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이의 급격한 기후변화 | ③ 화석연료에서 날씨연료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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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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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6 이준이
전 세계는 이제 화석연료(fossil fuel)에서 ‘날씨연료(weather fuel)’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과 풍력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유럽연합(EU) 47%, 미국 31.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은 35.8%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4년 기준 10.6%에 불과해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각국의 산업 구조와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에너지 믹스 전략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보유한 풍부한 ‘날씨연료’ 잠재력 및 관련 분야 과학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현재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제에서 날씨연료 중심의 체제로의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 과학기술 연구 강화,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깊이 있는 정책적 노력이 모두 병행되어야 한다.

이준이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한 기후과학자이다. NASA 가다드 우주비행센터 박사후연구원과 하와이대학교 국제태평양연구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기후시스템 예측 연구를 수행했으며, 현재는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프로젝트 리더로 재직 중이다.그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제4장 ‘미래 글로벌 기후’의 공동 주도 저자로서 기술요약본과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 몬순·기후변동성 부록 집필에도 참여했다. 2021년 한국과학기자협회 ‘기자가 뽑은 올해의 과학자상’을 수상하였으며, 2021년부터 세계기상기구(WMO) 산하 세계기후연구프로그램(WCRP) 계절내~수십년 예측 실무그룹(WGSIP)의 공동위원장을 맡아 국제협력도 이끌고 있다.그의 연구는 기후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IPCC 및 WCRP와 연계한 실질적 기후 대응 시나리오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태양광, 바람, 물 등은 지속가능한 풍부한 원료이다
화석연료는 지난 200여 년 동안 산업혁명 이후 인류 문명의 눈부신 발전을 가능하게 한 핵심 동력이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은 교통, 산업, 전력 생산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며 현대 사회의 기반을 구축해 왔다. 이러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은 그동안 높은 에너지 밀도와 저장·운송의 편리성 덕분에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화석연료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뚜렷한 자원이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특히, 화석연료의 연소 과정은 대량의 이산화탄소와 기타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이는 극한 기상·기후 현상 빈도 및 강도 증가, 해수면 상승, 생태계 변화 등 다양한 기후 환경 변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는 대기·수질·토양 오염 등 각종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이며,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건강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날씨연료'는 기상 조건에 따라 좌우되는 자연 기반 에너지
최근 국제사회는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보다 청정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 태양, 바람, 물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들을 원천으로 하는 재생에너지가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상 조건에 따라 좌우되는 에너지라는 점에서 ‘날씨연료(weather fuel)'(Keith L. Seitter, Weather as Fuel)라는 개념이 점차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날씨연료는 자연에 기반한 에너지원이기에 환경적으로는 매우 친화적이지만, 동시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이라는 고유한 한계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은 일사량과 구름 양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고, 풍력은 풍속의 세기와 방향에 크게 의존한다. 장기적인 가뭄은 수력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로 인해 날씨연료 기반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생산의 예측이 어렵고, 간헐적인 전력 생산 특성으로 인해 발전 효율이 낮으며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전통적인 중앙 집중식 전력망 구조와도 잘 맞지 않아 확산에 제약을 주기도 했다.

발전 단가는 화석연료보다 저렴, 에너지 저장 기술 등 보완 기술로 간헐성과 변동성 완화
지난 20여 년간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이러한 한계는 점차 극복되고 있다. 태양광 및 풍력 기술의 효율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며, 초기 설치 비용은 급격히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는 기존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그림 1).
아울러 에너지 저장 기술, 분산형 전력망, 스마트 그리드 등과 같은 보완 기술의 발전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의 경제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며, 날씨연료가 미래 에너지 체제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어 가고 있다.
태양광, 바람, 물 등은 지속가능한 풍부한 에너지 원료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평등한 공유 자원이기도 하다. 전 세계의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날씨연료에 기반한 재생가능 에너지원이 미래 전력 생산의 주축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빠른 전환 대세 속, 우리나라의 느린 발거름
전 세계는 지금 화석연료(fossil fuel)에서 ‘날씨연료(weather fuel)’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에너지원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원은 최근 기술 발전과 생산 단가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경제성까지 확보하면서 에너지 전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2023년에 발표한 보고서(Levelized cost of new generation resources in the annual energy outlook 2023)에 따르면, 태양광과 풍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한 전력 생산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에는 재생에너지가 높은 설치 비용과 낮은 효율성으로 인해 확산에 제한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초기 비용이 크게 낮아지고 유지·관리 기술도 발전하면서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
전 세계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용량은 2000년 이후 2023년까지 415% 증가했으며 중국, 유럽 및 미국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그림2). 2024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유럽연합(EU) 47%, 미국 31.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은 35.8%에 이르렀다. 주요 선진국들은 기후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태양광, 풍력, 수력뿐만 아니라 저장 기술과 스마트 그리드 등 연계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2024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6%에 불과하여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장기적 비전 부재, 제도적 장벽, 주민 수용성 문제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물론 각국의 에너지 믹스는 산업 구조, 지형적 조건, 기후 특성 등에 따라 상이할 수밖에 없으며, 무조건적인 비교는 조심스러울 수 있다.

2030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21.6%, 달성이 어렵고, 발전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
우리나라는 태양 복사량이 풍부하고, 해안선을 따라 다양한 풍력 자원이 존재하며, 관련 과학기술 역량 또한 세계적인 수준을 갖추고 있는 국가다. 이처럼 풍부한 ‘날씨연료’ 잠재력과 기술 기반을 감안할 때, 현재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2030년 한국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는 21.6%로 설정되어 있다. 현재 정책 및 경향성을 볼 때 목표 달성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며, 더 나아가 설정되어 있는 목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관련 분야 과학기술 연구 강화,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정책적 노력이 모두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단순한 비중 확대를 넘어서, 제도적·정책적 전환과 더불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병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참고 자료
Keith L. Seitter, 2024: "Weather as Fuel – The Wikced Problem of Renewable Energy". 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DOI: 10.1175/BAMS-D-23-0289.1.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2023: Levelized cost of new generation resources in the annual energy outlook 2023.
'날씨 연료'라는 말이 신선하네요 ~~