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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법원에 다시 묻는다, 누구를 위한 승인 허가인가

2026-01-23 박성미 총괄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환경 주권을 무시한 판결


지난 2026년 1월 15일 서울행정법원의 기각 결정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여전히 80년대식 개발 독재 논리에 갇혀 있음을 보여 주는 참담한 지표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정부가 산단 가동에 필요한 거대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LNG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국가 탄소중립 목표에 위배되는지, 그리고 기후변화 영향평가 과정에서 외부 전력 수급에 따른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의로 누락했는지 여부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부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사업 승인을 무효로 할 정도의 중대한 절차적 하자는 아니다"라며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시급성'이라는 명분 아래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환경 주권을 무시한 판결이다.


2025년 3월 5일,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용인 반도체 국가 산업단지 재검토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이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기후솔루션
2025년 3월 5일,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용인 반도체 국가 산업단지 재검토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이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기후솔루션

반도체 산단 구축 전략이 아니라 전형적인 '부동산 토목 계획'


용인 산단의 승인허가를 받은 계획안은 반도체 산단 구축 전략이 아니라 전형적인 '부동산 토목 계획'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특화 조성계획(2024.12)'을 살펴보면, 산업 시설의 고도화보다는 약 228만㎡ 규모의 배후 주거지(이동공공주택지구) 조성, 국도 45호선의 8차선 확장 및 이설, 그리고 경강선 연계 철도망 구축 등 거대한 신도시급 토목 공사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정작 문서 어디에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생존 조건인 '재생에너지' 확보 방안이나 '탄소배출권' 리스크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는 보이지 않는다.



탄소중립 위반과 주민 건강권 훼손: 이보다 더 위법할 수 있는가


정부 계획에 따르면 용인 산단 가동을 위해 일당 15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단 내부에 3GW 규모의 발전소를 직접 짓겠다고 하는데, 이는 결국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LNG 발전소다. 이는 정부가 스스로 선포한 '2050 탄소중립'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LNG는 화석연료 중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나, 석탄 대비 절반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여전히 배출하며 생산 및 운송 과정에서 메탄 유출 문제까지 안고 있어 국제적인 RE100 기준으로는 결코 재생에너지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은 유독가스 배출 필연, 주민 건강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심각한 것은 주민 건강권이다. 반도체 팹(Fab)은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유독가스와 케미컬을 사용하는 시설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이나 시안에 지은 팹들은 모두 주거지를 피해 허허벌판에 지어졌다. 하지만 용인 산단 계획은 약 728만㎡ 부지에 팹 6기를 짓고, 그 인근 228만㎡에 1.6만 세대의 배후 주거지를 통합 개발하는 위험천만한 구조다.


해외 사례를 보면 위험성은 더욱 명확하다. 과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반도체 세정 공정에 사용된 유해 화학물질(TCE 등)이 지하수를 오염시켜 인근 주민들의 암 발생률과 기형아 출산율을 높였던 '새너제이 지하수 오염 사건'이 있었다. 반도체 공정에서 배출되는 미세 가스와 화학물질은 대기 정체 시 인근 주거지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법원은 이를 단순히 '도시개발' 승인 허가 과정에서의 일부 절차적 미흡으로 치부했으나,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과 유해성을 고려한다면 이는 명백한 국민 주권 및 생명권 침해다.


2심 재판부에 바란다: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이번 1심 판결문은 "기후변화 영향평가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사업 승인을 무효로 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절차적 정당성만을 옹호했다. 그러나 이는 기후위기, 에너지믹스, 반도체 공급망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판결이다. 2심 재판부는 단순히 '국가 이익'이라는 추상적 구호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RE100 대응 실패로 인한 경제적 고립'과 '주거 밀착형 팹의 생명권 위협'이라는 실질적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


73조 원에 달하는 전력망 구축 비용과 송전망 건설에 소요되는 10년 이상의 시간을 감안할 때, 전력 공급 대책도 없이 용인 고수를 외치는 것은 오히려 국익을 해치는 결정이다. 2심 재판부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과학에 기반하여 이 사업이 과연 미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유산이 될 수 있는지 엄중히 따져 물어야 한다. 법원은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 개발 지상주의의 방패가 되기를 멈추고, 다음 세대의 생존권과 한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지키는 '진정한 국민'을 위한 판결을 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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