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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 제종길 | 해양국가 로드맵이 필요하다

최종 수정일: 6일 전

2025-04-29 김성희 기자


제종길 박사는 건국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해양생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해양학자이다. 1984년부터 약 20년간 한국해양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2001년 대통령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국회바다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을 창설했고, 2014년에는 제13대 안산시장으로 당선되어 '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를 주도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2019~2021),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2021)을 지냈으며, 현재는 (사)도시인숲 이사장과 수중환경과학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숲의 도시』(2022), 『도시재생학습』(2018), 『도시 견문록』(2014), 『도시 발칙하게 상상하라』(2014), 『환경박사 제종길이 들려주는 바다와 생태이야기』(2007), 『이야기가 있는 제주바다』(2002), 『우리바다 해양생물』(공저)이 있으며, 해양과 도시의 생태적 상상력을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다와 함께 살아온 '집단기억'을 가진 나라


대한민국은 바다와 때려야 뗄 수 없는 나라다. 고대 한반도는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과 함께 발전했다. 신라의 장보고는 동아시아 해상을 장악하며 국제적 교역망을 구축했고, 고려는 바다를 통해 송나라, 류큐 등과 활발히 교류했다. 당시 바다는 두려움의 대상이기 이전에, 생존과 번영의 터전이었다. 조선은 외침에 맞서 세계 최초의 철갑선, 거북선을 만들어 냈지만 바다를 중시하지 않았다. 오늘날 한국이 세계 최고의 조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산업적 성취로 볼 수 없다. 이는 수천 년 동안 바다와 함께 살아온 집단기억이 현대적 기술로 전승된 결과이고, 바다라는 무대를 통해 우리의 생존본능과 창조성이 재현되어 온 역사의 일부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섬나라와 다름없다. 삼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은 분단으로 가로막혀 있다. 다른 나라를 가려면 반드시 하늘길이나 바닷길을 지나야 하는 나라, 이것이 바로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이 지정학적 상황이 우리나라의 생존방식과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바다와 접촉하고, 감각하고, 거기서 살아있는 생명을 마주하는 경험이 중요해


조금만 시간을 더듬어 보면 어린 시절, 누구나 가까운 도랑이나 강가, 바닷가에서 놀곤 했다. 맨발로 물속을 걷고, 물고기도 잡으며 뛰어다녔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감각들이 축적되면서 비로소 바다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된다. 바다에 대한 관심은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내 고향은 농촌이었지만, 멀리 바다가 보였다. 집 앞 도랑은 물이 너무 맑아 민물 김이 자랄 정도였고, 대나무 소쿠리만 들고 나가도 물고기를 쉽게 잡았다. 잡은 물고기를 닭장에 던져 주면 닭들이 쪼아먹곤 했다. 바다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대학 시절, 해양 연구소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개인적으로 스쿠버 다이빙을 배웠다. 오스트레일리아 박사후 과정 유학 중에는 인근 해양교육센터에서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걸 알고 지원했다. 일년 내내 주말에는 수족관 안내와 관리, 그리고 청소년 대상 해양 생태 교육을 진행했었다. 그때 ‘한국에 돌아가면 이걸 꼭 해야겠다.’라고 다짐했다. 바다를 먼 존재가 아닌, 살아있는 주변 환경으로 받아들였던 친수성은 결국 나를 해양 연구자와 교육자의 길로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바다를 지키는 첫 걸음은, 바다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느껴본 경험’이다. 바다와 접촉하고, 감각하고, 거기서 살아있는 생명을 마주하는 경험, 이것이 없다면 그 어떤 보호 정책도 표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육지 중심 사고의 틀을 깨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의 80%가 바다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바다는 지구에서 최대의 탄소 흡수원이자, 지구의 기상 시스템을 조절하는 거대한 유기체와 같다. 우리는 이 사실을 간과한 채 여전히 육지 중심의 해결책만 찾고 있다. '물가에서는 조심해서 놀아라' 라는 말을 들으면서 컸다. 세계가 해양 중심으로 재편될 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점점, 바다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조선 이후, 바다는 점차 위험하고 두려운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경제 가치가 적은 소외의 대상이 되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바다가 국가의 기반이라는 인식은 흐려졌고, 결국 우리는 육지 중심의 사고를 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국가의 정책과 산업 구조를 결정하는 데 작용하였으며, 나아가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방식과 역량 강화까지 한정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도 바다의 기능을 잃는다면 탄소중립은 실현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도 안심할 수 없다. 바다는 끝장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돌이킬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바다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한국인의 해양 DNA를 다시 불러내고, 해양에서 끊어진 조각들을 잇고 복원하는 일, 그것이 기후위기에 맞서는 또 다른 시작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 교육을 통한 변화


'해양보호'의 출발은 교육이다. 진짜 보호는 주민, 공무원, 학생들이 왜 바다를 지켜야 하는지를 알고, 그 가치를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생태계를 보호하자고 말하기 전에, 생태계가 왜 중요한지, 그것이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 시켜야 한다. 

대만은 해양수산부가 없는 나라지만 교육부와 여러 해양 기관이 협력해 해양 교육을 하고 있다. 대만이 보호구역을 공동체의 자산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해양 생태계에 대한 다방면의 교육이 있어서 가능했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자연의 진정한 가치를 교육을 통해 학습하고,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래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상식인데 정책으로 제대로 발현이 안 되고 있다.  

대만 교육부와 국립대만해양대학교, 대만해양교육센터가 함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학습 발전을 위한 2024 야외 교육 연계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10년간의 야외 교육 발자취를 돌아봤다. 사진 대만해양교육센터 
대만 교육부와 국립대만해양대학교, 대만해양교육센터가 함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학습 발전을 위한 2024 야외 교육 연계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10년간의 야외 교육 발자취를 돌아봤다. 사진 대만해양교육센터 


블루 이코노미, 보호를 바탕으로 경제적 가치를 확장해 나가야


“여기서는 무엇이든지 손을 대면 안 됩니다. 벽에 기대도 안 되고 벽을 잡아도 안 됩니다. 그리고 어떤 생물도 잡아서는 안 됩니다. 비록 죽은 생물이라도.” 뉴질랜드의 금어지역인 해양보호지역 ‘푸어 나잇 아일랜드(Poor Knight Island)’에서 작은 유람선 선장이 스쿠버 다이빙을 앞둔 나에게 한 말이었다.

잘 설계되고 관리된 노테이크존(No take zone, 금어구역)은 단순한 어업 제한 구역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장치이고, 스쿠버 다이빙 같은 다른 레저 활동처럼 해양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다. 어민들에게는 보호구역 주변 바다에서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생태적 기반이 된다. 보호지역이 있는 해역에서 자란 수산물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염산을 쓰지 않고 키운 ‘무산 김’ 처럼 고급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보전 체계가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로 확장되고 발전할 수 있으며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지속가능한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출발은 교육에 있고, 꿈은 생태가 살아있는 바다다. 진정한 블루 이코노미는 바다를 보전하고, 그 보전의 틀 안에서 경제적 가치를 키워 나가는 것이다. 바다를 알고 지키는 방식을 배우는 일, 바다를 알고 우리가 바다에 어떤 영향을 미쳐야 하는 지를 아는 일, 이것이 블루 이코노미를 실현하는 지름길이다.

블루 이코노미는 해양 환경의 이용, 보전, 재생에 관련된 경제학 용어로 일반적으로는 연안 자원과 해양 개발에 대한 지속가능한 개발 접근법을 설명할 때 쓰는 용어로 국제적으로는 해안개발 분야에서 사용한다. 전통적인 수산업, 양식업, 해상운송, 연안 및 해양 관광 분야뿐만 아니라 점차 확대되고 있는 연안 재생에너지, 해양 생태계 서비스(예: 블루카본), 해저 광물 채굴, 생물자원 탐색과 같은 새로운 경제 활동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사라진 연안습지, 탄소중립 기대하기 어려워


과거 서해안 일대에는 내륙으로 깊숙이 뻗어 들어간 갯골이 있었고 주변에는 광활한 염생식물 식생대와 갈대밭이 조성되어 있었다. 육지와 바다 사이에 있는 이 완충지역이자 복합 습지생태계는 건강한 연안 시스템을 지탱하는 기반이었다. 연안습지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며, 동시에 바다 전체와 해안 육지부의 안정을 지탱하는 허리와 같은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생태계 중 하나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경계를 오랫동안 파괴하고, 훼손해 왔다. 

지난 수십 년간 연안 생태계 보호는 선언에 그쳤다. 해안도로 건설, 간척 사업, 무분별한 개발 중심의 성장 전략이 멈추지 않는 동안 연안습지는 대규모 간척과 매립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지금 우리가 보는 갯벌은 온전한 갯벌이 아니며, 그래서 탄소 흡수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음에 틀림없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블루카본(blue corbon)'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탄소 흡수 능력은 갯벌의 바탕과 갯골, 잘피밭, 염생식물 지대 등 해양식생대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강하게 발휘된다. 생태적 기반이 무너진 상태에서 블루카본 흡수 효과를 충분하게 기대를 할 수 없어, 실질적인 탄소중립 완성에 효과적인 기여를 기대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막힌 '하구', 경제적 가치 없애 버려

낙동강 하굿둑이 설치된 모습. 사진 나무위키
낙동강 하굿둑이 설치된 모습. 사진 나무위키

'하구'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담수와 해수가 섞이며, 수많은 생물이 산란하고 성장하는 장소다. 하구는 해양생태계 가운데 가장 생산성이 높은 서식지이다. 세계적으로도 하구 생태계는 가장 높은 생태계 서비스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등의 하구를 하구언으로 다 막아버렸다. 그나마 남아있는 한강은 북한과 접경지역이어서 막히지 않은 것인데 생태적으로는 안 막힌 것이 다행이다. 하구가 생태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만큼 연안 생태계의 안정성과 생산성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미국 출신 저명한 환경경제학자인 로버트 콘스탄자(Robert Costanza) 교수는 1997년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보면 지구상의 생태계 서비스를 비교했을 때 하구의 경제적 가치가 가장 높았고, 연안습지인 연안 식생대가 그 다음을 이었다. 이 내용은 과학적인 사실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문제를 극복할 가장 기초적인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기초 데이터 없어 선언만 반복, 정밀한 기초조사 필요해


현재 한국의 해양자원 조사는 형식적인 면이 강하다. 블루카본 자산, 연안 생태계의 정확한 생물다양성 현황, 그리고 화학물질 오염 실태 등 핵심 분야에 정확한 자료가 부족하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독립적인 조사 체계가 부재하고, 일부는 수행되고 있으나, 이를 활용한 과감한 정책적인 실행 역량이 부족하다. 선진국들은 이미 연안 퇴적물의 중금속 오염, 잘피밭과 염생식물 지대의 면적 변화, 외래종 유입 경로 등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세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연안 생태계에 어떤 종이 얼마만큼 남아 있으며, 어떤 오염이 어느 수준으로 축적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기초자료가 없으니, 과학적 기반 위에 설 수 있는 분명한 정책을 수립할 수도 없다.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블루카본'을 확대하겠다는 선언은 반복되지만, 이 두 가지가 국가 자연자산이 되도록 할 만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다. 해양 생태계의 실제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보호지역 지정 이후에 자원 증대에 대한 과학적 근거(지정 효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해양보호구역 확대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해양에서의 자연정책은 체계적이고 과학적 조사와 데이터 축적이라는 기반 위 합리적인 분석을 한 다음, 미래를 예측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밀한 기초조사 없는 보호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한반도 주변 해류를 잘 이해하고 대응 다시 해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의 영향을 이해하려면 해류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연안 해류는 훨씬 복잡하다.

우리나라 주변을 흐르는 해류. 사진 금성출판사
우리나라 주변을 흐르는 해류. 사진 금성출판사

남해에는 구로시오(黑潮)의 지류인 대마난류가 지나가지만, 육지 해안과 섬 사이로 흐르는 연안수라는 게 있어 모든 수역까지 영향을 세세히 미치는 것은 아니다. 부산, 여수, 통영, 완도, 진도 등 지역마다 바닷물의 흐름이 조금씩 다르고, 연안에는 난류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차가운 연안의 해수와 동해안을 따라 내려오는 한류가 얽혀 섞이기도 한다. 북한 한류나 서해 저층 냉수괴의 영향이 제주도까지 미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 본다. 제주도와 비슷한 위도에 있는 대마도는 난류의 영향으로 조초산호가 유입되어 자리를 잡기 시작해 대형 갈조류가 소멸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제주도에는 산호초가 출현하지 않았다. 단순히 난류의 영향과 지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한반도 연안에 냉수괴와 한류의 영향이 제주 해역에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추정을 하게 한다.

일본이 배출하는 오염수는 후쿠시마 앞바다의 강한 두 해류, 구로시오와 오야시오가 만나 태평양으로 해안에서 수직 방향으로 해류를 따라 퍼져나간다. 오염수가 다른 다른 해류와 섞여 한국 주변 해역에 도달하려면 6~7년이 걸린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오염수가 시간이 지나면 바다에서 희석된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심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완전히 희석되기 전까지 방사성 물질은 해양 생물에 흡수되고, 먹이망을 따라 이동하며 전이, 농축된다. 생물 체내에 축적된 방사능이 최종적으로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존하는 것이다.

오염수 방류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다는 국가 간에 장벽이 없는 공간이며, 방사성 물질이 해류와 생물 이동에 따라 우리 해역에 유입될 수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오염수가 얼마나 오염이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이 사안은 한국을 포함한 주변 해양국가들의 생태계와 국민들이 안전에 직결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사고 경위나 오염수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조사도 제한적이었다. 국제 원자력 기구(IAEA) 또한 원자력 기술의 이용을 진흥하는 조직일 뿐, 환경적으로나 생태적인 위해성을 바로잡는 기관은 아니다. 더욱이 일본은 IAEA에 큰 재정 지원을 하고 있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즉, 평가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정말 문제가 없다면, 왜 조사 자료를 제때 바르게 공개하지 않는지, 현장 조사의 참여를 왜 막는지 의문이다.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해양 생태계, 동해

우리나라 해역의 모습. 대한민국 국가지도원
우리나라 해역의 모습. 대한민국 국가지도원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특이한 해역이 '동해'다. 대양은 아니지만 4000m가 넘는 심해역를 가지고 있으며, 대한해협, 쓰가루해협, 라페루즈해협, 타타르해협의 얕은 해협(수심 최대 200m)만으로 외부와 연결된다. 대양과 같이 크게 순환하는 다른 지역해와 달리, 외해와 해수의 교환이 제한적이어서 저층에는 빙점에 가까운 냉수괴가 연중 자리 잡고 있다. 마지막 빙하기 이전에는 담수호였다. 이 점도 다른 반폐쇄성 바다와도 뚜렷이 구분되는 점이다. 이 독특한 바다가 오염물질 유입이나 기후변화로 인한 외부 충격에 어떻게 반응할지 검토가 필요하다. 동해 내부에서 유지되는 해양환경 특성과 생물다양성은 지리적 특수성을 넘어, 보전과 유지를 위한 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위기에서 대한민국의 바다 환경을 유지하는 대안이 될 수 있고, 거대한 탄소저장 장소와 온대 및 아열대 생물들의 피난처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해, 국제공동 보호구역으로 설정해야


동해의 공해를 둘러싼 국제 정치적 상황은, 이 바다 보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동해를 지키는 일은 환경과 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미래 지향적 선택이지만 국가의 존망과도 무관하지 않다. 북한, 러시아,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동해의 공해를 국제 공동 해양보호구역으로 설정한다면,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서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제안 만으로도 독도와 울릉도 인근 해역의 해양 주권을 강화하고,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견제하는 현실적인 장치가 될 수 있다. 세계는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바다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우리가 동해를 지키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동해는 우리 곁의 심해이자, 동시에 이 땅에 살아온 사람들의 정신적 터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해양보호구역 지정, 어민들 설득할 근거 마련이 시급


국민들이 생활이 바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대안으로 해양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점에서 보면 해양보호구역 정책은 이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나고야 생물다양성 협약 회의에서 설정된 ‘아이치 타깃’(Aichi Biodiversity Targets)은 2020년까지 해양의 1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목표였다. 많은 선진국들이 목표치에 가까이 달성하고 있다. 우리는 2021년 기준 1.8%에 불과했고, 이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2030년까지 30% 지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해양보호구역 지정과 관리는 막대한 재정을 요구하는 사업이 아니다. 어민과의 협의, 정확한 과학적 조사에 의거한 자원 이용 정도 추정, 그리고 정책적 결단이 있으면 된다. 어민들을 설득할 수단과 근거 마련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다.  


해양수산부, 한반도 해양 위기와 전 지구적 해양 변화에 대응할 때 


한국은 해양 국가다. 삼 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육지를 통한 교류는 사실상 차단되어 있다. 그러나 해양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은 오랫동안 단편적이었다. 해양수산부가 해운, 수산, 해양 정책 등 해양과 관련된 국가업무와 해양경찰까지 모두 묶어서 관리해 왔다. 서로 독립적인 기능들이라 유기적인 정책 마련이 쉽지 않은 구조다. 특히 해운과 항만 물류는 국가 경제에서 중추 산업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반면 수산 자원 관리와 해양 생태계 보호는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공공의 영역이다. 이 두 대별되는 분야가 같은 부서 안에서 병존하면서, 해양 보호와 연안 통합관리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예산 분배에서도 그렇다. 이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야기한 것이다.

기능 재편을 염두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대선 후보들 중 일부가 ‘기후에너지부’ 설립을 공약했다. 공약을 내세우기에 매우 적절한 시기이다. 기후를 국가 선행과제로 다룰 때, 해양의 비중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이때 해양수산부는 해양 생태계의 보전과 관리에 업무의 비중을 넓혀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양과 기후변화 업무를 확장하여 기후에너지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체계의 구축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해양의 위기를 앞두고 절대절명의 시기에 해양수산부가 본연의 임무를 다 하면서 전 지구적 해양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시기성과 현장성 중요한 해양정책, 지방정부가 권한 가져야


중앙정부 부서 기능 재편과 함께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는 지방정부 자율권 강화다. 한국은 지방자치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자치는 부재한 상태다. 지방정부는 법률을 제정할 권한도, 예산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권한도 없다. 모든 것이 중앙정부에 귀속되어 있으니 무늬만 지방자치인 것이다. 

지역에서 시급한 해안 조사를 진행해야 하고, 반드시 보호해야 할 상황에서도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몇 년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 같은 구조 아래서는 창의적이고 신속한 지역 차원의 대응은 아예 불가능하다. 특히 연안 관리와 해양 보호처럼 시기성과 현장성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미래는 도시(지역) 간 경쟁의 시대다. 도시 역량의 합이 국가 경쟁력이며, 도시가 살아야 국가가 산다.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과거에 중앙정부의 틀을 일부 벗어나 독립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해양 정책 역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투 트랙으로 나가되, 지방정부 자율적으로 바다를 관리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며, 지역 경제를 살려나갈 수 있도록 권한을 가져야 한다. ‘블루 이코노미’를 추진할 권한과 책임이 있어야 해안이 발전할 수 있다. 바다를 살리기 위한 첫걸음은, 해양을 충분히 알고 기후변화 대응에 해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집행할 부서와 기구의 재편과 지방정부의 실질적 자율권 확보다. 기본이 마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행에 옮길 수 없다. 


대한민국, 해양국가로서의 책임감 가져야


바다는 단순히 이용해야만 하는 자원이 아니다. 지키고 가꾸어야 하는 생존의 기반이다. 우리는 바다가 제공해 왔던 혜택을 잊었으나, 이제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해양교육을 강화하고, 해양보호구역을 늘리고, 연안 생태계를 복원하며, 동해를 국제 공동 보호구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모든 노력은 바다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가 받는 것을 조금이나마 바다에 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후쿠시마 발전소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한국이 해양국가로서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모든 이들이 지켜보고 있으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바다를 지키는 일은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기자수첩

블루카본(Blue Carbon)

블루카본(Blue Carbon)은 바닷가의 해양 생태계인 맹그로브 숲, 염습지, 잘피림(해초류)가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CO₂)를 말한다. 이러한 해양 식생은 지구 해저의 0.5% 미만을 차지하지만, 해양 탄소 저장량의 최대 70%를 담당할 만큼 매우 효율적인 온실가스 흡수원이다.

블루카본의 탄소 흡수 속도는 육상 숲보다 최대 50배 이상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지구 온난화와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생물다양성과 연안 보호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크다.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는 해양 환경의 이용, 보전, 재생에 관련된 경제학 용어로 일반적으로는 연안 자원과 해양 개발에 대한 지속가능한 개발 접근법을 설명할 때 쓰는 용어로 국제적으로는 해안개발 분야에서 사용한다. 전통적인 수산업, 양식업, 해상운송, 연안 및 해양 관광 분야뿐만 아니라 점차 확대되고 있는 연안 재생에너지, 해양 생태계 서비스(예: 블루카본), 해저 광물 채굴, 생물자원 탐색과 같은 새로운 경제 활동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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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h
6일 전
Rated 5 out of 5 stars.

해양이 미래에 대한 답이네요. 해양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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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6일 전

바다를 지키는 첫 걸음은 지식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느끼는 경험이라는 말이 와 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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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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