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교란종을 먹어 없애면 생태계를 지킨다?
- planetssong03
- 9월 19일
- 4분 분량
2025-09-16 김성희 기자
외래생물은 단순히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남긴 흔적이자 책임의 거울이다. 이들은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 먹고 먹히는 질서를 만들며 새로운 균형으로 나아간다. 우리가 택해야 할 길은 무분별한 포획과 자극적 소비가 아니라, 시간을 존중하며 예방과 공존, 그리고 생명에 대한 깊은 존중을 실천하는 일이다.
외래생물 퇴치의 탈을 쓴 자극적 ‘괴식’ 콘텐츠
인천 계양산에서 대발생한 러브버그를 쓸어 담아 함박스테이크로 만든 유튜버가 등장했다. ‘충격주의’라는 자극적 포장과 괴식 콘텐츠 형식은 조회 수를 올렸지만, 러브버그뿐 아닌 여러 곤충의 사체를 쓸어담아 요리하는 방식은 생명 윤리와 공중위생 모두에서 문제적이었다.
최근 유튜브와 틱톡 같은 플랫폼에서는 황소개구리·미국가재·뉴트리아 등 생태계 교란종을 잡아먹는 ‘먹방’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영상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교란종을 먹어 없애면 생태계도 지키고 재미도 준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외래생물 퇴치”라는 명분은 어느새 콘텐츠 산업의 방패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생태계 보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오히려 환경 파괴와 불법 행위, 그리고 생명을 소품이나 괴식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무분별한 포획과 먹방, 포획 뒤에 남은 사회적·생태적 폐해

미국가재는 1990년대 관상용이나 식용으로 들어왔다가 국내 하천에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번식력과 적응력이 워낙 강해 2019년 나주시 영산강 지석천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이듬해 10월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이후 각지 하천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TV생물도감’ 유튜버는 국립생태원 외래생물팀과 함께 나주시 여러 하천에 통발을 설치했고, 단 하루 만에 700마리가 잡혔다. 다만 생태계교란종이라 할지라도 포인트를 공개적으로 언급할 경우 발생하는 또 다른 여러 문제를 막기 위해 정확한 서식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유투버들 사이에서는 미국가재의 무분별한 포획과 먹방 열풍이 이어졌다. 문제는 이 과정이 법적으로는 회색지대라는 점이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포획·운반·방생을 제한하고 있다. 학술연구, 교육, 전시 목적을 제외하면 지방환경청 허가 없이는 생태계 교란종을 보관하거나 유통할 수 없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시민과 유튜버들이 통발을 설치하고, 포획한 가재를 ‘마라롱샤 요리’나 먹방 콘텐츠로 소비하는 모습이 버젓이 공개된다.
환경일보에서는 미국가재가 발견된다는 지역은 미국가재를 잡겠다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려두고 가거나 굴을 파고 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한 유명 유튜버는 직접 쓰레기를 치우고, 그 처참한 현장을 촬영하여 시민들에게 보여 줌으로써 다시 한번 환경파괴가 무엇인지 상기시켰다. 결국 미국가재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포획과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무분별한 개입이 생태계와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경고였다.
미디어의 왜곡, 생명과 사회의 관계를 묻는 새로운 잔혹성 드러내
오늘날 외래생물은 미디어 속에서 ‘악성 종’으로 낙인찍히고, 인간은 이를 응징하는 ‘정의의 사냥꾼’으로 연출된다. 유튜브 콘텐츠 속에서 황소개구리나 미국가재, 뉴트리아는 살아있는 채로 잡히고 요리되며, 그 장면은 대중의 소비와 오락거리가 된다. 그러나 한 생명을 ‘박멸해도 괜찮은 것’으로 취급하는 사회적 감수성의 결여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러한 왜곡은 국제 언론에서도 나타난다. 국제 보전생물학 학술지 Conservation Biolog 에 실린 최근 논문은 침입종 보도에서 언론이 얼마나 빈번하게 잘못된 이미지를 사용하는지를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붉은불개미(Solenopsis invicta)를 다룬 기사 상당수가 전혀 다른 개미 종(예: Oecophylla smaragdina)의 사진을 ‘fire ant’라 소개했는데, 이 종은 독침이 없고 지역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토착종이었다. 그러나 보도 속에서 독성 개미로 둔갑하면서 불필요한 혐오와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연구진은 이를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토착종에 대한 낙인, 관리 정책의 혼선, 보전 활동에 대한 신뢰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경고하며, “교란종 보도의 정확성은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생태 보전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제기된다. 동물권 단체 카라는 SBS 예능 '공생의 법칙'을 두고 “생태계 교란종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한 고민은 없이 무분별한 포획과 살생을 보여 주며 혐오와 학대를 조장한다”고 비판했으며, 환경매체 뉴스펭귄은 “교란종이라는 이름은 인간 중심의 낙인일 뿐”이라며, 외래생물을 혐오 대상으로 소비하는 문화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한 종의 죽음을 즐기는 콘텐츠는 새로운 형태의 잔혹성을 드러내며, 외래생물을 단순한 도구로 삼는 태도는 우리 사회가 생명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포식과 피식의 관계 속에 스스로 균형을 되찾는 자연 생태계
국립생태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생태계의 무법자로 불리던 황소개구리는 이미 여러 지역에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청주 무심천에서는 2012년 이후 자취를 감췄으며, 전남 신안 하의도에서는 10년 사이 개체 수가 무려 1/50 수준으로 감소했다. 무안 평척저수지에서도 10년 만에 1/7로 줄어들었다. 한때 저수지를 가득 메우며 울음소리 때문에 주민들이 창문을 닫고 살아야 했던 황소개구리가, 이제는 통발에 올챙이 몇 마리 잡히는 수준으로 밀려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감의 가장 큰 원인을 ‘토종 생태계의 반격’으로 본다. 토종 육식어류인 가물치와 메기가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주요 먹이로 삼기 시작했고, 잠자리 애벌레와 소금쟁이가 알을 잡아먹으며 초기 번식을 제어했다. 여기에 멸종위기종인 물장군까지 성체 황소개구리를 공격하며 최상위 천적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는 블루길조차 먹지 않던 끈적한 점액질의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한국에서는 오히려 ‘단백질 덩어리 먹이’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박멸 정책이 아니라, 수십 년의 시간 속에서 자연 생태계가 스스로 균형을 회복한 결과다. 생태계는 끊임없는 포식과 피식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먹이그물을 형성하며, 외래생물조차 결국 생태계 안에서 조절되는 과정을 겪는다. 황소개구리 사례는 ‘무조건적 개입’보다는 ‘자연의 회복력’을 신뢰하고, 인간이 개입해야 할 지점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포획 경쟁이 아니라 예방과 공존으로 전환해야

외래생물이 퍼질 때마다 무턱대고 “잡자”는 방식으로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실제로 최근 3년 동안 국내로 들어온 외래생물만 연평균 6천 종, 이미 정착해 살고 있는 외래생물은 2천6백 종에 이른다. 2011년 1109종에서 2015년 3096종으로 늘었던 기록을 떠올리면, 사후 포획만으로는 늘어나는 속도를 막기 어렵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국립생태원이 강조하듯 해답은 사전 예방에 있다. 전국 단위의 분포 조사, 유입 경로 분석, 위해성 평가가 꾸준히 이뤄져야 하고, 여기에 첨단 기술을 더하면 훨씬 효율적이다. 드론과 열화상 카메라는 넓은 지역에서 외래생물의 흔적을 빠르게 찾아내고, 환경유전자(eDNA) 분석은 물속의 미세한 흔적만으로도 외래생물의 존재를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미리 발견하고, 바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시민의 참여도 중요하다.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이나 좌표를 앱이나 신고센터에 올리면 곧바로 연구기관과 지자체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되는 식의 시민과학 기반 감시망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전문가가 놓치기 쉬운 현장의 작은 변화까지 포착하게 해 준다.
법적으로 포획과 방생은 금지돼 있지만, 유통이나 콘텐츠 활용 같은 부분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외래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개체별 등록과 추적, 불법 방생을 막기 위한 전국 캠페인, 그리고 유튜브나 SNS 플랫폼에서 자극적인 ‘먹방’ 영상 제한과 교육 안내 의무화 같은 기준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자연이 스스로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 개입하되, 꼭 필요한 순간에는 정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포획 경쟁에서 벗어나 예방과 공존의 길로 전환할 때다.
자연의 회복력과 인간의 책임, 공존의 길을 찾아서
외래생물은 단순한 박멸의 대상이 아니다. 인간이 들여오고 버린 존재들이 어느새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불편하기도 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무분별한 포획과 자극적 소비는 그들을 ‘악성 종’으로 낙인찍고 혐오의 대상으로 삼을 뿐,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
황소개구리의 사례가 보여 주듯, 자연은 본래 스스로 균형을 회복할 힘을 지니고 있으며 먹고 먹히는 순환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간다. 인간이 해야 할 일은 그 과정에 무턱대고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회복력을 신뢰하며 그 시간을 존중하는 일, 그리고 꼭 필요한 순간에만 신중하게 손을 보태는 일이다.
외래생물을 자극적인 소재로 소비하는 대신, 그들의 존재를 통해 인간의 책임을 성찰하는 길, 그것이야말로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택해야 할 진정한 공존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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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교란을 막는다고 '외래종 먹방' 이라니...괴기스럽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