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리포트12 ② 홍수 | 재해지도, 재해가 발생하면 지도를 보고 대피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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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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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3 최민욱 기자
한국의 주요 홍수 재난과 피해 규모
대한민국은 근현대사를 통틀어 수차례의 대규모 홍수 재난을 겪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5년 한강 범람으로 발생한 이른바 ‘을축년 대홍수’는 20세기 한반도 최대 홍수로 기록되며 500명 이상(사망 517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1959년에는 태풍 사라가 한반도를 강타해 무려 849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국내 단일 자연 재해로 최악의 인명피해 사례로 꼽힌다.
이후로도 1972년 수도권 일원 집중호우로 55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1970~80년대까지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는 빈발했다. 1984년 9월 서울 등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약 189명이 희생되었고, 1987년에는 장마철 두 차례 호우와 태풍이 연이어 발생해 합계 수백 명의 인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특히 1987년 7월 중부지방 집중호우 때 16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같은 해 태풍 셀마로 300명 넘게 인명피해가 나는 등 피해가 연달아 기록되었다.
1990년대에도 대형 수해가 이어져 1998년 여름 중부지방 호우로 324명이 목숨을 잃었고, 1991년 태풍 글래디스(사망 103명)와 1995년 태풍 재니스(사망 65명) 등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례가 속출했다. 21세기로 접어든 후에는 다행히 세 자릿수 이상의 대규모 인명피해는 드물어졌지만, 여전히 피해 규모가 적지 않았다.

2002년 태풍 루사 때는 전국에 800㎜가 넘는 폭우를 퍼부으며 246명의 인명피해와 약 5조1천억 원의 재산손실이 발생해 최근 수십 년 사이 최악의 수해로 기록되었다.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를 동반한 중부 집중호우 때에도 60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고, 2020년 긴 장마와 연이은 폭우로 전국적으로 30여 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비교적 최근인 2022년 8월 서울과 경기 지역에 내린 기록적 폭우는 서울 동작구에서 하루 381.5㎜의 강우량을 기록하며(서울 관측 사상 최고치) 강남 일대 침수 피해를 불러와 17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되는 피해를 냈다. 같은 해 9월 태풍 힌남노가 경북 포항 등지에 큰 피해를 줘 1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역사적으로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홍수에서부터 수십 명 규모의 국지적 수해까지 홍수 재난이 반복되어 왔으며, 그때마다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해 왔다.
통계로 본 한국 홍수 피해의 역사적 변화
한국의 홍수 피해 양상은 시대에 따라 상당한 변화가 보인다. 우선 인명 피해 측면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잦았던 수백 명 단위의 대규모 희생은 방재 인프라 확충과 예보 체계 개선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예를 들어 1970~80년대에는 한 해 홍수로 수백 명씩 사망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2010년대 이후로는 한 해 평균 수십 명 수준으로 낮아졌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2023년) 홍수로 인한 연평균 사망자 수는 1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와 견주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예방시설 확충, 하천 정비, 기상 조기경보 발전 등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홍수 발생 시 인명피해 위험이 예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재산 피해는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4~2023년 홍수로 인한 연평균 재산피해 규모는 약 2조5천억 원에 달해 과거에 비해 경제적 피해액이 매우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도시화로 자산 밀집도가 높아지고, 기상이변으로 국지적 폭우가 빈번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홍수들은 비교적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극한 호우 형태로 나타나, 인명 피해는 제한적이지만 도시 인프라와 주택에 광범위한 재산 피해를 입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0년대 들어 연이어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들은 새로운 피해 패턴을 드러냈다. 2020년 여름에는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사망·실종 39명, 이재민 6천여 명이 발생하고 재산피해가 1조 원을 넘겼다. 2022년 서울 도심 침수 때는 인명피해 19명으로 비교적 적었지만 강남 일대 지하차량 침수와 상가 피해 등 경제적 손실이 컸다.
한편 통계를 보면 홍수 피해 발생의 지역적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큰 강 유역 중심의 광범위한 범람 피해에서, 최근에는 도시 내 배수 불량지역이나 하천변 도심 지역의 침수 피해 비중이 높아졌다. 이는 기후변화로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도심에 쏟아지는 일이 잦아진 데 따른 현상이다. 요컨대 한국의 홍수 피해는 인명피해 감소와 재산피해 증가라는 특징적 변화가 있으며, 기후위기에 따른 새로운 위험 양상이 더해지고 있다. 이에 통계를 활용한 면밀한 위험 지역 파악과 선제적 대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현대 재해지도(Hazard Map)의 개념과 한국 도입
재해지도는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험 정보를 시각화한 지도로, 현대 방재 정책의 핵심 도구다. 홍수 재해지도를 예로 들면, 과거 홍수 이력과 시나리오별 예상 침수구역, 침수심을 지도로 표시해 주민들이 거주 지역의 위험성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해 준다. 또한 대피소 위치나 대피 경로 같은 피난 정보도 함께 담겨 위험 발생 시 시민들이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안내한다. 이러한 재해지도 개념은 일본 등 방재선진국에서 앞서 발전했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홍수 위험지도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했으며, 침수 예상 범위와 깊이를 구체적으로 표시한 홍수재해지도(洪水避難地図)를 모든 주민에게 제공해 왔다.

이 지도는 하천 범람 시나리오에 따른 침수 가능 지역과 안전지대를 명확히 구분하여, 주민들이 평시부터 홍수 위험을 인지하고 수방 대책과 피난 계획에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일본의 이러한 재해지도 경험은 한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자연재해대책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하며 재해지도 도입에 나섰다. 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홍수 등 자연재해 발생 시 침수흔적도 등 피해기록 지도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되었고, 행정안전부는 전국 지도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규정되었다. 이는 일본처럼 체계적인 위험 정보 지도로 국민 안전을 도모하려는 취지였다.
이후 한국에서도 정보기술 발달에 맞춰 재해지도를 디지털 지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플랫폼인 행정안전부의 생활안전지도에는 재난·치안·교통 등 6대 분야 100여 종의 안전 정보지도가 통합 제공되며, 이 중 재난 분야에 침수흔적도, 하천범람 예상지도, 산사태위험지도 등의 재해지도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지자체들도 지역 맞춤형 지도를 구축하여, 예를 들어 서울시는 ‘서울안전누리’를 통해 2010년부터 해마다 서울시내 침수흔적도를 공개하고 있고, 부산시는 도시침수정보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각 지역별로 주민이 접근할 수 있는 재해지도 서비스를 마련했다.
한편 환경부는 과거에는 내부적으로만 활용되던 홍수위험지도(하천별 홍수위험도 지도)를 2023년부터 국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전면 공개했다. 이 홍수위험지도는 국가하천과 주요 지방하천 주변의 50년 ~ 200년 빈도의 홍수 시나리오별 침수 예상 범위와 깊이를 5단계 색깔로 나타낸 지도이며, 지방의 홍수취약 지역계획 수립과 주민 사전대비에 활용된다. 요컨대 한국은 해외 선진 사례를 참조하며 재해지도 개념을 도입하였고, 법·제도적 뒷받침과 정보공개를 통해 현대적인 재해지도 체계를 갖추어 왔다. 이는 기후위기 시대 국민 안전을 위한 필수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재해지도의 현황과 활용 실태
2020년대 현재 한국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망라한 다양한 재해지도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중앙 행정안전부의 생활안전지도 포털에서는 앞서 언급한 침수흔적도, 도시침수위험지도, 하천범람지도, 산사태위험지도 등 각종 재난 지도가 공개되어 국민이 인터넷으로 조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활안전지도에 접속하면 과거 침수 이력이 있는 지역을 표시한 침수흔적도를 확인하거나, 우리 동네 주변의 산사태 위험구역 정보를 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자체 시스템을 통해 주민 맞춤 정보를 제공 중인데, 서울시의 경우 ‘서울안전누리’ 사이트에 지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매해 발생한 침수지역 지도를 웹으로 공개하고 관련 데이터 파일도 개방하고 있다.
이러한 지도들은 시민 누구나 열람 가능하며, 방재 업무 담당자나 연구자들은 GIS 데이터 파일을 내려받아 분석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2023년부터는 환경부의 홍수위험지도 시스템이 개시되어 전국 주요 하천의 가상 홍수 범람 영역과 깊이까지 온라인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주민들도 자신의 거주지가 잠재적 홍수위험지역인지 평상시에 미리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시스템이 갖춰져 있음에도 현장의 활용 실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재해지도 자료의 불일치 문제가 드러나 혼선을 빚고 있다. YTN 데이터분석 보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생활안전지도에 공개된 침수흔적도와 지자체가 자체 보유한 침수 이력 지도가 내용 면에서 크게 엇갈린다.
인천시의 경우 시가 공식 지정한 상습침수지역 면적(서울 여의도의 1.3배 규모)의 99.8%가 생활안전지도에 누락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로, 서울시가 공개한 침수흔적도 대비 약 60%의 침수 피해 지역이 행안부 지도에서 빠져 있었다. 눈으로 봐도 지도 간 차이가 뚜렷할 정도이며, 특히 2010년과 2011년 침수 이력에 큰 간극이 있었다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데이터 불일치를 중앙도 지방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취재 결과 행정안전부와 서울·인천시 담당자 모두 중앙·지방 지도 내용이 따로 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이는 재해지도 통합 관리체계에 허점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추적하려 했지만, 과거 자료와 기록이 부족해 원인 규명도 쉽지 않았다. 인천시의 경우 상습침수지도 작성자가 이미 부서를 옮겨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하고 관련 제작 기록도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2010~2011년 침수지도 일부 데이터의 신뢰도가 낮아 재제작했고, 생활안전지도에는 수정본을 올렸지만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에는 원본 자료가 남아 있어 두 버전이 혼재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관리 부실과 기준 불일치로 인해 어느 지도가 맞는지 시민이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재해지도가 만들어져도 주민들에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근 창원시 사례가 단적으로 보여 준다. 창원시는 2024년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10억 원을 들여 침수위험지도를 제작했지만, 이를 시민에게 알리지 않아 정작 폭우 때 무용지물이 됐다. 시범운영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미룬 사이 기록적인 비가 내려 침수 피해가 났지만, 주민들은 그런 지도가 있는지조차 몰랐던 것이다.
더구나 지도에 표시된 긴급대피소 위치마저 현실과 동떨어져 논란이 됐다. 침수지역 인근 대피장소로 지정된 곳이 걸어서 25분 거리의 바닷가 저지대 건물이어서, 주민들이 “그 긴박한 순간에 거기까지 어떻게 가냐”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실제로 해당 대피소는 만조 시 오히려 위험한 지대였다. 이처럼 현장에서 쓸모없던 지도를 두고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했고, 결과적으로 재해지도 사업이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의 재해지도 활용도가 낮은 이유로 일방향적인 지도 작성 방식을 지적한다. “행정 위주로 작성된 재해지도는 전단지 수준에 불과해 시민들이 관심을 안 갖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주민 참여 없이 만들어 공개만 해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실제 창원 사례에서도 지도를 만든 뒤 읍면동에 홍보하겠다는 계획만 밝혔을 뿐, 정작 주민들이 언제 어디서 그 지도를 보고 대피 요령을 익혀야 하는지는 공백으로 남았다. 정리하면, 한국의 재해지도 인프라는 형태상 갖춰져 있지만 데이터 신뢰성, 운용 협조, 국민 인식 제고 측면에서 부족함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 재해지도를 둘러싼 최근 논란과 개선 과제
재해지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앞서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선 데이터 이원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지방 간 재해지도 데이터를 철저히 통합하고 표준화해야 한다. 현재처럼 지자체별로 작성 기준이나 자료가 제각각이고, 중앙 시스템에 업로드된 정보가 빠져 있는 상황이라면 어떤 지도가 맞는지 혼선만 키울 뿐이다. 행정안전부 생활안전지도와 각 지자체 공개 자료의 괴리가 드러난 만큼, 정부는 과거 침수 이력 데이터를 전수 점검하고 누락분을 보완해야 한다.
또한 체계적인 기록 관리와 인력 양성이 뒤따라야 한다. 인천시 사례처럼 지도 제작자가 바뀌면 자료 인수인계가 안 되고 기억에 의존하는 식이라면 지속적인 지도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 향후에는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지도를 만들었는지 상세히 기록을 남기고, 전문인력을 확보해 일관된 기준 아래 지도를 갱신하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정부도 이를 위해 2024년부터 침수흔적도 작성 기준을 통일해, 과거에는 지자체별로 상이했던 침수 정의(일부 지역 30㎝ 이상 침수만 기록 등)를 모든 침수 피해로 확대하는 등 기준을 명확히 한 상태다.
재해지도의 실질적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무리 정교한 지도라도 주민이 모르거나 신뢰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를 막기 위해 주민 참여형 지도 제작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해지도 작성 과정에 지역 주민과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고, 완성된 지도도 주민 설명회나 훈련을 통해 적극 알릴 것을 권고한다.
예를 들어 침수위험지역 주민들에게 우편이나 모바일로 맞춤형 위험지도를 제공하거나, 정기적인 방재훈련 때 지도를 함께 활용하도록 하면 경각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지도의 정보 정확성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창원시 사례처럼 대피소 선정이 부적절했던 부분은 타 지자체에 대한 반면교사로 삼아, 현장 여건에 맞는 피난 계획을 지도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한 종류의 재해만 국한하지 말고 다양한 재난 유형을 아우르는 종합 재해지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산사태 위험지역이나 급경사지 등도 함께 표시해 종합적인 대피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궁극적으로는 재해지도와 현실 대책의 연계가 중요하다. 재해지도는 잠재 위험을 경고하지만, 그것만으로 피해를 막을 수는 없다. 일본의 경우 홍수위험지도를 배포한 후에도 오히려 일부 위험지역 인구가 늘어 전체의 69% 지역에서 위험 노출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지도로 위험을 알려도 개발 제한이나 이주 대책 등 정책적 대응이 따르지 않으면 실효성이 낮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재해지도로 파악된 고위험 지역에 대한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상습 침수구역의 지하주차장에는 물막이벽 설치를 의무화하고, 반지하 주택 등 취약주거는 장기적으로 대체하거나 거주민 대피체계를 갖추는 식의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홍수는 행정 경계를 넘어 영향을 미치므로, 유역 단위의 통합 대응이 요구된다. 행정 구역별 대책에 머무르지 말고 인접 지형을 고려한 광역 차원의 방재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서울 서초구의 폭우가 인접한 강남구 저지대 침수를 유발하듯 지형적으로 연결된 지역은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공동 대응책을 마련해야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정보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재해지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제도 떠오르고 있다. 기후변화로 국지성 호우가 빈번해지는 만큼, 정적인 과거 지도뿐 아니라 실시간 홍수 위험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중요하다. 최근 정부는 AI 기반 홍수 예측이나 내비게이션 앱을 통한 침수 위험 알림 등 새로운 시도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기술이 발전하면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의 홍수 위험도를 즉시 확인하고 경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재해지도 논란을 극복하려면 정확한 데이터 관리, 주민 소통 강화, 정책 연계와 기술 혁신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재해가 발생하면 지도를 보고 대피하라”는 원칙이 공허하지 않으려면, 평소에 신뢰할 수 있는 지도로 자리매김하고 시민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러한 개선책을 충실히 실행하여, 재해지도가 책상 서랍이나 웹사이트 구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생명을 지키는 지도로 기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