들이 있어 버텼다 한다. 일을 마치고 나면 손잡고 같이 모임에 나가는 아지매들이 그렇게 고마웠다 했다. 지역의 여러 단체에 가입을 안내하고 활동의 기회를 준 분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 한다. 농촌사회에서 어울리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귀농한 지 20년이 지나 이장에 출마했더니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이 나왔다고 하드란다. 어쩌면 새로 정착하는 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존재는 따뜻하게 배려하는 안내자일지 모른다. 10만원도 가지 않는 농지가 지역 연고 없는 청년들에게 15만원 혹은 그 이상으로 거래된 사례는 부지기수다. 심지어 길이 없는 맹지인 땅을 떠넘기기도 한다. 반면에 자신이 소유한 가장 좋은 땅을 빌려주고 작목 선정을 도와주고 작물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주는 고마운 분들도 있다. 현장의 영농 경험이 풍부한 좋은 멘토들을 발굴하는 일이 신규 청년농 양성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농어촌공사가 은퇴 농민의 토지를 매입해, 청년농에게 제공해야 한다
청년들은 농사 지을 땅을 구할 수 없다고 한다. 거의 모든 청년농들이 하소연을 한다. 가격도 너무 비싸다. 땅을 사서 수익을 낸다는 일이 불가능할 정도다. 부재지주의 비율이 너무 높아 농지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나온다 하더라도 농사짓기 좋은 땅은 그림의 떡이다.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농지의 소유도 손봐야 하고 농어촌공사를 통해 은퇴를 희망하는 농민들의 농지를 매입하여 집적화하고 규모화한 농지를 청년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아주 저렴하게 장기 임대하고 경영이 안정된 후에 농민이 매입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 지금 쌀 전업농들도 국가가 나서 20년 장기 저리로 자금을 지원해서 양성되었다. 이 정도의 노력 없이 청년농을 양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데 온동네가 필요하듯이 한 명의 청년농을 양성하는 데 국가와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농민연금을 신설해야 한다
우리도 농민연금을 도입해야 한다. 많은 나라에 농민연금 제도가 있다. 일반 국민연금이 탄탄해 농민연금이 따로 필요 없는 나라도 있지만 별도의 농민연금을 갖추고 있는 나라도 많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이 별도의 농민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국민연금의 도입도 늦었고 보장도 약한데 농민은 특히 취약하다. 동네 80세 이상 어른들에게 연금이 얼마나 나오십니까 물어보면 60만원 정도라 한다. 여성은 그것도 없고 고령연금이 전부다. 우리의 고령농들이 절대빈곤에 노출되는 이유다. 농민연금을 가장 먼저 도입한 프랑스는 근래 최저임금의 85% 수준의 보장을 법제화했다. 국민연금에 부가적 2층 구조로 농민연금을 운영하는 일본도 최근에 보험료에서 국가지원을 눈에 띄게 올렸다. 청년농업인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선진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농사지을 청년이 부족하다. 일은 고되고 소득은 적고 불확실하다. 그래서 농민연금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우리는 아예 없다. 농민연금을 신설해야 한다.
청년농들에게 독일처럼 조세법상 사업자등록을 의무화하면 소득과 연계한 연금의 설계가 가능하다. 농업은 타 직종보다 노동 연수가 길어 연금 설계에 이점이 있다. 농업의 공익적 성격을 감안하여 국가가 지원해서 30년 농사를 지을 때 최소한 공무원 수준의 연금을 만들어 놓고 청년에게 영농을 권유하자. 이것이 순서다.
우리나라 청년농민이 이렇게 적은지...국립한농대...농민연금...많이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