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토우치 트리엔날레를 찾다 ⑪ 일본 해안도시 재생 문화여행을 마무리하며—세토우치 트리엔날레 2025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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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4일
- 6분 분량
2025-07-04 제종길, 박진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는 일본 내해 지역의 재생을 위해 시작된 예술제로, 역사적 가치 회복, 지역 주민의 자긍심 회복,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 연결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 올해로 5회째이며, 봄 회기는 4월 18일부터 5월 25일까지, 여름 회기는 8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가을 회기는 10월 3일부터 11월 9일까지 운영된다.
제종길 13대 안산시장, 17대 국회의원, 해양학 박사
박진한 사진 작가. 자연과 환경을 대상을 사진을 만드는 사진작가이다. 현재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석사과정 중에 있다. 지방신문의 기자로 일했고, 전 안산시청 시정홍보전문위원과 고려인지원단체 사단법인 너머 홍보팀장을 역임했다. 현재 안산지역 작가들과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의 탄생, 예술로 재생하는 섬과 마을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영명은 Setouchi Triennale 또는 Setouchi International Art Festival이고 일본명은 瀬戸内国際芸術祭임, 이하 세토예술제)는 지역이 직면했던 환경오염과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재생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는 예로부터 일본 내해 교통의 중심지였다. 대륙에서 전해진 문화가 이 바다를 거쳐 일본으로 들어왔고, 에도 시대에는 ‘기타마에부네(北前船)’라 불리는 상선들이 오사카를 중심으로 출발해 세토나이카이를 지나 혼슈 북부와 홋카이도까지 이동하며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날랐다. 이런 배경 속에서 세토우치의 섬과 연안 마을들은 각각 고유한 생활문화와 전통을 쌓아왔다.
196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기는 ‘세토우치(瀬戸内)’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해안가에 대규모 공장이 들어서면서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섬과 마을은 점차 활기를 잃었다. 인구가 줄자 빈집과 폐교가 늘어났고, 지역 경제는 침체하여갔다. 이 상황을 바꿔보자는 움직임이 지역 주민과 행정, 예술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버려진 폐가, 닫힌 학교, 한적한 골목과 부두 같은 공간을 예술로 다시 채워 사람들을 불러들이자는 아이디어였다. 예술작품을 통해 마을에 이야기를 입히고, 여행객을 끌어들여 경제적, 문화적으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다.


그 결과 2010년 세토예술제가 처음 개최됐다. 폐허 같던 건물과 공간이 설치미술과 현대미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고, 관람객들은 이를 보기 위해 섬을 찾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자, 마을에는 다시 활기가 돌았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섬과 마을을 자랑스러워하기 시작했고, 세토우치의 섬과 도시 그리고 마을은 점차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 예술 축제의 무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세토예술제는 ‘바다의 복권(海の復権)’이라는 목적은 단순한 해양환경 복원이 아니라, 세토우치의 섬과 해양 공동체의 사회·문화·경제적인 ‘회복과 재생’을 의미한다. 역사적 가치 회복, 예술을 통한 활력 부여, 지역 주민의 웃음과 자긍심 회복, 지속할 수 있는 사회·경제 연결망 구축이라는 활동 목표들을 통하여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전통을 지녔던 지역의 가치가 한때 산업화로 인해 훼손되었으나, 예술로 그 상황을 극복하려고 하였다. 다시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들이기 위해 시작된 축제로써 지역의 재생과 국제적 문화 교류를 이룬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3년마다 개최되는 세토예술제는 2025년, 5회째를 맞이하는 올해도 세 회기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봄 회기는 4월 18일부터 5월 25일까지, 여름 회기는 8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가을 회기는 10월 3일부터 11월 9일까지 운영된다. 한편, 예술제 회기가 아닌 기간에도 다수의 설치 작품은 해당 섬에 상설로 전시되어 있어, 연중 어느 때나 방문하여 감상할 수 있다.
방문객 수를 통해 코로나 직전인 2019년과 시간이 좀 지난 2025년 예술제의 봄 회기의 방문객 수를 비교해 보면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2019년 봄 회기에는 약 38만 7천 명이 다녀가, 회기를 통틀어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았었다. 반면 2025년 봄 회기는 기간이 더 길었음에도 약 32만 명이 방문하였다. 이번 봄 회기는 직전 세토예술제인 2022년의 같은 시기보다 약 9만 명이 늘어나는 등 뚜렷한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방문객 수로 볼 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아직 완전한 회복에는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그렇지만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여행과 문화 체험에 대한 수요가 점차 살아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여 여름과 가을의 방문객 수를 지켜보면 지역 재생의 모델로 자리 잡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축제의 구성과 주요 전시
세토예술제에는 2025년 봄 회기 기준, 총 37개국과 지역에서 온 216개의 작가와 팀이 참가했다. 그중 88팀은 이번에 처음으로 참여한 신규 그룹으로, 축제의 신선함과 국제성을 더욱 강조했다. 이번 봄 세션에서 전시된 작품은 모두 254점이다. 이 가운데 109점은 완전히 새롭게 제작된 신작이며, 18점은 신개발 프로젝트로 기획된 작품이다. 기존 작품과 어울려 총 254점이 세토우치 여러 섬과 연안 마을에 설치되면서, 관람객들에게 매번 다른 풍경과 이야기를 경험하게 해 준다.

전시 지역은 나오시마(直島), 데시마(豊島), 이누지마(犬島), 메기지마(女木島), 오기지마(男木島), 쇼도시마(小豆島), 오시마(大島), 혼지마(本島), 타카미지마(高見島), 아와시마(粟島), 이부키지마(伊吹島), 세토오하시(瀬戸大橋) 지역의 육지로 연결된 샤미지마(沙弥島) 등 총 12개 섬과 가가와현(香川県)의 다카마쓰시(高松市) 다카마쓰항, 쉬도·쯔다(志度·津田) 지역, 히케다(引田) 지역, 우타즈(宇多津) 지역 그리고 오카야마현(岡山県)의 타마노시(玉野市) 우노항(宇野港), 등 5개의 연안 지역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곳들은 고유한 주제와 자연·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예술작품이 제작된다.
특히 이 예술제는 ‘장소 특정적 예술(site-specific art)’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폐가, 학교, 골목, 해안 등 일상적 공간들이 예술의 현장으로 변모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섬인 나오시마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설계한 ‘지추(地中) 미술관’,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Benesse House Museum)’가 있으며, 올해 5월, 또 이곳에서 그가 10번째로 설계한 ‘나오시마 신 미술관(Naoshima New Museum of Art)’이 개관됐다.

나오시마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제의 대표 작가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빨간 그리고 노란 호박 조형물이 유명하다. 넓고 전시관이 많아 하루 전 일정에도 나오시마를 다 보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이누지마는 폐산업시설을 개조한 미술관으로, 메기지마와 오기지마는 마을 전체를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꾸민 골목 설치미술이 인상적이다. 특히 오기지마는 언덕에 밀집한 옛집들과 정겨운 어촌 풍경이 예술제를 떠나서 며칠 머무르고 싶은 곳이라는 인상을 방문객 누구나 받는다. 쇼도시마는 두부 공장, 간장 양조장, 오래된 전통가옥, 올리브 재배지 등 지역 산업과 연계된 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만약 여러분이 쇼도시마를 방문한다면, 지역 특산품인 간장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맛볼 것을 추천한다.


거점을 잡는다면 다카마쓰시를 적극 추천
세토예술제가 열리는 여러 섬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세토나이카이 남쪽 가가와현의 다카마쓰시를 거점으로 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인천–다카마쓰 직항 노선도 2022년 가을에 재개되었으며, 비행시간은 약 2시간이 채 안 된다. 다카마쓰 공항 도착 후에는 리무진 버스를 이용하여 약 40분 만에 다카마쓰역과 항구 인근으로 이동할 수 있어, 짧은 시간 안에 예술제 전시 공간에 접근할 수 있다.
바다 건너 오카야마현의 우노항은 나오시마에 가는 방문객에겐 편리한 점이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여러 섬과 전시 지역을 동시에 찾으려면 다카마쓰역과 항 근처에 집결되어 있는 교통체계, 숙박시설, 맛집, 여행 정보처 등으로 예술제를 즐기는데 탁월한 이점을 다카마쓰시가 가지고 있다. 아울러 전시된 여러 예술작품뿐 아니라 수준 높은 지역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공원들이 있어 이곳은 문화여행거점으로 매력적인 곳이다.
다카마쓰 역과 항은 도보로 쉽게 오갈 수 있어, 여행 동선이 효율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회기 중에는 숙박비가 대체로 오르는 경향이 있어 사전에 충분한 검색과 조기 예약이 필요하다. 또한, 다카마쓰시는 일본에서 우동 본고장 중 하나로 ‘사누키(讃岐, 다카마쓰의 옛 이름) 우동’의 지명도 매우 높다. 시내 곳곳에 있는 다양한 우동 전문점을 찾을 수 있다. 현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맛보는 우동 한 그릇은 문화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다카마쓰항에서 예술제의 중심지인 나오시마의 ‘미야노우라항(宮浦港)’까지는 페리로 약 50분, 고속선으로는 약 30분 정도 소요되며, 하루 여러 차례 운항하므로 이동이 매우 편리하다.
편한 여행을 위한 꿀팁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예술제에서는 다양한 패스와 교통권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작품 감상 패스포트는 예술제 참가 작품(시설 포함)을 각 1회씩 관람할 수 있는 통합 이용권으로, 개별 작품마다 입장료를 지불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단, 일부 유료 미술관이나 특별 전시는 패스포트 이용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사전 확인이 필요하고 거리나 마을에 상설 전시된 작품들은 무료다. 가격은 올 시즌 패스포트가 5500엔, 16~18세 청소년은 2500엔이다. 회기별 패스포트의 가격은 4500엔이다.

이와 함께, 페리 6개 항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3일간 무제한 디지털 승선권과 일부 노선에서 유효한 버스 무제한 승차권도 판매 중이다. 모바일로 발급되는 이 교통권은 섬 간 이동을 계획하는 관람객에게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큰 이점을 제공한다. 또한, 예술제 공식 앱을 설치하면 작품 감상 패스포트, 승선권, 버스 승차권 등 각종 이용권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으며, 전시 정보 및 섬별 이동 안내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행사 기간 중 방문을 계획하는 관람객이라면 공식 앱 설치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구글에서 이 행사의 영문 또는 일문 이름으로 세토예술제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이곳에 온갖 정보를 한글로 안내받을 수 있다).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를 찾다 ' 잘 읽어 있습니다 ~~~
트리엔날레 가을 때 가봐야겠네요~~
올해 휴가는 세토예술제에 가서 많은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예술과 지역이 어떻게 상생하는지를 살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