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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리포트12 ⑪ 해양산성화 | 해양의 탈산소화 심화,‘빈산소수괴’의 위협

2025-09-04 최민욱 기자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해양 탈산소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동시에 연안에서는 육상 오염원과 극한 기후가 맞물리며 빈산소수괴라는 국지적 산소 고갈이 장기화되고 있다. 해양 전반의 산소 손실과 국지적 재난이 겹치며 수산업과 생태계에 직접적인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대응은 여전히 사후 관리에 머물러 있다. 영양염류 유입 저감, 조기 경보 강화, 기후 대응과 연계한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


전 지구적으로 확장되는 바다의 ‘죽음’


바닷속 산소가 사라진 거대한 물덩어리, 빈산소수괴가 전 세계 연안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빈산소수괴(hypoxic water mass)는 해수의 용존산소(DO) 농도가 해양생물의 생존 한계치인 3㎎/L 이하로 떨어져 수생생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공간을 뜻한다. 이런 산소 고갈 해역은 흔히 ‘데드존(Dead Zone)’으로 불리며, 빈산소수괴가 형성된 구역의 양식장에서는 어패류가 대규모로 폐사하거나 서식지를 떠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경남 창원 진해만이 대표 사례다. 과거 여름철(6~7월) 3~4개월 가량 발생하던 진해만의 빈산소수괴는 점차 장기화되어 최근에는 5~6개월에 이른다. 발생 시점이 5월로 앞당겨지는 경우가 늘었고, 소멸 시점은 늦가을 11월까지 지연되고 있다. 2018~2021년에는 평균 173일간 이어져, 1년의 절반 가까이 바다가 산소 부족 상태에 놓였다.


세계 해양의 산소 최소 영역(파란색)과 연안 저산소 해역(빨간색) 이미지. UNESCO
세계 해양의 산소 최소 영역(파란색)과 연안 저산소 해역(빨간색) 이미지. UNESCO

진해만에서 관측되는 이러한 산소 고갈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해양학적으로는 ‘해양 탈산소화(Ocean deoxygenation)’라 불리는 전 지구적 변화의 한 단면이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 해양의 무산소 수역은 4배 확대되었고, 저산소 수역의 면적은 유럽연합 전체와 맞먹는 규모로 늘었다. 멕시코만, 발트해, 동중국해 등 주요 연안에서도 ‘죽음의 바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무엇이 바다의 산소를 고갈시키는가


빈산소수괴 발생에는 물리적 요인과 화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물리적 요인은 여름철 수온 상승으로 인한 해양의 성층화다. 한여름 강한 일사로 표층 수온이 급격히 오르면 아래쪽의 차갑고 무거운 해수가 위로 섞이지 못해 층이 분리된다. 이때 대기에서 공급되는 산소는 심층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표층에만 머무른다. 바닷물 순환이 정체된 내만에서는 저층의 용존산소가 점차 고갈돼 산소 부족 상태가 형성된다.


화학적인 요인은 육상에서 유입된 영양분이 불러오는 부영양화(eutrophication)다. 하천을 통해 질소·인 등 영양염류가 흘러들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이들이 죽어 가라앉은 뒤 분해 과정에서 산소가 대량 소비되면서 저층의 산소 농도가 치명적으로 낮아진다. 1970~2000년 사이 전 세계 연안의 영양염류 유입은 약 43% 증가했고, 이에 따른 조류 번성과 분해가 산소 고갈을 심화시켰다. 얕은 바다처럼 수직 혼합이 제한되고 체류 시간이 긴 곳일수록 이 현상은 더욱 악화된다.


전 세계 연안 저산소수괴(흰색 원)의 분포. 색상은 인간 활동의 영향을 지수화해 나타낸 것으로, 붉고 자주색에 가까울수록 영향이 큰 지역이다. 저산소수괴는 인구 밀집 지역과 하천 유역을 따라 집중 분포하며, 이는 육상 오염원과 직결됨을 보여 준다. 이미지. Diaz & Rosenberg, Science, 2008
전 세계 연안 저산소수괴(흰색 원)의 분포. 색상은 인간 활동의 영향을 지수화해 나타낸 것으로, 붉고 자주색에 가까울수록 영향이 큰 지역이다. 저산소수괴는 인구 밀집 지역과 하천 유역을 따라 집중 분포하며, 이는 육상 오염원과 직결됨을 보여 준다. 이미지. Diaz & Rosenberg, Science, 2008

이 두 요인은 기후변화에 의해 구조적으로 증폭된다. 해양 수온 상승은 성층화를 더 빨리 형성하고 오래 유지하게 만든다. 국립수산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2010~2023년 진해만 서부의 겨울봄 수온은 최대 2.18℃ 올랐고, 같은 기간 저층 산소 농도는 1.40㎎/L 감소했다. 이는 산소 용해도 감소와 퇴적물 분해 가속을 통해 빈산소수괴 조기 발생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 지구적으로도 해류 순환 약화가 관측되고 있다. 2018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된 오슐리스 등의 연구는 기후변화가 해류 속도를 늦춰 심층 산소 공급을 약화시키고, 산소 손실을 가속한다고 지적했다. 바닷물이 따뜻해질수록 산소 용해 능력은 줄고, 생물 대사율은 높아져 산소 수요는 늘어난다.


더불어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극한 강우도 촉진제 역할을 한다. 폭우는 비료·분뇨·하수 등 오염원을 단기간에 바다로 쏟아내 영양염을 폭증시킨다. 이는 플랑크톤 대번식을 촉발해 산소 소비를 급격히 늘린다. IPCC 6차 보고서(2022)도 강수 패턴 변화가 연안 부영양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폭우 뒤에는 적조와 저산소 현상이 잇따라 관측되곤 한다.


죽음의 물덩어리가 남기는 연쇄 피해


산소 없는 바다는 곧 수산업의 붕괴로 직결된다. 빈산소수괴가 발생한 해역에서는 양식 생물이 대량 폐사해 어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산소 부족으로 호흡 곤란에 빠진 물고기와 조개류가 집단 폐사할 뿐 아니라, 해저 퇴적층에서 용출되는 황화수소 같은 독성 가스도 어패류의 질식을 가속한다. 2018~2022년, 5년간 국내에서 보고된 피해는 경남 지역에 집중되었으며, 굴·홍합·멍게·미더덕 등 고착성 양식종이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 2022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경남에서만 808곳의 양식장에서 약 151억90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반복되는 피해는 양식 어민들의 소득 불안정과 지역 경제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저산소 심화에 따라 저서생물 에너지가 상위 포식자에서 미생물로 이동하는 과정을 나타낸 개념도. 정상 상태(녹색)에서는 저서생물 에너지가 상위 포식자에게 전달되지만, 산소가 줄면 미생물로의 전환 비중이 커지고, 지속적 저산소에서는 대부분이 황화수소로 전환돼 무산소 상태(적색)에 이른다. 이미지. Diaz & Rosenberg, Science, 2008
저산소 심화에 따라 저서생물 에너지가 상위 포식자에서 미생물로 이동하는 과정을 나타낸 개념도. 정상 상태(녹색)에서는 저서생물 에너지가 상위 포식자에게 전달되지만, 산소가 줄면 미생물로의 전환 비중이 커지고, 지속적 저산소에서는 대부분이 황화수소로 전환돼 무산소 상태(적색)에 이른다. 이미지. Diaz & Rosenberg, Science, 2008

경제적 피해를 넘어, 빈산소수괴는 해양 생태계 전반에 연쇄적 영향을 남긴다. 산소 부족은 이동성이 낮은 저서생물부터 광범위한 폐사를 유발한다. 조개, 게, 해삼처럼 바닥에 붙어 살거나 이동성이 느린 생물들은 피할 길 없이 질식한다. 해저 생태계의 밑바탕을 이루는 이들 저서생물의 죽음은 먹이사슬의 근간을 무너뜨린다.


산소가 부족하면 어류를 비롯한 해양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성장 속도가 느려지며 번식률도 감소한다. 활동적인 어류는 저산소 수역을 피해 이동하지만 서식 범위가 축소되고 개체군 규모 역시 줄어든다. 이로 인해 먹이망의 균형이 깨지며 어족 자원 고갈로 이어진다. 실제로 산소 최소층이 확장되는 열대 해역에서는 참치 같은 회유성 어류의 서식지가 줄고 개체수가 감소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Spreading dead zones and consequences for marine ecosystems)도 저산소 스트레스가 어류의 서식 환경을 압축하고 성장률을 저해해 결국 어업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생물다양성 감소와 먹이망 교란, 수산자원 축소가 맞물리며 해양 생태계의 회복 능력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육상 오염원 관리와 기후변화 대응의 통합적 접근


현재의 대응 체계만으로는 빈산소수괴의 조기 발생과 장기화로 인한 수산 피해와 생태계 위기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5년부터 남해안 4개 해역에서 해양환경 부이를 설치해 저층 산소 농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왔으며, 2023년에는 이를 18개 해역으로 확대했다. 2022년부터는 인공지능(AI) 예측 모델을 도입해 일부 지역에서 빈산소수괴 발생 2~3일 전에 경보를 발령하는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관측 자료와 AI 모델은 국립수산과학원 홈페이지와 전용 모바일 앱을 통해 매주 ‘속보’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어업 현장에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지만, 빈산소수괴 형성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연안 산소 고갈 현상은 상시화되고 규모도 커지고 있어, 현재의 관측·예보 체계만으로는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빈산소수괴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유역으로부터의 영양염 유입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 발트해 연안 9개국은 2007년 발트해 행동계획(BSAP)을 채택해 헬싱키위원회(HELCOM) 주도로 국가별 영양염 배출총량(nutrient input ceiling)을 설정했다. 그 결과 2020년대 들어 질소·인의 총 유입량이 과거 대비 뚜렷이 감소했고, 일부 해역에서는 녹조와 저산소 현상이 완화되는 성과도 보고되었다. 이는 국제 협력을 통한 오염원 총량 관리가 연안 산소 위기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우리나라 역시 비료 사용 규제, 축산 분뇨·생활하수 처리 고도화, 유역별 오염총량제 강화 등 육상 기인 오염물질 차단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방과 함께 조기 경보 체계의 고도화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매년 여름철이 시작되기 전 멕시코만의 데드존 예상 규모를 발표해 어업인과 정책결정자에게 경보를 한다. 국내에서도 AI 기반 예측 모델을 정교화하고, 위성·무인센서 데이터를 결합한 경보 시스템을 전국 연안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알림 체계 또한 어업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언제, 어느 해역에서” 빈산소수괴가 발생할지를 신속·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빈산소수괴 문제를 기후위기의 핵심 현안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과거 여름철 수질 문제로만 여겨졌던 해양 저산소 현상은 이제 해양과 대기를 가로지르는 기후변화 이슈로 부상했다. 2019년 IOC-UNESCO 산하 해양 산소감소 네트워크(GO₂NE) 보고서는 해양의 산소감소를 “모두의 문제(EVERYONE’s PROBLEM)”로 규정하며, 기후 대응과 해양 보전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으로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동시에, 탄소와 영양염류의 순환을 함께 관리하는 새로운 정책 프레임워크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바다의 산소를 지키는 일은 단순한 수질 관리 차원을 넘어 기후변화 시대 인류와 해양생태계 공존을 위한 종합 과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육상·해양·기후를 아우르는 거버넌스 혁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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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9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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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산소수괴'...바다속 산소 부족...이것도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현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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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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